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경재

北은 과연 서울을 타격할 것인가

서석천 2012. 7. 1. 20:40

“천안함·연평도 때보다 더 과감해질 것”

2012년 김정은 집권 후 대남 공개협박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김정일 정권에서 쓰지 않았던 극단적 표현들이 동원되고, 도발·테러 등의 구체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최고사령부나 총참모부 명의의 협박은 김정은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 같은 극단적 대남 반응은 논리와 전략, 전술적 타산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 신경질적이고 격렬하며, 예민한 반응은 金正日 때도 없었던 일
⊙ 전산망 공격·전자파 교란·장사정포 공격·주요 인물 및 언론사 테러 위협
⊙ “金日成·金正日 시신 있는 금수산궁전 타격 등 대응책 마련할 때”

  김정은 정권의 대남(對南) 협박발언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북한 권력을 대변하는 여러 기관과 부처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협박하고 있다. 2012년 들어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변인 성명·경고·통고·통첩장 등의 형식으로 수차례 대남 폭언(暴言)이 나온 것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다양한 형식의 공개협박은 기존의 남북관계에서도 드문 경우로 정보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예측 가능성이 과거보다 훨씬 떨어져
 
  북한은 지난 2월 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정책국 공개 질문장>을 보냈고, 같은 달 21일에는 <조국통일연구원 비망록>을 통해 “리명박 역적 패당의 10대 죄악을 결산한다”고 했다. 4월 18일에는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으로 ‘서울 타격’을 거론한 후, 같은 달 20일에는 평양시 군민(軍民)대회에서 ‘청와대 타격’으로 공격목표를 좁혔다. 곧이어 4월 23일 발표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소조 통고>에서 북한은 “지금까지 있어 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우리 식의 방법으로 도발 근원들을 불이 번쩍 나게 초토화시키겠다”고 위협하며 공격대상으로 이명박(李明博) 대통령·김관진(金寬鎭) 국방장관·동아일보·KBS·MBC·YTN 등을 거론했다. 이 발언이 있은 직후 북측 지역에서 우리 민항기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전파가 발사됐다.
 
  북한은 지난 6월 4일에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공개통첩장>을 통해 ‘최후통첩’이라는 대목을 강조하며 협박의 고삐를 바짝 잡아당겼다. 북(北)은 통첩장에서 “만약 우리 군대의 분노의 폭발에 무모하게 도전한다면 우리는 이미 포고한 대로 우리 식의 무자비한 성전으로 대답하게 될 것이다”며 “전선의 군단·사단·연대들과 전략로케트군 장병들은 역적패당의 본거지의 자리표도 확정해 놓은 상태며 징벌을 가할 타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구체적 행동계획까지 밝혔다. 최후통첩이 있은 직후 북측 전투기가 휴전선 근접비행을 시도하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최근 《조선일보》 《중앙일보》에 대한 전산망 공격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정권의 행태에 대해 오랫동안 분석해 온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의 말이다.
 
  “2012년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이후 북의 대남 공개협박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김정일 정권에서는 쓰지 않았던 극단적 표현들이 동원되고, 실질적인 도발·테러 등의 구체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신경질적이고 격렬하며, 예민한 반응은 김정일 시대에는 없었던 일이지요. 김정은 정권은 남한의 언론과 정부, 대통령의 대북(對北) 발언에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점도 특이합니다. 최고사령부나 총참모부 명의의 협박은 모두 김정은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해요. 이 같은 극단적 대남반응은 논리와 전략, 전술적 타산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예측 가능성이 과거보다 훨씬 떨어진 겁니다.”
 
  김승철 대표는 대남공격의 실행 가능성에 대해 “북한은 남한 대선(大選)과 관련해 유익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육지에서 국지적 무력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처럼 최근 들어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 “북한이 서울을 포함한 대한민국을 타격할 것”이라는 예측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다음 목표는 서울”
 
  북한의 ‘서해5도 공격’을 예측했던 한철용(韓哲鏞·66) 예비역 소장은 북한의 도발목표를 ‘서울’로 콕 집어 말하고 있다. 한 장군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은 직후 “다음 목표는 서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대한민국을 단 한 번에 공황에 빠뜨릴 만한 곳은 서울”이라며 “한미(韓美) 양국 대선이 겹치고, 김일성 출생 100년, 강성대국 선포 원년인 2012년에 북한은 (서울을 공격해) 대한민국을 공황상태로 만들어 대선(大選)에 개입하려 할 것”이라 주장했다.
 
  한철용 장군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공격’의 근거를 이렇게 밝혔다.
 
  “제2연평해전 때 우리는 보복사격을 하다 말았습니다. 그때 북한 경비정을 완전히 침몰시켰으면, 제1연평해전 때 대패(大敗)한 북한이 전의(戰意)를 상실해서 천안함 격침이나 연평도 포격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천안함을 때리고 연평도를 포격했는데도 우리가 공격하지 않는 걸 보고, 올해에는 더욱 과감하게 서울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북업무를 20년 넘게 담당해 온 정부부처의 고위 관계자도 “실제로 북한이 수도권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의 핵(核)무기 실험 후 핵보유국이라 선언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그리고 11월 연평도 포격을 통해 자신감까지 가졌습니다. 올해 들어 그들의 헌법에 핵보유국이라는 점도 명시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지 않은 중동의 독재자 후세인, 카다피, 무바라크 정권이 어떻게 몰락했는지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북한은 한다면 합니다. 그들은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이것저것 따지지 않습니다. 핵에 대한 자신감 때문입니다. 최근 나오고 있는 발언(대남 최후통첩)은 김정은 체제 안정과 유지를 위해 한 단순한 협박 차원이 아니라 수도권을 대상으로 실제 공격까지 저지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특단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남창희(南昌熙) 인하대 교수(정치외교학)도 지난 6월 16일 한국국가정보학회 학술세미나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패 이후 대남 협박발언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며 “남한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예측불허의 결정적 도발을 전개할 수 있다”고 했다.
 
 
  “기습공격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북한 240㎜ 방사포 차량 10여대가 30도 각도로 나란히 포신을 올리고 있다. 이 방사포는 22발의 로켓을 한꺼번에 발사할 수 있고 사거리가 60㎞에 달해 유사시 서울 등 수도권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 방식으로 남한을 공격할까. 김희상(金熙相) 예비역 육군중장은 《월간조선》 6월호 기고문을 통해 이렇게 예측했다.
 
  “우선 미사일과 장거리 방사포 및 야포를 고려할 수 있다. 3~4분 안에 특정 대상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책임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사이버 도발도 있다. 만약 북한이 타임밤(time-bomb)을 장착한 스턱스넷(제어시스템 악성코드) 등으로 국내 주요 기반시설을 동시에 통째로 마비시킬 수 있다. 또 하나의 도발은 테러다. 북한은 그동안 테러에 활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특수부대를 육성해 왔고, 침투에 유용한 수송수단도 확보하고 있다. 사회기간시설 테러는 더욱 효과적이다. 한국에는 액화석유가스(LPG)나 유류화학가스 저장소같이 간단한 공격만으로 대규모 피해를 입힐 시설들이 산재해 있다. 한국 사회는 폭파나 테러 형태의 공격을 받아 본 경험이 거의 없어 간단한 공격만 받아도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한철용 장군은 북한의 공격 유형으로 ▲전산망 공격 ▲전자파 교란 ▲화생방 무기를 탑재한 장사정포나 미사일 공격 ▲주요 인물과 언론사에 대한 테러 등을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군은 과연 북한의 도발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체계를 갖고 있을까.
 
  2010년 10월 송영선 당시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240mm 장거리 방사포를 22발 쏘는 데 44초면 되고, 서울까지 2분이면 도착한다”며 국방부의 대응방안을 물었다. 김태영(金泰榮) 당시 국방장관은 “기습적으로 했다면 당연히 얻어맞을 수밖에 없고,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그건 누가 하더라도 대응이 안된다”는 요지로 답했다. 초탄(初彈)은 그냥 맞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당시 송영선 의원은 북의 포진지 파악과 탄착지점 예측에 현실적 애로사항이 많다는 점을 들어 “궁극적으로 장사정포 대응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우리 군은 북의 다양한 형태의 도발에 대해 대비책을 마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11일 새벽, 군 당국은 북한의 장사정포(북의 장거리 방사포 및 자주포를 통칭) 공격 도발에 대응, 긴급 군사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지역에 적 포탄 낙하’라는 상황을 가정해 합참 정보부서 및 작전부서에서 파악한 도발 원점에 대한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이어 초계비행 중이던 공군 전투기가 적의 지원세력과 도발을 지휘한 핵심세력에 대한 대응타격을 가했고 수십분 만에 적을 제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방부 측은 ‘적의 핵심세력’의 범위에 대해 “사단이나 군단 이상의 지휘부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북의 도발 의지를 확실히 제압하기 위해서는 사단·군단 지휘부가 아닌 평양을 직접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서울 공격’을 주장하고 있는 한철용 장군은 북한 정권을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뜨리기 위해서는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있는 금수산기념궁전을 보복타격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북한이 공공연하게 서울을 공격하겠다고 협박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다시 도발하면 우리는 금수산기념궁전은 물론 전면전도 불사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을 때 추가 도발을 막을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남창희 교수는 군사도발 억지방안에 대해 “중국이 ‘북한에 함부로 까불지 말라’고 경고하는 게 현실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막는 가장 설득력 있는 방안”이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확고히 한 다음 중국을 우리 의도대로 이끌어 가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공격에 대한 다양한 대응태세 갖춰야
 
  군사적 측면에서 북한 장사정포 한 발의 위력은 대단하지 않다. 그러나 그 한 발이 갖는 정치적 위력은 예측불허다. 장사정포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지적했던 송영선 전 의원은 “장사정포 자체가 군사무기 측면에서는 위험이 크지 않지만 민간인에 대한 심리적 교란 측면에서는 아주 좋은 무기”라고 했다.
 
  대북 전문가와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의지를 억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범국민적인 단호한 응징보복 의지”라며 “군·경찰 등 국가 제반 역량을 결집하는 국가시스템을 구축하고 조기경보 체계나 국민행동요령 같은 사회대비 태세를 정비해 완벽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위협이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한미 간 다양한 군사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미연합사 존속, 주한미군 병력 유지, 미 포병여단 한강 이북 잔류, 아파치헬기 1개 대대 증강,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 등이 대표적인 사안이다.⊙

-월간조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