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창 기자의 심층취재/ 박근혜 인민재판의 내막①
최서원-이성한-고영태의 한강 둔치 밀담… 30억 5000만원 부탁 거절이 도화선
- 박근혜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하고 감옥까지 보내게 된 「박근혜 인민재판」은 2016년 8월 19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부근의 한강 둔치에서 있었던 「4인의 밀담」이 그 시발점이었다.
문제의 4인은 ▲대통령의 40년 지기(知己)라는 최서원(61) 씨와 ▲미르재단 초대 사무총장이었던 이성한(45) 씨, 그리고 ▲최서원 씨의 측근 고영태(41), ▲류상영(41) 씨 등이다. 이날 이성한 씨와 고영태 씨는 각자 자신의 차를 몰고 현장에 나타났고, 최서원 씨는 류상영 씨가 운전하는 SUV 승용차를 타고 나왔다.
이성한, 고영태 씨는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하여 최서원 씨가 타고 온 SUV 승용차로 옮겨 앉았다. 이성한 씨는 최서원 씨 왼쪽인 운전석 뒷좌석에 앉고, 고영태 씨는 최 씨 앞자리인 조수석에 올랐다. 당시 이성한 씨는 미르재단 초대 사무총장에서 해임돼 고향인 강원도 춘천에서 낭인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성한 씨는 경희사이버대학 멀티미디어학과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인 2001년, 이 씨는 춘천MBC 보도국에 계약직 일반 사원(컴퓨터그래픽 담당)으로 입사하여 2년가량 근무하면서 언론계의 생리를 익혔다.
춘천MBC에서 퇴사한 뒤에는 도시계획이나 레저 분야와 관련된 대기업의 용역 업무를 담당하는 온에어커뮤니케이션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대표이사가 되었다. 이 씨는 2013년경, 그가 운영계획을 수립해준 골프장(소노펠리체 컨트리클럽)의 고객인 차은택 감독에게 부킹 편의를 봐주면서 친하게 지냈다. 고영태 씨는 차은택 감독과 동행한 골프 멤버여서 자연스레 어울렸다.
이성한 씨는 2014년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팀에서 사업총괄을 맡게 되자 이 사업의 문화컨텐츠개발 자문위원에 차은택 감독을 추천했고, 수협(水協)은 이 씨의 추천을 받아들여 차 감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한다. 그 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된 차은택 감독에 의해 이성한 씨는 2015년 11월경, 미르재단의 조직과 회계를 담당하는 초대 사무총장이 되었다.
그러나 이성한 씨는 미르재단 기금을 유용해 자신의 회사 일을 챙기는 바람에 내부적으로 문제가 되어 2016년 6월말 사무총장에서 직위해제되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이성한 씨는 고영태 씨 주선으로 한강 둔치에서 최서원 씨를 만난 것이다.
이 씨는 최서원 씨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한미약품에서 행사 대행비로 30억 5000만원을 받을 게 있는데, 그 돈을 대신 받아달라는 것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이 씨는 미르재단 초대 사무총장에 취임하기 2년 전인 2013년 5월경, 의사와 약사 등 수백 명을 강원도의 한 리조트로 초대해 한미약품을 홍보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열었다. 병원이나 약국에서 약품을 처방하거나 팔 때, 가능하면 한미약품 제품을 구입해 달라는 일종의 리베이트성 행사였다. 행사를 주관한 이성한 씨는 수만 명의 의사 명단이 기록된 데이터베이스(DB)를 한미약품에 넘기고 행사 용역비로 30억 5000만원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측은 “한 일에 비해 요구하는 금액이 과다하다”며 거절했다. 한미약품이 이성한 씨에게 최종 거절 의사를 밝힌 게, 이날 미팅이 있기 18일 전인 8월 1일이다. 이 통보를 한 후부터 한미약품은 법적인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미르재단 사무총장에서 해임된 데다 행사 대행비 마저 받지 못하게 된 이성한 씨에게 구세주로 등장한 사람이 고영태 씨다. 춘천까지 내려가 이 씨를 만난 고영태 씨는 최서원 씨 힘을 빌려 한미약품에서 30억 5000만원을 받아내기로 하고, 성사되면 그 대가로 이 씨에게서 5억원을 받기로 했다.
이렇게 하여 최서원-이성한-고영태 간의 한강 둔치 미팅이 이뤄졌다. 이 미팅은 고영태 씨 계략에 의한 일종의 유인작전이었다. 최서원 씨는 그러나 이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이성한-고영태 씨는 최서원 씨를 협박하기 위한 새로운 작전을 수립하게 되는데,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인민재판의 시작이었다.
이들의 작전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되었다. 1단계는 야당 의원, 즉 더불어민주당을 이용하여 최서원 씨를 공격하는 정치적 공세였다. 고영태 씨는 자신의 후배 윤OO을 통해 정치권과 연결되는 줄을 찾았다. 윤OO은 영화 「태양의 후예」에 조연급으로 출연한 배우다.
윤OO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을 출신의 초선 의원인 오영훈(吳怜勳․49) 의원의 비서 박OO 씨를 고영태 씨에게 소개했다. 고영태 씨는 한강 둔치 미팅을 앞두고 박OO 비서를 「세번걸이」라는 카페에서 만났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이 카페는 고영태 씨 집과 가까운 위치다.
고영태 씨는 박OO 비서에게 최서원 씨가 최태민 씨 딸이며, 청와대를 수시로 출입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 입을 옷을 만들어 준다는 정보를 흘렸다. 하지만 이런 정보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알려지지 않았다. 야당은 체질적으로 언론에서 크게 보도하기 전에는 나서지 않는다.
작전의 2단계로 이성한 씨가 나섰다. 언론계 생리를 알고 있는 이 씨는 고영태 씨에게서 들은 이야기에 살을 붙인, 허위정보를 기자들에게 흘리기 시작한다. 이 씨는 9월 7일부터 9월 25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한겨레신문 기자를 만났다. 김의겸 선임기자와 류이근, 하어영 기자가 그들이다.
한겨레신문은 2016년 9월 20일, 「단독/ ‘권력의 냄새’ 스멀…실세는 정윤회가 아니라 최순실」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를 통해 최순실이라는 이름은 언론에 최초 등장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최순실 씨는 최태민 씨의 다섯 번째 딸이라는 것, 최태민 씨는 새마음봉사단의 실세로 알려져 있다는 것, 최순실 씨는 1996년 정윤회 씨와 결혼해 승마 선수인 딸 정아무개(20) 씨를 낳았다는 것」등으로, 세간에 알려져 있는 내용의 정리에 불과했다. 한겨레신문 기사는 제목만 요란했지, 왜 최순실 씨가 권력의 핵심 실세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것은 이성한 씨가 갖고 온 정보가 들은 이야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작전의 3단계가 TV조선 활용이다. 고영태 씨는 TV조선 사회부장 이진동 기자와 친하다. 고 씨가 이진동 기자를 처음 만난 것은 2014년 10월경이고, 소개인은 김수현 씨다. 김수현 씨는 이진동 기자가 조선일보 기자를 사직하고,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 안산지역구에 출마했을 때, 「이진동 캠프」에서 비서진으로 일했다.
이진동 기자가 총선에서 낙선한 후, 김수현 씨는 최서원 씨 밑에서 고영태 씨와 함께 고원기획을 운영했다. 고원기획 대표였던 김수현 씨는 「고영태 일당」의 국정 농단 음모가 고스란히 녹음돼 있는, 「김수현 녹음파일」을 만들고 보관한 주인공이다.
고영태 씨는 이성한 씨와 함께 이진동 기자를 찾아갔다. 이들은 이진동 기자에게 한강 둔치에서 있었던 최서원 씨와의 밀담 내용을 조작해서 제보했다. 이성한 씨가 최 씨에게 30억 5000만원을 받아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사실은 아예 은폐하고, 최 씨가 이 씨를 회유했다는 식으로 날조했다.
이들의 제보 내용은 TV조선 2016년 10월 18일자에 「단독보도」로 소개되었다. 기사 제목은 「TV조선 단독/ 비밀 첩보영화 장면 같았던 최순실의 행태」다. 내용 중에 익명의 A씨로 처리된 사람이 고영태 씨다.
다음은 TV조선 보도 내용이다. 전부를 인용하는 것은 그 당시 언론의 광란(狂亂)이 얼마나 악랄하게 왜곡, 조작, 날조되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맨 먼저 이하원 앵커의 멘트가 등장한다.
「앵커 : 최순실 씨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만나 회유하는 장면은 한편의 첩보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이재중 기자의 단독보도 이어집니다.」
이어 이재중 기자가 등장하여 리포트를 시작한다.
「최순실 씨와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이성한 씨의 만남은 마치 007작전 같았습니다. 최 씨는 차량 주차가 쉽고 CCTV를 피할 수 있는 한강 둔치로 이 씨를 나오라고 요구했습니다. 최 씨는 운전을 한 유 모 씨와 수행원 두 명을 대동했는데, 이들은 이 씨의 몸을 수색해 휴대전화도 빼앗았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다른 녹음장치로 대화 내용을 녹음했습니다. 이날 만남은 최 씨의 요청으로 한때 최 씨의 측근이었던 A 씨의 주선으로 이뤄졌고, 대화 중간쯤 A 씨는 자리를 비켰습니다. 최 씨는 평소 흰색 벤츠를 타고 다니지만 이날은 카니발 승용차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 이 씨는 비선실세와 차은택 씨가 미르재단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가 재단 사무총장에서 해임됐습니다.」
이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성한 씨는 이렇게 말한다.
“현 정부와 관련돼 있거나 흔히 이야기하는 비선실세라는 권력비리에 연루되어 있는 사람들은 재단 이사직에서 자진 사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이재중 기자의 멘트로 기사는 끝난다.
「이 씨는 미르재단과 관련해 최 씨를 몇 차례 만난 적이 있고, 최 씨에게서 직접 사퇴종용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엔 최 씨가 이 씨의 사퇴를 압박하다가, TV조선의 보도로 미르재단 사태가 알려지자 입장을 바꿔, 회유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TV조선 이재중입니다.」
TV조선 보도가 있은 지 5일 후인 10월 23일, 연합뉴스TV는 「단독보도」로 「두 얼굴의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H약품에 30억원 요구」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H약품이 한미약품이다. 이성한 씨가 한미약품에 30억원을 요구하다 실패로 끝나자 그 이후부터 미르재단에 대한 폭로를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는 이경태 기자가 취재했다. 이경태 기자는 최서원-이성한-고영태 씨 간에 있었던 한강 둔치 밀담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이 부분을 밝히지 않았다. 다음은 연합뉴스TV의 보도 내용이다.
「앵커 :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 논란과 관련해 최순실 씨를 비선실세로 지목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그러나 정작 이 씨의 실체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별로 없습니다. 연합뉴스TV는 그 실체에 접근해 볼 수 있는 과거와 최근 행적을 취재했습니다.
이경태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이경태 기자 :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 논란이 불거지면서 갑자기 부상한 인물이 있습니다. 최근 현 정부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에 대해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입니다.
그런데 이 전 사무총장이 이 같은 폭로에 나서기 전, 한 기업체와 돈 문제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연합뉴스TV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지난 8월초 H약품을 찾아가 회사의 민감한 업무를 수행한 대가를 요구했고 회사 측이 요구액이 과하다며 이를 거절했다는 겁니다.
이 씨는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맡기 전에 광고대행사 대표로 활동했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미르재단 측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이 씨는 2013년 5월, 의사와 약사 등을 강원도 한 리조트로 불러 H약품 홍보 행사를 대행해주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업무와 그에 상응한 대가를 문제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르재단 측이 이 씨의 자필 메모라며 연합뉴스TV에 제공한 문건엔 H약품과의 협상 전략이 담겨있습니다. 이 씨는 의사 수만 명의 DB를 활용하고도 회사 측이 이에 대한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며 30억 5000만원을 요구하겠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에 H약품 관계자는 수행한 임무에 비해 요구한 금액이 과해 이를 거절한 적이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씨와 H약품 사건이 주목받는 건, 이 씨가 30억 협상에 최종적으로 실패한 시점으로 알려진 8월 10일 이후, 돌연 미르재단에 대한 폭로를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 前 사무총장이 자신이 몸담았던 재단 관련 일을 폭로하기 전, 갑자기 왜 기업을 찾아가 30억원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 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이 씨는 현재 휴대전화 번호를 바꾼 채 연락두절 상태입니다. 연합뉴스TV 이경태입니다.」
이처럼 2016년 10월 23일 무렵엔 이성한 씨 폭로 내용에 대해 TV조선은 검증 없이 보도하고, 연합뉴스TV는 사실에 접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10월 24일, JTBC가 테블릿PC 보도를 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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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심수미 기자와 태블릿 PC 7시간의 미스터리 우종창 기자의 심층 취재/ 박근혜 인민재판의 내막②
문제의 테블릿을 기자가 가져가도록 도운 건물 관리인은 해산된 통진당의 전 당원이었다.
JTBC는 2016년 10월 24일 오후 8시 '뉴스 룸' 시간에서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등 국가기밀과 관련된 200여 건의 문서를 사전에 받아보고 수정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JTBC의 이 보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층 마음까지 돌리게 만든 충격적인 폭로였다. 이른바 「태블릿 PC」 파문의 시작이다.
JTBC의 이날 보도는 네 꼭지의 「단독 보도」, 즉 특종기사로 채워졌다. ▲「단독」최순실 PC 파일 입수…대통령 연설 전 연설문 받았다, ▲「단독」발표 전 받은 '44개 연설문'…극비 '드레스덴'까지, ▲「단독」국무회의 자료·첫 지방자치 업무보고도 사전에… ▲「단독」'비서진 교체'도 사전 인지…작성자는 대통령 최측근 참모 등이다.
이 네 개의 특종기사 출처에 대해 JTBC는 손석희 앵커의 첫 멘트를 통해 '최순실씨 것으로 확실시되는 개인 컴퓨터에서 확인했다'고 밝혔고, 이어지는 김필준 기자의 보도에서는 '최순실씨 사무실에 있던 PC에 저장된 파일들'이라고 공개했다.
그로부터 하루가 지난 10월 25일 오전 11시56분, 연합뉴스는 익명의 검찰 관계자를 인용, '검찰이 어제 저녁 JTBC로부터 삼성 태블릿 PC 1개를 수령했다. 파일 내용은 현재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계기로 「최순실 개인 컴퓨터」는 졸지에 「태블릿 PC」로 바뀌어졌고, JTBC 역시 10월 25일 보도부터 태블릿 PC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태블릿 PC 파문에서 가장 먼저 살펴볼 부분은 입수 경위다. 태블릿 PC 보도의 진실성 여부에 대해 의혹이 증폭되자, JTBC는 첫 보도 후 한 달 보름이 지난 12월 8일 오후 9시 '뉴스 룸'시간에서 손석희 앵커가 심수미 기자에게 질문하는 형식으로 태블릿 PC 입수 경위를 스스로 공개했다. 심수미 기자가 밝힌 입수 경위를 요약하면 이렇다.
'처음 태블릿을 발견한 건 지난 10월 18일이었습니다. 서울 신사동의 더블루케이 사무실이었습니다. 사무실은 이미 이사를 가고 텅 비어 있었습니다. 책상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지금 보시는 이 책상입니다. 당시 건물 관리인은 다른 언론사에서 찾아온 기자가 1명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저희는 건물 관리인의 허가를 받고 빈 사무실에 들어갔습니다.
최순실씨와 고영태씨가 황급히 떠나면서 놓고 간 집기와 자료 등이 있었는데, 책상에 태블릿 PC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단종된 갤럭시탭 초기 모델인데 하도 오래 쓰지 않아서 전원이 꺼진 상태였고 당시 현장에는 충전기도 없었습니다. 아예 켤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구형 모델이라서 요즘에 사용하는 휴대전화 충전기를 쓸 수가 없어서 저희는 전문센터에서 이 모델에 맞는 충전기를 사야 했습니다. 충전기를 사서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서 충전기를 꽂은 상태에서 그때서야 비로소 태블릿 PC를 열어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태블릿 PC를 열었을 때 볼 수 있었던 파일은 6가지 종류에 불과했습니다. 일단 거기까지만 취재를 하고 그 자리에 두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최순실씨가 이 사무실을 떠날 때 문을 열어두고 간 상태였고, 아직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서 부동산 중개인 등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누군가 훔쳐갈 가능성이 있을 뿐더러 또 최씨가 사람을 보내서 증거인멸을 할 수 있다 라는 의혹들이 계속해서 불거진 상황이어서 은닉되거나 파기할 우려가 너무나 컸습니다.
저희 내부에서 이걸 어떻게 해야 될지 갑론을박이 벌어졌었는데, 태블릿을 가져와서 복사를 한 뒤에 검찰에 제출하기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틀 뒤 20일에 사무실로 가져왔고, 당초 계획했던 대로 보도 당일인 24일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태블릿 PC 입수 경위를 드라마틱하게 설명한 심수미 기자의 이 보도는 그러나 더블루케이 사무실을 관리했던 노광일씨의 법정 진술에 의해 사실이 아님이 판명되었다. 노광일씨는 더블루케이 사무실이 입주했던 부원빌딩 건물 관리인이다.
노광일씨는 「최서원 사건」의 증인으로 지난 4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법정에 출석했다.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태블릿 PC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건물 관리인 노광일씨를 변호인 측 증인으로 여러 차례 신청하였으나 검찰 측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합의22부․ 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권유를 검찰이 마지못해 받아들이면서 노광일씨는 드디어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경재 변호사는 변호인 신문에서 맨 먼저 노광일씨가 부원빌딩 건물 관리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증인은 정당에 가입한 사실이 있지요'라고 질문했다. 노광일씨는 그동안 언론 보도를 통해 통진당 당원으로 알려져 있었다. 노씨는 답변에서 '본래 통진당 당원이었으나 통진당이 해산된 후 정의당 당원이 되었고,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라고 진술했다.
JTBC 기자가 고영태씨 책상 서랍 속에 들어있던 태블릿 PC를 가져간 경위에 대한 이경재 변호사의 질문에 노광일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2016년 10월 18일 오전 11시쯤, 남자 한 명이 찾아 왔다. 신분을 물어보니까 JTBC 김필준 기자라고 말했다. 더블루케이 사무실 문을 열어 주니, 김필준 기자가 책상 속에 있던 태블릿 PC를 꺼내 들고 나왔다. 그 후 일곱 시간쯤 지나, 내가 퇴근할 무렵에 김필준 기자가 다시 나타나 태블릿 PC를 책상에 넣어 두고 갔다. 김필준 기자는 이틀 후(10월 20일)에 다시 찾아와 태블릿 PC를 가져갔다.'
노광일씨 증언으로 더블루케이 사무실에서 태블릿 PC를 가져간 사람은 JTBC 김필준 기자라는 사실이 처음 공개되었고, '충전기를 사서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충전기를 꽂은 상태에서 비로소 태블릿 PC를 열어볼 수 있었다'라는 심수미 기자의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름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법정에 있던 공판 간여검사들의 안색이 일순 어둡게 변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김필준 기자가 태블릿 PC를 갖고 간 지 7시간 만에 되돌려 주었는데, 이 일곱 시간 동안 JTBC 측이 태블릿 PC를 가지고 무슨 농단을 벌였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수미 기자의 보도 중에 틀린 내용은 이것뿐이 아니다. 심수미 기자는 더블루케이 사무실의 관리 상태와 관련하여 '최순실씨가 이 사무실을 떠날 때 문을 열어두고 간 상태였고, 아직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서 부동산 중개인 등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고 보도했으나 기자가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더블루케이 사무실은 보안업체 캡스에서 관리하며, 출입구엔 지문인식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지문이 등록된 사람만 문을 열 수 있는 구조인데, 지문을 등록해 놓은 사람은 고영태, 박헌영, 전지영, 이인훈씨 등 4명뿐이다. 전지영씨는 더블루케이 여직원이고, 이인훈씨는 고영태씨 사촌이다. 이인훈씨 지문이 등록될 수 있었던 것은 더블루케이가 고영태씨 개인회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출입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심수미 기자의 보도와 달리, 그 사무실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인 심수미 기자는 태블릿 PC를 최초로 입수하고 공개한 취재로, 2016년 연말에 한국여기자협회에서 주는 '올해의 여기자 상(賞)'을 수상했다. 보도의 진실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심수미 기자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심수미 기자는 '회사에서 인터뷰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김필준 기자의 핸드폰에 기자의 신분을 밝히고 통화를 요청했으나 역시 반응이 없었다.
30대 초반인 심수미 기자가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취재를 열심히 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는다. JTBC가 태블릿 PC 보도를 하기 보름 전인 10월 5일, 심수미 기자는 고영태, 이성한씨를 만난 적이 있다. 이 무렵 고영태씨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OO시청 펜싱팀 감독에게 소개를 부탁할 정도로 만나기가 쉽지 않은 '거물급' 인사였다.
그런 거물을 심수미 기자는 2시간 동안 만나 점심을 같이 했다. 이 만남을 주선한 사람이 미르재단 초대 사무총장이었던 이성한씨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이성한씨는 고영태씨가 나타나자마자, 뜬금없이 '최순실씨 취미가 뭐지?'라고 물었다. 기자의 취재 본능을 건드린 것이다. 여기자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고영태씨는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라며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고영태씨의 이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고씨는 검찰조사에서 '2016년 1월경, 최순실이 자신의 방에서 문서작업을 하다가 "프린터가 안 되니 도와 달라"고 하여, 다른 직원과 함께 최순실의 방에 가 보았더니 최순실의 책상 위 노트북 화면에 대통령의 연설문이 띄워져 있었고, 최순실이 문서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내용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통령의 연설문이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라고 한 차례 진술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 연설문이 대통령의 연설문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서 쉽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고, 검사도 추궁하지 않았다.
아무튼 이성한, 고영태씨의 말에 심수미 기자는 쉽게 말리지 않았다. 심수미 기자는 이들의 주장을 기사화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심수미 기자는 JTBC 12월 8일자 '뉴스 룸' 시간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고영태씨는 "최순실씨가 탭을 끼고 다니면서 수시로 대통령의 연설문을 읽고 수정한다"라는 말을 했고, 이성한씨가 이를 부연하였습니다. 고씨는 최순실의 태블릿 PC 수정과 관련해서 말을 하면서, 최순실이 하도 많이 고쳐서 화면이 빨갛게 보일 지경이라는 표현도 했었습니다. 충격적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두 사람이 나눴던 거에요. 그 말만 듣고서는 기사를 쓰는 것이 정말 불가능했었는데, (10월 18일에) 태블릿 PC를 발견하면서 (최순실의 취미는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라는) 보도를 하게 된 겁니다.'
이성한씨는 한겨레신문이나 JTBC 기자들을 의도적으로 만나, 30억 5천만원에 관한 이야기를 했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대통령과 최서원씨의 관계였다. 이렇게 되자 한 번 시작한 이성한씨의 폭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밖에 없었고, 한미약품 30억 5천만원 건은 언론의 관심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태블릿 PC와 관련된 JTBC의 첫 보도에서 국민들을 가장 실망시킨 것은 「드레스덴 연설문(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의 사전 유출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행한 이 연설은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북(對北) 제안인데, 이 중요한 연설문이 최서원씨에게 사전 유출되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허탈해했다.
이 연설문의 사전 유출에 대해 정호성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외교안보수석실에서 초안을 작성하여 연설기록비서관실로 보내면, 수정을 거쳐 부속비서관실로 보고됩니다. 드레스덴 연설문의 경우, 중요한 연설문이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많은 수정작업을 거듭하여 거쳤고, 독일 현지에서도 수차례 수정작업을 거듭한 기억이 있습니다. 독일 현지에서 수정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최순실과 공유하고 있던 이메일을 이용하여 최순실의 의견이 어떤지 문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호성 비서관의 진술을 종합하면, 최서원씨는 드레스덴 연설문의 수정작업에 관여했던 수많은 사람 중의 한 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정호성 비서관이 최서원씨에게 보낸 드레스덴 연설문은 초안은 검은 글씨로, 수정안은 빨간 글씨로 표시돼 있는데, JTBC는 빨간 글씨로 표시한 수정안 전부를 마치 최서원씨가 고친 것처럼 보도했다.
이는 전형적인 왜곡, 과장보도에 해당한다. JTBC가 첫 보도에서 「최서원씨는 드레스덴 연설문 수정작업에 관여했던 수많은 사람 중의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렸더라면 국민의 실망감은 그토록 크지 않았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 다음날 JTBC 보도에 기름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겨레신문 10월 25일자 보도다. JTBC의 특종보도에 자극받은 한겨레신문은 그동안 묵혀 두었던 미르재단 초대 사무총장 이성한씨 인터뷰 기사를 사실 확인 없이 터뜨렸다.
김의겸 선임기자와 류이근 기자 이름으로 보도된 한겨레신문 2016년 10월 25일자 기사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씨는 이 자료를 가지고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비선 모임’을 운영했다고 한다. 이런 진술은 최씨와 가까웠던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9월7일부터 9월25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16시간 동안 진행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일관되게 말한 내용이다.」
한겨레신문은 이 기사를 보도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씨의 증언은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나, 한겨레가 지난 두 달가량 취재한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데다, 제이티비시(JTBC)가 24일 방영한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미리 열람하고 수정까지 했다’는 내용과도 부합하는 것이어서 보도를 하기로 결정했다.」
한겨레신문 보도는 제보자 이성한씨가 검찰 조사에서 '기자가 허위 사실을 기사화하였다'고 진술했지만, 한겨레신문은 끝내 정정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 무렵 「8선녀」라는 존재하지도 않은 비선모임이 주류 언론을 장식했고, 종편에 출연한 정치평론가 혹은 시사전문가들은 이를 앵무새처럼 하루 종일 읊조렸다.
그렇다면 JTBC가 보도한 태블릿 PC의 진실은 무엇일까. 다음 회에 계속된다.(계속)
문체부 局·課長 경질은 승마와 무관…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이 교체를 건의했다!
우종창 기자의 심층 취재: 박근혜 인민재판의 내막③
정호성 비서관은, 검찰 조사 당시 〈며칠 후에 조응천 비서관이 “노태강 국장과 진재수 과장이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 교체가 바람직하다”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저는 그 보고서를 대통령님에게 올려 드렸고, 그로부터 며칠 안에 문체부장관 보고를 받으시는 자리에서 두 사람에 대한 언급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노태강 국장과 진재수 과장은,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이 대통령에게 올린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 교체가 바람직하다」는 부정적인 보고서 때문에 한직으로 밀려난 것이다.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이 된 JTBC의 2016년 10월 24일자 태블릿 PC 관련 보도는 김필준 기자의 첫 리포트로 시작한다. 김필준 기자의 멘트는 이랬다.
“최순실씨 사무실에 있던 PC에 저장된 파일들입니다. 각종 문서로 가득합니다. 파일은 모두 200여 개에 이릅니다. 그런데 최씨가 보관 중인 파일의 대부분이 청와대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취재팀은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고영태 씨의 진술과 관련해 연설문에 주목했습니다. 최씨가 갖고 있던 연설문 또는 공식 발언 형태의 파일은 모두 44개였습니다.”
JTBC는 기자의 첫 리포트에서는 대통령 연설문 44개를 포함, 총 200여 개의 청와대 문건을 발견했다고 보도했지만, 막상 이어지는 보도에서는 ▲드레스덴 연설문(2014년 3월 7일) ▲32회 국무회의 자료(2013년 7월 23일) ▲강원도 업무보고(2013년 7월 23일) ▲34회 국무회의 말씀자료(2013년 8월 4일) ▲21차 수석비서관회의(2013년 10월 31) 등 다섯 개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4건은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에 작성된 것인데, 강원도 업무보고 문건은 보고가 끝나면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되며, 한 달에 한 번씩 격주로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무회의나 수석 비서관 회의는, 회의가 끝나는 즉시 논의된 내용이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브리핑되기 때문에 기밀은 아니다.
2014년에 작성된 드레스덴 연설문(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은 완성본이 아니라 수정작업 중이던 초안이다. 최서원씨는 수정작업에 관여했던 수많은 사람 중의 한 명임에도 JTBC는 마치 최서원씨가 수정안 전부를 고친 것처럼 왜곡, 과장해서 보도했음은 「박근혜 인민재판의 내막/②」에서 밝힌 바 있다.
JTBC는 이 보도에서 “상당수 대통령 연설문이 사전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설문이 청와대와 무관한 최씨에게 전달되었다는 사실은 이른바 비선실세 논란과 관련해서 큰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이며,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가 작성한 이 문건이 왜 누구를 통해서 최씨에게까지 건네졌는지에 따라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자의적 해석을 덧붙였다.
그러나 대통령 연설문은 해당 수석실에서 초안을 작성한 후, 연설기록비서관실로 보내 2차 수정작업을 거치고 여기서 수정된 안은 부속비서관실로 보고돼 또 다시 3차 수정작업을 거친다. 때문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공유되지 않는다」는 JTBC 보도는 이와 같은 청와대 시스템을 고의적으로 은폐하고, 악의적으로 왜곡한 보도에 해당한다.
JTBC가 「청와대 최측근 참모」라고 언급한 사람은 대통령비서실 부속비서관 정호성씨다. 정호성 비서관의 업무는 ▲대통령 수행 및 비서 업무 ▲현장방문 지시사항 정리 및 보고 ▲대통령 일정 관리, 관저 및 일반 행정 업무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각종 문건의 접수 및 보고와 이에 따른 대통령의 지시사항과 메시지 등의 전달이다.
정호성 비서관은 최서원씨에게 청와대 자료를 전달한 일, 즉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의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2013년 1월경부터 2016년 4월경까지 총 47회에 걸쳐 공무상 비밀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 47건을 최서원에게 이메일 또는 인편 등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JTBC가 2016년 10월 24일에 「단독보도」한 청와대 문건을 입수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호성 비서관이 2013년에서 2014년 사이에 인편으로 최서원씨에게 보낸 청와대 자료를 JTBC가 중간에서 가로채거나 최서원씨 사무실에서 훔쳤을 가능성이다. 이는 절도죄에 해당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JTBC가 최서원씨 이메일을 열어 보았다는 이야기다. 이메일을 열려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알아야 한다. JTBC가 태블릿 PC를 입수한 것은 2016년 10월 18일이고, 보도한 시점은 10월 24일이다. 그러나 이 무렵 최서원씨는 독일에 있었다. 따라서 JTBC가 최서원씨 이메일 함을 열어서 그 내용을 보려면 해킹하는 수밖에 없다. 이것 역시 범죄행위에 해당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한 자료는 증거로서의 증거력이 없기 때문에, JTBC는 태블릿 PC 입수 경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태블릿 PC의 진실은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미디어워치 前 대표 변희재씨가 JTBC 보도담당 사장 손석희씨를 ‘모해증거위조죄’로 고발해 놓았기 때문이다. 모해증거위조죄는 누군가를 모해할 목적으로 증거를 위조하는 범죄를 뜻하는데, 형법 155조(증거인멸 등과 친족 간의 특례)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이에 대응해 JTBC는 변희재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두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조사 중이다.
또 최서원 피고인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가 태블릿 PC의 오염 여부와 관련해 “검찰이 실물을 제시하든지 아니면 재판부에서 감정 결정을 하든지 결론을 내려 달라”고 요청한데 대해 검찰 측이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JTBC 보도의 진실성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정호성 비서관이 검찰과 특검에서 조사받은 내용을 기록한 진술조서를 면밀히 분석했다. 그런데 이 진술조서에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무관한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와 승마에 관한 심문이 많이 등장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그래서 태블릿 PC의 진실 규명은 검찰 조사를 지켜보기로 하고, 승마와 관련된 사실관계부터 밝히기로 한다.
정호성 비서관을 상대로 승마 부분을 조사한 사람은 유경필 검사다. 유경필 검사는 2016년 11월22일, 언론 보도를 근거로 심문을 시작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문: 언론 보도에 의하면, 2013년 4월경 상주에서 개최된 승마대회에서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2등을 한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이 경위 파악을 지시하였고, 문체부 노태강 체육국장과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이 승마협회는 물론, 정유라 측도 문제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올렸다가 2013년 8월경 경질되었다고 하는데, 대통령은 그 연장선상에서 비서실장에게 체육계 비리 척결을 지시한 것은 아닌가요?
답: 아닙니다. 대통령님이 상주 승마대회와 관련하여 경위파악을 지시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체육계 비리 척결을 처음 언급한 계기는 태권도 대표선수 선발 과정에서 편파 판정 시비 끝에 선수의 아버지가 자살하는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대통령님은 그 사건이 신문에 보도된 직후인 2013년 6월경에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체육계 비리 척결에 대해 강한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 두 달 정도 지난 2013년 8월경 대통령님이 저에게 “체육계 비리 척결에 대해 아무런 진척이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누가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하셨고, 저는 당시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대통령님의 지시사항을 전달하였습니다.
문: 그 후 어떻게 되었는가요?
답: 그로부터 며칠 후에 조응천 비서관이 “노태강 국장과 진재수 과장이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 교체가 바람직하다”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저는 그 보고서를 대통령님에게 올려 드렸고, 그로부터 며칠 안에 문체부장관 보고를 받으시는 자리에서 두 사람에 대한 언급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 노태강 국장 등이 교체된 이유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인가요?
답: 제가 아는 범의 내에서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기성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은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노태강 국장과 진재수 과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참 나쁜 사람”이라고 언급하였다고 하는데, 유경필 검사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고는 참 나쁜 사람이라는 발언의 경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승마선수 정유라에 대해 특혜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14년 4월 8일이다. 노태강 국장 등이 경질되고 6개월이 지나서다.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다. 안민석 의원은 2014년 4월 8일 국회 對정부 질문에서 정유라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안민석 의원이 제기한 것은 2013년 12월 19일에 있었던 국가대표 승마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의혹이다. 국회 속기록에 기록된 안민석 의원의 발언 중, 정유라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안민석 의원: 지난해 12월 19일 대한승마협회는 12명의 국가대표를 선발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 정 아무개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이 선수가 미성년자기 때문에 제가 굳이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정 아무개 선수가 누군지 차관님은 알고 계시지요?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조현재: 글쎄요, 성만 이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에 저희가 추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안민석 의원: 차관님, 진실을 말씀해 주십시오. 정 아무개라는 선수가 누구인지 짐작하시지요?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조현재: 제가 여기서 짐작하기 어렵다는 말씀드립니다.
◯안민석 의원: 강도 높은 경찰 조사 이후 승마계에서는 대부분 검은손의 실체를 알게 됩니다. 그러면 심판들이 그 이후에 정 아무개 선수에게 점수를 잘 줬을까요, 아니면 공정하게 정상적으로 줬을까요?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조현재: 글쎄요, 의원님께서 지적하신 그 선수에 대해서 알고 있지 못하고요. 그런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저희 정부가 관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답변하기가 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안민석 의원: 이 鄭 아무개 선수는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불리는 정윤회씨의 딸입니다. 어머니는 최태민 목사의 다섯째 딸 최순실씨입니다. 지난 1년간 승마협회 쑥대밭이 한 선수를 위한 한 선수의 부모에 의한, 그래서 승마협회가 쑥대밭이 됐다는 것이 승마인들의 일치된 의견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조현재: 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는 심판들께서 점수로 선정하는 걸로 알고 있고요 거기에 어떤 특정인에게 특혜 준다든지 이것은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전체적으로 체육단체에 대한 감사 결과에 따라서 체육단체의 전반적인 운영에 대한 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고 어떤 특별한 단체에 대해서 정부가 감사를 더 강하게 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안민석 의원: 알겠습니다. 자, 마사회 마방 201호를 보시겠습니다. (영상자료를 보며) 저 마사회 마방은 마사회 소속 선수들이 아니고서는 말을 보관할 수가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특별히 보관할 경우에 고액의 관리비용을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 말이 누구의 말인지 아십니까?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조현재: 내용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안민석 의원: 정윤회 최순실 부부의 딸인 정 아무개 선수의 말이 저 마방에 지금 있습니다. 권력자의 딸이 아니고서 이게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그것도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가 있습니다. 관리비는 내지를 않습니다. 실제로 마사회의 넓은 마방 훈련장에서 혼자 별도의 훈련을 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권력 실세에 의한 특혜 아니겠습니까?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조현재: 의원님, 제가 듣기로 그 부분 마사회의 마방 관리는 승마협회에서 마사회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한 걸로 알고 있고요 국가대표 선수라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안민석 의원의 대정부 질문에는 노태강 국장과 진재수 과장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럼에도 主流 언론들은 노 국장과 진 과장의 경질이 정유라 때문인 것처럼 기사가 아닌 소설을 썼다. 노 국장과 진 과장의 경질이 우병우 前 민정수석의 책임인 것처럼 허위 보도를 하기도 했다.
노태강 국장이 체육국장에서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 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13년 10월이다. 이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청와대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노 국장과 진 과장이 경질될 당시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조응천 現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그럼에도 기성 언론들은, 우병우 前 민정수석에게 책임을 묻고, 禹 前 수석을 구속시키라는 식의 기사를 남발한 것이다. 조응천 의원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시절 「정윤회 문건」을 어떻게 작성했고, 그 이후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추후 자세히 기술한다. 계속되는 검사와 정호성 비서관의 일문일답이다.
<문: 진술인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승마선수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요?
답: 네, 알고 있었습니다.
문: 정유라가 승마선수라는 사실은 언제, 어떤 경위로 알고 있었는가요?
답: 2014년 4월경 안민석 의원이 국회에서 정유라의 국가대표 선발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였을 때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정유라가 어렸을 때부터 말을 탔다는 얘기는 정윤회 전 비서실장으로부터 듣기는 하였지만 10여 년이 흘러 정유라가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었다는 얘기는 안민석 의원이 문제제기를 하기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최순실이나 정윤회 전 실장은 정유라가 승마를 계속 하고 있었다는 말은 한 적이 없습니다.
안민석 의원이 처음 특혜의혹을 제기한 이후 2014년 9월경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렸는데, 저는 정유라의 경기 결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정윤회 전 비서실장의 딸인 정유라가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특혜를 입은 것처럼 야당에서 문제 제기를 해, 언론에서 많이 보도된 상태였기 때문에 만일 정유라가 형편없는 경기 결과를 낸다면 언론에서는 틀림없이 정윤회 전 비서실장과 관련된 의혹 보도를 이어갈 것이 뻔하였습니다. 경기 결과, 다행히 정유라가 단체전에서 개인 성적 5등을 하여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따는데 일조를 하였기 때문에 실력으로 인한 큰 논란은 없었습니다. >
결론적으로 노태강 국장과 진재수 과장은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이 대통령에게 올린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 교체가 바람직하다」는 부정적인 보고서 때문에 한직으로 밀려났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고위 공무원을 경질할 때, 경질 사유를 통보하지 않는다. 때문에 당사자는 미뤄 짐작할 뿐이다. 언론에서 정유라 때문에 경질되었다는 보도가 계속 되므로 본인으로서는 그렇게 믿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의원에게 사정을 물어 보았더라면 그도 진실에 눈을 떴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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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창의 심층취재-박근혜 인민재판의 내막(4)
검찰은 기획폭로에 대한 이성한 전 총장의 자필 진술서를 빼버렸다!
"기자가 자기가 알고 있거나 추측한 내용을, 저가 그렇게 명시적으로 확인해 준 것처럼 기재해 버렸습니다."
"답: 제가 고영태에게 전해 들었다고 기자에게 말해 준 것과 기자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이 혼용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위 기사 내용에 대하여 제가 직접 눈으로 목격한 것은 없고, 고영태에게 전해들은 말이 일부 있을 뿐입니다.
문: 그렇다면 기자가 전혀 허위사실을 기사화한 것인가요?
답: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문: 진술인의 말에 따르면, 진술인과 관련하여 언론에 보도된 부분은 진술인이 실제로 기자와 만나 이야기한 것보다 많이 과장되어 있다는 것인가요?
답: 그렇습니다."
미르재단 초대 사무총장 이성한씨는 「박근혜 인민재판」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이다. 그는 한미약품에서 30억 5천만원의 용역비를 받아내기 위해 고영태씨와 짜고 최서원씨를 2016년 8월 19일 오후 7시경 한강둔치로 오게 하여 협조를 요청하였으나 최씨의 비협조로 실패하자, 최씨를 압박할 목적으로 TV조선 및 한겨레신문 기자들에게 사실을 과장, 왜곡하여 제보했다.
이 내용은 「박근혜 인민재판」시리즈①에서 자세히 언급한 바 있다.
그런 그가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2016년 10월28일로, 한겨레신문의 보도가 있은 직후다. 이성한씨는 이날 오후 2시15분 서울중앙지검 608호 검사실에 출석했다. 검찰은 이씨 소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조사에서 이씨는 언론에 제보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자필진술서를 썼다.
A4 용지 2장 분량의 자필진술서에서 이씨는 ‘한미약품을 위한 판촉 활동의 대가로 30억 5천만원을 받을 게 있는데, 그 해결책을 대통령과 친한 최순실씨에게 부탁했으나 거절당한 데 앙심을 품고 언론에 허위 제보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사실대로 기재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성한씨의 자필진술서는 최서원씨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기록 목록」에 빠져 있다. 목록에만 뺀 것이 아니라 자필진술서 자체를 법원에 넘기지 않았다. 국가를 대리하여 公益을 실현하는 검사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는 물론, 유리한 증거도 제출하게끔 되어 있다. 이게 검사의 의무이며, 이렇게 해야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살인범을 수사한 검사가 살인의 도구인 식칼을 증거물로 제출했다고 치자. 그런데 식칼에 묻은 지문이 살인범의 지문이 아니라고 해서 증거로 제출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박근혜 인민재판」의 단초가 되는 이성한씨 자필진술서를 검사가 증거물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에서부터 이 사건은 검찰이 의도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법원에 제출된, 이성한씨가 검사에게 진술한 조서에서도 한미약품과 관련된 30억 5천만원 부분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다.
검찰은 언론 폭로의 배경이 된, 한미약품과 30억 5천만원은 수사기록에 올리지 않은 것이다.
형법 제141조(공용서류 등의 무효, 공용물의 파괴)에는 ‘공무소(행정관청)에서 사용하는 서류 기타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성한씨는 서울중앙지검 형사 8부 소속 김민형 검사와 김보형 검찰주사보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이 진술조서에 따르면, 이씨는 이날 오후 2시15분부터 다음날 새벽 3시50분까지 조사를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토록 긴 시간동안 조사를 하면서, 그리고 자필진술서도 있는 마당에 이성한씨에게 한미약품과 30억 5천만원 관계에 대해 심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한겨레신문 보도는 기자가 허위사실을 기사화한 것.'
검찰 조사에서 이씨는 한겨레신문에 보도된 자신의 인터뷰 기사가 사실이 아님을 진술했다. 이 부분을 인용하면 이렇다.
「문: 진술인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최씨는 자신의 논현동 사무실에서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대통령의 향후 스케줄이나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다. 최씨는 이런 모임을 주제별로 여러 개 운영했는데 일종의 대통령을 위한 자문회의 성격이었다. 모임에 오는 사람은 회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지만 차은택은 항상 있었고, 고영태도 자주 참석했다”, “최씨의 사무실 책상에는 항상 30㎝가량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가 놓여 있었다. 자료는 주로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한테 보고한 것들로 거의 매일 밤 청와대 정호성 제1부속실장이 사무실로 들고 왔다”, “최순실은 모임에서 이 자료를 던져 주고 읽어보게 하고는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비선 모임의 주제는 한 10%는 미르,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일이지만 나머지 90%는 정부정책과 관련된 게 대부분이었다”라고 진술하였다는데 어떤가요?
답: 제가 고영태에게 전해 들었다고 기자에게 말해 준 것과 기자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이 혼용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위 기사 내용에 대하여 제가 직접 눈으로 목격한 것은 없고, 고영태에게 전해들은 말이 일부 있을 뿐입니다.
문: 그렇다면 기자가 전혀 허위사실을 기사화한 것인가요?
답: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문: 진술인의 말에 따르면, 진술인과 관련하여 언론에 보도된 부분은 진술인이 실제로 기자와 만나 이야기한 것보다 많이 과장되어 있다는 것인가요?
답: 그렇습니다. 저도 일부 언론에서 저에 대하여 많이 과장된 기사를 내보내어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고영태 관련 부분도 제가 분명히 들은 말은 들었다고 구분해 주었는데, 기자가 자기가 알고 있거나 추측한 내용을, 저가 그렇게 명시적으로 확인해 준 것처럼 기재해 버렸습니다. 일부 기사에 보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의 10분의 1밖에 아직 말 안 했다”라고 했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그 말은 “제가 기자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재단 사무총장에서 직위해제된 것이 억울하다”는 그런 뜻이었는데, 기자는 마치 “제가 최순실이나 청와대 비리에 대하여 10분의 1밖에 안했고, 아직도 10분의 9가 더 남았다”라는 내용으로 기재를 해 버린 것입니다.」
이성한씨는 자신의 용역비를 받기 위해 언론에 허위 제보를 하기는 했지만 막상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자, 진실을 털어놓았다. 검찰이 이 진술에 근거해 수사를 진행했더라면 「박근혜 인민재판」은 「고영태 7인방」에 의한 국정 농단으로 끝났을 것이다. 이성한씨 자필진술서는 이번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중요 증거이면서, 검찰 수사에 급제동을 건, 1차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검찰 수사에 2차 제동을 건 것은 「김수현 녹음파일」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검찰 수사에 2차 제동을 건 것은 「김수현 녹음파일」이다. 「고영태 7인방」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 이 녹음파일은 수사 초창기인 2016년 11월 7일 검찰에 제출되었다. 「김수현 녹음파일」의 존재를 검찰에 최초로 알린 사람은 (주)예상의 대표 류상영씨다.
류상영씨는 이성한씨가 한미약품에서 30억 5천만원을 받기 위해 고영태씨와 짜고 최서원씨를 한강둔치로 오게 하였을 때, 자신의 차에 최서원씨를 태우고 간 사람이다. 때문에 그는 이성한, 고영태씨와 최서원씨의 한강둔치 밀담 내용을 잘 안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가 대통령을 겨냥하자, 류씨는 「김수현 녹음파일」의 존재를 밝히고 검찰에 제출했다.
류상영씨가 이 녹음파일을 가지고 있게 된 것은, 2016년 9월3일 독일로 떠나는 최서원씨로부터 “더블루케이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와 각종 집기들 중에서 고영태 책상만 남겨두고 나머지 짐들은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류씨는 모든 짐들을 서울 송파에 있는 송파물류창고에 보관했다.
류상영씨는 자신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소속 龍聖鎭(용성진) 검사에게 「김수현 녹음파일」의 존재를 밝히고, 고동주(高東柱) 수사관(검찰주사보)을 송파물류창고로 안내했다. 창고에는 최서원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특검에서 진술한 「이모의 빨간금고」와 함께 (주)예상의 자료들이 보관돼 있었는데, 이 자료들 속에 김수현씨가 사용하던 컴퓨터가 있었고, 이 컴퓨터에 녹음파일이 심어져 있었던 것이다.
송파물류창고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눈길을 끈 것은 「빨간 금고」다. 그동안 기성 언론은 특검의 브리핑을 근거로 ‘아직 찾지 못한 「빨간 금고」안에는 최서원씨 소유의 수많은 재산 목록과 비밀서류 등이 들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압수수색에서 고동주 수사관은 류상영씨가 열어준 「빨간 금고」 속에서 의미 있는 증거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처럼 검찰은 「빨간 금고」의 실체를 이미 알고 있었으나 공개하지 않았고, 장시호씨 진술에 근거했다는 특검의 이상한 브리핑으로 인해 의혹만 양산하는 꼴이 되었다.
「김수현 녹음파일」은 검찰이 뒤늦게 압수하긴 했지만, 녹음파일의 개수가 2천개을 넘는 바람에, 이를 듣고 녹취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류상영씨는 수많은 녹음파일 중에서 「고영태 7인방」의 회의 내용이 녹음된 5개를 골라 검찰에 들려주었다. 고영태씨가 관세청 공무원의 人事에 개입하고 돈을 요구하는 내용 등이었다. 고영태씨의 추정과 상상에 근거한 일방적인 주장에 따라 진행되던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걸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증거였다.
사실, 이 녹음파일의 존재와 그 폭발력을 익히 알고 있었던 사람은 최서원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다. 이경재 변호사는 최서원씨 변호인으로 선임된 후,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수많은 관련자들을 만났는데, 류상영씨도 그 중의 한 명이다. 류상영씨는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을 때는 고영태씨 편을 드는 진술을 하였으나, 이경재 변호사와의 만남을 통해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하고, 녹음파일 속에 육성으로 들어있는 「고영태 7인방」의 모의 상황을 이경재 변호사에게 털어 놓았다.
이처럼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에 의한 폭로 위험이 있음을 뻔히 아는 검찰은 그럼에도 수사 방향을 선회하지 않았다. 검찰은 첫 번째 빨간 신호등과 두 번째 경고음을 모두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달렸다. 왜 검찰은 그랬을까? 촛불시위 때문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