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메네이 왜 살려뒀나
이란 군·정보 수뇌부 장군 10여 명만 제거
"더 강경한 아들의 승계 막으려고, 일부러 살려뒀다" 분석도
이스라엘 고위관리 "정치지도자는 제거 대상 아니지만...매일 침실 바꿔야 할 것"
이스라엘은 13일 이후 지금까지 10명 이상의 이란 군 수뇌부를 제거했다. 여기에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에 이어 이란군 지휘의 2인자인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과, 이란의 신정(神政)혁명을 수호하는 최고 권력 기구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호세인 살라미 사령관, IRGC의 정예부대로서 이란의 해외 군사공작을 지휘ㆍ조율하는 쿠드스(Quds)군 사령관 에스마일 카아니, IRGC의 정보 수장인 모하마드 카제미 등이 포함됐다. 카아니는 2020년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살해된 카셈 술레이마니의 뒤를 이은 인물이었다.
◇이스라엘, 제거된 장군들 계승 후보들에게 ‘지켜보고 있다’ 개인 메시지 발송
그뿐 아니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들 조직에서 살해된 수장(首長)의 뒤를 이을 후보들에게도 이미 ‘경고장’을 보냈다. 후보 장군들과 그들의 아내에게 전화하거나 문 앞에 서한을 놓는 방식으로 ‘지켜보고 있음’을 전했다. ‘우리는 당신이 어디 있고,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이런 참수(斬首) 작전에는 정작 이란의 정치ㆍ군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아야톨라(‘신의 사인’이란 뜻) 알리 하메네이(86)는 포함돼 있지 않다. 하메네이는 이란과 이라크 간 참혹했던 8년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89년 최고 지도자의 지위에 올랐다.

이스라엘의 공격 목적은 이스라엘을 타격할 수 있는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핵탄두 제조 능력 파괴와 더불어 이란의 ‘정권 교체’다. 그러나 ‘정권 교체’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취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5일 미국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정권 교체가 이스라엘 군사 공격의 일부냐”는 질문에 “이란 정권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정권 교체도 분명히 (작전의)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스라엘 내각의 국가안보보좌관인 차치 하네그비는 이스라엘의 첫 공격이 있은 뒤 이스라엘 TV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치 리더십을 겨냥하지 않는다. 그들을 살해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참수 대상은 지금까지는 이란 군ㆍ정보 당국의 최고 수뇌부 인사들과 미사일ㆍ핵 관련 주요 과학자들에 국한됐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과 CBS 방송은 미국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공격을 시작한 뒤 트럼프 행정부에 하메네이를 제거할 기회가 있다고 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not a good idea)’라며 이를 비토(veto)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러나 폭스 뉴스에 트럼프가 막았다는 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관련해서는 실제 있지도 않은 내용을 담은 많은 가짜 뉴스가 있다”며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것을 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CBS 방송에 “우리는 원칙적으로 정치 지도자들을 살해하지 않는다. 우리 초점은 핵과 군사 분야”라면서도 “핵·군사 관련 프로그램을 결정하는 내리는 사람이 아야톨라이므로, 그는 매일 침실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메네이 아들의 군부 지지 기반만 거세
이와 관련, 이슬람 정치 전문가인 카를로 J V 카로는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에 “이스라엘이 알리 하메네이를 살려둔 것은 의도적인 ‘전략적 모호성’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現) 이란 체제의 최고 정점에 있는 알리 하메네이를 ‘순교’시키는 것은 전장(戰場) 너머로 폭발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즈타바에겐 이란의 최고 지도자 직에 오르기에는 부족한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는 이란 내에서 ‘고위 성직자’로 인정받지 못하며, 이슬람 법률 해석(파트와)을 발표한 적도 없다. 이란이 따르는 시아파 이슬람에서 정통성은 수십 년 간의 학문적 업적과 동료 성직자들의 인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지, 세습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제거하면, 모즈타바의 권력 승계를 신속하게 정당화 시켜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하메네이가 ‘순교’하면 아들 모즈타바가 성스러운 후계자로 받아 들여지고, 여러 갈등을 겪는 이란 내 분파들이 그를 중심으로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아들 모즈타바의 핵심 지지 기반이자 이란의 공격 집행 능력을 쥐고 있는 군부 실세들은 제거하되, ‘정신적 구심점’인 하메네이를 건들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선택을 했다. 이스라엘 공격으로 제거된 이란혁명수비대의 수뇌부는 이란 사회에서 이단을 징계하고 교리를 수호ㆍ통제하며 신정 체제의 교리적 순응을 강제하는 실력자들이었다.
하메네이가 자연사할 때까지, 모즈타바는 체제를 통합하기엔 정통성이 부족하지만 충분한 보호를 받아 실각(失脚)하기도 어려워, 이란의 후계 구도는 지금의 ‘교리적 교착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카로는 “이스라엘은 모즈타바의 군사적 보호막을 제거하면서도 하메네이를 생존시켜 그 교착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무능한 이란 군 수뇌부, 왜 굳이 제거?’ 비판도
한편, 이스라엘의 성공적인 핵시설ㆍ미사일 기지 폭파 작전과는 달리, 이란 군 수뇌부 제거에 대해선 이견도 있다. 제거된 이란군 수뇌부는 가뜩이나 ‘비효율적’인 인물들이었는데, 유능한 새 지도부가 그 뒤를 이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특수전 장교 출신 군사 전문가인 팀 콜린스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드론 공격으로 노련하고 영리했던 카셈 술레이마니 쿠드스 사령관이 제거된 뒤, 말만 요란한 호세인 살라미가 뒤를 이었다”며 “그는 이번에 이스라엘에 제거되기 전까지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했다.
살라미는 이란군 참모총장 바그리, 참모차장 글로아말리 라시드와 함께 술레이마니 사후(死後) 경직화된 이란군 체제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제거됐으니, 새로운 군 지도부가 더 간접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에까지 보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1944년 버마(미얀마) 전선에서 영국 공군이 일본군 무타구치 렌야(牟田口 廉也) 중장의 사령부 좌표를 확보해 제거하려고 했을 때, 당시 영국군의 윌리엄 슬림 야전 사령관이 “절대로 안 된다. 그는 오히려 자산이다. 그를 책처럼 읽을 수 있는데”라고 막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무타구치는 극도의 무능함으로, 임팔(인도) 전투에서 대패하고 결국 버마를 내주게 된다.
이철민 기자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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