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스캠센터는 단순한 해외사기가 아니다. 한국 청년이 가장 많이 피해를 입었고, 그 배후엔 제재 공백과 금융의 허점이 있었다. 이번 기획은 프린스그룹을 중심으로, 왜 한국이 국제범죄의 표적이 되었는지 그 구조적 이유를 추적한다. <편집자 주>
캄보디아 스캠의 그늘, 사라진 목소리들. 빈 연단 위에 남겨진 신문 한 장은, 제재 없는 국가가 외면한 한국인의 실종을 상징한다. 한미일보 그래픽
프린스그룹의 그림자, 330명 실종… ‘제재 없는 국가’의 국민이 표적이 됐다
한국인 피해가 유독 많은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캄보디아의 스캠센터를 운영한 프린스그룹은 미국과 영국에서 ‘초국적 범죄조직(TCO)’으로 지정됐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단 한 차례의 공식 제재도 받지 않았다. 그 사이 피해자는 쌓였고, 국내 은행에는 이 조직과 연관된 예치금 912억 원이 동결된 상태다.
한미일보는 외신 기록과 금융당국 자료, 피해자 증언을 종합해 이 사태의 구조를 분석했다.
한국인 피해자는 지난 1년 새 최소 33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피해 유형은 대부분 고임금 해외취업을 미끼로 한 구인사기였다.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등지의 온라인 채용공고에는 “월 500만 원 보장”, “영어 불필요” 같은 문구가 붙었다.
도착한 순간 피해자들은 여권을 압수당하고, 외부와의 연락이 끊긴 채 온라인 사기나 암호화폐 투자 유인 행위에 강제 동원됐다. 현지 경찰 조사에서는 이 과정에 한국인 중개인들이 연루된 정황도 일부 드러났다.
스캠센터라는 말은 범죄조직의 ‘온라인 농장’을 뜻한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전역에 이런 시설을 운영하며, 강제노동과 인신매매, 폭행을 통해 이윤을 창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프린스그룹 회장 첸즈(Chen Zhi)를 ‘강제노동을 통한 온라인 사기 운영’ 혐의로 기소했고, 미 재무부는 그룹과 관련된 146개 법인과 개인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영국 역시 런던 내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을 동결했다.
그러나 한국의 대응은 달랐다.
프린스그룹과 직접 연계된 법인이 국내에 없다는 이유로, 정부는 독자 제재를 내리지 못했다. 한국에는 미국의 ‘글로벌 매그니츠키법’처럼 해외 인권침해자나 범죄조직을 제재할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 유엔 안보리 결의가 없는 한, 외국 기업을 국내법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 결과, 캄보디아 현지 국민·신한·우리·전북은행 법인에 남아 있는 프린스그룹 관련 예치금 912억 원은 단순 ‘동결’ 조치에 머물고 있다. 법적 몰수나 범죄수익 환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제도적 공백은 한국인을 향한 범죄의 표적화를 낳았다.
미국과 영국이 제재로 차단한 통로가 닫히자, 범죄조직은 규제가 약한 한국 시장을 ‘대체 루트’로 삼았다. 한국 내 은행은 국제 제재망 밖에 있기 때문에, 자금세탁이나 송금 통로로 악용될 위험이 커졌다.
해외 취업을 꿈꾸는 청년층은 이런 구조 속에서 손쉬운 희생양이 되었다.
문화적 요인도 작용했다.
스캠조직들은 ‘한국식 신뢰 코드’를 정밀하게 모방했다. ‘서울 지사’, ‘한국 담당팀장’ 등 실제 존재하지 않는 명함과 계약서를 제시하며, 정식 채용절차를 흉내 냈다. 한국인들은 문서와 형식을 신뢰하는 경향이 강해, 서류가 완벽할수록 경계심이 낮아진다.
외신에 따르면 스캠센터로 유입된 한국인은 대만·말레이시아보다 비율상 두세 배 높았다.
정부 대응은 뒤늦었다.
외교부가 시하누크빌과 프놈펜 일대에 여행경보 ‘블랙코드’를 발령한 것은 사망사건 발생 석 달 뒤였다. 피해자 가족들은 현지 수사에 접근하지 못했고, 국제공조망에서도 한국은 옵서버 수준에 머물렀다.
결국 국민은 ‘자국의 보호 밖에 있는 시민’으로 남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제재 공백을 “제도 없는 선진국의 맹점”으로 지적한다.
경제력은 선진국이지만, 제재와 인권 대응은 개발도상국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이라도 미국식 ‘독자 제재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외교적 부담을 이유로 제재를 미루는 사이, 프린스그룹의 자금은 여전히 캄보디아 현지에서 회전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치금은 동결돼 있지만 법적 몰수는 어렵다”며 “국제공조를 통해 범죄수익임이 확인돼야 비로소 제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확인’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 사이 또 다른 한국인 청년이, 또 다른 구직공고를 통해 같은 덫에 걸려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이 피해가 큰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해외취업과 투자에 대한 환상이 낳은 개인의 허점,
둘째,해외 범죄에 대응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국가의 무능,
셋째,제재를 두려워하지 않는 국제범죄조직이 한국을 ‘쉬운 나라’로 본 결과다.
한국이 제재를 하지 않는 사이, 세계는 이미 한국인을 보호 대상으로가 아닌 ‘대상(Target)’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김영 기자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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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도 구인활동" 캄보디아 범죄카르텔 프린스그룹 추악한 실체
합법 기업인 척 피싱 인신매매 등 조직적 범행 강남 테헤란로에 지점까지…범죄자금 세탁 의혹 ‘웬치’라 불리는 캄보디아의 범죄단지에서 고문 등으로 사망한 채 발견된 청년의 유해가 21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청년은 피싱 등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의 유해는 관할에 따라 안중만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장에 인수됐으며, 유족에게 전달될 예정이다.경찰은 향후 국내에서 예정된 조직검사 및 약독물검사, 수사결과 등을 종합해 정확한 사인을 확정할 예정이다.이 청년의 사망으로 ‘웬치’가 알려지며 캄보디아 내 만연한 각종 피싱 범죄와 범죄 조직이 전 세계에 드러나고 있다.영국 정부는 프린스그룹과 그룹 회장이 소유한 런던의 부동산 19개의 자산을 동결했다. 여기에는 1억파운드(약 1898억원)에 달하는 부동산도 포함됐다.미국과 영국의 수사에 의하면 프린스그룹은 합법적인 기업의 탈을 쓰고 온갖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프린스그룹은 동남아시아 각지에서 취업을 시켜준다며 사람들을 모아 웬치에 가두고 돼지도살 사기에 가담시켰다. 게다가 일정 정도의 액수를 채우지 못하거나 범죄 조직을 이탈하려고 하면 고문을 했다. 미국에서 작성한 프린스그룹 회장 천즈의 공소장에는 천즈가 '죽지 않을만큼만 때려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했다는 혐의가 있다.
미 재무부가 공개한 프린스 그룹 범죄 조직도 (사진_YTN화면 캡쳐)
프린스그룹에 금융제재를 한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공개한 프린스그룹 범죄 조직도에 따르면, 프린스홀딩그룹과 프린스 부동산그룹을 직접 통제하는 리더인 회장 천즈 밑으로 재무 보조 및 자산 관리를 하는 부하가 있고, 인신매매와 고문, 강제노동을 자행한 또 다른 부하가 있다. 이 부하는 캄보디아 헝 신 부동산 회장의 직함으로 악명 높은 스캠 단지 진베이와 골든포춘 과학단지와 연계해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이 자금은 최종적으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 케이맨 제도, 홍콩, 싱가포르 등에 설립된 유령회사(셸컴퍼니)의 은행계좌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이번 제재 목록에 올린 법인 주소지 118개가 캄보디아뿐 아니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싱가포르, 홍콩, 대만, 케이맨제도 등 글로벌 각국에 퍼져있는 것으로 봐도 알 수 있다. 프린스 그룹은 그야말로 광범위한 초국경 자금 세탁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다.미국과 영국의 금융제재로 인해 캄보디아 금융계는 현재 대혼란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 천즈 회장의 핵심 자금줄이자 합법을 가장해서 범죄 수익 세탁을 해 온 프린스은행이 사실상 퇴출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캄보디아에서는 프린스 은행 각 지점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 부동산 계열사는 결국 자금 세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문제 제기했고,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우리나라에까지 거점을 둔 프린스그룹이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배후로 지목된 만큼 혐의점이 나오면 즉각 수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허윤숙 기자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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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韓대학생 살해주범은 강남 학원 마약사건 총책의 공범"
당국, 신원 특정해 추적 중…"캄보디아 범죄 한국인 가담자 약 1천∼2천명 추산"
"李대통령 '발본색원 때까지 조직 사활 걸고 국제범죄 등 해결' 국정원에 지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5.10.22 [공동취재] hkmpooh@yna.co.kr
국가정보원은 22일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을 당한 후 살해된 20대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 사건의 주범이 2023년 강남 대치동 학원가 마약 사건 총책의 공범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보고했다고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이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국정원은 사망 사건 발생 3일째 정보를 최초 입수하고 정보 역량을 총동원해 8일 만에 피살 사건 주범을 확정 지었으며, 현재 그를 추적 중이라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이 사건 주범이 '2023년 강남 학원가 마약 사건의 총책'으로 캄보디아에서 검거된 리모 씨의 공범이라는 점이 국정원의 정보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강남 학원가 마약 사건은 중국인과 국내 공범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이른바 마약음료를 만든 뒤 2023년 4월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라며 시음 행사를 열어 미성년자 13명에게 음료를 제공한 뒤 돈을 뜯어내려 한 사건을 지칭한다.
국정원은 "주범 행적 및 연계 인물을 캄보디아 측에 지원하고 체포를 위해 추적 전담반을 파견하는 등 공조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아울러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스캠(연애 빙자 사기) 범죄와 관련해 한국인 가담자가 약 1천∼2천명으로 추산된다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또한 캄보디아 경찰청이 지난 6∼7월 검거한 전체 스캠 범죄 피의자 3천75명 중 한국인은 57명이라고 밝혔다고 정보위에 전했다.
국정원은 최근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송환된 이들에 대해서도 "피해자라기보다 대부분 범죄에 가담한 사람이라고 보는 게 객관적"이라고 국회에 설명했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와 관련, "현재 범죄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을 하는 데서 머무르다 코로나 이후 국경이 폐쇄되고 중국 등 다국적 범죄 조직이 캄보디아에 침투해 스캠 범죄로 수법이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스캠 범죄 단지는 프놈펜, 시아누크빌 등 총 50여곳으로, 가담 종사자는 약 2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도 있고 경제특구도 산재해 캄보디아 정부의 단속에 어려움이 있고, 그래서 우리와 국제 공조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 범죄 조직은 2023년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인 125억 달러에 해당하는 범죄 수익을 챙길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발본색원 될 때까지, 완전 해결될 때까지 국정원이 조직의 사활을 걸고 국제범죄, 마약, 인력 수출, 사이버 범죄, 불법 암호화폐, 스캠 범죄에 대해 확실히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리라'고 특별 지시를 내렸다며 "제3, 제4의 역량과 집중력을 발휘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날 정보위에서는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에 관한 질의도 있었다.
국정원은 "북한 내부적으로 봤을 때 김정은이 국제사회 지도자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적 위상이 있다고 국내적으로 호소하고, 국제에는 (북한에) 많은 제재를 가해도 우호적인 국가가 많으니 아무 의미가 없다고 강조하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연합뉴스 2025-10-22
한편, 프린스그룹이 국내 은행의 캄보디아 지점을 통해 1970억원대의 금전 거래를 해왔으며, 현재도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계좌에 남아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은행들은 자금 동결조치를 취한 상태다.
프린스그룹은 국내에도 지사를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린스그룹의 부동산 계열사 '프린스 리얼이스테이트 그룹 코리아'는 지난 2월부터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빌딩 16층에 '킹스맨 부동산그룹(KINGMEN REAL ESTATE GROUP)'이란 이름으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상주하는 직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홈페이지에 영어통역 가능자를 채용한다는 구인글도 게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범죄수익 세탁' 프린스은행 퇴출 초읽기
뿐만 아니라 스캠 단지 등 범죄 인프라 건설을 따로 담당하는 부하도 있다. 이렇게 벌어들인 범죄 수익은 세탁 담당자가 비트코인이나 트론 체인 기반 테더(USDT) 등 가상자산을 활용해 관리했다. 피해자의 돈을 스캠 주소에서 개인지갑(Unhosted Wallets)으로 옮기고 장외거래(OTC) 브로커와 고위험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했다.
미국과 영국이 프린스그룹에 제재를 하게 된 발단은 ‘돼지도살’이라 불리는 '로맨스스캠' 결합형 투자 사기가 미국과 영국 등에 만연해지면서다. 이 사기는 피해자에게 연인처럼 접근해 신뢰를 쌓아서 가짜 암호화폐 투자 플랫폼에 거액을 투자하게 해 돈을 뺏는 방식이다. 말하자면 돼지가 살찌기를 기다렸다가 잡는 식이다.
프린스그룹은 부동산, 금융, 관광, 식음료 등 전방위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한 대기업이다. 캄보디아 내에서 각종 자선사업을 벌이는 기업이기도 했다. 이 그룹의 회장인 중국계 캄보디아인(중국인이었지만 캄보디아에 귀화)인 천즈는 훈 센 캄보디아 총리의 고문이기도 하다.
지난 14일에는 미국과 영국 정부가 합동으로 캄보디아 최대의 범죄조직의 배후인 ‘프린스그룹’에 21조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압수하는 등 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제재를 조치했다.
'돼지도살' '로맨스스캠'...저인망 사기수법 돈 끌어모아
앞서 경찰은 20일(현지 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턱틀라사원에서 캄보디아 수사당국과 공동으로 이 청년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으며 시신 훼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범죄 단지 웬치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청년의 유해가 송환돼 담당 경찰에 인수됐다. (사진_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