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속도전’과 ‘후보 자강론’ 논쟁촉발
6·3대선을 한 달 앞둔 중대 시점에 국민의힘 김문수 대통령 후보와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의 지도부가 ‘범 여권 후보 단일화’ 속도 및 방식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밖의 우위를 보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막는다는 공통의 목표를 표방하고 있지만 ‘방법론’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김문수, ‘김문수 자강론’ VS. 국민의힘 지도부와 한덕수, ‘단일화 속도전’
김문수 후보 측은 ‘김문수 자강론’을 내세우고 있다.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겠지만 우선 국민의힘을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재편,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지지세를 확장하는 작업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권성동 원내대표 등의 지도부는 신속한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다. 역선택 방지조항을 둔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해서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 간의 단일화를 이뤄내자는 입장이다. 이는 사실상 ‘한덕수로의 단일화론’이라고 할 수 있다. 각종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한 전 총리가 김 후보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한덕수 캠프, 11일을 단일화 1차 데드라인으로 제시
한덕수 후보는 6일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단일화 실패는 국민에 대한 큰 배신이고 배반이 될 것이다. 한 번도 단일화가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면서 “반드시 단일화가 적절한 시기 안에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덕수 캠프 이정현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단일화 시한과 관련해 "11일까지 단일화 결론이 나는 것이 국민 기대와 국민의힘 당원들 바람에 부응하는 것"이라면서 "11일 이후에도 가능하지만, 기왕 단일화 한다면 11일 안에는 최대한 결론을 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덕수 단일후보’를 지지하는 권 원내대표 등의 지도부는 신속한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다. 대선 일정을 감안할 때 단일화가 빠를수록 그 효과가 높아진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 입장= 대선 일정상 단일화 빠를수록 단일화 사표 적어
국민의힘 지도부의 단일화 1차 데드라인은 선거 공보물 발주 마감인 7일이었다. 하지만 이는 애당초 실현이 불가능한 목표였다. 3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대통령 후보가 다른 일을 제쳐두고 무작정 단일화에만 매달려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김 후보는 “당원들이 후보를 뽑자마자 한덕수와 단일화를 하자는 국민의힘은 누구의 당이냐”는 취지로 강력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데드라인은 대통령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이다. 이날까지 국민의힘 후보로 등록한 인물이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2일부터 ‘기호 2번’을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 후보로서는 11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못하면 무소속 대선 후보 등록을 하면서 후보 등록 기탁금 3억원은 물론이고 매일 집행되는 막대한 선거비용도 개인 부담해야 한다. 국민의힘 차원의 선거지원도 받지 못한다.
20일부터 25일까지 국외 거주 및 체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재외투표가 시작된다는 점도 단일화의 변수이다. 재외투표가 시작된 후 단일화가 성사되면 적지 않은 사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내 투표용지 인쇄일인 25일이 최종 데드라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11일까지 후보등록을 마친 후보는 투표 용지에 소속과 이름이 명기되지만, 25일 이전에 단일화가 이뤄지면 사퇴 후보 이름 옆에는 ‘사퇴’라는 문구가 인쇄된다.
29일~30일 동안 진행되는 사전투표 기간도 변수이다. 이 기간 이후 단일화가 이뤄지면 무더기로 사표가 발생, 단일화 효과가 급감하게 된다.
따라서 ‘신속한 단일화’가 사표를 최소화하는 효율적 전략이라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한 후보측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김문수 자강론에 담긴 ‘발상의 전환’= ‘단일화’보다 ‘대선판 바꾸기’ 노력이 선행돼야
하지만 김문수 후보 측의 ‘김문수 자강론’은 대선 승리를 위한 ‘발상의 전환’을 담고 있다. 최근의 변화된 정치상황을 반영한 주요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세밀하게 분석해 보면 두 가지 흐름을 파악하게 된다. 첫째, 한덕수 후보가 김문수 후보에 비해 단일후보 지지율이 높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후보와 김 후보 중 누가 단일후보로 선출된다고 해도 이 후보의 승리를 막을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현 시점에서 단일화 속도전에 매달리는 게 대선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통령 후보는 단일화를 거부하고 독자노선을 고집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김문수-한덕수’간의 단일화는 성사될 수밖에 없는 명제이다. 단 시간의 문제이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는 단일화 이전에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득표력을 높이는 게 선결과제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대선판 바꾸기’가 선행된 뒤 ‘단일화’를 이뤄야 그 시너지가 극대화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이후에도 '이재명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다는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5일 발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와 6일 발표된 펜앤마이크 여론조사가 그것이다.
5일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 어떤 ‘단일후보’도 ‘어대명’ 못 깨...한덕수가 오차범위 앞서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의 ‘가상 4자 대결’에서 이재명 후보 47%, 한덕수 후보 23%, 김문수 후보 13%, 이준석 후보 4% 등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가 압도적인 1위이고, 한 후보가 김 후보를 상당한 격차로 앞서는 추세이다.
‘가상 3자 대결’에서도 이 후보의 독주가 이어졌다. 하지만 ‘가상 4자 대결’과는 다른 차이점이 드러난다.
한 후보와 김 후보의 경쟁력 격차가 오차 범위 내에 존재할 뿐만 아니라 누가 단일후보가 되도 이 후보 당선을 저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김문수 단일 후보 3자 가상대결의 경우 이재명 49%, 김문수 33%, 이준석 9%로 나타났다. 한덕수 단일후보 3자 가상대결의 경우 이재명 49%, 한덕수 36%, 이준석 6%였다. 한덕수 후보가 김문수 후보보다 3%포인트를 더 많이 얻지만, 이재명 후보를 꺾지는 못한다. 이는 현 시점에서 ‘김덕수’ 단일후보가 성사된다고 해도 대선판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준석 후보까지 참여한 ‘반이재명 단일후보’를 전제로 한 가상 양자대결의 경우에도 이재명 후보 52%-김문수 후보 39%, 이재명 후보 51%-한덕수 후보 41%, 이재명 후보 51%-이준석 후보 29%로 집계됐다. 한 후보가 김 후보보다 2% 포인트의 지지율을 더 얻지만 ‘이재명 승리’라는 대세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승리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자당의 대선 후보인 김 후보에게 무소속인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압박할 논리적 이유가 없는 것이다.
6일 펜앤마이크-여론조사공정 조사= 어떤 단일후보도 ‘어대명’ 못 깨... 김문수가 오차범위 앞서
펜앤마이크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주)이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천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단일후보’ 적합도 면에서는 한 후보가 김 후보를 상당한 격차로 앞섰지만, 이재명 후보와의 3자 가상대결 또는 양자 가상 대결에서의 경쟁력은 비등했다. 이는 한국갤럽 조사와 비슷한 흐름이다. 단 가상 양자대결에서 김 후보가 한 후보보다 1%포인트 정도의 우위를 보인게 다르다.
가상 양자대결의 경우 이재명 51.7% , 한덕수 42.8%였다. 또 이재명 51.1%, 김문수 43.4%였다. 이 후보를 상대로 한 가상 양자대결에서 김 후보가 한 후보보다 비교우위를 보였으나, 통계학적으로 의미있는 수치는 아니다. 이 후보의 승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외 이재명 대 이낙연의 양자대결은 52.4%대 37.9%를 기록했고, 이재명 대 이준석의 양자대결은 52.7% 대 30.0%로 나타났다. ‘반이재명 빅텐트’ 단일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맞붙는 가상 양자대결에서 김 후보와 한 후보가 경쟁력을 갖고 있고, 그 중에서도 김 후보가 가장 선전하는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이낙연, 이준석 후보는 범보수 단일후보로서의 경쟁력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어떤 단일화도 ‘어대명’ 판세 못 깨, 범 보수 후보들이 각각 파이 키워야
따라서 한국갤럽과 펜앤마이크 여론조사에 드러난 6.3대선 판세는 ‘어대명’이다. 국민의힘이 현 상태에서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혹은 ‘김문수-한덕수-이준석-이낙연’ 단일화를 성사시킨다고 해도 ‘어대명’ 구조를 바꾸지는 못한다.
범 보수 단일화 혹은 반이재명 빅텐트가 ‘어대명’을 흔들려면 현 시점에서는 범 보수 대선주자들의 ‘자강론’이 필요하다는 ‘발상의 전환’이 설득력을 얻는다. 범 보수 후보들이 각각 자신의 파이(지지율)를 키운 뒤 손을 잡아야 ‘어대명’을 흔들 수 있는 것이다. (한국갤럽과 펜앤마이크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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