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 5당은 심우정 검찰총장이 즉각 사퇴하지 않을 경우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검찰이 즉시 항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수결에서 앞선 야당이 이번 탄핵까지 성사시키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런 식으로 발의한 탄핵소추안은 무려 30건에 이른다. 앞서 윤 대통령 탄핵뿐 아니라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안부 장관, 최재해 감사원장, 이진숙 방통위원장 등 정부 인사들의 '줄탄핵'을 감행했다. 심지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들도 무더기 탄핵소추됐다.
민주당의 줄탄핵은 뚜렷한 위헌·위법 행위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 대표를 위한 조기 대선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두 이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방탄용 탄핵'이란 비판도 쏟아진다.
사실 윤석열 정부가 탄핵위기에 휘말려 휘청이게 된 것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이탄희 전 민주당 의원이 촉발시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21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관 탄핵을 성사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은 사법부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면서 특정 이념에 치우친 판결과 법 해석으로 사법부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심지어 윤 대통령의 체포·구속부터 탄핵심판까지 깊게 관여돼 있다.
◆尹 정부 30번째 탄핵 예고…"심 총장 사퇴 안하면 탄핵"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5개 야당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심 총장 고발 기자회견을 연 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심 총장에게 즉각 사퇴를 요구하면서 사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검찰이 불구속 기소하기 위해서 참으로 애썼고, 그 흔한 초보적인 산수를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당연히 항고해야 하는데 항고를 안 한 게 아니라 포기했다는 사실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이번 내란 사태의 주요 공범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은연 중에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은 1심 법원 (결정)에 즉시항고해 상급심에서 이를 바로잡을 권한이 있는데도 스스로 권한을 포기했다"며 "(윤 대통령의) 증거인멸 우려가 여전히 살아있는 상황에서 구속취소 결정에 항고를 안 해 증거인멸의 기회를 줬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증거인멸 방조, 범인 도피의 책임을 지고 심우정 검찰총장은 즉각 사퇴하라"며 "검찰이 내란수괴 윤에게 증거인멸 기회를 제공하고 범인 도피를 도운 것으로 봐야 한다. 심우정 총장이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심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법 절차와 인권 보장은 취임 이후 계속 강조해 온 검찰의 기본 사명"이라며 "그게 사퇴 또는 탄핵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심 총장은 "보석과 구속집행정지,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제도는 52년 전에 이른바 유신헌법 시절 국회를 해산하고 비상입법기구에 의해 도입된 제도"이고 보석 및 구속집행정지 즉시항고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즉시항고를 해 또 다른 위헌 소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탄핵시 대응에 대해선 "탄핵은 국회의 권한인 만큼 앞으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그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심 총장은 이처럼 탄핵 사유가 안된다고 일축했으나 야5당은 전날 대표회동에서 탄핵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그는 윤석열 정권 출범후 30번째 탄핵이 확실시되고 있다
◆국정 마비 시킨 29번의 줄탄핵…결국 계엄 '빌미'
민주당은 앞서 지난해 12월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권한대행 탄핵소추의 정족수가 무엇인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행한 탄핵소추다. 윤 정부에서 행해진 29번째 탄핵이다.
민주당의 한 대행 탄핵은 뚜렷한 위헌·위법 행위가 있어서가 아니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소추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큰데도 무조건 밀어부치는 식이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런 식으로 발의한 탄핵소추안은 무려 29건에 이르는데, 이중 민주당이 국회에서 일방 통과시킨 것이 13건에 달한다.
탄핵 사유도 법적 요건에 맞지 않았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탄핵안엔 구체적 법 위반 사항이 없었고 검사 탄핵안을 복사해 붙였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취임한지 이틀만에 탄핵소추됐다. 결국 헌재는 이 위원장 탄핵을 4대 4로 기각시켰다.
이 대표 수사 검사들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피고인의 일방적 주장, 무혐의로 결론 난 사건 등으로 탄핵소추됐다. 기재된 날짜와 이름 등 기본적 사실도 엉터리였다.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한 탄핵안들은 헌재에서 기각됐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때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고 했는데 국회를 척결의 대상, 반국가 집단, 범죄자 집단의 소굴로 인식, 상대 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도 "취임 전부터 민주당과 야권은 선제적으로 탄핵을 주장하면서 계엄 선포 전까지 무려 178회에 걸쳐 퇴진과 탄핵을 요구했다"며 "문명국가에서, 현대사에서 볼 수 없는 줄탄핵을 한 것은 대단히 악의적이며, 대화·타협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이 정권을 파괴시키는 게 목표임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토로했다.
▲ 이탄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뉴데일리DB
◆헌정 사상 최초 법관 탄핵시킨 이탄희…"의회 독재로 국가 파탄 초래"
2021년 2월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당시 여당인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헌정 사상 최초의 법관 탄핵이었다.
판사 출신인 이탄희 전 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사법농단' 의혹을 주장하면서 제기됐다.
국제인권법학회 출신인 그는 2017년 법원행정처 발령 11일 만에 수원지법 안양지원으로 복귀하라는 이례적 인사가 났다.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 판사에게 그가 속한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 대회를 막으라고 지시했는데 이 판사가 이를 거부하자 보복 인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은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를 꾸렸고 "이 판사가 희망해 복귀했으며 보복적 인사 조치는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이 판사가 조사 과정에서 "행정처 컴퓨터에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면서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졌다.
때마침 2017년 9월에 문재인 정부는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을 선임했다. 그해 11월 민중기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2차 진상조사위'가 만들어졌고 조사위는 "특정 판사에게 불이익을 준 것은 없다"면서도 "사법 정책을 비판하거나 반대한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한 문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후 안철상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위원장을 맡은 3차 조사위는 2018년 5월 조사 보고서에서 "재판 과정에 행정처가 관여한 사례는 없어 업무 방해나 직권 남용 등의 범죄는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형사상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김 전 대법원장이 조사위 결론을 뒤집고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이 법원행정처를 10시간 압수 수색했고 100명이 넘는 판사들을 소환 조사했다.
당시 수사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9년 1월 대법원장 출신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됐고 같은 해 2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함께 '재판 개입'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고위 법관 14명이 재판을 받게 됐다. 이 사건이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이 사법부 주요 요직을 차지하게 만든 '사법농단' 의혹이다.
하지만 이 판사는 당시 김 대법원장이 예상보다 적게 기소했다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을 배신했다"고 비판하며 판사를 그만뒀다. 이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 입사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는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10호 인재로 영입됐고 그해 4월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던 표창원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도 용인시 정 지역에 전략공천해 당선됐다.
당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판사의 민주당 영입에 대해 "판사가 정권의 애완견 노릇을 하다 국회의원이 된다", "공익제보와 의원 자리를 엿 바꿨다"는 등 강한 비판을 내놓았다.
이 전 의원이 제기한 탄핵소추의 사유는 임 전 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었다. 임 전 판사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과 관련해 청와대의 의중을 재판부에 전달하고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2021년 3월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5(각하) 대 3(인용) 대 1(심판 절차 종료) 의견으로 탄핵 심판을 각하 결정했다. 결국 탄핵소추는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법조계 한 인사는 "민주당의 줄탄핵 시작은 이탄희 전 의원이 정치인의 길을 걷기 전 쏘아 올린 공에서 시작됐다"면서 "일극화된 이재명의 민주당은 내란을 막아 민주주의를 구한 수호자처럼 행세하지만 탄핵·특검을 정치적 무기로 한 의회 독재 형태의 국정 운영으로 국가 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학주 기자 202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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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사법 카르텔' 핵심 '국제인권법연구회' 해부②
'법잘알'에 포위당한 현직 대통령 … 오동운-이미선-최기상 '삼각편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오동운 공수처장, 윤 대통령 불법 수사 도마
'영장쇼핑' 등 갖가지 편법 동원해 윤 대통령 구속
인권법 이미선 헌법재판관은 임기전 재판 마무리 위해 기일 일괄 지정
김명수가 만든 인권법, '법관대표회의' 통해 급성장
초대 의장 최기상 의원, 탄핵소추단 이끌며 윤 탄핵 앞장
▲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굳은 얼굴로 앉아 있다.ⓒ이종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의해 체포돼 구속된지 52일만에 석방되면서 오동운 공수처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크다.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의 무리한 수사는 물론 관할 법원을 피해 '영장쇼핑'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어서다.
이미선 헌법재판관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초기 변호인단과 협의 없이 재판 기일을 일괄지정하고 윤 대통령의 검찰 수사 기록을 요청해 문제가 된 바 있다. 헌법재판소법에 재판, 소추 또는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하여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두 사람 모두 판사 재직 시절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하면서 누구보다 '법잘알(법을 잘 아는 사람들)' 일텐데도 법을 무시해가며 윤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특히 윤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단 간사 겸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형배·정계선 헌법재판관과 마찬가지로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데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들이 주도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이끌던 인물이다. 그들이 합심해서 윤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한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윤 대통령 석방에 드러난 공수처 초법 수사…오동운 처장 고발 당해
지난 10일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동운 공수처장을 대통령 불법체포 및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 처장이 공수처 수사권 논란에도 윤 대통령 구속을 주도했다며 ▲국조특위 청문회장에서 압수·통신영장 관련 위증했다는 논란 ▲국회 제출 답변서에서 압수·통신영장 관련 허위 답변했다는 논란 등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오 공수처장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데도 불법 체포·구금을 일삼았다"며 "또 관할권이 없어 대통령 체포영장을 서부지법에 청구했던 것이 아니라 까다로운 중앙지법을 피해 서부지법에 쇼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검은 오 처장과 이재승 차장, 차정현 수사4부장 등을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측에서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법사위 소속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윤 대통령 사건 관련 체포영장 외 압수수색영장, 통신영장 등을 중앙지방법원에 청구한 적이 있느냐'는 서면질의에 "서울중앙지법에 윤 대통령 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없다"고 회신하면서 허위공문서 작성 의혹을 받고 있다.
▲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회 변론기일에 참석해 있다.ⓒ정상윤 기자
◆오동운-정계선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함께 활동…'영장쇼핑' 의혹
공수처의 무리한 수사 중심에는 오동운 공수처장이 있다. 그는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8년 사법연수원을 27기로 수료했다. 부산지방법원에서 법복을 입어 부산과 울산에서 근무했으며 경향 교류 원칙에 따라 수도권으로 올라가 인천지방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서 여러 재판을 담당했다.
2010년 서울고등법원 배석판사로 발령받자마자 헌법재판소에 파견되어 헌법연구관을 지냈고 파견이 한 차례 연장돼 2013년까지 3년간 헌법재판을 보조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이때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주도하고 있는 정계선 재판관과 '한솥밥'을 먹었다. 오 처장과는 연수원 동기로 2010년 헌법재판소에 파견돼 2년 간 헌법연구관을 지냈다. 함께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하던 만큼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울산지법에서 부장판사로 3년간이나 함께 지내기도 했다.
이같은 인연이 빌미가 돼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관할법원인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을 택해 '영장 쇼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심지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과거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정 법원장이 이 판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이미선 재판관 임기전 尹 탄핵심판 마무리…좌편향 판결 주목
정계선 재판관과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이끌고 있는 이미선 헌법재판관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특히 이 재판관의 임기는 오는 4월 18일로 종료돼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그 전에 어떻게든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내기 위해 증인신청을 거부하고 변론기일을 제한하는 등 속도감 있게 재판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이 재판관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초기 문제가 돼 오 처장과 마찬가지로 고발당했다. 올해 초 서울중앙지검은 이 재판관에 고발 사건을 형사2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이종배 시의원,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 등이 고발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이미선 재판관은 탄핵심판 재판관에 불과할 뿐, 형사소송에 개입해 사실 판단을 할 수 있는 지위를 갖지 못한다"며 "헌법재판관의 권한을 남용해 수사기록 송부를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 등으로 경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법 제32조 단서에는 재판, 소추 또는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하여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의 사건 기록을 검찰에 송부 촉탁해 직권남용죄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 재판관은 기일을 다섯 차례 가량 일괄 지정해 통보했다. 기일을 정할 때는 재판관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대리인 측과 날짜를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통상적인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실제 헌재는 지난 1월 제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이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 1회(14일) 및 2회(16일) 변론기일을 지정한 바 있다.
2차 변론준비기일이 종료된 후에는 일방적으로 3차례 변론기일(21일, 23일, 2월 4일)을 추가로 지정한 뒤 청구인(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피청구인 측에 통보했다.
탄핵심판의 경우 형사소송 관련 법령을 준용해야 하는데, 형사소송 법령에는 공판기일을 지정할 때 피고인 측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헌재가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가 변론기일을 지정한 것이다. 그만큼 탄핵심판 심리를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됐다.
과거 그는 2023년 9월 심판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제7조(이적단체 찬양·고무죄)의 위헌 여부를 둘러싼 심판에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며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위헌 의견을 밝히며 진보 성향을 드러낸 바 있다.
또 과거 사형제 폐지와 낙태죄 폐지 주장에서도 일관된 입장을 보였다. 사형제와 관련해 그는 생명권 보호를 강조하며 폐지를 지지했고 낙태죄에 대해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판사 출신 최기상(오른쪽 두 번째)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2011년 설립돼 법관대표회의 통해 급성장…최기상 의원 초대 의장 역임
오 처장과 이 재판관 등이 소속된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설립된 건 2011년 8월이다. 장애인·난민·아동·여성 등 국내외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보호 방안을 연구하는 단체라며 당시 대법원에 설립 신청을 해 승낙을 받았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창립 멤버는 31명으로 이중 한 명인 김명수 전 대법원장(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1·2대 회장을 맡았다. 2012년 관련 학술 대회를 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가 2011년 116명에서 4년 만인 2015년 417명으로 크게 늘었다.
국제인권법연구회이 두각을 나타낸 건 '사법농단'으로 일컬어지는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이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이탄희 전 민주당 의원이 '판사 블랙리스트'를 제기하면서다.
그는 2017년 법원행정처 발령 11일 만에 수원지법 안양지원으로 복귀하라는 이례적 인사가 났다.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 판사에게 그가 속한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 대회를 막으라고 지시했는데 이 판사가 이를 거부하자 보복 인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계기로 득세한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일선 판사들의 회의체까지 침투했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행정권 남용에 대한 반발로 2017년 소집돼 현재까지 가동 중인 직급별 판사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운영진은 매년 절반 이상이 국제인권법 판사로 채워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법관대표회의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깃발을 든 '사법 적폐 청산'을 적극 지원했다. 2017년 법관대표회의에 들어간 국제인권법 판사들은 법원 자체 조사에서 '사실무근' 결론이 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2차 조사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했고 이듬해엔 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뒤에 김 대법원장은 이런 요구를 모두 실행했다.
법관대표회의는 2018년엔 사법 독립을 훼손했다며 '양승태 대법원' 근무 판사들의 탄핵을 국회에 건의했었다. 이때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당한 법관이 임성근 부장판사다.
당시 법관대표회의 초대 의장을 맡은 인물이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과거 북부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가리켜 헌정유린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법관대표회의 부의장에는 최한돈 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임명됐는데 국제인권법학회 출신으로 '법관블랙리스트' 진상규명 추가조사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후 2019년 의장을 지낸 오재성 부장판사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고 2021년 의장을 맡은 함석천 부장판사도 국제인권법에서 활동했다. 최 의원이 2020년 민주당 공천으로 서울 금천구에 출마해 당선된 것을 두고 법원 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 의원은 대통령이 지명할 대법원장 후보자를 사실상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대통령 인사권 침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현재는 국회 탄핵소추단 간사 겸 대변인을 맡아 윤 대통령 탄핵에 가장 앞장서 있다.
법조계 한 인사는 "문재인 정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는 김명수가 '보스'고 국제인권법연구회가 '행동대원'인 사조직으로 전락했다"면서 "우리법연구회는 해체됐지만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아직까지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좌파 사법부 카르텔'의 정점에 서 있다"고 꼬집었다.
송학주 기자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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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사법 카르텔' 핵심 '국제인권법연구회' 해부③
무관하다더니 창립 멤버 30%가 우리법연구회 … 그들은 어떻게 대한민국 사법부를 장악했나
'인권법' 창립회원 31명 중 11명이 우리법 출신…'좌파 카르텔' 명맥 이어
김명수 초대 회장은 대법원장-김형연 간사는 청와대에…사법부 인사 좌지우지
요직에 코드인사로 인권법 출신들 앉혀 사법부 장악
이미선 헌법재판관 인권법 창립멤버…정계선 재판관은 인권법 회장 역임
▲ 헌법재판소.ⓒ연합뉴스
지난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0기)가 지난주 본보 취재로 2014년 내란 혐의를 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항소심 재판을 맡아 내란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https://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12/2025031200248.html) 당시 판결을 두고 법조계의 다른 판사나 변호사, 심지어 일반인들도 수긍 못하는 판결이란 지적이 나왔었는데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의 무죄 판결을 두고서도 정치적으로 편향된 판결이 내린 것 아니냐는 논란이었다. 심지어 해당 판사는 일부 언론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이하 인권법) 출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확인 결과 현재 중앙지법에 근무하는 김동현 부장판사는 인권법 출신이 아니었다. 같은 기수의 이름 한자까지 똑같은 현 남부지법 부장판사로 근무중인 김동현 부장판사가 인권법 회장을 맡고 있다. 이 대표 판결 당시 두 판사가 모두 중앙지법에 근무하면서 벌어진 헤프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헤프닝에서 알 수 있듯 인권법 출신들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판결을 해 오면서 연구 단체라지만 법원 내 '정치 결사체'로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창립 멤버 31명 중 11명이 '우리법연구회'(이하 우리법) 출신인데다 우리법 회장을 지낸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인권법 초대 회장과 2대 회장을 맡았다. 인권법이 우리법의 후신(後身)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현 사법부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인권법 출신들이 윤석열 대통령 수사와 탄핵심판 과정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오동운 공수처장과 탄핵심판을 맡은 정계선·이미선 재판관이 인권법 출신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헌정 사상 최초 법관 탄핵을 성사시킨 이탄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 탄핵소추단의 최기상 민주당 의원도 인권법에서 활동하던 판사였다. 탄핵심판의 공격수와 심판이 같은 모임 출신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정치적으로 편향된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우리법과 인권법은 무관"…창립 멤버 30%가 우리법 출신
문재인 정부 시절 대법원장을 지낸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2017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몸 담았던 법원 내 우리법·인권법에 대해 "두 모임 모두 학술단체이지 정치적 편향을 가진 단체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저는 판사로서 개개의 사건마다 보편타당한 원칙을 구하고 정의에 맞는 판결을 하려고 했지 편향성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판사들끼리 모여 법원에 관해, 좋은 재판을 하기 위해 서로 이야기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고 5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일정한 정파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우리법과 인권법은 무관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설립된 건 2011년 8월이다. 장애인·난민·아동·여성 등 국내외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보호 방안을 연구하는 단체라며 당시 대법원에 설립 신청을 해 승낙을 받았다. 당시 창립 멤버는 31명이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6년 3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내부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창립 멤버 31명 중 11명이 우리법 출신들이다.
초대 회장을 지낸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김현룡 청주지법 부장판사, 김성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문수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미선 헌법재판관도 창립멤버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 김명수 전 대법원장. ⓒ뉴데일리DB
◆4년간 몸집 불린 뒤 '인사모' 결성…이념화 가속
인권법은 2012년 관련 학술 대회를 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초기엔 회원 수 늘리기에 집중하면서 지역별로 영화·등산·독서 모임 등을 만들어 주로 젊은 판사들 위주로 영입, 2011년 116명이던 회원 수는 4년 만인 2015년 417명으로 크게 늘었다.
법원 내 대형 연구회로 몸집이 불어나자, 인권법 핵심 회원들은 2015년 9월 '인권과 사법 제도 소모임(인사모)'을 결성한다. 국내 사법 체계를 주로 연구하는 20명 안팎의 소모임으로 인권법의 전신(前身)으로 꼽히는 우리법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부터 정치적 편향성이 짙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재판과 개인 발언을 통해 거센 편향성 논란을 일으킨 판사 대부분이 인사모 멤버였다. 2017년 김동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이 '정치 댓글' 혐의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어주자, 페이스북에 '구속 실무를 손바닥 뒤집듯 마음대로 하고 있다'며 동료 법관을 비난해 논란이 됐다.
같은 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까지의 지난 6~7개월은 역사에 기록될 자랑스러운 시간'이란 글을 올린 류영재 판사도 인사모 소속이다.
또 2014년 김영식 부장판사는 종교적 병역 거부와 관련한 이 연구회 주최 학술 대회를 열고 "(종교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자는 생각을 공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문 정부 출범 초기 판사를 사직한 직후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직행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문 정부에서 민정수석까지 지냈다.
◆문재인-김명수-인권법 출신들 "밀어주고 끌어주고"…현 사법부 장악
인권법 출신들이 현 사법부를 장악하게 된 계기는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차기 대법원장으로 김명수 당시 춘천지법원장을 지명하면서부터다. 그동안 관례를 어긋난 대법관 경력이 없는 '코드 인사'인데다 전임인 양승태 대법원장보다 무려 13기수나 아래 기수의 파격 인사였다. 당시 현역 대법관들 중 9명이 김명수 법원장보다 기수가 높았다.
김 대법원장 취임을 전후해 인권법 출신 판사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 검찰 수사 요구, 재판 관련 업무까지 주도하면서 영향력을 키워갔다.
실제 김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상고심 사건의 검토 보고서를 만들어 대법관에게 올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판사) 97명 중 33명(34%)이 인권법 소속이었다.
또 법원의 인사·예산 등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판사(처장 포함) 12명 중 5명(42%)이 인권법 소속이었다. 비슷한 기능의 대법원 산하 사법행정자문위 위원 10명 중 4명(40%)도 인권법 회원이었다. 이때 유능한 판사들이 법원을 떠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문 정부 초기 판사 출신 김형연 전 법제처장의 청와대 직행은 사법부의 중립성 훼손 논란에 휩싸이게 만든 계기였다. 김 전 법제처장은 김 전 대법원장과 함께 인권법 간사와 회장을 지냈으며 서울고등법원에서 주심과 배석판사로 함께 근무한 인연도 있었다.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에 임명돼 김 전 대법원장과 함께 인권법 출신들을 요직에 앉혔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그는 2019년 법제처장을 역임한 후 현재는 조국혁신당 인천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법조계 한 인사는 "2010년 우리법연구회가 완전히 해체된 게 아니라 국제인권법연구회로 이름을 바꿔 비공식 등록·활동했다"면서 "인권법 중책들이 김명수 당시 후보자를 찾아가 대법원장이 되면 실천해줄 각종 요구사항들을 전달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인권법 출신들끼리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현 사법부를 장악했다"고 말했다.
송학주 기자 202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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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사법 카르텔' 핵심 '국제인권법연구회' 해부④
양승태 떠올린 尹 대통령 … '우리법'이 지시하고 '인권법'이 만든 세상에서 '동병상련'
사법농단·법관대표회의 통해 사법부 장악한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들
文 정부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판사 블랙리스트'로 양승태 구속
우리법·인권법 출신들로 조사위 꾸려 '사법농단' 몰이
법관대표회의 초대 의장에 최기상 민주당 의원, 부의장 최한돈 판사
인권법 출신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앞장
▲ 양승태 전 대법원장.ⓒ뉴데일리DB
윤석열 대통령이 열흘 전인 지난 9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언급하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사실 그들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직접 수사를 지휘한 '사법농단' 사건으로 구속한 인물들이었다. 윤 대통령은 석방 당시 "과거 구속 기소당했던 분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런 분들 생각이 많이 났다"며 "과거 구속됐던 분들 얼굴이 많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아마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영장 쇼핑'이라는 희대의 편법으로 자신을 구속시킨 것을 견주어 양 전 대법원장과 '동병상련'을 느꼈던 것으로 생각된다.
양 전 대법원장과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도 국제인권법연구회(이하 인권법) 출신 오동운 공수처장에게 억울하게 체포돼 구속 수감된 측면이 있어서다. 체포영장을 발부해 준 판사도 우리법연구회(이하 우리법) 출신 판사였고 공수처가 선택한 법원 역시 우리법·인권법 회장을 지낸 정계선 헌법재판관이 원장으로 있던 서부지법이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장의 '판사 쇼핑'으로 구속
2018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양 전 대법원장은 시종일관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영장 청구를 반복했다.
이 와중에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이 세 명이던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 판사를 네 명으로 늘렸다. 추가된 한 명은 10년 정도 검사 생활을 하다 전직한 명재권 부장판사로, 그가 양 전 대법원장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그는 당시 사법농단 수사팀을 이끌고 있던 한동훈 3차장 검사와는 연수원 동기였다. 게다가 2019년 조국 법무부장관의 동생 조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기도 했다.
마치 윤 대통령을 체포·구속한 공수처의 행태를 '법원 쇼핑'이라고 한다면 전담 판사를 달리하며 영장을 발부받았던 당시 김명수 사법부는 '판사 쇼핑'으로 불러도 무방할 듯 싶다. 명 부장판사는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까지 발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후 법정에서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300여 쪽에 달하는 공소장을 만들어냈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지난해 1월 양 전 대법원장의 47개 혐의 모두에 무죄를 선고했다.
▲ 이탄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뉴데일리DB
◆이탄희 의원에서 시작된 '사법농단'…김명수 대법원장이 마무리
사법농단 사태는 2017년 당시 인권법 판사였던 이탄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에 발령받았다 취소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법원행정처가 양 전 대법원장에 비판적이었던 인권법 학술대회를 축소하라고 지시했지만 이 판사가 항의해 발령을 번복했다는 내용이다. 이 판사는 당시 사직서를 제출했다.
논란이 커지자 양 전 대법원장은 2017년 3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체 조사에 나섰다. 조사가 진행되던 그해 4월 대법원이 인사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특정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파악한 '판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법원은 블랙리스트 의혹은 허위라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자체 조사가 '부실 조사'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전국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처음으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구성해 재조사를 요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이 퇴임하고 우리법·인권법 회장을 역임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2017년 9월 취임하면서 블랙리스트 의혹을 추가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법원은 2018년 1월과 5월에 2차, 3차 조사를 진행했고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문건과 판사 사찰 문건을 발견해 공개했다. 다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블랙리스트 문건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민중기 부장판사는 우리법 창립 멤버였다. 조사위원도 성지용 서울고법 부장판사, 최한돈 인천지법 부장판사, 최은주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안희길 서울남부지법 판사 등 4명이 인권법 소속이었다. 나머지 김형률 부장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간사였다.
이후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는 2018년 6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사건을 재배당하며 개시됐다. 검찰은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꼽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네 차례 소환조사한 뒤 2018년 10월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그 다음달 임 전 차장을 구속기소했다. 이어 12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2019년 1월 헌정 사상 최초로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당시 김명수 사법부는 영장 전담판사 추가를 통해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고 그해 2월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2019년 3월에서야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 전·현직 판사 10명을 추가로 기소하고 현직 판사 66명의 '비위 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했다.
하지만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판사 14명은 대부분 무죄를 선고 받았다. 법원행정처 법관들이나 수석부장판사 등에게 일선 재판부의 판단에 개입할 권한이 없고 각 재판부는 법리에 따라 합의를 거쳐 판단했을 뿐이어서 권리행사를 방해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수적인 색깔을 띠고 있던 '양승태 사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무리한 수사였던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 등이 피해를 본 것이다.
▲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정상윤 기자
◆'사법농단' 통해 물러난 자리에 인권법 출신들로 대폭 물갈이
이를 계기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인권법 출신들은 사법부 핵심 그룹으로 떠올랐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았던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장으로 발탁됐다. 민 법원장은, 임기 2년을 채운 법원장은 일선 재판업무로 복귀하는 법원장 순환보직제 관례를 깨고 3년간 유임됐다. 당시는 문 정부의 적폐 청산 관련 사건이 중앙지법으로 쏟아질 때였다.
민 법원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성지용 중앙지법원장도 인권법 회원이었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1차 조사 때 조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와 함께 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를 지낸 고연금 부장판사도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1차 조사위원이었다. 이들이 중앙지법 핵심 직책에 있는 동안 정치 편향 논란이 더욱 고조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맡았던 윤종섭 부장판사도 인권법 출신이다. 윤 부장판사는 중앙지법에서 6년간 유임되다가 이 사건에서 유일하게 유죄 판결을 내린 뒤 서부지법으로 전보됐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도 김 대법원장 취임 후 대폭 물갈이가 이뤄졌다. 2021년 2월 정기인사때 대법원 재판연구관 97명 중 33명이 인권법 소속으로 분류됐다. 법원의 인사·예산 등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도 이때부터 인권법 소속 법관들이 요직에 올랐다. 당시 전국 지방법원장 41명 중 10명이 인권법에 몸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관대표회의 통해 인권법 세상 만들어…윤 대통령이 처한 현실
김 전 대법원장은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과 제도,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 인권법 출신 법관들을 적극 활용했다. '사법농단' 사태 이후 상설기구가 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대표적이다.
2018년 전국 각급 법원 판사 119명으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최기상 당시 북부지법 부장판사를 의장으로, 최한돈 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윤 대통령 국회 측 탄핵소추단을 이끌고 있는 최기상 현 민주당 의원은 우리법 출신으로,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판사 동향 파악,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를 앞장서 공론화했다.
부의장인 최한돈 부장판사는 인권법 출신으로, 추가조사위원회에 소속돼 판사 동향 문건의 존재를 밝히는 데 기여했다. 그밖에 구성원의 절반 가량이 인권법 출신들로 알려졌다. 아무런 권한이 없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 때부터 사법행정에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상설기구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법원행정처의 비법관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 법원장 추천제 등을 제도화하면서 자신들과 이념 성향이 비슷한 인사들을 요직에 앉혔다. '고위 법관'을 꿈꾸는 판사들이 자력으로 승진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사라지면서 유능한 법관들이 줄줄이 퇴직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결국 윤 대통령이 맞닥뜨린 사법부가 지금의 모습이다. 인권법 출신들이 공수처, 각 급 법원, 법원행정처, 법제처, 헌법재판소까지 포진하며 윤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비록 자신이 수사했지만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양 전 대법원장을 떠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 한 인사는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이 법적 절차를 문제삼으며 '영장 쇼핑'이라는 말로 공수처를 비난할 때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떠올랐다"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이래서야 국민들이 사법부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