
국가안보통일연구원과 21세기전략연구원은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국가안보위기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미·중 패권 경쟁, 북한의 핵 위협, 대통령 탄핵, 이념적 국론 분열 등 대내외 위기에 따른 대응 과제를 논의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현장에는 (사)양지회, 덕우회, 국가정보연구회, 재향여군연합회, 국가원로회, 법무법인 산우 등 안보·사회단체 관계자를 포함해 100여 명이 참석했다.
황흥익 국가안보통일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국내외적으로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는 지금, 소중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역량을 결집해 반듯한 나라가 되는 데 합심하자”고 했다. 임정혁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외국 간첩들이 정보기관이나 군사시설을 드론으로 촬영하는 충격적 사실이 벌어졌는데도 입법 공백으로 이를 처벌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 중국 시진핑 시대 초한전과 대응 과제, 최근 간첩단 사건 등을 논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축사를 맡은 염돈재 전 국정원 제1차장은 “특히 종북 세력의 확산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은 해이하기 짝이 없으며 정부의 인식과 대처는 더욱 한심하다”면서 “오늘 이 학술회의가 허술한 안보 시스템을 바로잡고 국민의 안보 의식을 일깨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장종한 (사)양지회장은 격려사에서 “이번 세미나에서 국가안보 위기 요인과 배경, 그 성격을 명징하게 규명하고 이에 대한 최적의 대응책과 보다 튼튼한 한미동맹 강화 방안이 심도 있게 제시되는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후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의 사회로 주제 발표 및 토론이 마련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트럼프 2기 한반도 안보와 북한 비핵화’를 주제로 발제했다.
박 원장은 “트럼프는 불필요한 대외 개입을 중단하고, 미국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지역에만 선택적으로 관여하며, 동맹국들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미동맹과 관련해서는 북한 위협에 대해 한국이 주된 책임을 지고, 북핵에 대해서만 확장 억제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동맹 재편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과 주한 기지는 대북(對北)용에서 대중국 견제용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원장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한미의 확장 억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국방비 지출 확대를 통한 미국의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고 정책 제안을 했다. 이어 “전작권 조기 전환을 추진하고, 대중 견제에도 적정 수준 동참하며, 한반도 통일 목표를 견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운규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연구위원장은 ‘시진핑 시대 초한전과 대응 과제’라는 주제 발표에서 “중국의 영향력 공작인 ‘초한전’이 한국 사회 깊숙이 침투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국가정보법, 데이터안보법, 간첩방지법 등 초법적 법체계를 통해 한국 등 주변국을 대상으로 정보 수집, 친중 인사 포섭, 비밀 탐지·수집 등의 공작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공동 연대 강화, 파이브 아이즈(FIVE) 국가들과의 정보 협력, 형법 98조 간첩죄 조속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의 처벌 수위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간첩단 사건에서 나타난 안보 위기 실상’을 주제로 발제한 김창우 강릉원주대 겸임교수는 “최근 적발한 민노총 간첩단, 자주통일민중전위(청주·제주·전북),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는 북한의 지령을 받은 체제 위협 간첩단임에도 불구하고 법정 공방과 재판 투쟁을 일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들은 북한 문화교류국 지령에 따라 반미·반정부 여론전을 주도하고 있으며, 간첩단임에도 목적수행 간첩죄로 처벌받지 않고 있다”면서 “간첩죄에 대한 미수범, 예비·음모범 적용 등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재윤 동국대 국제정보대학원 겸임교수는 “트럼프의 북핵 관련 발언은 단순한 협상용이라기보다는 북미회담에서의 코리아 패싱과 즉흥적 결정 방식이라는 1기 트럼프 외교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북핵을 사실상 용인하고 미국에 대한 위협만 제거하려는 스몰딜(small deal)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주한미군과 미군 기지의 대중국 견제 역할 확대는 북핵 대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국의 반발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토론자인 변재선 국방사이버안보연구소 소장은 “중국이 전개하는 사이버 여론 조작, 선거 개입, 정치권과 언론 포섭, 뇌물·미인계 등은 ‘중국식 하이브리드전’, 즉 초한전에 해당한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가안보 위협을 인식하고, 컨트롤타워 운영, 관련 법령 정비, 기관 간 협업과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지막 토론에 나선 민경우 시민단체 길 대표는 “1980년대 중반 등장한 자생 주사파는 고령화로 인해 인적 기반이 고갈됐고,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발표 이후 주사파 운동은 퇴조하고 있다”며 “이제는 신세대 의제, 페미니즘, 동성애, 사회적 갈등 등의 이슈가 새로운 주된 투쟁 수단이 됐다”고 분석했다.
글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