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경재

북한군 러시아 파병, 어떻게 볼 것인가

서석천 2025. 6. 30. 04:43

“한국군이 유사시 북한군을 쉽게 제압할 수 없는 상황 됐다”

⊙ “러시아가 한국군 北進 가로막는 역할 할 것”
⊙ 국방부 고위당국자, “우크라에 155mm 포탄 지원은 사실상 힘들어”
⊙ “핵무기에 이어 전투 경험까지 더하는 것”
⊙ 러·북 조약,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없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 담겨
⊙ “북한 핵보유국 선언 후 러시아가 핵잠수함을 ‘리스(임대)’해 줄 수도”
⊙ “한국군 군사전략, 수세(守勢)에서 공세(攻勢)로 바꿔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지난 6월 19일 북한 평양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어느 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상호 지원을 제공하는 ‘유사시 상호 지원’ 조항도 포함됐다. 사진=뉴시스/AP
  
야간투시경 등 현대전 장비로 무장한 북한군이 열병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국가정보원은 11월 13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지난 2주간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해 전장에 배치를 완료했고, 이미 전투에 참여 중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2023년 8월 이후 현재까지 북한이 70여 차례에 걸쳐 컨테이너 1만3000 개 이상 분량의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 살상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2022년 2월 24일 발발)이 993일 차(2024년 11월 13일 기준)를 맞았다. 고착된 전선에서 양측은 소모전을 하고 있다. 국력만 놓고 보면 우크라이나가 불리하다. 여기에 지난 11월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선 “취임 첫날 종전(終戰)하도록 하겠다”고 밝혀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됐다.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은 러시아군에게 점령당한 상태다. 국토의 20%에 해당한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8월 러시아 중서부에 있는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를 공격해 일부를 확보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전선을 유지하기 위한 병력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서방의 지원과 관심은 줄고 있다.
 
 
  우, 러시아 기술로 만든 천궁–2 지원 요청
 
  우크라이나는 한국에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천궁–2를 비롯해 155mm 포탄을 지원해 달라는 입장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방공망이 상당 부분 붕괴됐다. 미국도 생산에 차질이 있어 더는 ‘PAC–3(패트리엇)’를 제공하기 어렵다.
 
  문제는 한국이 천궁–2를 지원할 때 운영요원도 현지에 파견해야 한다는 것. 이는 곧 파병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 또 러시아가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응하고자 북한에 최신 무기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S–400(이동식 지대공미사일)이나 Su–35 전투기 등이 있다. 북한이 방공망을 개편(改編)하면 우리 공군의 제공권 장악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한국이 자랑하는 K2 전차와 현무 미사일, 천궁, 신궁(휴대용 지대공미사일) 등은 러시아가 개발한 무기를 기반으로 한국이 만든 작품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불쾌할 수 있다.
 
  북한은 파병에 앞서 다양한 방식으로 러시아와 협력해 왔다. 122mm와 152mm 포탄 등을 지원한 데 이어 KN–23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각종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해 왔다. 여기에 북한 기술자도 현지에 파견해 실전 사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무기 성능 개량에 활용하고 있다. 이제는 실제 전장에 병력을 투입해 실전 경험까지 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북한군 파병 목적을 ▲외화벌이 통한 김정은 통치자금 확보 ▲대(對)러 협력 통한 첨단 군사기술 확보 ▲실전 경험 통한 북한군 현대화·정예화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군사 개입 여건 조성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 재정립 등을 꼽는다.
 
 
  러시아, 적극적으로 北 체제 보장
 
2023년 9월 15일 북한 김정은이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주에 있는 유리 가가린 전투기 생산공장을 참관했다. 6·25전쟁 당시 소련은 전투기 조종사를 파견해 유엔군의 공군 활동에 맞섰다. 사진=뉴시스/AP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두진호 박사는 “북한은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 파병을 계기로 정치외교·경제·군사 등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실익(實益)을 창출할 수 있다”며 “대규모 파병 대가로 러시아는 북한에 ‘안보 우산’을 확약하고 필요시 전략적·선택적 확장억제를 제공해 체제를 보장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의 책임 있는 당사자로 국제무대에 등장해 전략적 지위 상승 국면을 활용하며 미국과 핵 군축 협상 및 단계적 제재 해제 등 정치적·경제적 실익을 도모할 것”이라고 했다.
 
  두 실장의 분석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번 파병으로 최소 7000억원 이상의 통치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부수적 효과를 더하면 최소 1조원 이상의 가치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2만 명×(월급 300만원+참전수당 150만원)×12개월×0.85+(군사기술 잠재적 가치)=최소 1조원+@]
 
  0.85는 북한 당국이 해외 파견 노동자가 벌어들인 수입의 80~90%를 징수하는 관행을 적용한 값이다.
 
  《월간조선》은 지난 11월호에서 우크라이나 국방부 국제협력관실 소속 페트로 야첸코(46) 소령을 인터뷰했다. 지난 9월 말에 가진 인터뷰 당시 페트로 소령은 “대규모 무기 지원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북한군이 파병되거나 개입했다는 내용까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군 파병이 인터뷰 후 10월 초부터 본격화됐음을 추측할 수 있다.
 
 
  북한군 1만1000~1만3000명 파병
 
  현재 우리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군 파병 규모를 1만1000~1만3000명 선으로 추산한다. 이 중 3000명가량이 이미 전선으로 이동했으며 일부는 이미 전투를 치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언론은 북한군에서 사상자가 나왔다고 보도하지만, 현재까지 북한군의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과 함께 인터넷에는 사살된 북한군에게서 발견됐다고 주장하는 ‘조선인민군 신분증’ 사진이 돌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에게 물으니 이 관계자는 “(신분증은) 사실로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자국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하며 전방위에서 인지전(認知戰)을 펴고 있다.
 
  북한군이 본격적으로 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현지 적응, 재교육 등을 거쳐 3~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경운 국방부 자문위원은 “언론에 보도된 북한군 규모, 러시아군이 북한군에게 제공한 무기 체계, 우크라이나 국방부장관의 발언, 전장 환경과 전투 행태를 고려할 때 북한군은 특정 지역에 여단 규모로 배치돼 대대급(500명) 수준에서 러시아 지상군과 연합작전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부장관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4~5개 지역에 총 1만5000명 규모로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각 지역에는 약 3000명 규모의 여단급 부대가 배치되고 각 여단은 약 600명 규모의 대대 4개와 이를 지원하는 부대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에 파견된 북한군은 제11군단(폭풍군단) 소속이다. 경보병, 저격병, 항공육전병 등으로 편성돼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특공부대에 해당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특수작전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에 대해 정 자문위원은 “북한군은 전통적인 보병 전술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군의 작전 방식은 특수부대와는 무관하다”며 “북한군에게 지급된 개인화기, 기관총, 박격포 등은 전통적인 보병 기본 장비다. 보병 대대급 이하 수준에서 운용된다”고 했다.
 
 
  “러·북 조약, 군사동맹의 명백한 복원”
 
  지난 11월 9일(현지 시각)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 쌍방 중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상호방위조약(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이하 러·북 조약)’에 서명했다. 소련 해체 이후 1996년 폐기된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부활한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자동개입 조항은 없다.
 
  러시아 국방무관을 지낸 김규철 박사는 러·북 조약으로 러시아가 1990년대 중반 이후 30년간 유지한 ‘한반도 균형정책’의 무게추가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한러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규정했으나 이를 조약이 아닌 공동성명 수준으로만 채택하는 데 그쳤다고 했다.
 
  김 박사는 “특히 조약 제4조는 체약국(締約國) 중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타방은 유엔헌장과 양국의 법에 준해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기타 원조를 제공하도록 규정했다”며 “이는 군사동맹의 명백한 복원”이라고 했다. 또 “제3조에는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를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협상 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한다’고 돼 있다. 이는 동일한 위협 인식을 갖고 공동으로 대처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소위 ‘가치 외교’에 근거해 러시아를 적대시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우회 지원, 러시아의 적성국인 폴란드에 대한 무기 수출 등을 러시아는 자국에 실질적 위협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대응하고자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도 했다.
 
 
  “이름만 폭풍군단, 순전히 알보병부대”
 
  러시아 총참모대(우리의 국방대)에서 공부해 동유럽 사정에 밝은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은 “전투 일선에 투입돼 전장을 체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이를 경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북한군이 러시아군의 통제를 받지 않고 일선에서 독자적, 주도적으로 작전을 기획하고 수행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러시아군의 예비대, 경계 보초 병력에 그치면 북한군도 크게 배우는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독자적으로 부대를 편성하고 작전 구역을 맡아 실제 전투를 치러야 전략·작전·전투기술 등 여러 차원에서 배우고 경험합니다. 하지만 현재 파병된 북한군에는 전차나 장갑차와 같은 기계화 병력이 편성돼 있지 않습니다. 이름만 폭풍군단이지 순전히 (총알받이) 알보병부대입니다. 일단 북한군이 어디서 어떻게 싸울지를 좀 더 지켜봐야 무얼 배운다, 배우지 못한다를 말할 수 있습니다.”
 
  주 소장은 이번 러·북 조약이 한국군과 미군의 북진(北進)을 가로막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어떤 사태가 벌어지면 한미연합군과 유엔군이 북진해 올라갑니다만, 한국군과 달리 미군과 유엔군은 어느 선 이상은 넘지 못할 겁니다. 그 이북(以北)은 한국군의 영역이죠. 문제는 밀착된 중·러·북 관계 때문에 한국군이 북한군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군과도 접촉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는 점입니다.”
 
  주 소장은 “이번 북한군 파병을 계기로 한국군의 군사전략을 수세(守勢)에서 공세(攻勢) 중심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한국의 수세적 전략을 만만하게 보니 대량의 탄약과 병력을 지원한다는 의미다. 또 현대전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전훈(戰訓·전쟁교훈)을 도출하기 위해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 참관단 파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성은 현역 군인이나 공무원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민간이 주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투 경험이 계급보다 중요”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이번 전쟁의 결과는 한반도에도 영향을 끼친다”며 “남의 나라 전쟁이 아니다. 한국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의료나 시설 복구 등 인도적 지원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는 것은 두 번째 문제입니다. 김정은이 자기 군대를 죽을 게 뻔한데도 저렇게 보내는 것은 그만큼 얻을 게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자기들이 만든 무기도 시험하며 새로운 전쟁에 적응하려고 할 겁니다. 핵무기에 이어 전투 경험까지 더하는 겁니다.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실전 경험입니다. 베트남전에서 나는 전투 경험이 계급보다 중요하다는 걸 몸소 체험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라크 파병을 두고 고민이 많았지만, 대통령에게 ‘(정부가 주창하는) 자주국방을 하려면 전투 경험이 필요하다’고 설득해 파병을 밀어붙였습니다.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전투병을 파병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크라이나를 도울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다면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 전 원장은 야당이 현지에 참관단 파견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참관단을 보낼지 말지는 군사적인 필요성을 근거로 해야 한다. 이를 정쟁화해선 안 된다”며 “과거에도 다른 나라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이를 보고 배워 실력을 키웠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돕지 않으면 나중에 한국이 위험에 빠졌을 때 세계가 우리를 도와주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김병주도 전훈분석단 출신
 
 
민주당은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군대장) 출신 김병주 의원이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포병 출신인 김 의원도 전훈분석 임무를 했다. 2003년 우리 정부는 이라크전 파병 문제로 국내에서 정치적 논란이 되자 전훈분석단이라는 명칭 대신 ‘파병협조단’이라는 이름으로 전훈분석단을 파견했기 때문이다. 이때 김병주 의원이 파견돼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중부사령부에서 전훈분석 임무를 맡았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은 ‘협조단’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은 전훈분석단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전방 28사단 교육훈련참모(중령) 시절 한국군의 이라크전 전훈분석단 파견 이야기를 듣고는 참모 임기도 끝내지 않은 채 미국 중부사령부로 떠났다. 당시 교훈참모였던 자신이 포병병과 동기들보다 보직 우선순위상 앞으로 계속 뒤처지겠다고 생각해 전훈분석단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향후 진급에 유리한 위치를 갖기 위한 목적이었다.
 
  앞서 김 의원은 28사단 포병대대장을 마친 뒤 포병여단 작전참모로 가길 원했으나 포병 동기에게 밀려 갈 곳이 없는 상태였다. 이에 당시 Y모 사단장이 김 의원을 배려해 사단 교훈참모에 앉혀놓은 것이었다. 보직 없는 군인을 Y모 사단장이 구제해 줬지만 김병주 중령은 교훈참모 임기(1년)도 끝내지 않고 약 4개월 만에 다시 자리를 옮겼다. 사단장은 반대할 수도 있었으나 김 의원의 미래를 배려해 큰 결단을 내렸다. 당시 사단은 후임 보직자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김병주 중령을 전훈분석단으로 선발했던 K모 장군은 “전훈분석팀이 꼭 전투 현장에 있을 필요는 없다. 김 의원은 미 중부사령부에서 전훈분석을 했다”고 했다.
 
  이 시점은 우리 정부의 자이툰 부대 파병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이었다. 김 의원은 현역 중령으로서 국회 동의 없이 파견(파병)된 것이다. 이름만 협조단이었을 뿐 임무는 전훈분석이었다. 김병주 의원은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니 인제 와서는 말을 바꾸고 있다.
 
  “북한군, 전쟁 지속 능력 확보”
 
지난 7월 육군 6사단이 강원도 인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TCT)에서 실시한 한·미·UAE 3국 최초 연합 KCTC 훈련에서 연합전투단의 한·미 장병들이 산악 지역 수색정찰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KTCT 참여를 통한 간접 실전 경험이 우리 안보 환경에선 최선이라고 말한다. 사진=육군
  구원근 전 육군동원전력사령관은 예비병력·동원 분야 전문가다. 구 전 사령관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라며 “파병을 계기로 한국군이 유사시 북한군을 쉽게 제압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파병돼 오랫동안 복무한 것이 전후(戰後)에도 전투력을 유지하는 데 상당히 기여했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러시아 파병 경험을 계기로 높아진 전투력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겁니다. 그간 ‘북한은 오랫동안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고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파병 대가로 전쟁 지속 능력을 확보하게 됐죠. 또 유류와 식량, 각종 장비 등을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을 겁니다. 동원 입장에선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제 북한을 쉽게 제압할 수 없게 됐습니다. 지금까지는 북한군이 가진 장비나 물자에 맞춰 대응하는 노력을 했다면 이제는 러시아제 물자와 장비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현역뿐만 아니라 예비군까지도 엄청난 파급이 생길 겁니다.”
 
  구 전 사령관은 “북한군의 실전 경험은 유사시 한국군에게 적용될 것”이라며 “북한군이 어떤 교육을 받고 파견되는지, 러시아에선 북한군에게 어떤 교육을 하는지 파악한 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전 사령관은 한국군의 부족한 실전 경험을 만회하기 위해 예비군을 대상으로 KCTC(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 훈련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을지훈련에서 비상대비계획 연습해야”
 
  전시(戰時)를 대비하는 민관군(民官軍) 차원의 비상계획은 충분할까? 유사시 민관군 협력 실무를 담당하는 직책으로 ‘비상계획관’이 있다. 정부는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기습 시도를 계기로 비상대비계획인 ‘충무계획’을 세웠다. 비상계획관은 충무계획에 근거하는데 주로 군에서 복무한 뒤 전역한 이들이다. 정부 기관이나 기업 등에 채용돼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활동한다. 자동차 생산업체에 파견된 비상계획관은 유사시 공장에서 군수물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조하며 대응한다.
 
  이정곤(예비역 소령) 충북교육청 비상계획관은 중국의 국가전략을 담은 《초한전(超限戰)》을 한국어로 완역한 바 있다. 이 비상계획관은 “우·러 전쟁을 계기로 비상대비 업무에 전문성을 가진 이를 비상대비계획 실무자로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비상대비 업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이와 관련한 내용에 정통한 이가 없습니다. 국방비서관은 현역 장군으로 비군사 분야, 정부 조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비상대비 업무는 국방보다 상위 단계입니다. 비상대비계획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민간 분야 기술과 인력을 유사시 적극 수용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비상계획관을 활용해 미래 전쟁에 대비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민관군을 통합시키는 역할이 필요하죠. 부처별로 전시 각 기관의 임무와 역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을지훈련을 실효성 있게 해야 합니다.”
 
  한국산 무기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2년부터는 방위산업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한편에선 방산 수출을 두고 ‘한국군에 우선 배치돼야 할 무기가 수출하는 데 먼저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폴란드에 수출한 K2, FA–50 등이 그 사례다.
 
 
  “K–방산, 정치 선전 도구로 악용하면 안 돼”
 
  송방원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는 “한국군이 현재 보유한 무기를 수명 연장해 활용해도 전투력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무기 수출 때문에 전력 보강이 늦춰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대비 태세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런 식으로 수출을 우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연간 155mm 포탄 생산량은 약 250만 발이다. 전시를 대비한 우리 군의 포탄, 탄약 비축량은 부족함이 없을까?
 
  송 교수는 “전쟁이 장기화해 휴전선에서 치열한 소모전이 계속되면 포탄과 탄약이 부족할 수 있다. 그때는 현재 생산량으로는 부족하다”면서도 “유사시에는 우방국에서 탄을 대여하거나 급히 구매해 올 수 있기에 큰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드론의 활약상이 강조되고 있지만 살상력이 강한 무기체계는 재래식 전력”이라면서도 “우리 군이 보유한 개별 무기는 강력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지휘체계 통신망은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기 체계에 대한 후속 군수지원을 유사시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 둬야 한다. 지금은 짧은 기간 훈련하는 것으로 갈음하는 식이었다. 이를 보완해 재래식 전력 운영에 완전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송 교수는 K–방산의 성과의 전망을 과장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우리나라 방산 수출은 우·러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최고치를 기록한 뒤로 답보 상태다. 여기저기 수출될 것인 양 언론에 오르내리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계약까지 이른 사례가 적다는 의미다.
 
 
  “북한, 핵잠수함 건조는 불가능”
 
지난 6월 19일 러·북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협정서가 서명된 날 러시아에서 열린 방산전시회장에서 북한 해군 간부가 러시아 잠수함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일부에선 러시아가 북한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지원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잠수함연구소(경남 김해)를 운영하는 최일(예비역 대령, 초대 손원일함 함장) 소장은 “북한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잠수함은 기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산업 인프라(기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러시아 전략핵잠수함이 북한 마양도와 같은 곳에서 북한 잠수함과 연합훈련을 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라며 “이 단계에서 더 발전한다면 북한이 핵보유국을 선언하고 러시아가 이를 지지하는 형태로 핵잠수함을 ‘리스(임대)’해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인도는 러시아(당시 소련)로부터 핵추진잠수함을 임대해 운영했다. ▲INS Chakra(K–43, 1988년) ▲INS Chakra(K–152 Nerpa, 2012년)에 이어 2019년에도 Chakra III 도입을 위한 임대계약을 체결했으나 2022년 우·러 전쟁이 발발한 후 진척이 없는 상태다.
 
  최 소장은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관계 때문에 섣불리 핵추진잠수함 건조 기술을 북한에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러시아가 북한 해군 승조원을 교육하거나 양국 해군이 연합훈련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한국과 그 동맹국에는 큰 위협이 된다.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우리 사회가 러시아의 대북(對北) 군사기술 지원을 부풀리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무기’를 러시아가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걱정 섞인 과장이다.
 
 
  “한국, 北의 저강도 드론 도발에 효과적 대응 수단 없어”
 
러시아가 이란과 협력해 만든 샤헤드 136 자폭 드론 생산공장. 샤헤드 136은 이란이 개발했다. 전문가들은 자폭 드론 일부가 인천국제공항이나 서울 일부 지역을 공격하면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진=X(구 트위터)
  사회주의 과학기술을 공부한 이춘근 박사는 우크라이나 정보부장이 ‘러시아가 북한에 저(低)위력 전술핵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을 제공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북한이 위와 같은 능력을 보유하면 한국에는 큰 위협이 된다”면서도 “‘기술’이라는 말에 한계가 있다. 북한은 기술만으로는 실현할 수 없는 열악한 제반 여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의 설명이다.
 
  “무기체계 지원은 기술과 소재·부품·장비가 함께해야 진정한 효력을 발휘합니다. 이에는 상당한 물동량과 운송이 필요하죠. 북한과 러시아 간에 어떤 물품이 어디서 얼마나 오가는지 주목해야 합니다. 북한이 컨테이너로 포탄과 미사일을 실어 나르고 러시아가 컨테이너나 운반 용기를 북한에 반환할 때 그 안에 무엇이 실려 어디로 가는지를 봐야 합니다. 북한이 자체 소재와 부품만으로는 생산·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이를 통해 러시아 무기체계와의 호환성 확보와 북한 무기체계의 성능 개선, 생산성 확대, 취약 분야의 기반 구축과 도약 등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미사일 항법·유도체제 개선과 내열 소재 공급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베트남전 참전에서 무엇을 얻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짐작이 갈 것입니다.”
 
  방공병과 예비역 준장인 A씨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드론과 그 기술, 운용법을 들여오면 한국에는 큰 위협이 된다. 특히 민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첨단 방공망을 자랑하는 이스라엘도 하마스 습격 당시 방공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마스가 재래식 전력과 드론 등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죠. 드론은 값이 싸지만 이를 방어하는 무기체계는 값비쌉니다. 북한이 이른바 ‘섞어쏘기’ 방식으로 우리 방공전력을 소진한 후 도발을 이어간다면 수도 서울이 안전할까요? 당장 북한이 GPS 전파 교란만 해도 인천공항에서 비행기가 오르내리지 못합니다. 현행 방공체계로는 드론을 대비하는 데 상당한 한계가 있습니다. 북한이 출발지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무인기 여러 대를 띄워 인천공항과 서울을 공격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우리 군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습니까? 도발 강도는 약할지 몰라도 한국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드론은 도발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생각하기에 이를 보복하기 위한 방식도 까다롭습니다.”
 
  전 국방부 장관 B씨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관찰해 가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 역시 “북한이 파병했으니 북·러 조약에 따라 러시아군도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다. 이게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방부, “대리전에 휘말리지 않도록 고심 중”
 
  B씨는 전시 대비 포탄·탄약 비축과 방산 수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으로) 한국군 비축량이 문제 된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빈 만큼 미국이나 유엔사를 통해 조달하면 되기에 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방산 수출을 할 때 딜레마가 있습니다. 우리도 실전 배치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방산 수입국에서 ‘무기를 빨리 보내달라’고 요구할 때입니다. 국방부와 합참이 의사 결정을 합니다. 군 당국은 ‘당연히 안 된다’고 밝히지만, 정부 입장은 다를 수 있죠.”
 
  지난 10월 25일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155mm 포탄 지원은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살상력이 우수한 재래식 수단이기 때문이다. 북한군 파병이 공개된 후 대통령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조하던 시점이다. 이 관계자는 “상황마다 그에 걸맞은 지원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대리전(代理戰)에 휘말리지 않도록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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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3년, 방한한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말하는 러-우 전쟁과 향후 전망

“북한 용병들, 빠르게 전술 익히고 있어… 2000명 추가 파병”

 
⊙ 나토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 내정자 알료나 헤트만추크 등 방한
⊙ “北 미사일, 실전 거치며 정확도 대폭 향상(오차 1500m→200m)”
⊙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협상안’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도 중대한 위협”
⊙ “러시아가 승리하면 다음 차례는 유럽”
⊙ “유럽 국가, 평화강제군 편성해 우크라이나에 파병해야”
⊙ “유럽, 돈은 많지만 방산 생산 기반 없어… 한국이 대안”
⊙ “러시아 입장에서 평화협정은 빨라도 좋고, 늦어도 좋아”(김규철 전 주러 한국대사관 국방무관)
⊙ 미어샤이머, “미군 철군하면 나토 유명무실해져”
2024년 5월 1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독립광장에서 한 여성이 수많은 우크라이나 국기들을 바라보며 눈물 짓고 있다. 사진=조선DB
  지난 3월 11일(현지시각)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회담을 열고, 30일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휴전하는 데 합의했다.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이면 3년간 이어진 전쟁이 잠시나마 멈출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28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는 ‘광물 협정’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약 50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두 정상은 40분 동안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미국은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강조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시아 간 직접 대화에 불만을 나타냈다.
 
  회담 종료 10분을 앞두고 분위기가 바뀌었다. 배석한 J.D. 밴스 부통령은 외교적 관례를 깨고는 두 정상의 대화에 끼어들어 “지금 우리는 당신 나라의 파괴를 멈출 수 있는 외교적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밴스 부통령은 그동안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방한한 우크라이나 민관대표단
 
  지난 2월 24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년째 되는 날이었다. 일부에서는 2014년 4월 12일부터 2015년 2월 15일까지 이어진 ‘돈바스 전쟁’을 ‘1차 전쟁’,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2차 전쟁’으로 구분하며, 전쟁이 11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서방에서는 2차 전쟁을 ‘대규모 침공(full-scale invasion)’이라고 표현한다.
 
  전쟁 발발 3년을 맞아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민관(民官)대표단이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했다. 대표단은 나토(NATO)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로 내정된 알료나 헤트만추크(Alyona Getmanchuk, 뉴유럽센터 설립자 겸 대표), 나탈리야 부티르스카(Nataliya Butyrska, 뉴유럽센터 선임 연구위원), 미하일로 곤차르(Mykhailo Gonchar, 글로벌 연구 전략 XXI 센터 창립자 겸 회장), 레오 리트라(Leonid Litra) 등으로 구성됐다.
 
  대표단을 이끈 알료나는 우크라이나 독립 싱크탱크인 뉴유럽센터(New Europe Center)의 설립자다. 그는 27년 전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준비했으나,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IMF 사태)로 인해 계획이 무산되며 한국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나탈리야 부티르스카는 한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으며,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어 교사로도 활동한 바 있다.
 
  대표단은 세종연구소, 한국국방연구원(KIDA) 등 주요 싱크탱크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전황을 공유했다. 또한 한국 측 인사들과 만나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방안 및 한국-우크라이나-유럽 국가 간 협력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전쟁은 11년 전부터 시작”
 
  미하일로는 이번 전쟁이 11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전쟁은 2014년부터 시작됐습니다. 크렘린(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를 분열시키는 것이었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에서 ‘노보로시야(Novorossiya, 신러시아)’라는 개념을 만들어 크름반도처럼 러시아에 합병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회의 강한 저항으로 계획이 무산됐죠. 이후 러시아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하이브리드전 전략을 펼쳤지만 이마저도 실패했고, 결국 2022년 전면 침공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러시아가 해상 봉쇄 작전과 기반 시설 공격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핵심 시설을 점령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특수부대와 드론을 활용해 이를 저지하면서 2023년 중반 이후 러시아 해군의 우크라이나 항구 봉쇄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미하일로는 “적이 해상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막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역시 해안 방어 체계, 해상 드론 운용 능력, 기뢰 및 대잠(對潛) 방어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방문 목적은 무엇입니까.
 
  알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년째를 맞아 전쟁의 전개 상황을 한국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러시아는 이란, 북한, 중국의 지원을 받아 전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가 러시아를 돕지 않았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권위주의 국가들은 점점 더 강하게 결속하는 반면, 서방(미국과 유럽 등)은 의견 불일치를 보이며 결속력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 어떤 논의가 오갔습니까.
 
  알료나: “우크라이나와 한국의 안보가 어떤 상호 연관성을 갖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자유를 사랑하는 자유 진영의 국민으로서 양국이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죠. 또한 한국이 6·25 전쟁 이후 어떻게 전후 복구를 이뤘는지 배우고자 했습니다.”
 
 
  “북한군 전장 경험은 北 군사력 강화로 이어져”
 
  — 한국의 지원을 어떻게 이끌어낼 계획입니까.
 
  알료나: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상호 호혜적 관계가 되길 희망합니다. 지금은 양국이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고 공통점을 찾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 북한은 러시아를 어떻게 돕고 있습니까.
 
  알료나: “북한의 개입은 단순한 군수 물자 제공을 넘어 전장에서 실전 경험을 쌓으며 미사일 성능을 개량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초기에는 정확도가 낮았던 북한 미사일이 점점 더 정밀해지고 있죠.”
 
  — 북한군도 전장에 투입됐습니다.
 
  알료나: “북한 용병들은 처음에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전투에 투입됐지만, 빠르게 전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우리가 확보한 정보에 따르면 약 2000명이 추가로 파병될 예정입니다.”
 
  레오: “북한군의 전장 경험은 결국 북한의 군사력 강화로 이어집니다. 북한은 전쟁을 통해 드론(무인기) 운용법과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어, 이는 한국에도 위협이 됩니다.”
 
  — 북한제 미사일의 성능이 개선됐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나탈리야: “초기에는 명중 오차가 500~1500m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훨씬 정밀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오차가 100~200m 수준으로 줄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 중국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알료나: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 승리를 돕지는 않겠지만, 패배하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을 것입니다.”
 
  미하일로: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재정적 기반은 석유 수출입니다. 중국은 카자흐스탄이나 홍콩 등을 경유해 반도체와 첨단 기술 제품을 러시아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크름반도 점령 이후 러시아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불공정한 평화’ 절대 받아들여선 안 돼”
 
  —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알료나: “현재 군사적, 외교적 대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군사적으로는 지속적인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북한군까지 전장에 투입돼 러시아의 쿠르스크 수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외교적으로도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상황입니다.”
 
  나탈리야: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우크라이나 협상안’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도 중대한 위협이 됩니다. 이 협상안은 푸틴과 러시아에 유리한 양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 ‘불공정한 평화’를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대표단은 트럼프와 푸틴 간의 직접 협상 방식에 우려를 표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축소해 전쟁을 조기 종결하려는 기조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후(戰後) 외교 구상을 고민하는 분위기였다. 대표단은 미국이 담보하는 안전 보장을 최선의 방안으로 여기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대신 유럽연합(EU) 국가들이 협력해 우크라이나 지원과 안전 보장을 지속하길 희망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이 적극 개입한다는 보장은 없다. 러시아를 유럽의 주요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과 우크라이나에 직접 군대를 파견하는 문제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자국의 이익을 고려해 직접적인 개입을 자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레오는 위와 같은 판단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독립이 아니라 강력한 안전 보장입니다. 완전한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미국이 한국에 제공했던 안전 보장을 우크라이나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는 답을 듣게 됩니다. 한국과 같이 (미국이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이) 단순히 국토를 분단하는 것이라면 우리에게 실질적인 의미가 있을까요?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면 유럽은 미래의 전쟁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한다면 다음 차례는 유럽입니다. 제가 유럽의 핵심 정책 결정권자라면, 러시아를 저지하고 우크라이나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EU 가입을 논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안전 보장이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EU에 가입하기 어려울 겁니다. 유럽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이 아니라 ‘평화강제군(Peace Enforcement Force)’을 배치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우크라이나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를 보장할 핵심이 될 겁니다.”
 
 
  “유럽군은 과도기적인 선택에 불과”
 
2024년 5월 15일 오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독립광장에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전사자들의 이름이 적힌 우크라이나 국기들이 꽂혀 있다. 사진=조선DB
  알료나는 “‘러시아에 과민 반응하는 건 아닐까’ ‘푸틴은 우크라이나에만 집착할 뿐 그곳에서 멈출 것이다’와 같이 러시아의 전쟁 목표를 과소평가하고 이 전쟁이 우크라이나만의 문제라는 식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2022년 전면 침공 초기에는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충분한 무기를 제공, 우크라이나가 붕괴를 피할 만큼은 지원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지나치게 성공해 러시아를 완전히 패배시키는 것은 원치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원이 축소되는 경향까지 있었다”고 했다.
 
  대표단은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위해 유럽군의 역할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의 군대가 ‘평화유지군’으로 우크라이나에 파견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유럽군의 역할은 과도기적 선택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나토 가입이 우크라이나의 최우선 목표다. 나토 가입이 가장 신뢰할 수 있고, 가장 효과적이며, 가장 경제적인 안전 보장책”이라고 했다.
 
  레오 리트라는 “우크라이나는 늘 ‘운이 나쁘다’고 표현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러시아를 이웃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에겐 이런 구호가 있어요. ‘러시아를 다시 작게 만들자(make Russia small again).’ 독립을 되찾은 후 우리는 줄곧 운이 나빴습니다.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핵무기를 포기했지만, 그것이 우리 영토 보전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독립은 유지했지만 영토 보전은 지켜지지 않았죠. 이후 우리는 민스크 협정을 통해 러시아와 186차례 협상을 했지만, 모든 휴전이 러시아에 의해 위반됐습니다. 이런 협상이 의미가 있을까요? (공습경보가 울리면) 여섯 살짜리 제 딸이 ‘이건 탄도미사일이에요? 드론이에요? 우리가 대피소로 가야 하나요?’라고 묻습니다. 정말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추진했기 때문에 시작됐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터무니없다. 오히려 전쟁이 발생한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나토와 함께 평화를 찾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실전 경험 한국과 공유 가능”
 
  우크라이나는 한국과의 국방·안보 협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방한해 정부 고위 관계자와 만나고 방산 업체를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엄·탄핵 사태로 인해 관련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 신기술을 실시간으로 시험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전 경험, 특히 드론전과 현대전 전술을 한국과 공유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군이 실전에서 현대전을 학습하며 위협을 키우는 만큼,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협력도 가속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직접 지원하는 대신, 유럽 국가들과 방산 협력을 증진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은 자금은 있지만 무기 생산 기반이 부족하며, 이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는 한국의 유럽 방산 시장 진출을 촉진하고,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로부터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최근 유럽 의회는 방위력 개혁을 목표로 한 새로운 위원회를 신설했는데 우크라이나가 여기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는 한국이 유럽 방산 협력에 나설 기회를 제공한다. 유럽 국가들은 기술 발전, 생산 속도가 느린 반면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은 강화되고 있어 여기에 한국이 참여해 신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우크라이나는 한국과의 양자 협력뿐만 아니라 EU와의 삼각 협력도 추진하기를 원한다.
 
  국립외교원 전혜원 북미유럽연구부장은 “한국(언론)은 러시아를 비판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한국은 매우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끝낸다. 비용과 편익의 관점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한국은 ‘정의로운 전쟁에서 승리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정의로운 전쟁에서 승리하고, 전쟁의 승리자로서 명확한 입장을 가질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했다.
 
  전 부장은 유럽 국가를 상대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고 안전도 보장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국가) 이익과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유생역량 말살 목표”
 
  러시아에 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은 “한국 사회가 ‘도덕의 관점’에서 이번 전쟁을 바라보고 있다”며 “국가 전략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은 러시아가 유리하며 전쟁이 소모전으로 진행되는 것 역시 러시아의 의도라고 말한다.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국방무관을 지낸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 김규철 초빙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 언론은 러시아의 목표가 속전속결로 키이우를 점령하는 것이었으나 실패했다고 보도합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속전속결을 선호하지 않으며, 공식적으로 키이우 점령이나 친러시아 정권 수립을 목표로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실제 투입된 러시아군 규모를 보면, 키이우 지역에는 2만~3만 명 정도만 배치됐습니다. 이는 서울보다 큰 키이우를 점령하기에 불충분한 병력이며 혼란 유도 차원에 불과합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승리할 때 발트 3국을 넘어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합니다. ‘러시아가 침략적 속성을 갖고 어디든 침략할 것’이라는 주장은 루소포비아(러시아 혐오)에 근거한 판단입니다. 러시아는 소모전을 추구하며 우크라이나의 유생역량(有生力量) 말살을 목표로 합니다. 속전속결과 반대되는 전략으로,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약화시키는 과정이죠.
 
  장기전이 된 이유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작전 환경 변화 때문입니다. 2차 대전과 달리 시가전, 대도시, 공장지대에서 전투가 진행되고, 값싼 드론이 고가의 기동장비를 무력화(無力化)하는 상황이죠. 평화 협상은 미국에 달려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평화협정이 빠르게 체결되어도 좋고, 늦게 맺어져도 좋죠.
 
  한국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도덕의 시대가 아닌 마키아벨리의 시대에서 국익에 초점을 두고 전략적 차원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합니다.”
 
 
  “나토, 위상 추락 불가피”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을 쓴 공세적 현실주의자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 그는 지난 2월 28일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 의제였던 ‘광물 협정’에 대해 “영국, 프랑스, 우크라이나가 손을 잡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간접적으로) 안전 보장을 제공하도록 하는 함정을 파놓았다”고 했다.
 
  미어샤이머는 “이 광물 협정이 미국의 직접적인 안전 보장을 약속하지는 않더라도 우회적으로 안보를 보장하는 장치”라며 “협정의 제4조에 ‘핵심 자원의 공동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가 폴란드나 발트 3국까지 진출하지 않으리라 전망한다. 또 나토가 ‘형식’만 유지한 채 예전과는 다른 위상을 가질 것이라고 말한다.
 
  “전쟁이 지속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30~40%를 합병해 대러시아(Greater Russia)를 만들 겁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재앙입니다. 그럼에도 푸틴이 우크라이나 서부까지 점령하지 않는 이유는 이 지역이 강한 반러 민족주의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푸틴이 발트 3국, 폴란드, 루마니아 같은 나라를 침공하려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협상을 시도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요구를 대체로 수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유럽은 미국이 주도하는 협상에 따를 가능성이 높지만, 우크라이나를 협상에 참여시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나토는 이미 균열이 발생했으며, 트럼프가 대규모 철군을 단행하면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 있습니다. 유럽이 독자적으로 강력한 통합군을 창설하는 것도 어려우며, 미국이 지원을 중단하면 유럽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하지만 정치적으로 지속 가능할지는 불확실합니다.
 
  현재 유럽의 평화 계획은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하고 있고, 독일과 이탈리아는 미온적입니다. 젤렌스키는 선택지가 없으며, 트럼프는 러시아가 더 많은 영토를 점령하기 전에 신속한 합의를 해야 합니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불리한 협상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