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핵'안보"

대선 캠프로 간 장군들

서석천 2025. 5. 24. 06:09

민주당은 논공행상 걱정, 국민의힘은 구인난

⊙ 예비역 장성들, 민주당 집권 가능성 크다고 생각해 국민의힘 지지 선언 꺼려
⊙ “민주당 도우실 예비역 20명 구한다” 호출했더니 90명 모여
⊙ 민주 지지 예비역 단체만 ▲黨 안보특위 ▲대민장 ▲천군만마 ▲민주M포럼 등 4곳
⊙ 국힘 지지 예비역 모임은 장성급 구인난… 대장도 世評 나쁘면 배제
2023년 12월 3일 국방부에서 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가 열렸다. 사진=국방부
  국내 최고(最古)·최대 예비역 장병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이하 향군).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과 남북회담을 하기 위해 청와대를 나서자, 경복궁에서 시청에 이르는 세종로 일대에는 향군 회원들이 모여 태극기를 흔들며 문 대통령을 환송했다.
 
  향군이 친(親)정부 기조를 보이자, 2019년 1월 예비역 417명이 모여 ‘자유민주 대한민국 수호’를 내걸고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을 만들었다. 이상훈 전 향군회장, 정호용·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참여했다. 당시 대수장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신원식(육사 37기·예비역 중장) 전 국방부 장관이다. 대수장은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를 주장하며 대북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 현재 대수장은 김근태(육사 30기·예비역 대장·전 1군사령관) 상임대표가 이끌고 있으며 장성 출신 회원은 약 800명이다.
 
 
  김용현 주도 ‘국방포럼’, 尹 정권 국방 실세 배출
 
  일부에선 대수장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영향력을 확대하며 단체 규모도 커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수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오히려 전 정권 때보다 활동이 줄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방·안보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한 단체는 충암고 출신 김용현(육사 38기·중장. 이하 예비역) 전 국방장관이 주도한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이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이종섭(40기·중장·전 육군 7기동군단장) 전 장관, 이기식(해사 35기·중장·전 해군 작전사령관) 전 병무청장, 강구영(공사 30기·중장·전 공군참모차장) KAI 대표, 임종득(육사 42기·소장) 국민의힘 의원, 신인호(43기·소장) 전 국가안보실 2차장, 김근태 대수장 대표, 최병혁(41기·대장·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전 사우디 대사 등이 국방포럼 출신이다.
 
  대수장에서 글자 하나만 바꾼 민주당 지지 예비역 단쳬가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예비역장병단(대민장)’이다. 대민장은 지난 3월 29일 출범했는데 실무를 맡은 이는 김용현 전 장관과 육사 동기인 최화식(예비역 준장) 씨다. 최 씨는 “대민장은 육해공군·해병대 예비역 장성 약 20명이 시초가 돼 출범했다”고 밝히며 “장군단이 아니라 ‘장병단’”이라고 했다. 대민장의 출범 배경은 “12·3내란 사태를 겪으며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예비역 장병들이 일어섰다. 군 개혁과 국민이 안심하는 안보를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했다”고 소개했다. 최 씨는 2017년 19대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민장을 ‘12·3내란을 겪으며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일어선 예비역 장병’이라고 표현한다. 계엄 여파로 ‘장군’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어감을 대체하고자 ‘장병’임을 강조한 인상이다. 대민장은 지난 4월 15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민주당 지지를 선언할 예정이었다가 행사를 하루 앞두고 일정을 취소했다.
 
 
  천군만마, M포럼, 대민장, 국방안보특위
 
더불어민주당 국방안보특별위원회 소속 예비역 장성 위원 등이 지난 3월 6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민장 출범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의 ‘규모 있는’ 예비역 장병 단체는 4개가 됐다. ▲민주당 국방안보특별위원회(국방안보특위) ▲민주 M(밀리터리)포럼(M포럼) ▲대한민국 천군만마 국방포럼(천군만마) ▲대민장이다.
 
  2023년 5월 출범한 민주당 국방안보특위에는 공동위원장으로 김병주(육사 40기·예비역 대장·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민주당 의원, 이철휘(학군 13기·육군 대장·제2작전사령관) 민주당 경기 포천·가평 지역위원장, 황인권(3사 20기·육군 대장) 전 육군 제2작전사령관이 활동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황인권 위원장이 국방안보특위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황 위원장은 2022년 20대 대선에서도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천군만마는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예비역 모임 ‘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 선언’이 시초다. 당시 참여했던 인물은 백군기(육사 29기·대장·전 3군사령관) 전 의원, 박종헌(공사 24기·대장) 전 공군참모총장, 송영무(해사 27기·대장·전 해군참모총장) 전 국방부 장관, 이선희(공사 18기·소장) 전 방위사업청장 등이다. 송영무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2025년 5월 현재 천군만마는 송 전 장관, 백군기 전 의원, 부석종(해사 40기·대장) 전 해군참모총장, 이선희 전 방사청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주로 송 전 장관이 단체의 얼굴 역할을 한다.
 
  지난 3월 27일 천군만마는 민주당 국방안보특위와 함께 ‘헌정수호 국방안보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송 전 장관은 자신이 문재인 정부에서 기무사(현 방첩사) 개혁을 한 것이 12·3 비상계엄이 실패한 배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친민주당 성향을 보인 예비역과 민간 안보 전문가들도 계엄 이후 각종 세미나를 개최해, 현 방첩사마저 해체하는 수준으로 기능을 분산해 힘을 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M포럼은 김병주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모임이다. 실무는 김도균(육사 44기·중장·전 수도방위사령관) 민주당 강원도당 위원장이 맡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24년 22대 총선에서 속초·인제·고성·양양 지역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지난 4월 9일 자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예비역 장성 50여 명을 포함한 군 출신 안보 전문가 100여 명이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M포럼은 대선이 시작되면 선거 유세 지원, 정책 수립 등의 역할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M포럼에는 해병대사령관 후보로 꼽혔고 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의 동기인 조영수(해사 45기·해병 소장) 전 해병 2사단장도 합류했다. 김현섭(육사 47기·소장) 전 777사령관, 김태성(육사 44기·소장·전 11사단장) 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 위원, 윤석열 정부에서 드론작전사령부 초대 사령관을 지낸 이보형(육사 46기·소장) 씨 등도 참여하고 있다.
 
 
  “대장 출신은 얼굴마담”
 
  M포럼에는 천군만마 공동대표인 부석종 전 해군참모총장도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예비역 단체에서 활동하는 A씨는 “이름을 여러 단체에 올려놓는 건 흔하다. 해당 단체도 고위 장성이 참여한다고 알릴 수 있어 좋고, 당사자도 여러 곳에 이름을 올리면 노출이 많아지니 서로에게 나쁠 게 없다”며 “대장 출신이면 정책 실무 대신 얼굴 역할만 하면 되기에 부담도 없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예비역 단체들이 경쟁적으로 규모를 확대하며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자 이에 M포럼도 내실보다는 사람 채우기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5월 13일에는 김병주 의원, 황인권 국방안보특위 위원장, 박종진(3사 17기·대장) 전 제1야전군사령관, 부석종 전 해군참모총장, 최현국(공사 33기·중장) 전 합참차장 등 각군 대표격인 인물들이 광복회를 방문해 이종찬 광복회장을 만났다. 이 외에도 김정수(해사 41기·대장) 전 해군참모총장, 정항래(육사 38기·중장) 전 육군 군수사령관, 나상웅(3사 16기·중장·전 육군 교육사령관)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부회장, 최성천(공사 36기·중장) 전 공군 작전사령관, 여운태(육사 45기·중장, 전 육군참모차장) 원광대 석좌교수 등이 있다. 여운태 교수는 지난 총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모임에 참여하는 이들은 크게 참여 사실을 공개하며 이름을 드러내는 경우와, 비공식으로 참여하며 후보와 직접 접촉하는 경우로 나뉜다. 주로 대장 출신 장성들이 후보와 직접 접촉하는 식으로 비공식적인 활동을 한다.
 
  민주당 지지 예비역 모임을 이끄는 이들은 세(勢)를 과시하기 위해 예비역들을 동참시키는 데 힘쓰고 있다고 한다. 이에 현역 간부들 사이에서까지 “민주당에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예비역 육군 소장 B씨는 “민주당 지지 성향 모임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집권 후 논공행상부터 걱정하고 있다”며 “내게도 이름만이라도 올려 달라는 요청이 왔으나 거절했다”고 했다.
 
  지난 4월 6일에는 여의도 한 식당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를 도울 예비역들을 소집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려 화제가 됐다. 당초 계획은 20명 수준이었으나 90명가량 오는 바람에 기존 예약된 식당 외에도 다른 식당을 여럿 잡아 모임을 열었다.
 
 
  국힘, 4星 구인난에 중장 출신이 이끌어
 
  반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예비역 모임은 “사람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12·3 비상계엄 여파로 보수 정당 후보가 당선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모임의 리더격인 인물로는 예비역 대장을 앞세워야 하는데 대장 출신들이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고 한다. 군 출신이 모이다 보니 이른바 ‘기수’가 중요한데, 모임의 얼굴을 맡을 사람이 없어 대선배 기수까지 올라가는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외부 조직이 아닌 국민의힘 국가안보위원회가 중심이 돼 정책 개발과 외연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한기호·임종득·강선영 의원이 관리하는데, 규모는 예비역 장성·영관급 출신 등을 포함해 40명 수준이다. 특정 후보 지지 모임이라기보다는 당 차원에서 조직을 비공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개별적으로 특정 대선 후보 캠프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모임은 예비역 대장을 구하기 어려워 구홍모(육사 40기·중장) 전 육군참모차장이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구 전 차장도 처음에는 좌장 역할 맡기를 거절했으나, 대장 출신을 구하지 못해 ‘조건부’로 공동대표를 맡는 중이다. 모임은 윤의철(육사 43기·중장) 전 7기동군단장 등을 비롯해 중장급 3명이 주도하고 있다. 각군 대표격으로 박기경(해사 40기·중장) 전 해군 작전사령관, 황성진(공사 33기·중장·전 공군 작전사령관) 국민의힘 공군 대표 등이 있다.
 
 
  ‘육사·영남’ 대 ‘非육사·非영남’ 구도
 
  대장 출신이라고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른바 리더십, 세평(世評)이 중요하다. 국민의힘은 대장 출신 영입이 어렵자 윤석열 정부에서 대장으로 진급한 C씨를 영입하려고 했으나 군 출신 예비역 후배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모임의 실무를 주도하는 후배들은 이른바 평이 나쁜 고위 장성 출신에게는 ‘지분’도 주지 않고 배제한다. 실무는 3성장군급 이하가 주도하기에 이들이 반대하면 대장 출신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예비역 D씨는 “합참의장, 참모총장을 해도 신망이 없는 사람은 아웃”이라고 했다. 또 대장 출신들은 ‘후보 특별보좌관(특보)’ 형식으로 대선 후보와 직접 연락하며 활동하는 예도 많다고 했다.
 
  국민의힘에 군 출신으로 이름을 올려 활동했던 예비역 대장 E씨도 구홍모 전 육군참모차장이 이끄는 모임에서 영입하려 했지만, E씨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참여는 이뤄지지 않았다. 내부에서는 국민의힘 후보 당선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냐고 해석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장을 지낸 F씨도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후보가 직접 전화해 “함께하자”는 연락을 받았으나 “상황을 지켜보자”고 하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보는 2차 경선에서 탈락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장으로 진급한 G씨는 대선을 앞두고 양당 후보를 지지하는 모임에 모두 발을 걸치며 추이를 지켜보다 결국 국민의힘 지지 성향 모임과 멀어졌다고 한다.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예비역 모임은 ‘육사(38기 이하)’ ‘영남’ ‘장군’ 중심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하나 비영남 출신들도 참여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비육사’ ‘비영남’을 특징으로 한다.
 
 
  김용현, 2017년에는 親민주당 활동
 
2024년 10월 1일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에서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예비역 모임은 육사 38기에 중장 출신인 김용현 전 장관이 주도했다. 이 때문에 ‘육사 37기 이상, 대장급’은 배제하는 분위기였다. 이에 윤석열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도 육사 40기 이종섭 예비역 중장이었다. 중장 출신이지만 육사 37기인 신원식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작용한 경우다. 이 때문에 ‘윤석열 후보 지지’에 이름을 올린 대장급 인사는 여럿 있었지만 주로 외교 대사로 진출했다. 이렇게 나간 예비역 대장만 4명이다.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작전참모 역할을 한 김용현 전 장관이 처음부터 보수 정당을 지지했던 건 아니다. 2017년 대선에선 육사 동기인 정재관(준장) 군인공제회 회장, 정항래 전 군수사령관과 함께 민주당 지지 성향 모임에서도 활동했다. 김 전 장관은 2018년 4월 창립한 미래실용안보포럼 수석부회장 직함을 달았는데, 이 모임에는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참여했다. 하지만 2022년 대선에서 충암고 1년 후배인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출마하자 김 전 장관은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지난 5월 14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국방자문단에 김근태(육사 30기) 대수장 대표를 국방안보특보, 정연봉(38기·중장) 전 육군참모차장을 국방정책특보로 임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긴 힘들겠다는 판단을 예비역들이 했다”고 한다. 육군참모총장을 배출한 육사 기수가 46기, 윤석열 정부 초대 국방장관이 육사 40기인데, 이번 국민의힘 지지 예비역 모임을 대표하는 이들은 오히려 기수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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