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사 작전, 어디로 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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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에 전례 없는 공격을 감행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국민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영어로 "악하고 억압적인 정권"에 맞서 일어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이란 국민이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군사 충돌이 격화하고 목표 범위가 확대되면서 많은 이들이 질문을 던진다. 이스라엘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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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13일 이스라엘은 이란 수도 테헤란을 포함한 이란 전역에 전례 없는 공습을 단행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13일 공격 1일 차 밤에 선언한 대로 단순히 "이슬람 정권의 핵·탄도 미사일 위협을 종식시킨다"는 것이 목표일까?
이로써 이란 핵 프로그램에 제한을 거는 대신 무거운 제재를 완화하는 등의 새로운 핵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미국과 이란 사이의 협상 테이블을 아예 무너뜨리려 한 것일까?
혹은, 이란 국민을 위해 자유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메시지가, 이란의 신정체제를 전복시킨다는 더 큰 목표를 내비친 것일까?
장군들부터 트럼프까지: 누구의 말에 귀 기울이나?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의 정치 경력은 이슬람공화국 이란의 위협을 세계에 경고하는 개인적 사명으로 점철돼 있다. 폭탄이 그려진 만화를 유엔 회의에 들고나와 경고하기도 했고, 지난 20개월간 중동 지역의 격렬한 충돌 속에서 "가장 큰 위협은 이란"이라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
네타냐후는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이란 핵시설에 군사 공격을 지시하려 했고, 미국 대통령들과 이스라엘 군 수뇌부가 이를 막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최근 공격에 청신호를 보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묵인에서 감지되는 '노란불' 신호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충분했던 듯하다.
한 서방 관료는 "이제 네타냐후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깊이 들어갔다"며, 이스라엘의 주된 목표가 이란 핵 프로그램의 무력화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중동 지역 여러 국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나는 핵시설은 어떤 상황에서도 공격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고 밝혔다. 국제법 위반이라는 법학자들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이스라엘 총리의 목표가 그의 자문단 및 동맹국들의 목표와 일치하는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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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최근 공격에 청신호를 보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채텀하우스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사남 바킬 박사는 "네타냐후는 (이란의) 정권 교체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었지만, 이스라엘의 정치·군사 지도부는 이란 핵 프로그램의 근본적 후퇴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후자의 목표는 어렵지만 달성 가능성이 있다"며 "전자의 목표는 단기간에 격화되는 갈등 속에서 실현이 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란 핵 프로그램의 파괴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작전이 존재론적 위협에 대응하는 선제적 타격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란의 핵폭탄 개발이 거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고 선언했다.
서방 동맹국들도 이란이 이 선을 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네타냐후의 입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네타냐후의 주장에는 논란이 있다.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기로 결정한 적이 없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지난 3월,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고 있지 않다는 것이 미 정보당국의 꾸준한 평가"라고 밝혔다.
IAEA는 최근 분기 보고서에서, 이란이 농축도 60%의 우라늄을 충분히 확보했고 이는 무기급(90%) 농축까지 기술적으로 한 단계만 남은 상태이며, 핵폭탄 9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에서 초기 며칠간, 나탄즈·이스파한·포르도우 등 이란의 주요 핵시설 3곳이 공격받았다. IAEA는 나탄즈 지상에 위치한 시험용 연료 농축 시설이 파괴됐고, 이스파한에 있는 "핵심 건물" 4곳도 손상됐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시설에 "중대한 타격"을 입혔다고 묘사했지만, 이란은 피해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지식의 원천"을 제거하기 위해 핵과학자 9명 이상과 고위급 군 지휘관이 대상에 포함된 암살 작전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표적은 군 기지, 미사일 발사대, 무기 공장을 넘어 이제 경제 및 석유 시설로도 확대되고 있다.
양국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란도 표적을 확대해 보복 공격을 감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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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포르도우는 이란 내에서 두 번째로 큰 핵시설이자, 가장 철저하게 보호되는 장소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대규모 핵 프로그램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려면 포르도우에 큰 피해를 입혀야 한다. 포르도우는 이란 내에서 두 번째로 큰 핵시설을 보유해 가장 보호가 철저한 장소다. 이 시설은 산속 깊은 지하에 위치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이 무기급에 근접한 우라늄 대부분을 이곳에 비축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스라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목표는 해당 시설로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에는 암반 지하에 위치한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벙커용 폭탄이 없다. 그런 폭탄을 보유한 곳은, 미국 공군이다. 미국은 정밀유도 기능이 갖춰진 3만 파운드 무게의 MOP(고성능 강철 케이스로 만든 초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시설을 제대로 파괴하려면 수일간의 집중 타격이 필요하다.
전직 미국 관료이자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 소속의 이란 전문가 리처드 네퓨는 BBC 인터뷰에서 "네타냐후가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까지는 우리가 했다. 이제 B-2 폭격기와 미군에 대한 위협이 없는 것은 확실하다. 다만, 내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는 어렵겠다'고 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서방 관료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평화 협상 방해를 위해 적기를 기다렸나?
트럼프의 입장은 계속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주 초, 트럼프는 이스라엘에 군사적 위협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란과의 핵협상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외교적 해법이 좌초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트럼프는 공습이 협상을 "망칠 수 있다(blow it)"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공격을 감행하자, 이를 "훌륭하다"고 묘사하며 "앞으로 더 있을 것, 훨씬 많은 것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이번 공격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5일에는 자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에 "조만간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평화가 찾아올 것! 많은 전화와 회의가 진행 중"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란 협상단은 15일 오만 수도 무스카트 핵협상 재개가 예정되었던 것이,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음을 이란에 숨기기 위한 기만 전략이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지난 13일 금요일 아침, 이스라엘의 맹렬한 공습은 이란의 허를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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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지난 주 초 트럼프는 이스라엘에 이란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시점 자체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엘리 게란마예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부국장은 "이스라엘의 전례 없는 공습은 트럼프가 이란과의 핵합의에 타결할 가능성 자체를 없애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이스라엘 당국자는 이번 공습이 미국의 외교적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하지만, 규모와 시점을 보면 협상을 완전히 좌초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지난 주에는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이 "합의가 임박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미국이 '이란의 모든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라는 기존 요구에서 물러서는지에 달려 있었다. 이 요구는 민간용 핵 프로그램 수준에 해당하는 한 자릿수 농축도조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란은 이를 양보할 수 없는 선(red line)이라고 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중, 네타냐후의 거듭된 압박을 일부 수용해 2015년 체결된 역사적인 핵합의에서 탈퇴했다. 이후 이란은 농축도를 3.67% 이하로 제한한다는 핵합의 의무에서 벗어났다. 이는 상업용 원전 연료 생산에 사용되는 수준으로, 이란은 이 제한을 넘겨 우라늄을 비축하기 시작했다.
이번 두 번째 협상에서 트럼프는 이란에 "60일"의 협상 기한을 제시했다. 이 분야에 경험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은 이처럼 복잡한 문제를 다루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61일째가 되는 날 공격을 감행했다.
바킬 박사는 "오만 협상 채널이 당분간 닫혔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역 차원의 긴장 완화 노력과 출구 전략 모색이 진행 중입니다."
네타냐후의 '처칠식' 강경 기조
이란의 입장에서 이번 충돌은 단순히 우라늄·원심분리기·극초음속미사일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존스홉킨스대학 고등국제학대학원(SAIS) 중동학·국제관계학 교수이자 2025년 출간된 '이란의 대전략(Iran's Grand Strategy)'의 저자인 발리 나스르는 "이란은 이번 사태를, 이스라엘이 이란이라는 국가의 역량과 군사 기관을 한 번에 영구적으로 약화시키고, 양국 간 힘의 균형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으며, 가능하다면 이슬람공화국 체제 전체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로 본다"고 말했다.
이란 국민이 이번 사태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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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이란 국민은 수년간 가혹한 국제 제재와 구조적 부패로 인한 고통을 겪었다
9000만 이란 국민은 수년간 가혹한 국제 제재와 구조적 부패로 인한 고통을 겪었다. 인플레이션, 실업, 물·전기 부족, 여성의 삶을 제한하는 도덕 경찰의 과도한 단속 등으로 매년 시위가 반복됐다. 2022년에는 더 큰 자유를 요구하며 이례적으로 강력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지만, 강경 진압됐다.
나스르 교수는 현재 대중의 분위기를 두고 "처음에는 평판이 나쁜 몇몇 장성이 제거되면서 이란 국민이 일시적으로 안도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주거지가 공격받고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국가의 전력 기반시설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의 이란 국민이 침략자의 편에 서서 자국에 대한 폭격을 해방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계속해서 더 큰 목표를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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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미국·중동프로젝트 재단의 다니엘 레비 의장에 따르면, 가까운 시일 내에 너무 늦지 않게 이번 사태를 종결시킬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앞서 14일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이란 아야톨라 정권의 모든 시설과 표적을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15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정권 교체가 이스라엘 군사 작전의 목표에 포함돼 있는지 구체적인 질문을 받자, "이란 정권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답했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이스라엘 특파원이자 네타냐후 전기를 저술한 안셸 페퍼는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의 통제력 상실에 대한 공포를 자극하는 심리전 전략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이란 정권 붕괴를 예측하거나 유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그 시점은 내일일 수도, 20년 뒤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페퍼는 네타냐후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네타냐후는 자국 정보기관 수장들과 달리, 그 메시지에 진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지금 '처칠 모드' 상태일 겁니다."
15일 저녁, 미국 언론들은 각각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암살 계획을 거부했다는 보도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 보도는 로이터통신이 익명의 미국 당국자 2명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에서 시작됐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목표에 대해 질문을 받자 이란의 정치 지도부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네그비는 "다만 '현재로서는'이라고 전제가 붙을 때에는 유효기간이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사태의 결말이 어떤 형태가 될지는,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대립의 향방과 마찬가지로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의 결정에 달려있다.
전 이스라엘 정부 고문이었던 미국·중동프로젝트 재단의 다니엘 레비 의장은 "성패는 결국 미국의 전면 개입 여부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너무 늦지 않게 이번 사태를 종결시키고 결과를 정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합니다."
- 기자,리즈 두세트
- 기자,BBC 국제수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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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7일 오후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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