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핵'안보"

"北 총참모부, 韓 계엄령 후 군간부 비상소집

서석천 2025. 6. 8. 07:58

  국회 의한 해제에 더 놀라"

"계엄 선포 30분 후 평양서 간부 소집"
"北 간부, 계엄 자체보다 해제 절차에 당황"
  • ▲ 연설하는 북한 김정은.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군 고위 간부들을 비상 소집했다는 증언이 제기됐다.
     
    6일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 NK'는 북한 내부 군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총참모부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후 약 30분 뒤인 밤 11시쯤 군 고위 간부들을 평양시 서성구역 석봉동에 있는 총참모부 본부로 소집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군 당국은 이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것과 한국군이 대비 태세 강화에 들어간 사실을 군 간부들에게 밝히며 이에 대한 대응 조치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회의 종료 직후인 4일 새벽 전군에 비상 작전 지휘 태세 전환 명량을 하달했고, 이는 같은 날 오후 5시까지 계속됐다.
     
    매체에 따르면 한국의 비상계엄 소식은 당 고위 간부를 비롯한 북한 상위 계층에도 빠르게 확산됐다. 다만, 북한은 당 간부들에게도 아직 사태와 관련한 어떠한 발표도 하지 않아 이들은 개별적인 방법으로 소식을 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일부는 소식을 접한 후 "인민군대(북한군)가 남쪽을 공격한 것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고위층도 모르는 '대남 군사 조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또 일부는 계엄령 선포 사실 자체보다 국회에 의해 계엄령이 해제된 것에 더 놀라움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대통령이 명령했는데 어떻게 국회에서 이를 해제할 수가 있냐"며 "국회에서 반대하니 바로 명령이 취소됐다는 것에 간부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은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 대외 관영 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도 관련 보도가 전무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섣부른 판단 대신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는 북러조약으로 비롯된 양국의 군사 밀착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 등으로 다변화된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북한이 일종의 탐색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북한은 앞서 한국의 주요 정치 사안에 대해 상이한 반응 속도를 보였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기각됐을 때는 이틀이 소요됐지만, 2017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을 결정했을 때는 약 2시간 20분 만에 속보를 전했다.
전우석 기자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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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외교관 리일규 "北, 공식화 전부터 이미 南을 철저히 '적'으로 인식"

남북관계, 특수관계 아닌 오랜 '적대관계'
北, 외무성 아닌 '대적기관'이 韓 상대
'납치문제' 활용, 日 끌어들여 韓 고립 노려
北, 美 행정명령 가능한 제재 해제 노릴 것
"北, 불량국가로만 보면 반드시 당한다"
  • ▲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무참사를 지낸 이일규(리일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의 모습. ⓒ뉴시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북한이 2023년 12월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화하기 전까지 북한도 남한을 '통일을 향한 특수관계'로 여겼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오랜 기간 남한을 철저한 '적대관계'로 규정해 왔고 북한 주민들도 이에 따라 남한을 '적'으로 인식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정무참사로 재직하다 2023년 11월 한국으로 망명한 리일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은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한국행정학회 국가정보연구회(회장 신언 전 파키스탄 대사)가 '북한 외교의 목표와 현실: 북한 외교에서 차지하는 국가정보의 비중'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北, 김정은 '적대적 두 국가론' 공식화 전부터 南을 '적'으로 인식
     
    리 상임위원은 "북한이 대외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대상은 한반도에 전략적 이해관계와 지정학적 영향력을 직접 행사하는 국가들인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과의 관계다. 이 4개 나라는 김정은이 직접 챙긴다"며 "여기서 한국이 제외된 것은 북한 외무성은 한국과의 관계를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두 개 국가정책'(적대적 두 국가론)을 정립하고 한국을 동족이 아닌 남으로 간주하겠다고 천명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과의 관계를 북한 외무성이 취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외무성에 있었는데 남북관계를 적대관계로만 봤다. 북한에서는 외무성이 아니라 통일전선부나 정찰총국, 보위부 같은 '대적(對敵) 기관'이 남북관계를 다룬다"며 "북한 사람들도 '남조선' 하면 '적'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관점 차이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리 위원의 발언은 남북이 대화와 협상 국면에서도 서로 다른 인식으로 접근해 왔음을 보여준다.
     
    ◆韓 외교부, 北 외무성이 남북관계 다룬다며 무지 드러내
     
    리 위원은 북한의 철저한 대적관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무지를 느꼈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2024년 1월 미팅에서 한국 외교부는 북한 외무성이 남북관계를 다루는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외교부에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더니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 본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는 (한국처럼) 통일부가 없지 않은가"라며 "2023년 12월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놓을 때 '대남기구'를 폐지하겠다고 명백히 말했다. 실제 북한에서 대적 기관이 한국과의 관계를 다룬다. 그러다 보니까 북한에서는 한국과의 관계를 외무성이 다루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정무참사로 재직하다 2023년 11월 한국으로 망명한 리일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이 29일 오후 광화문에서 한국행정학회 국가정보연구회(회장 신언 전 파키스탄 대사)가 '북한 외교의 목표와 현실: 북한 외교에서 차지하는 국가정보의 비중'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조문정 기자
    ◆北, 美가 최우선 … 日 활용해 韓 고립 노려
     
    리 위원에 따르면, 북한이 현재 일시적으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중시하고 있지만 실제 북한 외교에서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관계는 미국과의 관계다.
     
    그는 "실제 북한 정권을 붕괴시킬 힘을 가진 유일한 국가는 중국"이라며 "북한은 이를 잘 알고 있어 중국과의 관계가 냉각될 때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분명히 정해 놓고 일정한 시기가 되면 반드시 관계를 회복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일본이라는 나라가 북한에 줄 수 있는 혜택이 많다. 우리가 납치 문제만 잘 가지고 다루면서 일본과 관계 정상화를 잘 주도하면 실제 일본으로부터 큰 지원을 따낼 수 있다.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공조를 약화하고 한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 전략적 목표를 갖고 있다"며 "이를 위해 북한은 최근 일본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여 일본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인권과 핵 문제 대응 전략에 대해서는 "북한 핵·미사일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양자관계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국가들과는 즉시 협상을 중단함으로써 상대방이 인권 문제를 아예 거론하지 못하게 한다. 인권이라는 말만 꺼내면 북한이 상대하지 않겠다고 돌아서니까 미국도 협상할 때마다 인권 문제는 입에 올리지 않는다. 한국도 남북 대화를 하면 인권 문제를 아예 꺼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 ▲ 한국행정학회 국가정보연구회(회장 신언 전 파키스탄 대사)가 29일 오후 광화문에서 '북한 외교의 목표와 현실: 북한 외교에서 차지하는 국가정보의 비중'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조문정 기자
    ◆韓 외교부, 北 외무성 무시했다가 '행정명령' 망신
     
    리 위원은 북한 외교관들이 처한 실제 업무와 특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외교관들은 매일 외국 언론을 분석해서 북한에 유리한 정보를 찾고 분석기사를 작성해 보고한다"면서 "경제외교라는 명목으로 실제 인터넷상에서 발전된 과학기술 자료들을 수집해서 보고한다. 북한에서는 '외교관은 문익점이 돼야 한다'는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외교관들이 경쟁적인 생존을 위해 매우 치열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일부 외교관은 뛰어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 외교의 치밀함을 경고하면서 북한을 상대할 때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와의 간담회에서 제가 화가 좀 났던 적이 있다"며 "제가 '북한이 미국에 요구할 제재 해제는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즉시 가능한 작은 범위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더니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 외무성이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어느 정도인지 알겠느냐'며 놀라워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말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며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이란 인터넷만 찾아봐도 알 수 있는 문제인데 북한이 그런 것도 모르고 그냥 앉아 있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북한 외무성에는 '경적필패(輕敵必敗)', 즉 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한다는 말이 있다. 내가 아는 것은 상대도 알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상대는 모르겠지' 하고 생각하면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北, 불량국가로만 보면 반드시 당한다"
     
    리 위원은 "북한도 손 놓고 앉아 있지만은 않다. 독재체제라는 게 물론 나쁜 시스템이고 한 사람을 위한 3대, 4대 세습으로 운영되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이지만 그 시스템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전문화된 인력들이 굉장히 많이 동원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외교관들은 체제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자기 발전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완벽히 해내지 못하면 밀려나는 환경에서 살아간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엔이나 제네바, 뉴욕 같은 국제무대에서 근무하는 북한 외교관들은 웬만한 외교관들보다 국제법이나 현지 상황에 대해 더 깊이 있게 파고드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북한을 상대할 때 정상적인 사람들의 사고방식으로 별로 연구하지 않고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 북한을 단순히 불량배 국가라고만 여기면 결국 당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언 국가정보연구회장은 이날 리 위원의 강연에 앞서 "북한의 위협은 2011년 김정은 집권 이후 핵과 미사일 능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2023년 연말부터 본격화한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적 밀착,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공식화,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근본적 변화를 보이고 있는 국제 질서 등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지피지기 백전불패'라는 손자병법 제3편 '모공'(謀攻)의 구절을 인용하며 북한을 정확히 알고 철저히 대비할 것을 강조했다.
 
조문정 기자 2025-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