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상대 고소 고발, 또 입틀막인가?
- 제기된 의혹에 대한 이재명의 고소는 검증회피이자 겁박이다.

(서울=전한길뉴스) 서명수 컬럼니스트 -
대선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언론의 기본적인 책무다. 어떤 대선후보든지 간에 국민의 선택을 받기 전에 제기되는 의혹이 있다면 철저하게 검증하고 스스로도 소상하게 해명하고 혹여 잘못이 있다면 사과하고 용서를 받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지 않고 검증을 회피하는 것은 사실상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지 못하거나 사실상 시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끝나고 6.3 조기대선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 4월 9일 민주당 대표직을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같은 날 <그의 운명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생각 (부제)그는 다시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까>(서고)란 책을 출간한 언론인을 명예훼손과 사자명예훼손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을 낸 당사자는 이 후보의 친형이었고 법률대리인은 이 후보가 연루된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의혹’의 당사자인 이태형변호사였다.
헌법 제21조 제 ①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돼 있다. 책의 출간으로 개인의 명예와 인격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면 고소하거나 법에 호소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 <그의 운명...>이라는 책은 개인의 사생활을 폭로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비방의 목적으로 출간한 책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정치권력을 마구 휘두르고 있는 제1야당인 민주당의 전 대표이자 유력대선후보에 대한 정치평론일 뿐이다.

대선을 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이재명 후보의 친형이 칼럼리스트인 언론인을 고소한 것은 헌정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명예훼손의 당사자도 아닌 이 후보의 친형이 고소의 주체가 된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 후보 본인이 고소를 사주했거나 명의를 빌어 고소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는 언론인에 대한 겁박행위다. 과연 이재명 후보 모르게 그의 친형이 자신과 전혀 관련없는 언론인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할 수 있을까? 게다가 고소장을 작성한 변호사가 이 후보 대선후보 경선캠프 법률지원단장을 맡은 이태형 변호사라는 점은 사실상 이 후보가 형의 명의를 빌어 직접 고소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게 했다.
이 후보측이 언론인을 고소한 것은 대선에서 불거질 수도 있는 자신의 부친의 범죄의혹과 거짓말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소위 ‘입틀막’전략이다. 이미 이 후보는 지난 1월 ‘카톡계엄령‘을 내리면서 자신의 부친관련 소문들을 가짜뉴스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런데 이 후보 측이 고소한 책 <그의 운명..>은 2024년 8월18일 출간된 다소 시간이 지난 책이다. 출간된 지 8개월이나 지난 책을 이 후보가 고소한 것은 대선선거기간 중에 이 책이 폭로한 이 후보와 이 후보가족에 대한 여러 의혹과 추문이 선거쟁점으로 떠오를 것을 우려, 사전에 언론의 후속취재를 막기 위한 선제조치로 보인다.
안동은 이 후보 스스로 고향이라고 주장하는 곳으로 지난 대선에 출마한 이 후보는 29.13%의 낮은 득표율을 기록, 사실상 대선석패의 디딤돌이 됐다. 자신의 고향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면 이 후보는 낙승했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이 후보의 안동에서의 낮은 득표율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추적했다. 기존의 언론에서 다루지 않았던 어느 날 안동에서 사라진 이 후보 부친 사건을 취재해서 팩트를 확인했다. 사실 취재는 어렵지 않았다. 안동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던 소문이었고 피해자와 피해자가족들도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다.
가수 ‘마이크로닷’의 빚투 사건을 기억하는가? 뉴질랜드교포인 그가 국내에서 가수 및 연예활동으로 인기를 끌면서 그의 부모들의 <빚투>사건이 터졌다. IMF사태 당시 친척과 지인들로부터 5억여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고 그대로 해외로 이주한 것이다. 빚투의혹이 터진 후 마이크로닷은 부인하다가 사실로 드러나자 피해자들과 합의했고 대부분의 빚을 갚았고 부모들도 귀국, 처벌을 받았다.

이재명 부친의 엽연초총대로서 수매대금횡령 및 야반도주사건은 관련피해자와 가족들의 증언을 직접 청취해서 여러 정황증거들을 판단한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심지어 안동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후 이번에 이재명 지지를 선언한 모 인사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가 부친의 잘못에 대해 책임지거나 남겨둔 빚을 상환해야 할 의무는 없다. 마이크로닷이 부모의 빚을 갚았다고 해서 이 후보가 부친의 빚을 갚으라는 요구가 아니다. 1972~1973년 당시 이 후보 부친이 횡령한 엽연초 수매대금은 한 마을에서만 300만원 상당에 이른다고 피해자가족이 밝혔다. 당시의 300만원은 한 마을 수십여 가구의 일년지은 엽연초 농사대금 전부로서 생계가 막막해진 산골마을이 풍비박산이 났다. 1972년 분양한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50평, 156㎡)의 분양가가 23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이 아파트의 현 시세가 대략 35억여 원에 이른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 환산가치로도 3억여 원에 이른다. 엽연초 등 특용작물 재배 외에는 변변한 농사가 없던 당시 경상북도 안동시 예안면의 산골마을에서는 한 개인이 보유하고 있을만한 금액이 아니다.
그런데 이 후보에게도 마이크로닷과 같은 빚투사태가 벌어졌다.
1975년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부친이 이주한 성남으로 온 가족이 떠났던 이 후보는 1987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생 신분인 ‘검사시보’로 안동지청에 부임했다. 이 후보의 금의환향소식이 전해지자 피해자가족들이 여럿 안동지청을 찾아갔지만 이 후보의 대응은 마이크로닷과 달랐다.
유력대선후보에 대한 검증은 언론인이 응당해야 할 역할이자 책무다. 이를 회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과 언론인에게 법적수단을 통해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불편하더라도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은폐하고 감추려는 정치인의 부도덕성은 비난받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읻자.
이 후보에게 부친의 잘못을 추궁하려는 것도 부친의 빚을 갚으라는 것도 아니다. 이미 이 후보 주변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목숨을 잃은 분들이 8명이나 된다. 또 얼마나 많은 주변사람들이 희생될지 알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정당이 아니라 이 후보측의 직접적인 고소는 언론인들에게도 엄청난 두려움을 가하게 된다. 혹여라도 이 후보측의 언론인 고소가 그런 겁박이나 협박이라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 후보측이 주장하는 사자 명예훼손 역시 작고한 부친을 비방하려는 목적성이 없다.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의혹에 대한 검증이라는 점에서 이 후보의 고소는 무고다. 대선후보의 무고는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글 : 서명수 매일신문 객원논설위원(그의 운명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생각의 저자)
참고 : 4월9일자로 제출된 이재명 후보 친형 이재영의 명예훼손 및 사자명예훼손 고소에 대해 언론인 서명수는 4월 28일 서울경찰청에 이재명과 그의 형 이재영을 형법상 ‘무고’와 협박죄로 맞고소를 했다.
이 사건은 현재 안동경찰서와 서울경찰청에서 명예쉐손과 무고혐의에 대해 각각 수사하고 있다.
- 서명수 칼럼니스트 202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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