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경재

현실화된 北 핵보유 한국의 길은①

서석천 2025. 5. 13. 05:57

北 핵능력=韓 화력 6만배인데 … 韓美 연합작계엔 '北核 시나리오' 빠졌다

한미, 여전히 재래식 전쟁 가정 연합작계로 훈련
北, 향후 5년이면 '대미(對美) 직접 억제력' 확보
美, 北核 공격 임박해도 응징 의지 안 밝힐 수도
韓 방기 우려 커져 … 한미 확장억제 신뢰 먹구름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제47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후 가수 크리스토퍼 마키오가 미국 국가를 부르는 동안 거수경례하고 있다. ⓒAP/뉴시스
    한미 확장억제(미국 핵우산)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노골적 거래주의'(Naked Transactionalism)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거론된다. 지난해 10월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향후 연합작전계획(작계)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체제에서 '북한의 핵 공격에 핵으로 대응한다'는 식의 연합작계를 수립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연합작계에 북핵 시나리오를 반영할 시점도 미정이지만 미국 핵무기 사용 권한은 미국 대통령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동맹국에 막대한 청구서를 내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 거래주의를 관리할 정상외교가 한국의 탄핵 정국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특히 '한미동맹에 기반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주장해 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의 핵심 관련자로 면직된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외교도 사실상 불능화한 상황이다.
     
     
    ◆한미, 여전히 '재래식 전쟁'을 가정한 연합작계로 훈련
     
    26일 외교가에 따르면 현행 연합작계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한 핵 사용 상황이 반영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한미는 연합연습에서 북한 핵 사용 상황을 연습할 수 없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과 제1야전군사령관 등을 역임한 김근태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국방포럼 상임대표(예비역 육군 대장)는 뉴데일리에 "한미 연합작계는 핵전(核戰)을 가정한 작계가 돼야 한다. 북한은 핵을 고도화해 왔고 휴전선 근처 전방에 전술핵을 배치해 왔다. 우리는 북핵 위협에 직접 놓여 있는데도 한미는 아직도 재래식 전쟁을 가정한 연합작계로 연습하고 있다. 상황 변화에 따른 많은 가정을 세워야 하며 이에 따라 작계의 가정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실은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킴으로써 한미동맹을 기존의 재래식 동맹에서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시켰다고 밝혔다. 미국의 핵전력을 한국의 재래식 전력에 통합함으로써 한미동맹을 핵·재래식 통합(CNI) 기반 동맹으로 격상시켰다며 '때 이른 샴페인'을 터뜨린 것이다. 미국은 아무리 가까운 동맹국일지라도 구체적인 핵자산 현황까지 공유하지는 않으므로 향후 한미동맹이 CNI를 통해 진정한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김 대표는 "국가안보실은 한미동맹을 '핵 기반 동맹'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자평함으로써 우리의 안보 현실을 호도했다. 확장억제 조치의 최종 종착역은 한미연합사령관의 주도로 작성하는 연합작계에 반영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합작계는 북한이 핵으로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했다"며 "연합작계에 반영되지 않았는데 한미동맹이 '핵 기반 동맹'이라는 평가는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 北, 향후 5년이면 '대미(對美) 직접 억제력' 확보
     
    이러한 위기의식의 바탕에는 북한이 한국군 화력의 최소 6만 배에 달하는 핵 능력을 보유했고 향후 5년이면 '대미(對美) 직접 억제력'을 갖출 수 있다는 긴박한 안보 현실이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50~18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50여 기라고 보수적으로 추정하더라도 북한의 핵능력은 한국군 화력의 약 6만 배에 달한다.
     
    34년간 육군에 복무하고 대령으로 전역한 최승우 서울안보포럼(SDF) 북핵대응정책 센터장(공학박사)은 북한이 50기의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하면 야포 3억5000만 문에 해당하는 핵위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2022년 현재 한국군이 보유한 야포는 6000여 문이다. 핵무기의 정치·심리적 요소와 방사능, 핵·전자기파(EMP) 등을 제외하고 단순하게 기본 화력만 비교해도 한국은 북한의 5만8333분의 1에 해당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센터장은 "북한이 5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 기본 원자탄 20킬로톤(kt) 25기와 50kt 25기를 가지고 있다고 단순하게 가정하면 북한 원자탄의 총량은 1750kt이 된다"며 "오래된 연구 결과이지만 기본 원자탄(20kt)은 TNT 2만 톤에 해당하며 야포 400만 문이 일제 사격하는 것과 같은 위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된다. 북한이 보유한 핵 위력 1750kt은 TNT 175만t에 해당하는 야포 3억5000만 문이 일제 사격하는 것과 같은 위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2020년 대비 2022년에 플루토늄 보유량을 20㎏ 늘렸다. 김정은은 2022년 12월 노동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나라의 핵폭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합참 정보본부장 겸 국방정보본부장을 지낸 이영철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예비역 육군 중장)는 "기존 핵탄두로 미국과 협상해 하노이에서 완전히 깨졌으니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민간 연구소들은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을 30~90기, 일부 학자들은 100기에 근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여기서 더 나아가 김정은의 '집권 20년'을 맞는 2031년 전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사거리 5000㎞급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핵 투발 수단과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북한이 목표하는 '대미(對美) 직접 억제력'을 갖추는 데 약 5년 안팎이 소요될 것"이라며 "북한은 이제 핵은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보고 장거리미사일, SLBM, 다탄두(MIRV) 미사일 등 핵을 운송하는 투발 수단을 개발하는 과정에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향후 3~5년이면 5000㎞급 SLBM을 제작하고 최소 5년이면 소형 원자로 설계와 제작이 핵심인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을 것이며, 2030년까지 핵탄두 200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민간 싱크탱크들의 분석을 토대로 한 이 교수의 전망이다. 200기는 파키스탄, 인도 등 '상대적 소국'이 핵공격을 받은 뒤 잔존 능력으로 핵보복을 할 수 있는 '제2격 능력'(second strike)을 확보할 수 있다는 최소 핵탄두 보유량을 의미한다.
     
    ◆美, 北核 공격 임박해도 응징 의지 안 밝힐 수도 … '동맹 방기' 우려 커져
     
    그런데 '트럼프의 미국'이 아니더라도 한국이 한미 확장억제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북한의 핵 사용이 임박한 상황에서 미국이 응징 의지를 밝히지 않으면 '치명적인 시차'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여기서 치명적인 시차는 북한의 핵 사용 임박이 분명해진 순간부터 한국이 이를 억제하는 '상응 수단'을 갖추기까지의 시간을 의미한다. 또한 북한이 민간인 피해 없이 군사시설만 선별해 정밀 타격할 경우, 핵 공중폭발에 따른 EMP(전자기파) 등 비살상 효과만 노릴 경우, 미국 국민이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원치 않을 경우에 미국의 핵 보복이 제한된다.
     
    북핵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근접하면서 북한 비핵화 원칙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에 기반한 비핵화 협상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미국 조야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무기 역량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함에 따라 미국과 북한이 핵국가로서 핵군축 혹은 핵동결을 염두에 둔 '스몰딜'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북한 비핵화의 중간 단계는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북한 핵실험 중단 등 '핵 동결'을 의미한다. 그만큼 한국이 '트럼프의 미국'으로부터 방기될 우려가 커진 것이다.
 
조문정 기자 20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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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된 北 핵보유 한국의 길은②

'한시적 조건부 전술핵 재배치론' 급부상 … 공중·해저 기반 韓美 핵공유 이끌어내야

北 완전한 비핵화까지 '조건부 한시적 재배치'
재배치 공중 기반과 해상·해저 기반 두 가지
美 SSBN 부족·조선업 퇴조 공중 기반 더 현실적
美 예산 제약과 美核의 절대적 수량 제한 장애물
韓, 美 전술핵 현대화 지원하고 방어에 사용해야
트럼프의 대중 강경 기조 고려 '中 견제용' 설득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미소 짓고 있다. ⓒAP/뉴시스
    북핵 고도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 거래주의'가 맞물린 결과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국의 '한시적 핵무장론' 재부상으로 나타났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안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국의 '한시적 핵무장'은 북한이 완전히 핵무기를 포기하는 시점이 되면 한국도 핵전력을 포기한다는 '조건부 핵무장'이다. 특히 한미동맹에 기반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 한미 확장억제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하는 '조건부 한시적 전술핵 재배치'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北 완전한 비핵화' 시점까지 조건부 한시적 전술핵 재배치
     
    27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국의 핵무장은 비확산 체제 유지라는 미국의 목표와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어 확장억제(핵우산) 제공국이자 동맹국인 미국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반면 1991년 한반도에서 철수한 미국의 전술핵을 북핵 억제와 핵 균형을 위해 재배치하는 한시적 전술핵 재배치는 한미 확장억제를 강화한 방식이기에 NPT를 위반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조건부 한시적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전문가로는 26년간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한 핵 전략가인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국제정치학 박사)을 꼽을 수 있다.
     
    유 이사장은 한국의 목표가 핵무장 자체가 돼서는 안 되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조건부이자 한시적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시적 핵무장은 남북 핵의 불균형과 비대칭을 시정하고 북한의 전략적 이점을 상쇄할 수 있으면서도 미국 등 주변국의 협조를 한층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자 회담 정부 대표이자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초안 작성자인 유 이사장은 한국이 비핵국가이기에 '사실상 핵보유 정권'인 북한과 대등하게 협상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북 간 실질적인 핵 협상을 가능하게 하려면 '북한 핵카드'(핵무기의 배타적인 이점)을 무효화해야 한다"며 "북한이 갖고 있는 핵무기의 전략적인 인센티브를 제거해 버림으로써 대등한 입장에서 핵 협상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상쇄전략(offset strategy)"이라고 설명했다.
     
    유 이사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전혀 안도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한미 간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이렇게 되면 남북이 동등한 조건에서 동시에 핵을 폐기하면서 북한에는 핵 폐기의 대가로 체제 보장, 경제 지원, 미북수교 등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의 협상이 가능할 것이다. 한미동맹과 우리의 핵무장은 상호 배치되는 관계가 아니라 병립될 수 있는 사안임을 우리가 입증해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 미국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 '켄터키함'(SSBN-737)이 2023년 7월 21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켄터키함에는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Ⅱ'를 최대 24기 탑재할 수 있다. ⓒ뉴시스
    ◆재배치 방식은 공중 기반과 해상·해저 기반 두 가지
     
    전술핵 재배치 방식으로는 미국의 핵탄두를 동맹국의 투발 수단에 장착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공중 기반 핵공유 체제, 미국 핵탄두를 미국 핵추진잠수함(SSN) 또는 전략핵잠수함(SSBN)에 탑재하는 일종의 영국식 해상·해저 기반 핵공유 체제가 있다. 잠수함 공조를 통한 해저 기반 핵공유는 신뢰성 측면에서, 공중 기반 핵공유는 운용의 용이성 측면에서 적합하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미국 핵탄두를 탑재한 미국 SSN 또는 SSBN을 한미일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일종의 해상·해저 기반 핵 공유 구상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해상 기반 핵 공유 체제를 가진 나라로는 자체 핵탄두와 핵추진잠수함에 미국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결합한 영국을 꼽을 수 있다.
     
    ◆美 SSBN 부족과 조선업 퇴조로 공중 기반 핵공유가 더 현실적
     
    해상·해저 기반, 공중 기반 핵공유가 모두 가능하다면 한국으로서는 최고의 시나리오겠지만 만약 미국이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한다면 해상·해저 기반보다는 공중 기반일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보유한 핵추진 핵탑재 전략잠수함(SSBN)은 오하이오급 14척뿐이며, 조선산업의 퇴조로 잠수함을 급증시킬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평화적 핵주권론자'인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제11대 통일연구원장)은 뉴데일리에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W76-2와 같은 전술핵이 미국에 소량 남아 있지만 전략잠수함 1척을 한반도 근해에 상시 배치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선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미국은 여기에 합의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나 괌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한국도 나토 회원국들처럼 미국의 전술핵에 대한 계획·관리·실행 과정에 참여하고 전술핵을 한국 전투기에 실어 연습하는 편이 신뢰성이 더 높다"고 평가했다.
     
    '안전보장 숙소'(Surety Dormitory)가 상당히 부족한 미 공군의 실태를 고려해도 미국의 핵전력을 한국의 재래식 투발 수단에 싣는 공중 기반 핵공유가 해상·해저 기반 핵공유보다는 더 현실 가능성이 있다. '안전보장'은 미 국방부와 에너지부에서 핵무기를 안전하고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지칭하는 용어다. 회계연도 2024의 미 공군 예산에는 잠재적 안전보장 임무를 위해 증가하는 공군 인력과 두 F-35 편대 배치로 인해 이를 수용하기 위한 '안전보장 숙소'가 상당히 부족하다고 명시돼 있다.
     
    확장억제 전문가인 조비연 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공동저서 '기로에 선 북핵 위기'에서 "거래주의를 기반으로 나토식 핵·재래식 통합(CNI)과 같은 한국의 이중 용도 전투기(DCA)의 활용이 가능하다면 트럼프 2기에 한국의 전투기가 미국의 투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비상운용 기반' 마련 차원에서 타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현재 한국이 보유한 F-35A는 B61-12를 운반할 수 있는 DCA는 아니다. F-35A와 전술핵의 체계 통합이 가능하도록 미국의 허가, 관련 장비, 소프트웨어 및 인력 등을 발전시켜 비상운용 기반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한반도 인근·괌·미국 본토 등지에서 한미가 모의 핵탄두를 장착하고 투하하는 훈련을 하는 것도 유의미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 ▲ 지난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모습. ⓒAP/뉴시스
    ◆장애물은 美 예산 제약과 美核의 절대적 수량 제한
     
    그러나 미국의 예산 제약과 핵에 대한 절대적 수량 제한을 고려하면 동맹국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조치는 트럼프 2기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또는 순환 배치를 요구했으나 미국은 전략자산이 고정되고 예산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결국 미국은 전략자산을 '지속적으로', '수시로' 전개하는 것으로 절충했다.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전술핵 탑재 미 잠수함을 한미일이 공유한다면 방위비 분담금을 5~6배 올려줄 수 있다'는 식으로 한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동맹 경시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밝혀온 한국의 핵전력 강화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은 사실상 '동맹 방기'를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역제안은 동맹 방기 우려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韓, 美 전술핵 현대화 지원하고 韓 방어에 사용하면 '윈윈'
     
    또한 미국이 예산 제약으로 현대화를 포기한 일부 전술핵 무기를 방위비 분담금의 틀 안에서 현대화한 뒤 한국 방어를 위해 쓸 수 있다면 한미 모두에 '윈윈'이 될 수 있다. 미국은 과거 공대지 전술핵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술핵을 폐기했으나 최근 들어 새로운 전술핵 개발에 나서며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전략 및 전술핵무기 목적으로 B61 폭탄을 제작했지만 예산 제약으로 100억 달러를 들여 480여 기만 B61-12 구성으로 정밀 타격이 가능하게끔 현대화했다. 
     
    이에 대해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데일리에 "미국의 전술핵 현대화 사업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그런데 전술핵 일부는 비용 문제로 현대화하지 않고 폐기한다"며 "그 폐기하는 전술핵 일부를 방위비 분담금 형식으로 현대화하고 한국만을 위한 핵무기로 보유할 수 있다면 한국에는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대중(對中) 강경 기조' 고려해 '中 견제용 재배치' 설득
     
    물론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든 '한시적 조건부 전술핵 재배치'든 그 이익이 미국의 전략적 계산에 부합해야 현실화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데릴 프레스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국제안보연구소장)는 "미국은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식 핵 공유와 같은) 실질적인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액션을 취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위험까지 감수하고 있는데 한국은 미국이 태평양에서 가장 위협으로 생각하는 중국 대응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한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對中) 강경 정책과 맞물려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설득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면 미국이 패권 경쟁국인 중국을 더욱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의 가장 핵심 전략인 중국 압박용으로 이보다 좋은 카드는 없다"며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한다면 미국에도 이득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문정 기자 202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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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폐기' 현실로 … 韓 자체 핵무장 길 열어야

트럼프 "이제 북한은 핵 보유국"
전문가 "NPT상 합법적 핵 보유국 의미 아냐"
비핵화 공조 와해 우려 속 조건부 핵무장 급부상
美 전술핵 재배치, 트럼프 中 강경 정책에 부합
트럼프의 NSC는 '친트럼프 코드인사' 물갈이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제47대 대통령 취임 선서를 마친 후 취임사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지명자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고 지칭했다. 그간 한미가 공조해 온 북한 비핵화 원칙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안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한시적 핵무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가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北 뉴클리어 파워" 언급 … "NPT상 합법적 핵보유국 뜻 아냐"
     
    23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난 김정은과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 나는 그를 좋아했고 매우 잘 지냈다"며 "이제 그는 '뉴클리어 파워'다. 우리는 잘 지냈다. 내가 돌아온 것을 그가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기자 질의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 외 여타 다른 위협을 강조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 비핵화는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 온 원칙으로 NPT상 북한은 절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뉴클리어 파워'는 핵무기 역량에 대한 일반적 평가를 담은 비공식 용어일 뿐 합법적 핵보유국인 '핵무기 국가'와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북한이 군사적으로 핵을 보유했다는 현실을 반영한 언급이라는 뜻이다. NPT 체제에서 합법적인 핵무기 보유를 인정받는 5개 핵보유국(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을 지칭하는 용어는 '핵무기 국가'(Nuclear-weapon state)다.
     
    전날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핵보유국'을 영어로 번역하면 'nuclear possessing state'라는 어색한 표현이 된다. '뉴클리어 파워'는 군사력의 일부로 핵무기 역량을 가진 국가를 의미한다. 이는 단지 편의상 사용되는 용어일 뿐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거나 용인하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통해 어떤 지위를 얻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북한 비핵화는 미국의 오랜 정책일 뿐 아니라 11개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2022년 북한 정책 감독법'(North Korea Policy Oversight Act of 2022)과 같은 미국 법률이 요구하는 법적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 ▲ 영국 내 '레이큰히스(Lakenheath)' 미 공군기지. 미국은 레이큰히스 공군기지 시설을 현대화하고 최신 전술핵무기 B61-12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레이큰히스 기지에는 1990년대 지하시설 33개를 기반으로 B-61 계열 전술핵폭탄 110개가 배치됐다가 2008년 모든 전술핵이 철수됐다. 확장 억제 전문가인 조비연 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2022년 '나토 핵 공유 체제의 대안 모색'(KIDA Brief 안보 8호)에서 "미국은 전술핵폭탄을 고정 배치하지 않더라도 과거 저장시설의 현대화를 통해 동맹의 결속력, 확장 억제의 확고한 의지를 발신하며 유사시에는 한시적으로 핵 무기를 배치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미사일 사일로를 전역에 건설해 실제 핵무기 위치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적국의 손익계산을 어렵게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레이큰히스 주영(駐英)미군기지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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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北 비핵화' 공조 흔들릴 우려 … '조건부 핵무장론' 급부상
     
    그럼에도 한미 간 북한 비핵화 원칙이 흔들릴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약 석 달 앞둔 지난해 8월 미국 민주·공화 양당은 새 정당 강령(정강)에서 북한 비핵화 문구를 모두 삭제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회의 공동성명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가 빠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시점이 되면 우리도 핵전력을 포기한다'는 조건부 핵 무장인 '한시적 핵무장론'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1991년 한반도에서 철수한 미 전술핵을 북핵 억제와 핵 균형을 위해 재배치하는 한시적 핵무장은 NPT를 위반하지 않는다. 핵무장은 비확산 체제 유지라는 미국의 목표와 미국의 확장 억제 정책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어 미국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지만 한시적 핵무장은 미국 등 주변국의 협조를 더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6년간 국가정보원에서 대북 업무를 해온 핵 전략가인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2023 NK포럼' 기조연설에서 "우리도 자체 핵 전력을 보유하게 된다면 핵의 불균형과 비대칭이 시정되고 북한의 전략적 이점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건부 자체 핵무장을 제안했다.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의 전술핵은 한국에 1958년에 들어왔다가 1991년에 철수됐다. 그때 우리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통해 양측 모두 핵을 갖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지금 이미 공동선언은 무력화됐고 북한은 불법적인 핵을 갖고 있다"며 "우리에게 명분이 있는 셈이다. 그 대신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조건부로 배치하자는 식으로 딜을 해야 한다. 미국에도 솔깃한 제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다탄두(MIRV) 기술을 확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특히 미국이 북한의 본토 공격 가능성을 우려해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를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불식할 수 있다. 북한은 향후 미북 회담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주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핵무기는 폐기 혹은 동결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의 '디커플링'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한국이 핵무장으로 '2차 타격 능력'(보복 능력)을 갖추면 한국의 핵 억제력으로도 북핵 위협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6년 4월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찬을 시작하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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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견제용 美 전술핵 재배치, 트럼프의 대중 강경 기조에 부합
     
    물론 한국의 핵무장은 그 이익이 미국의 전략적 계산에 부합해야 현실화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데릴 프레스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국제안보연구소장)는 "미국은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식 핵 공유와 같은) 실질적인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액션을 취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위험까지 감수하고 있는데 한국은 미국이 태평양에서 가장 위협으로 생각하는 중국 대응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한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對中) 강경 정책과 맞물려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설득하는 방안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면 미국이 패권 경쟁국인 중국을 더욱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미국의 가장 핵심 전략인 '중국 압박용'으로 이보다 좋은 카드는 없다.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한다면 미국에도 이득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안보의 발목을 잡는 것은 다름 아닌 국내 정치다. 특히 최근 탄핵 정국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 속에서 외교·안보 콘트롤타워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인 최상목 체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원활한 협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고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고 해도 3개월 이내에 새 정부가 출범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단은 최근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앞으로 6개월간 중요한 대한(對韓) 정책의 시행을 잠정적으로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안보 '컨트롤타워'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인적 구성이 '친트럼프' 인사 위주로 개편될 전망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NSC를 이끄는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각 정부 부처에서 NSC로 파견된 약 160명의 NSC 내 직업 공무원들에게 당분간 재택근무를 하라고 통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에도 유지되던 연방 정부 기관의 부분적 재택근무 관행을 폐지한다는 입장이기에 이들 160명에 대한 재택근무 명령은 원부처 복귀를 전제로 한 '대기발령' 내지 '업무 배제'로 해석된다.
 
조문정 기자 2025-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