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1대 총선 관련 소송 총 139건… 역대 最多
⊙ 통합당의 침묵과 민주당의 無대응… 이유는?
⊙ 부정선거 논란은 보수의 분열인가, 다양성인가
⊙ “빠른 재검표 절실”… 유일한 공감대

한편 ‘확신파’들의 결집은 점점 단단해지는 듯하다. 청년들의 ‘블랙시위’는 확산 일로고, 유튜브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꾸준히 물음표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수많은 의혹이 나왔다. 추린다고 추려봐도 수십 개다. 대표적인 게 ▲63대 36(서울, 인천, 경기의 민주당 후보와 통합당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모두 63대 36으로 너무 비슷하다는 의혹) ▲투표지 분류기 오류 ▲중국 개입설 ▲특수봉인지 훼손 ▲부여군 개표소와 유령표 논란 ▲4.7초 만의 투표 ▲삼립빵 박스 사건 등이다.
이런 의혹을 일일이 검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진실의 열쇠를 쥘 수도 없거니와, 필요하더라도 수사기관에서 할 일이다. 다만 상반된 입장은 정리해볼 만하다 싶었다. 지난 7월 9일, 이들을 만난 이유다. 보수 내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두 인사다. 김소연 변호사와 최대현 펜앤드마이크 편집부장. 김 변호사는 21대 총선에서 대전 유성을에 출마해 낙선했다. 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와 선거부정 관련 소송 대리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파주을 예비후보였던 최 부장은 펜앤드마이크에서 현재까지 제기된 60여 가지 의혹들을 일일이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렇다고 이날 ‘토론’을 한 건 아니다. 애초에 찬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지도 않다. 그저 편하게 의견을 개진해봤다. 제기된 의혹뿐만 아니라 보수 분열에 대한 생각과 발전적인 대안까지 두루 짚어봤다. 그 과정에서 중간중간 긴장감이 감돌긴 했지만, 다행히 ‘싸움판’으로는 안 번졌다.
논란의 시작은 ‘통계’
돌이켜보자. 시작은 ‘사전투표 조작설’이었다. 이는 지금까지도 핵심 의혹으로 꼽힌다. 통합당 주요 수도권 후보들이 본투표에서는 접전을 벌였지만, 사전투표에서는 크게 열세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 ‘차이’가 묘하게도 일률적이라는 것이다. 일부 유튜버들은 이때 ‘누군가 사전투표함을 바꿔치기했다’ ‘선관위에서 개표 시스템을 조작했다’면서 논란을 부추겼다.
낙선자 몇몇도 말을 보탰다. 차명진 전 통합당 경기부천병 후보는 “두 학생의 답안지가 숫자 하나 안 다르게 똑같다면 이상한 것 아니냐”고 했고, 김태우 전 통합당 서울 강서을 후보는 “50억 정도 현상금을 걸어 내부고발자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관망세가 더 컸다. 트리거 역할은 ‘세계적 부정선거 전문가’라는 월터 미베인 미시간대 교수가 했다. 한국의 선거 결과를 보고 “한국 총선에서 부정투표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것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서서히 국내 학자들이 나섰다. 지난 5월 26일 한 토론회에서 통계물리학 박사인 박영아 명지대 물리학과 교수(제18대 국회의원)는 “마치 1000개의 동전을 동시에 던졌을 때 모두 앞면이 나오는 경우”라고 비유했다. 통계학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가 이날 짚은 몇 가지 특이성은 ▲서울·인천·경기 민주당 대 통합당 사전투표 득표율이 63% 대 36%로 일치하는 점 ▲서울 49개 선거구의 424개 동 모두 민주당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본투표 득표보다 12% 정도 일정하게 높은 점 ▲수도권 1092개 읍면동 단위에서 민주당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본투표 득표보다 높은 점 ▲관외 사전투표 수 대 관내 사전투표 수가 일정한 비율인 점 등이다.
김소연 변호사의 의견도 이와 궤를 함께한다. 그는 “통계 추측을 직접 계산해보고 ‘있을 수 없는 일’로 결론지었다”면서 “다른 건 차치하고 통계 하나로 부정선거임을 100% 확신한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한 학급 아이들 50명 몸무게 평균이 50kg이라고 쳐요. 이 50명 중에 20명을 무작위로 뽑아서 몸무게를 잰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100kg이 나온 거예요. 굉장히 이상한 일이죠?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에요. 왜냐, 나머지 30명이 있잖아요. 그 아이들이 일제히 20kg 정도면, 어렵지만 가능은 합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말하자면 이러한 현상이 전 학급에서 일어난 수준이라는 거죠.”
최 부장은 “나 또한 처음엔 그럴듯한 얘기와 논리들에 솔깃했던 적도 많았다”면서 “그러나 전문가 집단과 의혹들을 하나씩 검증해보니 사실이 아닌 것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무작위 추출이 아닐 때, 그러니까 무거운 아이들로만 뽑았을 경우 충분히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면서 “63대 36 비율 또한 놀라울 것이 없다. 실제로 2012년 이래 치른 대통령 선거, 총선, 지방선거 7개 중 3개의 선거에서 이 같은 현상은 있었으며, 63대 36인 곳은 전체 지역구 253개 중 17개인데, 이는 표본 집단이 커지면서 비슷한 환경의 권역에 있는 집단은 비슷한 결과를 나타내는 ‘큰 수(數)의 법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전투표 반대 운동의 영향?
통합당의 사전투표율이 낮은 데에도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 부장에 따르면 통합당 지지자들은 ‘정말로’ 사전투표를 안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사전투표 참여의사가 통합당 지지자들보다 2배 이상 높았다”고 했다. 최 부장은 또 “여기에는 선거 전, 공선감TV 등 일부 보수 유튜버의 ‘사전투표하면 조작된다’며 진행한 ‘사전투표 거부 운동’도 한몫했다”면서 “그 시기, 민주당은 ‘사전투표 독려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원래 진보에서 사전투표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래도 이렇게 격차가 큰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여론조사를 논거로 든다면, 정의당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사전투표 의향은 정의당 지지자들이 가장 높았지만, 막상 우르르 달려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사전투표 독려는 통합당에서도 열심히 했습니다. 일부 보수층에서 사전투표 거부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분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너무나 강성인, 극히 소수의 부류라서 애초에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했습니다. 또한 이번에는 코로나 시국인데도 불구하고 60대 이상의 투표율도 높았지 않습니까.”
최 부장은 여기서 “생각지 못한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후보자들이 이례적으로 많았지 않습니까. 투표용지가 굉장히 길고, 비닐장갑을 낀 상태라 어르신들이 1번과 3번 사이의 2번에 정확히 맞춰서 찍지 못한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무효표가 그만큼 많았다는 거죠. 무조건 ‘조작됐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충분히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여기까지 둘은 ‘경향성’ 대 ‘조작’의 이견을 보였다.
개표 분류기의 오류
지금부터는 ‘부정(不正)’ 대 ‘부실(不實)’이다. 지난 5월 한 일간지가 몇몇 개표참관인의 증언을 토대로 부여개표소의 개표 오류 의혹을 보도했다. 참관인은 기사에서 “투표지가 분류기를 통과하면서 이상한 장면을 여러 번 봤다. 1번 후보 표가 지나치게 많이 나와 재검표를 하면 역전되기도 했다. 또 2번 후보 표는 유독 많이 재확인용(미분류표)으로 분류됐다. 주로 사전투표 용지에서 그런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직접 부여의 선관위를 찾아 다시 분류기를 돌려봤다고 한다. 그는 “수백 개의 표가 한 테이블에서 일제히 뒤집혔다. 예컨대 처음 700대 300이 나왔던 게 다시 돌리니 500대 500, 또다시 했더니 300대 700이 나오는 식”이라면서 “해당 분류기는 신뢰도가 ‘0’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PD수첩〉은 개표 조작설을 다루면서 이 내용을 쏙 빼고 방송했다”고도 했다.
최 부장은 “만일 조작 세력이 있다고 한다면 이처럼 쉬이 걸릴 것을 감수하고 왜 구태여 그런 방법을 썼겠느냐”면서 “이는 단순한 오류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즉각 반박했다.
“단순한 오류라고요? 한 참관인은 2번으로 가야 할 게 1번으로 가서 쭈뼛했더니, 옆에서 ‘빨간 점 하나 잘못 찍히면 그럴 수도 있다’고 달랬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아무 말도 못 했다고 실토했습니다.”
최 부장은 “이렇게 대규모 표 차가 나려면 대부분의 개표소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부여 말고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후보자 참관인 쪽에서 재검표를 하자고 하면 법적으로 하게 돼 있습니다. 매뉴얼 보셔서 알겠지만, 뒤에 1 단위 하나 틀린 게 있어도 수시로 다시 돌릴 수 있어요. 요구하면 해줘야 하고요. 은행에서 결산할 때 조금씩 차이 나는 경우가 있듯이 그 정도 오차라고 봅니다.”
김 변호사는 “매뉴얼상 그렇긴 하지만 훈련된 사람 외에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그런 경우 다음부터 명백히 항의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요. 부여 같은 경우 개표 참관인이 다시 돌릴 수 있었던 이유가 지역 내에서 조직 활동하시는 분이라 욕을 했기 때문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냥 얌전히 말하면 안 통한다는 거죠. 진위 논란을 떠나 이런 부분은 분명히 개선돼야 합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부정선거와 부실은 분명히 구분 지어야 한다. 예컨대 투표지가 들어 있는 봉투는 매뉴얼에 따라 봉인을 해서 선관위원장 도장을 찍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뻥 뚫린 상자에 담아놓았다”면서 “이건 관리 부실 정도로 볼 게 아니라, ‘무효’로 봐야 한다. 법률적으로는 개작(改作)의 가능성만 있어도 증거 능력을 상실한다고 본다. 이 경우 외부 침투가 없었더라도, 침투의 가능성만으로 표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근래에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 범죄가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부정선거가 이뤄진 구체적인 방법은 수사기관이 밝힐 일”이라면서도 “현상적으로 ‘이상하다’는 것에서 의혹 제기를 시작하고 보니, 무효 봉인 등 석연치 않은 정황들이 발견됐다. 조작 여부와 별개로 증거가 무효라는 게 하나만 있어도, 이것 또한 부정선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5월, 21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한 선거소송 본안 건수는 139건이라고 밝혔다. 선거무효소송 137건과 당선무효소송 2건이다. 선거 관련 소송으로는 역대 최다로 꼽힌다.
그러나 처리는 더딘 상황이다. 지난 7월 7일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헌변)’ 등 5개 단체는 “대법원은 선거소송 150여 건에 대해 심리 기간의 3분의 1이 돼가고 있는 지금까지 아무런 심리도 개시하지 않고 있다”며 “대법원은 이 선거 사건들에 대해 신속히 절차를 개시하고 엄정히 심리하라”고 촉구했다. 공직선거법 제225조는 “선거에 관한 소청이나 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해 신속히 결정 또는 재판해야 하며, 소송은 소가 제기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수의 분열
부정선거 의혹의 선봉장 역할은 민경욱 전 의원이 하고 있다. 그를 필두로 지난 7월 8일 창립한 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에는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관계자와 공병호 박사, 정치평론가 이봉규씨, 김소연 변호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조작을 확신하는 이들 중에서는 음지(陰地)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도 꽤 있다. 수도권 모 지역에서 낙선한 한 인사는 “부정선거를 100% 확신해 증거보전을 신청한 상태”라면서 “그러나 패배자의 현실부정으로 비칠 우려와 심증만으로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역공을 당할 가능성 때문에 대외적인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또 “실제로 이 같은 이유로 인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 꽤 많다”고도 했다.
한편 반대편은 대표적으로 하태경 통합당 의원,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등이 있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통합당이 투표 조작 괴담에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총선으로 한 번 죽은 당이 괴담으로 두 번 죽게 된다”며 “‘투표 조작 괴담 퇴치반’을 만들어 보수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준표 의원 또한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자유당 시절처럼 통째로 조작투표를 하고, 투표함 바꿔치기를 할 수가 있겠나”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다름’을 분열로 봐야 할까, 다양성으로 봐야 할까. 이 와중에도 의견은 갈렸다. 김 변호사는 ‘다양성’으로 봤고, 최 부장은 ‘분열’ 쪽에 가까웠다. 이들의 대화를 들어보자.
김소연: 보수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이렇게 찬반이 오가는 건 민주적인 거죠.
최대현: 의혹 제기하시는 분들께 여쭈고 싶은 것이, 이를 통해 어떤 결과를 내고 싶은 건가요. 만일 진실이 안 밝혀지면 어떡하실 건지, 또한 사법부가 ‘부정선거가 아니다’고 하면 받아들일 건지?
김소연: 진실이 안 밝혀지면 계속 밝혀내야죠. 지금 5·18이니, 한명숙이니 죄다 다시 나오잖아요. 저는 반대로 여쭈고 싶은 게,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되는데 왜 ‘부정선거가 아니다’라고 나서는 거예요?
최대현: 이 논란을 빨리 마무리 짓고 좌파로 인해 망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거든요.
김소연: 저는 이걸 좌우와 관계없는, 국민 주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치 방송 하시는 입장에서 전략적 사고를 할 수밖에 없는 걸 이해하지만, 어딘가 진실이 있고 확신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인데, 정치적인 이유로 눈을 감아야 하나요? 당보다 중요한 게 진실이라고 생각해요.
최대현: 눈을 감자는 게 아니고 할 거면 치열한 검증, 또 검증이 필요하다는 거죠. 특히 일부 유튜버들처럼 이렇게 의혹만 계속 확산하면 일종의 ‘양치기 효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보수가 얘기를 하면 아무에게도 안 먹힐 수 있는 거예요. 국민적으로 정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싶다면 최소한 검증된 증거를 가지고 와서 말을 하자는 거죠. 지금 이런 자리처럼 건강하게 의견을 개진할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김소연: 결국 방향을 잡고 가야 한다, 이런 말씀인 것 같은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그냥 놔두시면 돼요. 변호사들이 지금 다 알아서 증거 능력 파악하며 소송하고 있는데, 왜 자꾸 ‘부정선거 아니다’라고 하시는지…. 유튜브, 커뮤니티, 댓글, 시위에서도 뭐라고 하든지 그건 개인의 자유이고 하나의 문화인데 그냥 좀 놔두세요.
최대현: 최소한의 검증은 해야 한다는 겁니다. 행여 선동당하고 있는 거라면 다 같이 망합니다. 중국인이 개표를 했다? 귀화한 사람으로 밝혀졌죠. 중국망이 들어왔다? 폐쇄망인데 어떻게 들어옵니까.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가 저쪽에서 ‘우파는 거짓말만 한다’고 역공당하기 십상입니다.
‘시민의 눈’
최 부장이 언급한 ‘선동’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에 따르면 부정선거 의혹은 과거 꾸준히 민주당이 제기했다. 그런데 자체적으로 ‘이렇게 하다가는 사람들이 선거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길 것이고, 결국 집권에 방해가 되겠구나’ 하고 깨달았다. 이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세미나 등 교육을 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을 ‘선거 감시단’인 ‘시민의 눈’ 활동을 하도록 했다는 것. 이들은 현재 수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장의 말이다.
“부정선거의 결정적 증거라고 떠도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게, 후보자 이름 옆이 공란인데 1번으로 분류되는 영상이죠. 그 뒷부분 보셨나요. 그게 원래는 ‘번호에 찍어도 분류기에 인식된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시연한 영상입니다. 의도적 편집으로 가짜뉴스를 만든 거죠. 계수기 쳐다봤다고 욕설하는 영상도 유명하죠. 이것도 알고 보면, 다른 참관인끼리 싸우는 건데 그럴싸하게 갖다 붙여 마치 직원이 한 것처럼 만든 거더라고요. 그렇다면 과연 이런 영상을 누가 만드느냐는 겁니다. 저는 ‘시민의 눈’의 소행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번 선거에 대거 개표사무원으로 들어왔다는 정황도 있고요.”
그는 이어 “그들은 지난 10년간 부정선거만큼 선동하기 쉬운 주제가 없다는 걸 체험했다”면서 “보수의 분열을 위해 이렇게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이 이미 빠져나온 부정선거 프레임에 이제 보수가 달려들고 있는 꼴”이라고 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입장
민주당이 조용한 이유 또한 이 차원에서 설명할 수 있다고 최 부장은 말했다. 보수의 분열을 지켜보며 ‘한방’을 날릴 적절한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는 것. 이에 김 변호사는 “이슈화가 돼서 좋을 게 없으니까 침묵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매번 오발탄을 날리는 최 모 의원 및 조 전 장관 등까지 일언반구도 없는 것을 보면 의도적인 함구임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통합당 측은 부정선거 논란에 대해 ‘사실상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낸 상태다. 지난 6월 4일 통합당은 의원들에게 A4용지 11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된 ‘부정선거 의혹 논란에 대한 총괄’ 보고서를 배포했다. 보고서에는 지난 4·15 총선 이후 사전투표 분류기 조작, 투표함 바꿔치기 등에 대한 진행 결과와 당 차원의 검토사항이 담겼다. 검토사항에는 사전투표와 부정선거 등에 대한 의혹에 근거가 있다는 내용이 한 줄도 없었다.
다만, 사전투표제도는 손볼 필요가 있다고 썼다. 통합당은 “사전투표제도는 선거일에 불가피한 사유로 투표를 하지 못하는 유권자를 위해 도입된 취지에 부합되게 운영돼야 한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사전투표를 한 후 선거일을 공휴일로 생각하거나 유권자가 후보자를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투표가 이뤄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전투표제도가 전국 단위 선거에서 첫 적용된 지난 2014년 6회 지방선거의 사전투표율은 11.5%였으나 21대 총선 때는 26.6%로 계속 상승세”라며 “선거일에 선거가 집중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완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빠른 재검표 이뤄져야
진실 여부를 떠나 이 같은 논란이 길어지면 피차 힘들다. 물리적・화학적 에너지를 너무 많이 뺏기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건, 이런 일이 재발(再發)하지 않는 것. 이 사안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사전투표를 없애고, 투표 현장 교육을 철저히 하고, 투표분류기를 없애고 수개표를 진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투표지 분류기는 지난 2002년 도입됐다. 빠른 결과 발표를 위해서다. 하지만 오작동과 해킹 가능성 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김 변호사는 “미국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선거제도 안에 오딧(audit)이라는 안전장치를 둔다”면서 “그 때문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견될 때 신속한 수(手)개표를 통해 유권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최 부장은 “일본처럼 이름을 손으로 써서 투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에 앞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재검표’”라고 입을 모았다.
최대현: 재검표를 빨리 해야 합니다.
김소연: 그건 당연한 법적 권리죠. 왜 이렇게 빨리 안 한다고 보세요?
최대현: 보수 망하게 하려고.
김소연: 재검표를 안 한다고 왜 보수가 망합니까.
최대현: 이렇게 분열하잖아요.
김소연: 그럼 가만히 계시면 되잖아요.
‘통합’을 위해서라도 재검표는 빨리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지난 7월 7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부정선거와 관련해 처음으로 입을 열고 재검표를 촉구했다. 그는 “과거 선례를 보면 늦어도 2개월 안에 재검표를 마쳤지만, 이번에는 단 한 곳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조속한 재판과 재검표를 요구하는 민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시간을 끌수록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만 증폭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