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론, 약해지고 고립됐다
〈시사IN〉은 지난 2월에 이어 6·3 대선 직후 유권자들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인식을 다시 조사했다. 20대 남성을 제외하고 전 세대에서 ‘2024년 총선이 부정선거’라는 응답이 줄었다.

윤석열 파면과 6·3 대선을 거치며 부정선거 음모론자 사이에 균열이 발생했다. 동시에 이들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국민 다수의 단호한 평가도 확인됐다.
〈시사IN〉은 윤석열 파면 전인 지난 2월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기획한 ‘2025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에서 ‘2024년 총선이 ‘개표 조작이 일어난 부정선거’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응답자 중 27%가 ‘그렇다’, 57%가 ‘아니다’, 16%가 ‘모르겠다’고 답했다(〈그림 1〉 참조). 4개월이 지나 ‘6·3 대선 이후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에서 같은 질문을 다시 했다. 4개월 사이 ‘그렇다’는 응답이 6%포인트 줄고, ‘아니다’는 응답이 9%포인트 늘었다. 응답자 중 21%가 ‘그렇다’, 66%가 ‘아니다’, 13%가 ‘모르겠다’고 답했다. 성별·연령별로 교차해 들여다보면, 20대 남성을 제외하고 전 세대에서 ‘2024년 총선이 부정선거’라는 응답이 적게는 3%포인트(20대 여성)에서 최대 19%포인트(70세 이상 여성)까지 줄었다. 20대 남성 응답만 17%에서 26%로 9%포인트 올랐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명분이자 목적이었다. 윤석열은 2024년 총선이 ‘조작된 부정선거’라고 의심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지시받은 계엄군은 곧장 선관위로 진입했다. 비상계엄이 실패로 끝난 뒤에도 윤석열은 극우 유튜버 사이에 떠돌던 부정선거 음모론을 헌법재판소와 국회, 언론 등 공론장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6·3 대선을 2주 앞둔 5월21일에는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함께 부정선거 음모론을 정당화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공개적으로 관람했다.
사전투표 참여 67% vs 29%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 활동을 주도해온 황교안 전 총리도 ‘부정선거 척결’을 명분으로 6·3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황 전 총리는 ‘사전투표는 부정선거의 재료가 된다’고 주장하면서 본투표를 독려하고, 사전투표소 곳곳에 투표참관인을 보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투표를 방해했다(〈시사IN〉 제926호 ‘‘공정선거’ 뚜껑 열자 음모론만 와르르’ 기사 참조). 우선, 이런 주장에 얼마나 동의할까? ‘사전투표는 부정선거의 재료가 된다’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응답자 중 27%가 ‘동의한다’, 63%가 ‘동의하지 않는다’, 10%가 ‘모르겠다’고 답했다.
실제 사전투표 참여율은 투표 후보 응답층에 따라 갈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67%가 사전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힌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한 응답자 중에서는 29%만 사전투표에 참여했다고 답했다. 진보 지지층 68%-보수 지지층 37%,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67%-국민의힘 지지자 31%로도 갈렸다.
사전투표와 본투표 선택지만으로 유권자의 성향과 지지 후보가 갈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 본투표일이었을까? 본투표일에 참여했다고 답한 49%(945명)에게만 다시 질문을 던졌다. ‘평소에도 본투표를 해왔기 때문(26%)’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사전투표 투표지 보관, 개표 과정 등에서 부정선거가 발생할 수 있어서(24%)’가 2위를 차지했다. ‘사전투표일에 투표할 수 없어서(19%)’ ‘본투표일 투표가 더 간편해서(17%)’ ‘사전투표 기간에는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6%)’가 그 뒤를 이었다(〈그림 2〉 참조).
6·3 대선도 부정선거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이번 대선이 ‘투·개표 과정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조작된 부정선거’라는 의심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응답자 중 19%가 ‘그렇다’, 68%가 ‘그렇지 않다’, 13%가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사전투표가 부정선거의 재료가 된다’는 주장에 대한 동의율(27%)보다는 8%포인트 낮은 수치다. 김문수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자 중 43%, 국민의힘 지지층 중 41%, 보수 성향 중 34%가 ‘그렇다’고 답했다(〈그림 3〉 참조). ‘부정선거에 중국이 개입했다’는 주장엔 전체 응답자 중 18%가 ‘동의한다’, 63%가 ‘동의하지 않는다’, 19%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번 대선에서 ‘투·개표 과정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조작된 부정선거’라는 의심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383명)를 ‘6·3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자’라고 분류하고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세대별로는 20대(26%), 70세 이상(25%), 30대(22%)에서 20% 이상이 6·3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의했다. 나머지 세대에선 10%에 그쳤다. 보수 성향 응답자만 추려 살펴보면, 2030 보수 38%, 6070 보수 35%, 4050 보수 26%가 ‘6·3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자’였다.
6·3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극우’라는 비판에 동의할까? 대부분 아니다. ‘나는 극우파다’라는 진술에 21%가 ‘동의한다’, 69%가 ‘동의하지 않는다’, 10%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들이 정치 소식을 많이 접하는 매체(최대 3개)는 유튜브(56%), TV(47%), 포털사이트(28%) 순이었다. 보수 유튜브가 부정선거 음모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보수 유튜브를 하루 1시간 이상 시청한다는 응답자 중 49%가 부정선거 음모론자였다. 하루 1시간 미만 시청자 중에선 30%, 보수 유튜브 미시청자 중에선 11%로, 유튜브 시청 시간이 길수록 부정선거를 믿는 비율이 높았다.
이들을 대변하는 대선후보는 누구였을까? 6·3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자 중 65%가 ‘김문수 후보가 나의 생각이나 의견을 대변한다’고 답했다. 김문수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에 편승하며 사전투표 폐지를 주장했다. 정작 대선 때는 자신이 사전투표에 참여해놓고, 6월5일 캠프 해단식에서 다시 ‘부정선거’를 꺼내들었다. “부정선거라는 게 구호를 외친다고, 소리 지르고 드러눕는다고 부정선거가 되는 게 아니다. 부정선거 증거를 갖고 재판을 해 이겨서 제대로 싸워나가야 한다.”

‘국민의힘이 나를 대변한다’고 느끼는 강도는 김문수 후보와 비교해 낮았다. 6·3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자 중 44%만 ‘국민의힘이 나의 생각이나 의견을 대변한다’고 답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의 선두에 있는 전광훈 목사와 자유통일당에 대한 생각도 전체 평균과 차이가 났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연대 혹은 배제해야 할 집단을 물었을 때, 부정선거 등 극우적 주장을 펼친 전광훈 목사와 자유통일당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72%가 ‘배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연대해야 한다’는 답은 8%에 그쳤다. 반면 6·3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자들(383명)은 42%만이 ‘배제해야 한다’, 20%가 ‘연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26%는 ‘어느 쪽도 아니다’, 12%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부정선거 주장 세력과 단절해야”
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는 제도다. 통치 권력은 선거를 통해 정당성을 획득한다. 선거 사무를 담당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포함해 국가기관 7곳을 제시하고, 각 기관을 신뢰하는지 물었다. 응답자들은 헌법재판소(61%), 선관위(49%), 법원(44%), 경찰(4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30%), 국회(29%), 검찰(25%) 순으로 신뢰했다(〈그림 4〉 참조). 선관위를 향한 신뢰도는 다른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6·3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대선 선거무효확인소송 원고소송인단’을 모집하는 등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선거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차단하지 않으면, 현재와 미래의 민주주의 제도가 위협받는다. 이번 웹조사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국민 다수의 생각을 대변하는 문항이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국민의힘이 계엄 옹호·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세력과 완전히 단절해야 한다’는 진술에 동의한 응답자가 전체의 71%였다.
■ 이렇게 조사했다
* 조사 일시: 2025년 6월4~5일
* 조사 기관: ㈜한국리서치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25년 5월 기준 전국 97만1676명)
* 표집 방법: 지역별·성별·연령별 기준 비례할당 추출
* 표본 크기: 2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 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2.2%포인트
* 조사 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 카카오톡 등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 방식: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5년 4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 응답률: 33.6%(총 6782명에게 발송, 5961명 접촉, 2000명 최종 응답)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정선거론' 한국계 법학자, "이재명 소년원 복역" 허위사실 유포
트럼프 1기 대사 출신 모스 탄 교수
워싱턴 회견서 “집단 강간·살해 연루”
6·3 대선 감시단 주도… 극우 연계설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가 26일 미 워싱턴 내셔널프레스빌딩에서 국제선거감시단이 주최한 ‘한국 6·3 대선 선거 사기 보고’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중범죄에 연루돼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뜬소문을 언급했다.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한국에서 중국이 배후인 부정선거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해 온 한국계 미국 법학자가 이미 허위 사실로 판명된 이재명 대통령 소년원 복역 루머를 공개 석상에서 새삼 거론해 논란을 빚고 있다.
변호사가 기본 사실도 몰랐다?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로스쿨 교수는 2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내셔널프레스빌딩에서 ‘국제선거감시단’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오래된 이 대통령 관련 뜬소문을 언급했다. 탄 교수는 “이재명이 어렸을 때 한 젊은 여성을 집단 강간·살해한 사건에 연루되는 바람에 소년원에 들어갔고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게 보도 내용”이라고 말했다.
탄 교수가 전한 소식은 허위 사실이다. 한국 20대 대선 선거전 국면이던 2021년 말 온라인상에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이 대통령이 청소년 시절 중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들어간 적이 있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검찰은 해당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고, 이후 공표자는 재판에 넘겨져 2022년 벌금형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국 이름이 단현명인 국제법·인권·북한 전문가 탄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 시절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지낸 인물이다. 국제형사사법대사는 국무장관 등에게 전쟁 범죄와 반인도 범죄, 대량학살 등이 사안이 됐을 때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조언을 하는 고위직이다. 지금은 미국 일리노이주(州)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발언은 전문적 지위와 자격을 악용한 심각한 비윤리적 행위인 데다, 악의적 명예훼손일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적 책임을 묻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이 대통령이 직접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야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안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는 본보에 “탄 교수가 등록돼 있는 주 변호사협회에 변호사 윤리 규정 위반으로 징계해 달라고 한국 대통령실이나 행정기관이 청구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트럼프가 믿는 극우 논객도 한배

모스 탄(오른쪽 두 번째) 미국 리버티대 교수가 포함된 국제선거감시단이 26일 미 워싱턴 내셔널프레스빌딩에서 ‘한국 6·3 대선 선거 사기 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에 서 있는 진행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신뢰를 표시한 중국계 극우 논객 고든 창.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더 큰 문제는 주권 침해 가능성이다. 이날 회견을 연 국제선거감시단은 탄 교수가 주도하는 민간 단체로, 한국 선거 시스템을 감시한다며 결성됐다. 이를 명분으로 탄 교수 등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사이 한국을 찾아 6·3 대선을 참관했는데, 21대 한국 대선이 부정선거였으며 중국이 개입했을 공산이 크다는 게 이들의 이날 핵심 주장이었다.
탄 교수는 “사전투표와 당일 투표 간의 큰 격차는 이해할 수 없다. 투표 시스템 내 구조적 결함 내지는 조작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줄곧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온 민경욱 전 의원도 회견에 참석해 “이번 선거는 국제적 선거 조작 카르텔의 소행으로 중국 개입이 핵심”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맹국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선거 사기가 어떤 모습인지 알지 않느냐. 빨리 행동해 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이들의 영향력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이날 회견을 진행한 중국계 미국인 극우 논객 고든 창(변호사)은 올 2월 미국 보수 진영의 최대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만찬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켜 세워 “저 사람의 말은 거의 다 믿는다”고 극찬한 인사다.
재미 한인 유권자 단체인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의 법률위원장인 박동규 뉴욕주 변호사는 본보 인터뷰에서 “모스 탄 등 국제선거감시단의 모든 인물은 수년간 부동산 재벌이자 한미 극우 운동의 ‘대모’ 애니 챈이 만든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 중심으로 뭉쳐, 조직적으로 이 대통령과 민주 진영을 친북, 친중, 극좌라 모함한 극우 연계 세력”이라며 “5년간 악의적 주권 침해를 일삼을 게 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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