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리산 자락의 동북쪽 끝에 솟아오른 왕산과 필봉산이다. 역사와 전설, 왕국의 흥망성쇠를 음미하며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산행지로.. 가락국(금관가야) 10대 왕이자 가야제국 최후의 왕인 양왕(구형왕)과 그 증손자 김유신 장군에 얽힌 많은 이야기와 유적을 품고 있고..
조선 건국에 반대한 고려의 충신 '두문동 72인'의 한 사람인 농은 민안부의 충절이 서려 있는 망경대를 품고 있으며,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의 스승인 조선시대의 명의 류의태가 의술을 베풀고 머문 곳이기도 하다.
일봉산우들(27명)과 함께 08:00에 수변공원에서 출발하여 남해고속도로를 거쳐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생초나들목에서 내린 후
화계리 쪽으로 좌회전해 계속 진행하다. 화계리에서 60번 지방도로를 타고 휴천 마천 방면으로 가면 금서면 화계리에서 '전 구형왕릉' 표지판과 덕양전을 만나고 구형왕릉 쪽으로 가면(11:04) 주차장에 닿는다. 산행들머리다. 간단한 주의사항과 인사나누고 출발한다.
넓은 세멘포장길을 따라 3분만 오르면 오른쪽 다리 건너편에 거대한 돌무덤이 보인다. 사적 제214호인 구형왕릉 이다.
금관가야 최후(제10대)의 왕이자 삼국통일을 달성한 신라 김유신 장군의 증조부인 구형왕의 무덤으로 전해지는 이곳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돌로 쌓아 올린 피라미드형 석축 무덤이다. 구형왕은 산라와 백제 양쪽의 위협에 시달리다 532년 신라에 나라를 바쳐 투항함으로서 가락국은 완전히 멸망하고.. 1500년에 가까운 세월의 흔적이 돌담과 돌무덤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무덤 앞에는 '가락국양왕릉'이라 적힌 비석과 문무인석상과 석수 등이 세워져 있어며 돌담이 빙 둘러쳐저 모두를 감싸고 있다.
다시 다리를 건너오면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보이지만.. 누라와 나만 주차장에서 연결되는 임도를 택한다.
우측 산길로 들어서야 그늘진 숲길 등로 로 오를 수 있고... 임도에선 결국 만나지만.. 주차장 간판에 류의태약수 가는길이란 팻말만 보고..
내려쬐는 햇볕에 달궈진 시멘포장 임도로 30여분만에 약수터 갈림길에 (11:35)닿는다.
오른쪽 능선길은 왕산 정상으로 오르는 최단거리 등산로 이고 왼쪽으로 20m만 가면 약수터다. 곧 '수정궁 터'를 지나 약수터에 닿는다
약수터엔 "류의태약수터의 유래" 안내판과 깔끔하게 정돈된 약수터엔 조선 중기의 명의(名醫) 류의태가 왕산에서 채취한 산약초로 탕약을
다릴 때 사용한 그 약수 한바가지 마시고 되돌아 우측 '망경대 1.1㎞' 이정표 방향으로 진행한다. 철망 옆을 따라 능선 사면을 휘돌아 가는 길이다. 20분가량 아주 완만한 사면길이 이어진다. 짧은 너덜지대도 두어곳 지나고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닿으면 능선을 따라 오른쪽 오르막으로 진행. 능선부터 본격적 오르막 200m만 오르면 바위 위에 '망경대(望京臺)'라 적힌 비석이 보인다.(12:25)
경치 경(景)자가 아닌 서울 경(京)자를 쓴 것에서 그 내력을 찾아보니 고려 공양왕 때 예의판서를 지낸 농은(農隱) 민안부(閔安富) 선생이
조선 건국에 반대해 산청군에 칩거해 살면서 매월 초하루와 보름날 이곳에 올라 정북 쪽인 개경을 향해 절을 했다고 한다.
이곳 또한 패망한 왕국의 아픔이 서린 곳이다. 동쪽으로 황매산에서 황석산 남덕유산까지 시원하게 조망되고.. 북쪽 멀리로 기백산이 보인다.
망경대에서 한층 가팔라진 오름길로 10여분가량 더 오르면 '강쇠약수' 갈림길만나고... 능선으로 10분쯤 가면 또 갈림길. 왼쪽은 한방휴양지로 내려가는 길이지만 계속 직진. 10분 후 사방이 탁 트이는 '전망바위'에 닿는다. 진행 방향에서 정면으로 보면 붓을 닮은 필봉산이 그 날씬한
자태를 드러내고 그 너머로 지리산 능선의 동쪽 끝 봉우리인 웅석봉의 모습이 드러난다. 부근에 자리깐다. 누라와나 용섭산우 셋이서...
점심 끝날무렵 일행 한두사람 나타나고.. 자리 양보하고 우린 일어선다.
전망바위에서 왕산 정상까지는 사방으로 탁 트여 멋진 조망을 즐기며 달릴 수 있는 평탄한 능선길이다.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전망대고 쉼터다. 왕산 정상 뒤로는 지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이 우뚝 솟아 있고...
능선길 이어가다 906봉에 올라서면 한글로 된 '왕산'표지석 만난다(13:05). 가짜왕산이다. 가짜왕산에서 3분이면 큰 소나무 아래 산오름산악회에서 세운 왕산개념도가 위치한 넓직한 비박지가 나타나고, 이어 4분만에 갈림길에서 이정목 만나면 오른쪽으로 가면 류의태약수터로..
직진하면 5분만에 왕산 정상에 닿는다(13:16). 한자로 '왕산(王山)'이라 적힌 정상석에 923.2m라고 표기돼 있고, 삼각점과 이정목이 섯다.
직진하면 쌍제로 내려서고 좌측으로 필봉산이 1km 거리다. 정상석 뒤로는 천왕봉이 기세 등등하게 다가서고 왼쪽으로는 필봉산이 우뚝 하다.
웅석봉에서 중봉,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병풍 같은 지리산의 동부 능선도 한눈에 들어온다. 지리산 주능선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산으로 남부에서는 하동 삼신봉, 북부에서는 함양 금대산, 삼봉산, 삼정산 등이 꼽히지만 동부 능선을 가장 멋지게 조망할 수 있는 산으로 이곳 왕산을 최고로 꼽을 만 하겠다. 천왕봉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보면 함양 독바위 능선이 뚜렷하고 그 아래에 임천강이 흐른다.
정상에서 인증샷 남기고 좌측 필봉산 방향으로 내려선다. 20여분을 내려오면 왕산'필봉 갈림길인 여우재에 닿는다. 이정목이 섯다.
왕산에서 700m 지점이고 좌측으로 한방휴양지가 1.7km거리고.. 필봉이 300m거리다. 필봉산으로 직진하여 오르막을 탄다.
12분 후 커다란 암봉인 필봉산 정상.(13:49) 이곳 정상석 역시 지리산 천왕봉을 등지고 있다. 인증샷 남기고..
하산길은 진행 방향 능선 내리막으로 잡는다. 잠시 후 오른쪽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찔하다.
천길 낭떠러지 바위 틈새에 뿌리내린 작은 소나무가 천왕봉 방향으로 뻗어있는 모습이 신비롭다. 길을 재촉하면 3분 뒤 갈림길.
오른쪽은 향양리로 내려서는 길 이고.. 우리는 11시 방향으로 직진한다. 방향표지 한장 깔아두고...
바위 옆으로 안전 철봉이 확보된 암릉구간을 지나 5분 쯤 가면 능선상에 우뚝 선 쪼개진바위 만나고.. 이어가면 안부 갈림길.
직진하면 왕복사로 하산하는 길이지만 '강구폭포 1.7㎞' 이정표가 가리키는 왼쪽 계곡으로 들어선다. 여기도 진행방향 표지 깔아두고.
10분 정도 내려서면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낙엽송과 전나무가 우거진 숲 사이로 10분쯤 더 내려가면 Y자 모양으로 길이
갈라지는데 왼쪽 길은 묵은길... 우측은 새로닦은 임도인가~?? 좌측 묵은길로 접어든다 10분 후 계곡 바닥에 닿는다.
굴삭기가 한창 공사중이다. 한방휴양관광지 조성과 연계한 공사인 듯... 광구계곡을 가로지른 후 건너편 현수교인 철재구름다리를 지나 200m만 가면 한방휴양지인 본디올 한의원 앞에 닿고.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오른쪽 내리막으로 50m 정도 가면 60번 지방도가 지나는 특리교 다리에 닿는다.(14:59) 날머리다. 저 아래에 광구폭포가 있다는데... 본디올 한의원앞 도로에 애마가 기다리고 있으니...
다리밑에서 땀닦고 산행 마무리한다. 2011/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