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박 의원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한국 정치의 폭력적 구조를 극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박정훈, “김현지가 세긴 센가 봅니다...SNS도 욕설로 도배돼”
박 의원은 “개딸의 위력이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제 번호로 무차별적인 전화와 문자가 쏟아지고 있어서 전화를 쓰기가 어려울 정도이다”면서 “김현지가 정말 세긴 센가 봅니다”라고 말했다. 또 “지역 사무실과 의원회관으로도 전화가 폭주한다. SNS도 욕설로 도배되고 있지만 다 정리하고 있다”면서도 “10만개 20만개 한번 해보십시오. 다 깔끔하게 정리하겠다. 그들에게 굴복할 것 같았으면 시작도 안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모든 질서를 유린하면서 그들만의 왕국을 만들어가고 있는 개딸들...지금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의 미래에 가장 큰 적은 개딸이라는 걸 실감한다”며 “더 결연한 의지로 싸우겠습니다”고 적었다.
언론인 출신인 박 의원은 초선의원이다.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분석해보면 한국정치에 짙어지는 ‘패거리 정치’의 해악을 실감할 수 있다.
김우영, 박정훈의 “찌질한 놈아” 문자와 전화번호를 함께 공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14일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의원이 지난달 2일과 5일 박정훈 의원으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한 게 직접적 도화선이 됐다. 김 의원 휴대전화 화면에 표시된 메시지는 '박정훈입니다. 전화부탁드립니다(2일)', '에휴 이 찌질한 놈아'(5일)라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2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12·12 군사반란 관련 발언을 한 뒤 박 의원이 해당 문자를 보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었다.
문제는 김 의원이 공개한 화면에 박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돼 있었다는 점이다. 박 의원을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화번호까지 공개해도 되냐"(이상휘), "'개딸'(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이 좌표를 찍었을 것"(박충권)이라고 추궁했다.
박 의원의 전화번호가 공개됨에 따라 향후 ‘개딸’의 집중적인 공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인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항의를 수용하지 않고 정회했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은 김 의원에게 "한심한 XX"라고 욕설하며 "나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전화번호 공개로 인한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박 의원은 김 의원도 자신에게 욕설이 담긴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신상 발언을 요청했지만 최 위원장은 묵살했다. 이에 박 의원은 회의 중 욕설을 문제삼은 최 위원장의 퇴장 명령에 불응했다.
김우영, 박정훈이 김현지와 김어준 공격했다고 40일 전의 ‘찌질한 놈아’ 문자 공개
박 의원은 자신이 지난달 2일 민주당의 법안 강행 통과에 항의했고, 정회 중에 소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책을 논의하는데 김 의원이 들어오자 “나가라”고 말했고, 이에 김 의원이 자신에게 욕설하며 멱살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김 의원은 14일 신상발언을 통해 "(욕설 문자에) 응답도 하지 않은 저한테 욕을 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제가 멱살을 잡았다고 일방적인 주장을 했다. 기본적인 도의에 어긋나는 행위에 분노가 치민다"고 반박했다. 멱살잡이에 대해 양자 간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사태의 진짜 시발점은 지난 9월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개최 '방송통신위원회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편' 공청회였다. 이날 여당인 민주당은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 법안’을 밀어붙였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축출하려는 사실상의 '위인설법' ”이라면서 맞섰다. 그 와중에 박정훈 의원은 "헌정사에 기록될 가장 비민주적인 독재법안"이라며 “현재 민주당의 모습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의원은 12·12 쿠데타 후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전두환 옆에 앉은 인물에 붉은색 원을 표시하고 "차규헌 전 교통부 장관"이라고 적었다. 차 전 장관은 박 의원의 장인이다.
박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서 “상임위에서 김우영 의원은 15년 전 고인이 된 제 가족사진까지 화면에 띄우면서 제가 독재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로 몰아세웠다”며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그날 김 의원에게 ‘찌질한 놈’이라는 문자를 보낸 배경을 설명했다. 또 김 의원도 자신에게 욕설이 섞인 문자로 곧장 답장을 보냈지만, 김 의원이 보낸 문자를 잘라내고 자신의 문자만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나아가 김 의원의 문자 공개에 앞서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 관련 기자회견을 거론한 것에 대해 주목했다. "한 달 넘은 (문자) 얘기를 꺼낸 것은 제가 김 부속실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논란이 커질 것 같으니 국면을 돌파하려는 작당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김현지 부속실장 문제가 문자 공개의 이유라는 박 의원의 분석을 사실로 인정했다. 김 의원은 “살면서 아는 사람으로부터 그런 문자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부끄러워 공개를 안 했는데 오늘 (박 의원이) 김일성 추종 세력이 대통령실과 연계돼 있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김어준 음모론을 가지고 방통위에 질문을 해 분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김현지, 김일성 추종 세력과 연결" 의혹 제기
박 의원은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김현지 실장이 김일성 추종 세력과 연결됐다"는 주장을 폈다. 여야가 김현지 실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 문제로 대립하는 가운데 "김일성 추종 세력인 경기동부연합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박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단일화해 승리한 바 있다”면서 "김 전 의원은 식사 모임을 방문해 선거운동을 하고 그 식사 대금을 지불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 위반 행위에 김현지가 깊이 관여돼 있었다"며, 김 전 의원의 선거법 재판 판결문 등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김 전 의원이 김 실장의 연락을 받아 식사 모임을 방문한 사실을 인정하며 둘의 관계를 판결문에 적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현지가 김 전 의원에 유리한 증언을 해 감형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확인됐다”며 “김 전 의원 남편은 백승우 씨로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세력이다. 경기동부연합, 통합진보당, 김현지, 이재명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짐작할 수 있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박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아닌 망상"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비난에 그치지 않고, 40일 전에 박 의원으로부터 받은 욕설 문자를 공개하면서 전화번호까지 노출한 것이다.
박정훈, 김어준 음모론도 제기...“김어준은 음모론과 가짜뉴스의 최다 생산자”
그렇다면 김 의원을 격분시킨 ‘김어준 음모론’은 무엇일까.
박정훈 의원은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튜버 김어준 씨를 ‘최악의 가짜뉴스 생산자’라고 맹공격했다. 박 의원은 "김어준보다 더 많은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은 없다. 여러 보수 야당, 시민단체, 주요 언론에서 김어준 씨를 가짜뉴스와 음모론의 최다 생산자로 공식 명명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도 '가짜뉴스 공장', '국가적 해악' 등의 표현으로 김 씨를 비판하며 법적 고발과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로 수차례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김어준 씨가 유포한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담은 영상 자료를 국감장에서 공개했다. 비상계엄 당시 '한동훈 사살설',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허위정보, 천안함 침몰 음모론 등이 그것이다. 이 영상자료에는 김어준 씨의 실제 발언 장면 등이 편집돼 있다.
김현지 실장이 김일성 추종 세력과 연결돼 있다는 박 의원의 의혹 제기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김 의원이 문자를 공개한 이유에 있다. ‘김현지 실장과 김어준 씨에 대한 공격은 참을 수 없다’는 게 문자 메시지를 공개한 직접적 이유임을 김 의원 스스로 밝히고 있다.
이는 김현지 실장과 김어준 씨가 민주당 진영에서 갖는 막강한 영향력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법률적 문제를 초래할 ‘박정훈 전화번호’까지 공개한 것이다.
박정훈 사태가 드러낸 한국 정치의 폭력적 구조 해결해야
민주당은 김현지 실장의 경기동부연합 연계 의혹 주장 등을 문제 삼아 박정훈 의원을, 국민의힘은 박 의원의 문자 메시지 및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 혐의로 김우영 의원을 15일 각각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본질은 개딸이 박 의원을 타깃으로 삼아 문자폭탄을 터뜨리고 있고, 김 의원의 여권 내 입지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기형적 구조에서 드러난 한국 정치의 폭력성을 척결하는 게 이 시대의 과제로 지적된다.
양준서 2025.10.16
*************************
사법개혁도, 캄보디아 구출 논란도 … 김어준에 보고하는 민주당
전현희·김기표·김승원, 방송서 재판소원 옹호김병주 청년 구출 설명에 金 "한 편의 영화 같다"
▲ 21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김기표(왼쪽)·전현희(왼쪽에서 두번째)·김승원(오른쪽) 의원. ⓒ유튜브 방송 캡처
각종 악재를 맞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친여 성향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동했다. 재판소원 도입을 추진하다 반발을 사고, 캄보디아로부터 한국인 피의자 '구출'에 앞장섰다고 했다가 역풍을 맞은 당사자들이 김 씨의 방송에 앞다퉈 출연해 지지층에 호소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민주당 법조계 출신 의원들은 21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에 출연해 "K-법률 강국이 되는 것"이라며 재판소원에 대한 옹호 발언을 쏟아냈다.
검사 출신인 김기표 의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재판소원 도입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보장해 주냐 마냐, 이런 측면에서 하는 것"이라며 "명확하게 대법원이 법률에 어긋나게 판결을 해도 지금 체제 하에는 고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전날 재판소원 내용 등을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변호사 출신인 전현희 최고위원도 "(재판소원 도입은) 4심제라는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4심제가 아니라 새로운 재판이고 새로운 1심"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판사 출신인 김승원 의원은 "재판소원이 생기면 헌법에 가서 '헌법의 평등권 위반이냐, 행복추구권 위반이냐' 이런 걸 다투지 않냐"면서 "헌법 규범이 우리 생활에 직접 적용되는 거라 국민께서도 기대하고 응원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 의원은 "(재판소원 도입을 통해) K-컬쳐 비슷하게 법률 강국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김기표 의원도 "K-법률"이라고 거들었다.
재판소원제는 재판이 확정된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다시 헌법소원의 형태도 다툴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제도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재판소원제 도입 목적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 재판을 뒤집으려 하는 거라고 주장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운을 떼자 김어준 씨는 "그런 거에 응답하지 말라"고 발언을 제지하기도 했다.
이는 야권의 주장에 대응하지 말라는 취지로 해석되지만, 결과적으로는 당 의원들의 발언을 조율하는 사실상의 '입 단속'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 21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유튜브 방송 캡처
이날 같은 방송에는 '구출 정치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눈물을 보인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출연했다.
김 최고위원은 '김어준 방송'에서 지난 15일 캄보디아 사태 대응 차원에서 당의 대책단을 이끌고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범죄소굴로부터 한국인 청년 3명을 빼낸 과정을 거듭 설명했다. 3명 중 1명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을 주민의 자녀로, 현지 차관급 고위직 등과의 소통·협조 덕분에 이들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어준 씨는 "한 편의 영화"라면서 "공식 공무를 하는 와중에 지역민의 현안도 해결하는 것"이라고 김 최고위원을 치켜세웠다.
김 씨는 또 "의원님이 가는 걸 알고 지역민이, 그 어머님이 마침 연락을 잘 했다"며 "대사관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고 김 최고위원을 두둔했다.
김 최고위원이 "그런데도 지금 극우 쪽에서 일부 범죄자를 데리고 왔다느니 정치쇼를 했다느니 (해서) 참 괴롭다"고 하자 김 씨는 "신경 쓰지 마라"는 말을 건넸다.
김 최고위원은 나아가 "(캄보디아) 상원의원들에게 우리 (한국) 경찰이 (현지에) 파견되면 한국인에 대한 수사권까지 줘야 된다(라고 요구했다)"라고 했고, 김 씨는 "전례 없는 국제 공조가 이뤄질 수도 있겠다"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의 '김어준 방송' 출연분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마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최고위원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가 점쳐지는 가운데, 논란의 '피의자 구출'을 영웅 서사처럼 내세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의 지지자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영화처럼 스토리텔링하려고 신나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김어준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법개혁 추진과 캄보디아 사태 관련 논란 등 핵심 이슈 관련자들이 정책 홍보와 정치적 방어를 위해 모두 김 씨 방송을 '소통 창구'로 택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민주당 의원들과 김 씨의 '밀착 관계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김 씨의 이른바 '유튜브 권력'에 편승해 자신의 정치적 지위와 권한을 얻으려는 민주당 의원들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국회의원에 대한 유튜브 권력의 '공천 작업 개입' 사실상의 '줄 세우기'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곽 의원은 김 씨를 향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흔들고 있다"며 "지금 세태를 보면 유튜브를 출연하는 것 자체가 권력이 되는 경우도 있고, 유튜브를 만드는 것 자체가 권력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