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 엄청난 실수될 것"
MAGA 운동 이끌어 온 대부, 前 트럼프 책사
스티브 배넌 前 백악관 수석 전략가 인터뷰
李 '셰셰' 발언 반대… "中 대만 침공시 동맹 번질 것"
"한국, 어쩌면 日보다 더 중요한 美동맹"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는 불가능하다. 중국이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태도를 확실히 해야 한다.”
‘트럼프의 책사’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72)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최근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 전략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그는 특히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이 한반도와 무관하다고 한 이 대통령의 과거 ‘셰셰’ 발언과 관련해 “대만 침공 시 한국은 물론 일본·필리핀이 관여하는 대규모 전쟁으로 번질 것”이라며 “미국의 동맹국 지도자가 할 말은 아니다”라고 했다.
배넌은 도널드 트럼프를 두 차례나 미국 대통령으로 만든 책략가로, 미국 보수 우파 지지층에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프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았고, 트럼프 1기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지냈다. 이후엔 팟캐스트 ‘워 룸’ 등을 진행하면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의 정치 구호)’ 운동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가 패배한 2020년 대선이 사기라고 주장하며 의회 점거를 선동한 혐의로 지난해 4개월간 수감 생활을 하는 등 논란도 많고 발언도 과격하다. 하지만 여전히 트럼프 정부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 미국과 영국 등의 유력 언론들이 최근까지도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한국의 대통령 선거 소식을 자주 언급했다. 새로 선출된 한국 대통령이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음모론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한국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묻자 “한국은 어쩌면 일본보다 중요한 동맹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언론과 처음 인터뷰하는 그에게 한반도 문제에 관한 ‘MAGA주의자’들의 관점을 물었다. 과격한 표현이 많지만, 골수 MAGA파의 생각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순화하지 않고 그대로 싣는다.

-요즘 한국 소식을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1970년대 해군 장교 시절 한국 해군과 함께 항해했고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나는 한국 국민을 정말 사랑하고, 세계를 뒤흔든 K팝도 좋아한다. 미국에 한국은 태평양에서 일본보다 중요한 동맹일 수 있다. 그런 한국에서 중국 공산당에 종속된 진보 좌파 정당이 권력을 잡은 건 비극적이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고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동시에 중국과도 관계가 중요하다고 본다.
“나를 분명하게 인용해도 된다. 그건 말도 안 되는 헛소리(full of shit)다. 그게 바로 공산당이 벌이는 정치전이다. 한국이 ‘자유’ ‘민주주의’ 가치의 나라라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는 불가능하다. 전체주의 아래 ‘노예’가 되고 싶다면 균형이 가능하다. 중국 사람들에게 개인의 자유가 없는 삶이 어떤 것인지 한번 물어보라. 중국은 세계에서 아주 오래된 문명 중 하나인데, 아직까지 투표도 하지 않는다. 6·25전쟁 때 중공군 때문에 수많은 한국인이 희생됐고, 나라가 분단되지 않았나. 베이징(중국)만 아니었다면 전쟁을 즉시 끝낼 수 있었다. 공산당은 한국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다. 허울 좋은 말뿐이고 결국 끓는 물 안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한국 국민의 자유를 빼앗으려 할 것이다. 공산당은 암 같은 존재인데, 북한·홍콩에 이어 한국으로 퍼지고 있다. 서울이 제2의 홍콩이 될 수도 있다.”
-곧 한미 정상회담이 있을 텐데 트럼프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나.
“유일한 목표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과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공표해야 한다. 중국이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태도를 확실히 해야 한다. 무역 협상에서도 공정한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 그들은 천천히 시간을 끌 것으로 본다. 진심을 갖고 협상에 임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MAGA 신봉자들은 한미 동맹을 어떻게 바라보나.
“미국이 국내 문제에 집중하기 바라는 고립주의자도 있지만 소수다. 상당수는 우리가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여해야 한다는 걸 이해한다. 한국은 지리적 위치 때문에 매우 어려운 역사를 겪었지만, 그 때문에 한국 국민의 용기가 빛났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인들은 6·25전쟁 때 중국 침략자들과 맞서 싸운 한국인들의 용기를 잊지 않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우리와 함께 치열하게 싸운 위대한 동맹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과 맺은 동맹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일본은 평화 헌법 때문에 군사화가 어려웠지만, 한국에는 미군이 3만명이나 있다. 그래서 일본보다도 한국이 우리에게 더 중요한 동맹일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주한 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추진할까.
“그렇게 하면 지금 당장은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다. 중국은 미군 전투 병력이 아시아에서 철수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한국 정부에 그렇게 되도록 압력을 가할지도 모른다.”
-이 대통령은 양안 갈등이 한반도와 무관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렇게 말한다면 미국의 동맹이 아니다. 대만이 침공당하면 한국·일본·필리핀 등 미국의 동맹으로 번지는 전쟁이 될 것이다. 중국이 한국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는 데 성공하면, 대만 점령에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할지도 모른다. 미국이 ‘태평양 강국’을 유지하려면 반구(半球) 양쪽을 방어해야 한다. 동쪽에선 러시아, 서쪽에선 중국을 막는 게 중요하다. 트럼프가 시진핑 주석과 (통화하면서) 진정성 있는 협상을 시도하는 건 공산당이 대만 침공을 준비하면서 연습·훈련 단계에서 리허설을 하는 수준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북한의 김정은이 다시 만날까.
“트럼프와 김정은은 매우 특별한 관계다. 트럼프가 한반도를 방문한다면, 그 부분(김정은과 만남)이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트럼프의 취임 후 5개월을 어떻게 평가하나.
“성취가 매우 놀랍다. 사람들이 수년 걸릴 것이라 한 국경 통제를 60일 만에 이뤄냈고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도 시작했다. 지금 세계는 2차 세계대전 직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트럼프는 3차 대전을 막기 위해 매일같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이다.”
-당신의 팟캐스트를 듣는 한국인도 꽤 있는데, 하고 싶은 말은.
“정치적으로 조직화해야 한다. 한국 내 반대 세력뿐 아니라 미국과 전 세계에 ‘우리는 한국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 싸울 것이며, 중국의 독재자 집단에 절대 무릎을 꿇지 않을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
☞스티브 배넌
‘트럼프의 책사’ ‘매가(MAGA)의 대부’로 불리는 미국 강경 보수 우파 인사. 1953년 버지니아주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버지니아 공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해군 장교, 골드만삭스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일했다. 2007년 온라인 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를 창립해 보수 진영 여론 형성을 주도했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프 총괄을 맡았고, 트럼프가 당선되자 백악관 수석 전략가에 임명됐다. 2018년 백악관에서 나온 뒤 트럼프와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해 대선에서도 트럼프를 막후에서 도왔다. 2019년부터 팟캐스트 ‘워 룸’을 진행 중이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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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李대통령 외교 시험대… 안 가면 '눈에 띄는 부재' 될 것"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분석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나토 측의 공식 초청장을 받았지만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선 “정부가 갓 출범해 G7 정상회의(15~17일)도 어렵게 가는데, 연달아 나토 회의까지 소화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다수라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내각 구성 등 국내 업무가 많더라도 지난 6개월간 ‘정상 외교’가 공백 상태였던 점을 고려해 이 대통령이 나토의 초청에 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한국 정상이 예년과 달리 불참하면 ‘한국 외교 노선이 바뀌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눈에 띄는 부재(conspicuous absence)’다.

나토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부터 인도·태평양 지역 우방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까지 인태 4국(IP4)을 초청해 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첫 초청을 받은 2022년부터 3년간 매년 나토 회의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IP4 정상으로서 네 번째 초청장을 받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내건 ‘실용 외교’의 진짜 시험대는 G7보다는 나토 회의 참석 결정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현주 전 외교부 국제안보대사는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받는다는 건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갔고 국제사회의 기대가 크다는 뜻”이라면서 “참석 시 중국이나 러시아 측에는 전례대로 참석했다고 설명하면 되지만, 불참 때는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이상하게 비치는 ‘눈에 띄는 부재’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박종희 서울대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일각의 우려와 달리 나토의 이념적 부담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했다. 2024년만 해도 나토 회의에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여부를 둘러싸고 첨예한 논의가 있었지만, 이번 회의에는 그러한 의제가 없다는 것이다.
여권에선 “나토 참석이 전임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라며 부정적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의 나토 협력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한 것으로 초당적 대외 정책 기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청와대 자료집을 보면,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11월 옌스 스톨텐베르그 당시 나토 사무총장의 청와대 예방을 받고 “글로벌 파트너로서 나토와 한국 간 협력 관계가 증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군사적 부분이 강화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문 정부는 2019년엔 나토 사이버방위협력센터(CCDCOE) 가입 절차를 시작했다. 연례 나토 사이버 방위 훈련 ‘록 실드(Locked Shields)’에 우리가 참여를 결정한 것도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외교의 힘은 ‘예측 가능성’에서 나온다”면서 “진짜 문제가 있어 큰 골간의 변화를 줄 상황이 아니라면 일관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토 등 글로벌 안보 협력체가 매번 ‘이번에 한국은 어떻게 할 것 같아?’라고 의문을 갖는 상황이 반복되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인 교수는 “이 대통령이 나토에 가서 한국이 계엄이라는 위기 국면에서 헌정 질서를 회복한 경험을 전파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국가 외교 정책의 일관성을 고려해 나토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을 경우 한국은 IP4에서 가장 먼저 이탈하는 나라가 돼 향후 미국 등 서방과 맺은 관계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전 대사는 “나토는 회원국만 32국으로 G7보다 큰 다자 회의이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 관련 메시지에 대한 한국 부담은 작다”면서 “이 대통령이 나토 회의에 참석한 다음에는 상하이 회의 등 중국 관련 다자 회의에 참석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했다.
나토 참석은 K방산의 유럽 진출에 보탬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번 나토 회의의 주요 의제가 ‘새로운 전력(戰力) 모델 구축’ ‘군사력 증강 전진 배치’ 등으로, 방산 수출·기술협력·투자와 밀접하다는 것이다.
노석조 기자 202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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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전문가들, 대북 확성기 중단에 "한국 일방적 양보는 전략적 실수"
워싱턴 DC 한반도 전문가 9人 연쇄 인터뷰
"北, 이미 中·러로부터 혜택 보고 있어 유인 적다"
대북 정보 유입 약화 예상… "北주민 생명선 끊은 것"
국정원장 후보자 "尹정부, 전단 살포 방임·방조"
확성기에도 "北이 무서워한다는 건 오판"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요청한 데 이어 11일 군(軍)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는 등 취임 후 잇단 대북 유화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날 본지가 접촉한 워싱턴 DC 외교가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미 예상을 했던 터라 별로 놀랍지는 않다”면서도 “북한은 이미 중국·러시아로부터 원하는 것을 충분히 얻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긴장 완화나 평화 진전에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인권 의식을 고취시켜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이끌 대북 정보 유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이번 조치는 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이뤄진 것으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선 과정에서 국민께 약속드린 바를 실천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6월 북한이 오물 풍선을 살포하자 윤석열 정부가 대응 차원에서 6년 만에 재개한 확성기 방송을 다시 중단한 것인데 우리 정부의 선의(善意)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남(對南) 방송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미 육군 특수작전사령부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APS) 부회장은 “미국이 미국의 소리(VOA)·자유아시아방송(RFA)을 없앤 것 만큼이나 중대한 전략적 실수(strategic mistake)”라며 “안타깝게도 이번 조치는 김정은 정권의 신뢰를 얻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김정은은 남한 사회에 분열을 조장하고 한미 동맹에 균열을 일으키는 자신의 전략이 성공한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했다.

미 정보 당국 북한 분석관 출신인 시드니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고문은 “현재 한반도가 불안정한 가장 큰 원인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량을 확장하고, 러시아와 전략적인 협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북 확성기, 전단 살포와 남북한 긴장 사이에는 거의 상관관계가 없다. 이번 조치가 한반도 긴장 완화나 평화 진전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도 “평양(북한)은 자체 선전 방송을 계속 송출하고 있고 한국의 이번 조치를 인정하는 어떤 신호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김정은은 이미 베이징(중국)·모스크바(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제재 회피, 외교적 보호 같은 다양한 혜택을 누리며 미소 짓고 있다. 서울이 이 새로운 게임에서 큰 카드를 갖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고 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트럼프와 이재명 대통령 모두 긴장 완화를 위해 새로운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평양과의 외교가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1년 반 전 통일 포기를 선언하고 남한을 북한의 주요 적대국으로 지목했을 때 그는 어느 정당이 통치하는 것에 상관없이 모두 여전히 적대국이라 분명히 밝혔다”며 “김정은은 두 가지 양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베넷은 “김정은이 협상을 계속 거부할 가능성이 높지만, 확실한 건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대북 접촉이 김정은의 실제 입장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8일 만에 이뤄진 이번 조치는 일방적인 양보로 적절하지 않다”며 “정보 유입을 협상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되지만, 한국이 대북 레버리지를 스스로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일방적인 양보는 남한의 위치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 미국 바이든·트럼프 정부의 모든 대화 시도와 최근 트럼프의 친서(親書) 전달까지 모두 거부했다”며 “워싱턴에서는 이 대통령이 과거 진보 정부들이 평양에 조건 없이 혜택을 제공했던 것처럼 북한에 지나치게 유화적인 정책을 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인권 전문가들은 지난 30년 동안 한미가 공을 들였던 대북 정보 유입이 약화할 것을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이뤄진 연방 구조조정 광풍 속에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를 접하는 창구가 되고, 북한 내부 사정을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던 VOA·RFA 같은 매체들이 사실상 폐쇄된 상태다. 올리비아 이노스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이 줄어든 가운데 나온 이번 한국 정부 발표는 이보다 더 나쁜 시기에 이뤄질 수 없었다”며 “한국 내 시민 사회의 표현의 자유에 냉각 효과를 주고, 38선 너머로 탈출을 고려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생명선(critical lifeline)을 제거한 것과 같다”고 했다.
엘리트 탈북민 출신인 이현승 글로벌평화재단 연구원은 “외부 정보는 북한 장교와 군인들의 전의를 약화시키고 의식 변화를 유도하며 궁극적으로는 한미에 대한 적대감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며 “한국 정부가 스스로 이를 차단하면 북한은 이를 ‘한국이 김정은 정권에 굴복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것”이라고 했다.
◇ 이종석 “北이 확성기 무서워한다는 믿음은 오판”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남북관계발전법을 개정해 대북 전단 살포 금지를 법제화했지만, 3년 뒤인 2023년 9월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위헌(違憲) 결정을 내렸다. 이재명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공약을 설계한 이종석 후보자는 이와 관련 지난해 경향신문 기고에서 “윤석열 정부는 표현의 자유만을 강조하며 전단 살포를 방임 혹은 방조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북한이 남한의 어떤 무기보다 무서워하는 것이 대북 확성기’라는 믿음은 오판이라고 본다”고 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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