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송곳 질문 관훈토론회,

서석천 2025. 5. 6. 05:28

 ‘이재명 불참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는?

대통령 선거 때마다 대통령 후보를 객관적이면서도 철저하게 검증하는 통과의례로 자리잡은 관훈토론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불참설이 제기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후보 불참설이 흘러나오는 일차적인 이유는 이재명 후보만 아직 관훈토론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재명만 관훈토론회 일정 미정...한덕수 6일, 김문수 8일로 확정

한덕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6일로 관훈토론회 일정이 예정돼 있다. 한덕수 예비후보는 지난 1일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직을 사퇴했고, 2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출마를 선언한 지 단 4일 만에 관훈토론회에 참석하는 셈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8일 관훈토론회 일정을 진행한다. 관훈클럽은 5일 게시판을 통해 김문수 후보를 초청해 관훈토론회를 개최한다고 공지했다. 김 후보는 지난 3일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지 5일 만에 관훈토론회에 참석하는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지난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필승 결의대회’를 개최하며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공식 선언 행사는 3일에 개최했지만 이준석 후보는 지난 2월 2일 서울 홍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따라서 이준석 후보는 지난달 3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참석해 대선 관련 입장과 정책을 밝혔다.

이처럼 6월 3일 대선에 출마하는 4명의 주요 후보 중에서 3명은 ‘관훈토론회’ 일정을 확정했거나 이미 진행했다. 반면에 이재명 후보의 관훈토론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관훈토론회 불참을 선언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관훈클럽 관계자, “이재명 후보와 일정 조율 중...12일과 15일 대관까지 한 상태”

이는 ‘미묘한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7일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최종 대통령 선거 후보로 확정되었다. 4월 27일 수도권·강원·제주 지역 순회 경선을 끝으로 경선 일정이 마무리됐으며, 이재명 후보는 전체 투표에서 약 89.77%의 득표율을 기록해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이튿날인 4월 28일, 이재명 후보는 공식 후보로 선출된 뒤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며 대선 후보로서의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김문수 후보는 후보로 확정된지 이틀만에 관훈토론회 일정을 잡았는데, 이재명 후보는 1주일 전에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후보의 관훈토론회 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펜앤마이크는 5일 관훈클럽 관계자와의 통화를 통해 이 후보의 관훈클럽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관훈클럽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와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 현재 12일과 15일 대관까지 한 상태인데, 아직 이재명 후보 쪽에서 일정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 관훈토론회 참석이 미지수라고 쓴다면 오보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받는 이재명, 패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부담?

 

관훈클럽 토론회는 언론 패널들의 날카로운 질의로 유명하다. 최근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과 관련해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선고받은 이재명 후보가 이와 관련한 언론 패널들의 질의를 의식해 불참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문수 후보나 한덕수 후보 등에 비해서 ‘사법리스크’가 많은 이재명 후보가 중견 언론인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특히 대법원이 지난 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선고함에 따라 이 후보는 곤경에 처하게 됐다. 더욱이 대선일 이전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점쳐지는 서울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5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대선 이후의 대법원 재항고심까지 가야 최종적인 사법적인 판단이 내려지겠지만, 역대 유력 대선 후보 중에서 이 후보처럼 피선거권 박탈과 직결된 재판을 받으면서 대선에 출마했던 인물은 없다. 초유의 사태인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의 대원칙인 3권분립의 관점에서 보면, 이재명 후보는 ‘후보 자격 논란’에 처해있는 셈이다. 관훈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이러한 사법리스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경우, 중도층 표심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대선 승리를 확신하고 있어, ‘부담스러운’ 관훈클럽 토론회를 무시해도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관훈클럽은 1957년 1월 11일 언론의 자유 신장과 언론인의 공동이익, 친목, 신문의 발전을 목적으로 창립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중견 언론인 단체이다. 창립 초기에는 젊은 일선 기자들의 모임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중견 언론인들의 연구·친목 단체로 성장해 현재는 1,000여 명의 전·현직 언론인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관훈토론회의 역사와 이재명의 트라우마

관훈클럽의 주요 활동 중 ‘관훈토론회’는 정치·경제·사회 각계 주요 인사를 초청해 공개적으로 질의와 토론을 벌이는 행사로 정평이 나 있다. 토론회는 1980년 ‘서울의 봄’ 때 김종필·김영삼·김대중 등 ‘3김’을 차례로 초청하며 국민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1987년 대통령선거 때 김대중·김영삼·김종필·노태우 등 ‘1노 3김’ 대통령후보들의 관훈토론회가 TV를 통해 방영되며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그 후 대통령 선거 때마다 주요 대통령 후보는 빠짐없이 거의 모두 관훈토론회에 나왔다. 따라서 대통령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는 대통령 후보를 철저하게 검증하는 중요한 통과의례로 정착됐다.

이재명 후보 역시 2022년 대선에서는 관훈토론회에 참석했다. 2022년 대선을 앞둔 2021년 11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기본소득, 대북정책, 미중 외교, 한미일 군사동맹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 질문이 집중되어 사실상 '청문회'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 후보는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 "내가 무슨 문제가 있느냐. '직원을 잘못 관리했다, 100% 유능하지 못했다'는 지적 외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반문하며 자신의 결백을 강조했다. 또한 당시 윤석열 후보가 제안한 '동시 특검'에 대해 "수사권 쇼핑을 위한 꼼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이재명 후보의 발언과 강경한 태도는 큰 이슈가 되었다. 따라서 당시의 좋지 못했던 기억으로 인해 이 후보가 관훈토론회 참석을 꺼리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양준서 202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