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이 ‘뉴스룸’을 통해 공개하는 이 녹취록은 ‘버닝썬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규근 전 총경(구속)과 신혜선 대표와의 통화 내용을 담은 것이다.
녹취파일에 적힌 날짜상 두 사람의 대화는 2018년 3월 8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두 사람은 하나은행 건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 실세 양정철과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리고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 등이 이들 대화에 등장한다. 이상호 원장은 김수경 회장의 전 남편이다.
지난해 《주간조선》은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이 개인회생 신청 전력으로 인해 타은행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2012년 9월 산업은행으로부터 1400억원을 대출받았다고 보도했었다. 보도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주간조선 기사에서 신혜선씨는 익명으로 표기됐으나, 여기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실명을 밝힌다)
<당시 산업은행은 이 원장의 대출 전제조건으로 이 원장이 신한은행과 맺었던 연대보증계약의 해지를 요구했다. 이 연대보증계약은 김수경 회장이 고급 레스토랑 사업을 추진하면서 신한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건에 연대보증인으로 이름을 올린 것을 말한다. 하지만 김수경 회장의 동업자이자 이 원장과 공동으로 연대보증을 했던 신혜선씨가 이에 반발했다. 신씨는 협의 끝에 이 원장이 레스토랑 운영비 및 인테리어 공사비 20억원 등을 먼저 주면 김수경 회장의 법인과 채무를 인수하고, 이 원장을 공동연대보증에서 빼주는 것으로 합의했다. 당시 이 원장은 개인회생을 신청할 정도로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었고, 이로 인해 신한은행 역시 채권이 부실화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했다. 신한은행은 이 원장이 신혜선씨에게 주기로 한 돈 20억원을 추가 대출해주기로 했지만, 이 과정에서 20억원 중 7억 2400만원을 신씨 동의 없이 이 원장 개인대출의 이자로 사용했다.
한발 더 나아가 신한은행은 신혜선씨가 임의로 돈을 사용한 것에 반발하며 법인 명의로 받은 대출 이자를 내지 않자 곧바로 신씨가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려 했다. 이에 신혜선씨는 신한은행 관계자를 상대로 사문서위조, 사금융알선 혐의로 고소했다.>
매체는 “신혜선씨와 알고 지내던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경기고양시을, 초선)과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 문재인 대선 캠프 소속 변호사 등이 이 사건과 관련해 신혜선씨와 신한은행 양측 간 중재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정재호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당선된 직후부터 2017년까지 당시 신한은행장이던 조용병 현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수차례 만났다.
정 의원은 신혜선씨가 반발하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조 회장과 최소 3차례 이에 대해 논의했고, 그 결과를 가지고 신혜선씨를 찾아갔다고 한다. 정 의원은 ‘조 회장과 합의된 사항’이라며 ‘4년간 연체이자를 내지 않는 것과 새로 받는 대출의 이자율’ 등을 신혜선씨에게 제안했다. 이에 신혜선씨는 “신한은행이 내 동의 없이 돈을 전용해서 발생한 연체이자를 면제해주겠다는 것은 애초에 합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이에 정 의원은 “신한은행에 선이자를 10억원 정도 예치하면 연체이자를 받지 않고, 하나은행으로 대환(代環)할 때까지 최대한 낮은 금리를 조 회장이 제안했다”고도 말했다. 현행법상 은행이 선이자를 받는 것은 불법이다. 《주간조선》 취재 결과, 신한은행이 갖고 있던 채권은 이후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로 넘어갔다고 한다.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도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양정철씨가 신혜선씨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양씨는 ‘(2017년) 8월 중 금융감독원장이 바뀌면 그때 가서 문제를 다시 논의해보자’는 식의 제안을 신혜선씨에게 했다고 한다.
이 사건에 윤규근씨가 등장하는 배경도 흥미롭다. 원래 우리들병원 대출 관련 의혹은 문재인 정권 초기인 2017년 말 경찰에서 내사에 나선 적이 있다. 서초경찰서와 경찰청 본청 두 곳에서 내사를 진행했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도 이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민정비서관실은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당시 사건을 보고받았던 민정비서관실의 직원은 경찰 소속이었는데 2018년 8월 경찰 인사 당시 경찰청 핵심 보직으로 영전했다. 그가 바로 윤규근씨다. 《주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윤씨는 산업은행 대출건 및 신혜선씨 관련 사건을 계속해서 체크해왔다고 한다.
대화록을 보면 윤규근씨는 신혜선씨가 처해 있는 상황을 들어주며 그에 따른 해법을 제시해준다. 신씨는 윤씨를 “막내”라고 부르며 은행 이자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정재호 의원과 어떻게 관계를 풀어나갈지 고심하는 듯한 말을 쏟아낸다. 윤씨는 그런 신씨에게 조언을 해주며 “정(정재호)을 쓸 거냐 말거냐 양비(양정철)한테 확인한 다음에 정이 아니라고 하면 그런 방식으로 해서 정리 하십시오”라고 잘라 말하기도 한다.
두 사람의 대화록을 보자. 대화록 자주 나오는 '하나'는 하나은행을 말한다. '양비'는 양정철, '막내'는 윤규근 전 총경을 의미한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윤규근 어떤 것부터 해결해야 되느냐. 하나부터 얘기를 해야하는 거죠. 그 부분은 명확하게 해주십시오. 하나를 해결하고 나면 신한의 문제는 형사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급할 게 없잖아요. 그 부분 대해서, 두 개를 분명하게 구분을 해서 얘기를 해주셔야 합니다. 회장님은 뭐냐면, 지금도 신한에서 이렇게 됐다 이렇게 되면 앞에 부분에, 자꾸 방점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신혜선 맞아요. 맞아.
윤규근 시작은 이렇게 됐는데 지금 이걸 가지고 다투다가 이렇게 왔는데 사실은 이게 더 큰 문제다 이거 일단 해놓고, 신한 이놈들 잘못한 거는 나중에 어찌됐든 지금 수사하고 있으니 안 되겠냐. 근데 하나부터 해결해야 된다. 하나가 굉장히 심각하다 그래서 이거 두 개 분명히 구분하셔가지고 그렇게 얘기를 해서 하라고 주문을 하셔야 됩니다. 물론 이렇게 된 과정에 대한 설명도 중요하지만 듣다보면 어디에 방점이 있는지 우선순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약간 헛갈릴 수가 있습니다. 오해가 있을 수 있어서... 신한은행 처벌 문제는 나쁜 놈들이니까 해야죠. 그러나 그건 아직 한참 남았죠?
신혜선 서초 새로 온 과장 이○○인가 막 못하게 막고 이래. 지금 난리야. 심각해.
윤규근 그건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형사가 갑니다. 그런데 시간의 여유가 많잖아요, 아직도.
신혜선 그런데 빨리 여기서 엎으라고 하는거야. 기가차게 서초에서. 그래서 내가 그 무식한 놈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앉았네. 내가 엎으면 어떡할 거냐. 더 이상 조사 안하게 마무리해서 엎어라 하는데, ‘난 미친 인간이 왔구나’ 하고 말았어요.
윤규근 그건 또 어찌됐든 또 다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그건 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습니다.
신혜선 나 그러고 있어요.
윤규근 그래서 그걸 분명하게 해서 그래서 지금 급한 건 회장님, 하나에서 도대체 얼마에 사갔냐 그게 사실 중요하고요. 얼마에 사갔고 어떻게 해결할거냐.
신혜선 근데 지금 막내가 가만 있으라 해서지난 번에... 그랬는데 그 다음날 김수경씨가 나한테 전화해서 ‘양비 불러서 얘기했다’ 하고 오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었잖아. 그래서 내가 지금 막내한테 얘기를 하고 ‘양비가 확실하게 내꺼는 챙기겠다’ 하고 내가 확인을 받았으니까 전화를 하는 거거든.그런데 그동안에는 ’하나에 유동화로 넘긴다. 실무자를 챙겨주십시오‘ 이것만 내가 양비한테 문자를 보냈어요. 그 까지만. 그런데 그 다음 얘기로 구체적으로 지금 나한테 막내가 코치한 얘기를 못한 이유가 정이 마무리를 하고 기다리면 된다니까 난 기다리고 있는 거지. 왜냐면 여기저기에 괜히 번거롭게 하면 헷갈릴까봐. 난 어쨌거나 우리가 했으면 정재호를 한쪽으론 믿어야 되잖아. 이 일 마무리 할 때까지는. 만약에 정은 진짜 아니다 막내가 얘기하면 그러면 내가 정한테 ’됐다. 그동안 수고했다‘하고 더 이상 내가 얘기할 필요도 없는거거든. 그래서 방향을 내가 선회를 해야 되는데 지금 상항이 내가 봤을 때 안희정이도 그렇고 내용이 심각해요. (하략)
윤규근 정이 아니더라더요. 전해철 의원이 정무위에 있거든요. 전해철하고 또 친하거든요 양비가. 그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정은 제가 보기엔 움직이기 쉽지 않다. 지금껏 한 게 있기 때문에 자기 스탠스를 한순간 바꾸기 어렵다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말씀을 그렇게 해주세요. 지금껏 기다려왔지만 1년이 넘었는데 이제 2년 됐잖아요. 2016년부터니까... 2년 다 됐는데... ‘2년 동안 결과가 없다. 더 이상 못 믿겠다. 알아서 누구를 해서 하든 하나 해결해주라’ 메시지를 넣으십시오. 지금 뭐 그런 히스토리가 있었지만, 그러나 ‘지금 2년 동안 난 당신이 정하든 뭐하든 난 관심없다. 그건 남이 알아서 하고 대신 빨리 해결해야 된다’ 이렇게 메시지를 넣으십시오.
신혜선 그럼 사건 개요를 간단하게 지난 번에 판결문하고 검사가 기소한 내용하고 판결문하고 넣어주는 게 낫겠죠? 거짓말을 하고 그러니까, 내용은 이런 거고.
윤규근 그렇죠. 그건 회장님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부분이고.
신혜선 그런데 하나가 이러는 것 같아. 하나 얘기한 게 하나 창구가 정재호였잖아 지금까지. 정재호니까 지금 뜬구름 없이 하면 정재호한테 이것들이 주르륵 얘기 할 것 같은 거야. 그렇게 되면 사람이라는 게 그렇잖아.
윤규근 (판결문 등은) 주셔도 되요. 왜냐하면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이 하는 거고. 처음에 말씀드렸지만 ‘이렇게 이렇게 통해서 이렇게까지 왔다’라는 설명하기 위한 자료로는 괜찮습니다.
신혜선 그래 그래야 서로가 오해가 안생기고. 난 또 중요한 거는 정재호하고도 마무리를 조금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윤규근 지금 뭐 연락이 안 오잖아요. 회장님 연락해도 답이 없다면서요.
신혜선 내가 문자만 찍었지, 연락드리겠습니다. 해놓고 안하는 거야. 그래서 막내야 내 생각은 나이로 보나 뭐로 보나 내가 지를 갈굴 필요가 없잖아.
그래서 나는 이러고 싶어서 전화했어. 그동안... 내가 바로 하면 되지. 나는 지금 지를 긴 호흡을 하고 통화를 하게 기회를 준거거든 그래서 문자를 먼저 넣었어요. 예의상.
내가 전화를 해서 ‘정 의원 그동안 고맙다. 열심히 해줘서. 본의 아니게 정말 오해가 있다면 오해를 풀어라. 나는 그럴 의도는 아니고 처음부터 정 의원을 믿고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정 의원한테 의지한 거는 사실이다. 우리가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야 된다고. 난 정의원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하든 간에 나는 정 의원이 이거를 해결해줄 사람이라 생각하고 초지일관 한 거고 주변에 본의 아니게 뜻하지 않게 귀동냥(으로) 이상한 게 들어갔다면, 그건 정 의원이 알다시피 노사모 주위가 김수경씨고, 김수경씨 주위가 안희정이고, 안희정 주위가 양비고 이러다 보니까... 그거 회장님 해결됐습니까, 안됐습니까 묻다 보니까 아직 안 됐다. 그러다보니까 나도 빨리 안 되고 고통스러우니까 투덜투덜 댄 건 사실 아니겠느냐. 그렇지만 그게 개인적으로 뭔 감정가지고 말을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할 일 없이 그런 건 아니다. 그런데 내가 또 그런 소리가 들리고 그래서 나도 참 딱하더라. 그 입장에서는. 한두살 먹은 애들도 아니고. 그렇지만 중요한건 재산이 왔다갔다 하는 거 아니냐. 나도 진짜 고통 많이 참았다. 내 집이 다 날아가고 내가 월세로 가는 마당인데 너무 억울하지 않냐. 서류를 이렇게 가짜로 만들어서. 그런데 그렇다하니 정 의원이 너무 부담스럽고 그렇다면 나한테 아쌀하게(시원하게-기자 주) 얘기를 해 달라. 그러면 내가 어떻게라도 방향 전환을 하고 어쨌든 내 일이니까. 일을 해야 안 되겠느냐 그래서 내가 이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한 거다 오해 안 생기게. 이 시간 이후에는 정 의원하고 나하고 어떤 결론이 나면 그걸로 내가 이제부터는 침묵을 한다.’ 그렇게 짓고 그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어요.
윤규근 그 전에 누굴 통해서 어떻게 해결할건지 알아보고, 정을 쓸 거냐 말거냐 양비한테 확인한 다음에 정이 아니라고 하면 그런 방식으로 해서 정리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