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작년 국회 시정연설 이어 신년회견서 "발전국가중 韓 경제적 최고 불평등" 가짜뉴스
김정은 '개성공단 재개' 요구엔 "매우 환영"…'北核문제' 사라지고 '제재문제'만 거론
"혁신적 포용국가" "사람중심 경제" "함께 잘사는 경제"…소득주도성장 강행 재확인
文 "개천서 용 나오는 사회 만들잔 것" 靑조국 "모두가 용 될 수도, 필요도 없다"더니
靑특감반 '사찰농단' 폭로 눈감고 "권력기관서 국민 실망시킨 일 한건도 안 생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두번째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문은 경제 분야에서는 팩트와 다른 '가짜뉴스'를 언급했고 대북·안보 분야에서는 엄중한 현실과 동떨어진 '장밋빛 낙관론'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그나마 '북핵문제 (해결)'를 네차례 언급한 것과 달리, 올해 신년사에선 '북핵'이 사라졌고 "한반도 비핵화"만이 1회 등장했다. 친북적 대북정책을 "평화가 곧 경제"라고 포장하는 한편 북한 정권의 '현금 창구' 역할을 하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 대한 김정은의 재개 요구를 "매우 환영한다"고 했다. 오히려 '국제 (대북)제재'를 문제 삼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경제 면에서는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는 '거짓 프레임'을 재차 주입하는 한편 경제 실패를 외면하고 '소득주도성장'을 "사람 중심 경제" "포용적 성장" 등으로 포장하며 강행할 의지를 내비쳤다. 포용적 성장의 정체성에 대해선 "성장의 혜택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직 특별감찰반원의 폭로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정점으로 한 '사찰 농단'이 확산되는 중에도 "권력기관에서 과거처럼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는 일이 지금까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본관 1층에서 내외신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20분간 기자회견문을 먼저 발표한 뒤 10시 25분 부터 영빈관에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했다.
기자회견문 발표를 통해 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이 신년사로 거론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됐다. 북한의 조건 없고 대가없는 재개 의지를 매우 환영한다"고 공언했다.
이어 "이로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위해 북한과 사이에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고 규정했다. "남은 과제인 '국제 제재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평화가 곧 경제"라며 "잘 살고자 하는 마음은 우리나 북한이나 똑같다. 남북 철도, 도로 연결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라는 자체 전망을 피력했다.
그는 "머지 않은 시기에 개최될 2차 북미(미북)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한반도 평화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고 평화가 완전히 제도화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제 부문에 대해선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수출주도 성장 '결과물'을 앞세우면서도 좌파진영발 "1대 99 사회" 대결·피해의식 프레임을 동시에 부각시키는 '이중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우리는 사상 최초로 수출 6천억 불을 달성했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열었다. 세계 6위 수출국이 됐고,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경제강국 '30-50클럽'에 가입했다. 경제성장률도 경제발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세계가 기적처럼 여기는 놀라운 국가경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삶이 고단한 국민들이 여전히 많다"며 "우리가 함께 이룬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의 상위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됐고 모든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장기간에 걸쳐 GDP 대비 기업소득의 비중은 경제성장률보다 계속해서 높아졌지만 가계소득의 비중은 계속해서 낮아졌다"며, 이른바 '낙수 효과'를 거론했다.
낙수효과는 자유시장경제론자들이 보편적인 사유재산제-기업활동 자유 보장 주장을 '대기업에 몰아주면 소규모 경제주체들 소득도 오른다'는 식의 논리로 치부한 뒤 공격하는 대표적인 '허수아비 때리기' 논리다.
문 대통령은 "이미 오래 전에 낙수효과는 끝났다. 수출의 증가가 고용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지도 오래됐다"며 "어느덧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고 단언했다.
'우리나라가 발전된 국가 중 가장 경제적 불평등이 심하다'는 언급은 통계적으로 어긋난 '가짜뉴스'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일 국회 정부예산안 시정연설에서도 이런 주장을 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7년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니계수(0부터 1까지, 높을수록 불평등도가 심함)는 0.29로, 스위스(0.3), 캐나다(0.32), 영국·스페인(0.35), 미국(0.39), 브라질(0.47), 남아프리카공화국(0.62)보다 양호하다. 이 중 최악으로 꼽히는 남아공과 한국이 '동급'의 소득분배 상황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닷새 뒤(11월6일)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에서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연설문을 작성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하자 "(대통령 연설문을) 훨씬 더 신중하게 작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이를 반복했다. 집권 20개월차에 이르도록 '소득 최하위계층이 더욱 큰 피해를 보는' 소득분배 악화를 외면한 것이기도 했다. "1대 99 사회 또는 승자독식 경제라고 불리는 경제적 불평등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전제했다.
나아가 "전 세계가 직면한 공통의 과제"라며 "그래서 OECD, IMF같은 국제기구와 주요 국가들은 '포용적 성장'을 그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람중심 경제'와 '혁신적 포용국가'가 바로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정경제를 기반으로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성장을 지속시키면서 '함께 잘 사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다. 미래의 희망을 만들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 2012년 서울대 로스쿨 교수 시절 트위터에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줄었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고 공언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혁신성장과 공정경제에서도 많은 성과가 있었으나 무엇보다 고용지표가 양적인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혀, 기존의 '질적 개선 성과' 주장을 반복하기도 했다.
이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 낮아졌다. 정부는 이런 경제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이야말로 '사람중심 경제'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말해주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노선 변화 가능성을 부정했다.
문 대통령은 또 사법문제 관련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는 촛불로 탄생한 정부로서 한시도 잊을 수 없는 소명"이라며 "정부는 출범과 함께 강력하게 권력적폐를 청산해 나갔다.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각 부처도 자율적으로 과거의 잘못을 찾아내고 바로잡아 나가는 자체 개혁에 나섰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들 권력기관에서 과거처럼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는 일이 지금까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지난 정부의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잘못된 과거로 회귀하는 일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정부는 평범한 국민의 일상이
불공정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지 않도록 생활 속의 적폐를 중단없이 청산해 나가겠다.
이른바 '적폐청산' 정권 구호를 "국민의 일상"에까지 접목시킨 셈이다. 그는 "유치원비리, 채용비리, 갑질문화와 탈세 등 반칙과 부정을 근절하는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해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눈과 귀를 여러번 씻고 자야 하는 날"이라며 "대통령의 거짓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또 "무식한 거짓말을 반복하니 대통령이라는 칭호도 불러주기가 민망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