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방

사정기관 장악 신호탄?

서석천 2025. 7. 2. 06:04

 정성호-봉욱-이태형 삼각편대에 검찰 수뇌부 줄사퇴

 
사진/편집=펜앤마이크

이재명 대통령(사법연수원 18기)이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18기)을 법무부 장관에, 봉욱 전 대검 차장(19기)을 민정수석에 각각 기용하면서 여권이 문재인 정부 말기부터 염원해온 검찰개혁이 본궤도에 올랐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등과 관련된 군내 인사들을 대상으로 숙군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사정(司正)기관을 컨트롤하는 법무-민정라인도 검찰 내 물갈이에 나서는 모양새다.

고검장급인 이진동 대검 차장검사(28기)와 검사장급인 변필건 기획조정실장(30기)은 최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신응석 남부지검장(28기)과 양석조 동부지검장(29기)도 사의를 밝히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올렸다.

신 검사장은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저만 먼저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저보다 훨씬 훌륭한 우리 검찰 가족들이 계시기 때문에 이 어려움도 결국 잘 헤쳐 나가리라 믿는다"고 했다. 양석조 동부지검장은 신 검사장과 같은 심경을 밝히면서도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비판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해 "형사사법에 종사한 공직자의 최소한의 도리로서 짧게나마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수사 없는 기소는 책임 회피 결정·재판 및 공소권 남용으로, 기소 없는 수사는 표적 수사 및 별건 수사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고 했다.

사의를 표명한 검찰 수뇌부 인사들은 검찰 내 특수통들로 윤석열(23기), 한동훈(27)으로 대표되는 특수부 내 이너서클의 일원이거나 이들로부터 인정받은 검사들이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첫번째 타깃이 됐다. 이진수 신임 법무부 차관(29기)은 전날 취임하자마자 고등검사장(고검장), 지방검사장(지검장)들에게 전보 조처를 예고하는 전화를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심우정(26기) 검찰총장도 이날 9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200여자 분량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앞서 거명한 검사장들과 마찬가지로 심 총장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심 총장은 "형사사법제도는 국민 전체의 생명, 신체, 재산 등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학계, 실무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심도깊은 논의를 거쳐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제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심 총장 사퇴 직후 법무부는 곧장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냈다. 

법무부는 고검장급인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노만석(29기)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정진우(29기) 서울북부지검장을 임명했다. 법무부와 검찰 인사, 예산 등을 두루 맡는 법무부 검찰국장엔 성상헌(30기) 대전지검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엔 최지석(31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이 임명됐다. 서울동부지검장엔 임은정(30기)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서울남부지검장엔 김태훈(30기) 서울고검 검사가 각각 임명됐다. 

인사일자는 오는 4일로, 법무부는 "새 정부 출범에 따라 분위기를 일신하고 국정기조에 부합하는 법무 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취임하기도 전에 후임 인사가 전격 발표된 것이다.

 

정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조직 내부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 "반발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극소수의 정치 편향적인 검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검사들이 국민들을 위해서 봉사하려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대의 변화에 따른 국민들의 요구사항을 검사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과제라든가 개혁 방향에 동조하지 않는 검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검찰개혁에 반발하지 않고 흔쾌히 협조할 검사들을 분류하는 작업은 민정수석실이 도맡는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본인의 연수원 동기로 검사장까지 역임한 특수통 출신 오광수 변호사를 민정수석으로 앉혔다. 여권은 물론 친민주당 언론들까지 일제히 반발해 낙마한 자리에 이 대통령은 또다시 검찰 내부 동향에 정통한 봉욱 변호사를 앉혔다. 봉 수석은 특수·공안 분야 수사로도 인정받았지만 주로 정책·기획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해 대표적 기획통으로 손꼽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인연이 깊어 문재인 정부 시절 대검 차장으로 있으면서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였으나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밀려 옷을 벗었다.

봉 수석과 손발을 맞출 민정수석실 인사들은 이 대통령의 대북송금 사건 변호인 출신인 이태형 민정비서관(24기)과 이장형 법무비서관(35기)이다. 특히 이 비서관은  이 대통령 부부의 핵심 참모로 '법률 호위무사'로도 불린다. 오 전 수석이 낙마하자 후임 민정수석으로 거론될 정도였던 이 비서관은 공안통 검사 출신으로 실질적 인사 검증과 감찰, 사정 실무를 담당한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빈틈없는 사정기관 장악에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평가한다. 일례로 이 대통령은 인사와 조직, 예산을 책임지는 국정원 기조실장 자리에 김희수 변호사(19기)를 임명했다. 국민의힘에선 이날 "대북송금 사건 변호인이 재판과 관련한 국정원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문을 만들어 준 것은 이해충돌 여지가 충분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통령의 인선은 민주당 내 강경파들이 검찰 해체에 서두르려는 것에 최대한 거리를 두면서 소위 검찰개혁을 여론의 반발없이 순차적으로 진행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정 후보자는 '검찰개혁 4법'(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 신설)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여권 내 목소리에 대해 "그건 주장이다"라며 "입법이란 것은 국회에서 해당 법사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일정을 정해서 차분하게 논의돼야 하고, 이런 논의 과정에서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의견을 취합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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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검찰해체 강경파들에 제동..."신중하게 국민 눈높이 맞는 개혁 고민"

"검찰 해체 표현 적절치 않아"

정성호 법무부장관 후보자.[정성호 후보자 sns 캡쳐]

이재명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 조직의 해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민생과 경제 안정"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줬던 검찰 체계에 변화를 바라는 기대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차분하게 국민들 눈높이에 맞춘 검찰개혁이나 사법체계의 변화를 고민해야 할 입장"이라며 "신중하게, 차분하게 고민하고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는 '검찰 해체보다는 조직 개편에 방점을 두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 조직의 해체라든가 이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이 이뤄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다만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에 집중된 권한의 재배분 등에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대통령께서 대선 과정에서 말씀하신 여러 가지 공약이 있어서 종합하고 관계자를 모아서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입법, 여야 합의를 통해 결정돼야 할 문제"라며 "제가 장관으로 임명된다고 하면 적극적인 입장은 그 때 가서 상세히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직 내부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선 "검찰 조직 내부에서 반발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극소수의 정치 편향적인 검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검사들이 국민들을 위해서 봉사하려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대의 변화에 따른 국민들의 요구사항을 검사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과제라든가 개혁 방향에 동조하지 않는 검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의정활동을 하면서 국회 내에서 가장 소통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충분히 관계 당사자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정 후보자는 '검찰개혁 4법'(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 신설)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여권 주장에 대해서도 거리를 뒀다. 그는 "그건 주장이다"라며 "입법이란 것은 국회에서 해당 법사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일정을 정해서 차분하게 논의돼야 하고, 이런 논의 과정에서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의견을 취합해야 하는 것이다. 관련 입법들을 빠르게 할거냐 늦게 할거냐 이런 것들은 다 국회 안에서 협의되고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임명한 오광수 민정수석은 검사장까지 역임한 특수통, 주류 검사 출신으로 여권은 물론 친민주당 언론들까지 거세게 반발했다. 그가 낙마한 자리에 이 대통령은 또다시 오광수 전 수석보다 더욱 주류라인의 검사 출신인 봉욱 민정수석을 임명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봉 수석의 기용 배경에 대해 "검찰 내외부에 신망이 두터우며 정책 기획 역량이 탁월하다는 평"이라며 "검찰 개혁 등 핵심 과제에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정성호 민주당 의원을 법무장관에, 봉욱 전 대검 차장을 민정수석에 기용한 배경을 놓고 민주당 내 강경파들의 검찰 해체 시도와 명확히 선을 긋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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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윤호 기자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