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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직접 마주하기 전까지 고민이 많았다. 그가 최순실씨의 단골 마사지업소 원장 출신으로 알려진 데다, 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 위증교사 논란에 연루된 인물인 탓이었다. ‘과연 사실대로 이야기할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럼에도 만나기로 결정한 것은 그가 최씨의 자금유용 창구라는 의혹을 받는 K스포츠재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 답변의 진실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취재를 통해 사실을 확인한 사안부터 물었다.
최순실과의 인연

— 최순실을 언제 처음 만났습니까.
“2010년도 8월입니다. 당시 최씨가 제가 운영했던 CRC운동기능회복센터에 손님으로 왔습니다.”
— 강남에 수많은 운동기능회복센터 중에 CRC를 찾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와 함께 CRC운동기능회복센터를 운영했던 대학교 4년 후배가 10여 년 전에 압구정동에서 스포츠센터를 운영했는데 최씨의 딸 정유라(당시는 정유연)가 거길 다녔습니다. 이런 이유로 후배가 최씨를 알게 됐죠. 최씨가 무릎 등이 좋지 않다고 하자, 후배가 CRC를 소개해 준 것입니다.”
— CRC는 마사지숍입니까.
“제가 정말 억울한 게 그 이야기입니다. 운동선수가 다쳐서 수술하면 재활을 하지 않습니까. 고무줄 당기고 하는 거 아마 TV에서 보셨을 겁니다. CRC는 그런 관리를 받는 곳입니다.”
— 재활운동의 한 부분으로 마사지가 있었던 것 아닙니까.
“없었습니다, 전혀. 미국의 한 매체와 한겨레신문이 제가 발・머리 마사지와 관련한 서적을 번역한 적이 있는 것을 근거로 마사지사로 추리했는데 ….”
그는 억울했던지 기자의 메일로 자신의 이력서를 당장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라”고 했더니 스마트폰을 이용해 보냈다. 곧장 이력서를 읽어 봤다.
올해 56세인 그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를 다니던 1980년대 초 야구선수로도 뛰었다. 포수, 우익수를 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은 스포츠의학 분야이다. 난곡중학교 체육교사, 서울 한사랑병원 운동처방과장, 건국대학교 한국건강영양연구소 책임연구원. 서울대 체육교육과, 동덕여대, 인천대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호서대학교 사회체육학과 겸임교수, 재단법인 국민체력센터 운동처방실장도 지냈다. 쓴 책도 여러 권이고 논문도 수십 편이었다.
—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가깝다는 사실을 알았습니까.
“전혀 몰랐습니다. 돈이 좀 있는 평범한 일반 고객이라고 생각했죠.”
— 왜 돈이 좀 있다고 판단했나요.
“동업한 후배에게서 최씨가 미승빌딩(일명 최순실빌딩으로 불림) 주인이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 최씨가 재활센터를 다닌 기간은 얼마나 됩니까.
“2010년부터 이번 사건이 터질 때까지 계속 다녔습니다. 정해 놓고 오진 않고, 몸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왔습니다.”
— 오랜 인연이네요.
“거의 1년간 안 왔을 때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고요. 알고 지낸 지 오래된 고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 최씨가 힘깨나 쓴다는 것은 언제 알게 됐습니까.
“정윤회 문건 사건 때 알았습니다. 그때 ‘최순실’이란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습니까. 우리 고객 중 이름이 최순실인 분이 두 명 계셨습니다. 한 분은 최○○ 전 신○○그룹 회장의 누님이셨고, 나머지 한 분은 이 최씨였죠. 이 최씨가 정윤회씨 보도에 등장하는 최순실 맞더군요.”
— 잘 보이고 싶었겠습니다.
“아닙니다. 정윤회 문건 사건 직후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보도를 접했기 때문에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고객과 사적인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 것이 직업적 철칙이었기 때문에 대화 자체를 시도하지 않았죠.”
“처음에는 비상근 이사장직 제의”
—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 최씨는 왜 본인을 이사장으로 추천했을까요.
“비상근이어서 그랬을 겁니다.”
— 무슨 말이죠.
“최씨가 이사장 제의를 한 것이 2016년 3월경입니다. 하루는 저에게 회복관리를 받고 나가면서 ‘K스포츠재단이 있는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설립 목적을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봤죠.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며칠 뒤 최씨가 방문했을 때 괜찮은 것 같다고 했더니, 비상근 이사장직을 제의했습니다. 비상근 예우에 대해 물으니 ‘일주일에 1~2번 재단에 가셔서 중요안건만 처리하시면 거마비 정도는 드릴 겁니다’라고 하더군요. 회복센터 일이 바쁘긴 하지만 일주일에 1~2번이면 괜찮다 싶어 수락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좀 넘어 4월 말쯤 최씨가 ‘비상근이 아니라 상근 이사장을 맡을 수 있느냐’고 묻더군요.”
— 상근직을 맡으면 운동기능회복센터 사업을 접어야 하잖아요.
“그렇죠. 사실 제가 비상근 이사장직을 제안받기 전인 2016년 2월 임대를 빼려고 했습니다. 임대료가 너무 비싸서요. 다른 곳을 알아봤는데 더 비쌌습니다. 어쩔 수 없이 주인에게 한 달 후 ‘그대로 있겠다’고 양해를 구했죠. 그런데 4월에 상근 이사장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은 겁니다. 어떻게 합니까. 건물주께 ‘정말 죄송한데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어려운 부탁이었는데 예상외로 흔쾌히 허락해 주시더군요. 사업장 임대문제를 해결하고 최씨에게 K스포츠재단의 상근 이사장을 맡겠다고 했습니다.”
— 수락하고 곧장 임명되던가요.
“2016년 5월 11일일 겁니다. 전화가 와서 받아 보니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었던 정현식씨였습니다. ‘안종범 수석이 프라자호텔로 나오라고 한다’고 전하더군요. 그래서 갔죠. 안 수석이 있더라고요. 인사를 건네니 ‘하는 일도 접고 오는 것이니, 2년은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열심히 해 주세요’라고 말하기에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2016년 5월 13일) 2대 이사장으로 취임했죠.”
— 결론적으로, 최순실씨 말 한마디에 이사장이 된 것이네요.
“솔직히 그건 아니었습니다. 최씨가 추천한 것은 맞지만 저는 제가 ‘혹독한 검증’을 받고 나서 임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그걸 어떻게 압니까.
“2016년 3월에 비상임 제안을 해서 수락했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최씨에게 이력서를 줬는데, 최씨가 그 이력서를 청와대 정호성 비서관에게 준 모양이더라고요. (청와대에서) 제 이력서를 보고 얼마나 인물평을 들었는지 전(前) 직장 상사, 동료에게서 ‘무슨 일 있느냐’는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 재단에서 최씨의 영향력은 어땠습니까.
“솔직히 재단의 자금 모금과 인사에만 최씨가 일부분 관여했습니다. 실무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고요.”
최씨와의 인연을 설명한 정 이사장의 증언은 취재 결과와 딱 맞아떨어졌다. 100% 모두 사실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말도 안 되는 거짓 답변은 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섰다.
“최순실, 고영태 둘이서 K스포츠재단 움직여”
— 최씨가 사실상 K스포츠재단의 주인이라고 봐도 됩니까.
“최씨와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함께 움직였다고 생각합니다.”
—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의 재단 내 영향력이 그렇게 컸습니까.
“막강했습니다. 고영태는 최순실이 재단을 사유화했다고 주장하잖아요. 그거 거짓말입니다. 재단 내 한체대 인맥은 고영태의 지시만 따릅니다. K 스포츠재단의 노승일 부장과 강지곤 차장은 고씨와 한국체대 95학번 동기고, 박헌영 과장은 2년 후배입니다. 세 사람 모두 고씨의 제안을 받고 재단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 한체대 출신 직원들이 최씨와 고씨의 사이가 좋을 때는 최씨 말을 잘 듣지만, 둘이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고씨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 그래요?
“제가 왜 거짓을 이야기하겠습니까. 제가 2016년 5월 13일에 이사장으로 취임했지 않습니까. 취임 하루 전으로 기억하는데요. 최순실, 박헌영, 고영태와 제가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최씨가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인사하고 먼저 자리를 떴지요. 저와 고영태 박헌영 셋이 남았는데 고씨가 저한테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정현식씨와 감사였던 김기천씨를 자르라고 하더군요. 황당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아직 취임 전이고, 그분들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해임을 하느냐.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죠. 그렇게 넘어갔는데 일주일 뒤에 고씨가 저한테 전화해서 ‘이사장님,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왜 그러시냐고. 두 사람을 자르라고 했는데, 왜 안 자르느냐고’ 시비조로 이야기하더군요. 기분이 아주 나빴습니다.”
— 한마디하지 그러셨어요.
“잘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요.”
— 고 전 이사 요구대로 두 사람을 해임시키겠다고 했나요.
“아니요.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상태니, 내가 확인한 다음에 조치하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 결국 두 사람은 해임됐죠.
“고씨와의 전화통화 이후 며칠이 지났는데 정현식 사무총장이 사색이 돼서 저를 찾아와서 ‘안종범 수석과 최순실씨가 나가라는 연락을 해 왔다’고 하더군요. 깜짝 놀라서 있는데 최씨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 두 사람을 나가게 하라고 했습니다. 최씨와 전화를 끊으니 조금 있다 안 수석이 연락해 두 사람을 내보내기로 했다고 통보하더군요.”
— 최씨가 해임한 것 아닐까요.
“고씨가 두 사람을 자르라고 할 때 ‘최씨 생각이냐, 당신 생각이냐’고 묻지는 않았습니다. 최씨 생각이었다면 저녁식사 자리에서 저에게 직접 이야기했을 겁니다.” 그래서 당연히 고씨 생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고씨가 최씨를 이용해서 두 사람을 해임하게 했다는 겁니까.
“저는 그렇게 확신합니다.”
고영태, 더블루케이에 친척 취직시켜
— 무슨 근거로 확신하죠.
“제가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으로부터 들은 증언에 따르면 고씨는 최씨를 이용해 재단 운영에 개입하려 했습니다.”
실제 고씨와 그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의 녹음파일에는 고씨가 김씨에게 재단 사무총장을, 문제를 만들어서 쫓아내고 본인(고씨)이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서 재단을 장악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고영태・김수현 간에 위와 같은 대화가 있은 지 얼마 후, K 스포츠재단 사무총장 정현식씨는 재단을 떠났다.
—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한체대 출신으로 고씨 라인 아닌가요.
“고씨 라인인데 한때 저에게 붙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고씨와 최씨가 영원히 결별한 것이 2016년 8월 중순입니다. 결별 직후 최씨는 독일로, 고씨는 필리핀·태국으로 떠났죠. 이 과정에서 박헌영이가 낙동강 오리알이 됐어요. 이 시점에 저한테 와서 ‘이사장님, 전 갈 곳이 없으니 좀 챙겨 주십시오.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양심고백할 테니 살려 주십시오’라고 하더군요. 제가 그랬죠. ‘난 너의 이야기 중 반만 믿을 건데, 하고 싶은 말 다 해 보라’고요. 이 과정에서 들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 전부 말해 보시죠.
“박헌영에 따르면 고영태가 2016년 4월 이력서를 하나 들고 와서 본인한테 줬대요. 그러면서 이 사람을 최순실한테 부탁해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추천해 달라고 하라고 했대요. 박헌영이가 보니까 장애인 김양수씨 이력서였대요. 고영태 라인이니까 그가 시킨 대로 최씨한테 이야기했다가 엄청나게 혼났던 모양이에요. 본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거 아닙니까. 그래서 최씨한테 ‘사실 고씨가 시킨 것’이라고 했대요. 최씨가 고씨를 불러서 확인했는데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답니다. (박씨가 고씨에게) 뒤통수 맞은 거죠.”
— 성사되진 않았지만, 고씨가 최씨를 등에 업고 비례대표 공천에까지 간여하려고 했던 거네요.
“그렇죠.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2016년 8월 초로 기억합니다. 더블루케이에 대리 한 명이 필요했나 봐요. 고영태가 이력서를 들고 와서 박헌영한테 주면서 최순실한테 추천하라고 했대요. 박헌영이 고씨 지시대로 최씨한테 추천해 이력서의 당사자가 취직을 하게 됐는데 알고 보니 고영태 친척이었다고 하더군요. 박헌영의 말에 따르면 고씨는 최씨와 결별한 이후에도 친척을 통해 더블루케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받았대요. 이런 모습을 자주 봐서였는지 박헌영은 저한테 고영태를 ‘개 양아치 XX’라고 하기도 했어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들은 “더블루케이의 실소유주는 최순실씨”라고 했다. 하지만 박헌영 과장의 증언으로는 고씨는 최씨를 등에 업고, 친척까지 몰래 입사시킨 뒤 사실상 더블루케이 운영에 깊숙이 간여했다.
— 박헌영 과장은 이런 일들을 사실대로 밝히지 않은 겁니까.
“여론이 고영태·노승일 이야기만 듣고 믿지 않습니까. 사실이라고 이야기해도 누가 믿어 주겠어요. 답답했던지 박헌영은 저한테 ‘왜 저는 (고영태·노승일처럼) 서류를 못 챙겨 놓고, 녹취를 안 해 놨을까요’라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 박 과장이 다른 이야기는 안 했습니까.
“고영태는 공사(접대부들이 돈 많은 손님을 꾀어 큰돈을 거머쥐려는 수작)치는 선수에다 마약 전과가 있다고 했어요. 저는 그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1976년경 광주에서 태어난 고 전 이사는 5·18 때 부친이 사망하며 조부모 밑에서 불우하게 자랐다. 1998년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 펜싱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딸 정도로 유명한 체육인이 되었지만, 그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다 호스트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2000년경 ‘고민우’라는 가명으로 처음에는 광주에서 활동하다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룸살롱 등에서 명성을 날렸고, 2006년경부터는 강남구 청담동이나 논현동에 있는 업소에서도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9년 4월, 방콕의 한 클럽에서 낯선 이로부터 엑스터시 1정을 받아 술과 함께 먹었다는 이유로 마약 사범으로 기소돼 2010년 법원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박헌영의 배신
정 이사장과 박 과장의 관계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나가면서 틀어졌다.
— 왜 갑자기 박 과장과 사이가 멀어진 것입니까.
“박 과장이 말을 바꾸고 저를 배신했기 때문이죠.”
— 무슨 배신을 했단 말입니까.
“더블루케이 사무실이 2016년 10월쯤 문을 닫았어요. 사무실 짐을 뺄 때 박헌영이 도우러 갔죠. 박헌영은 K스포츠재단 직원이었지만 더블루케이 일을 자주 봤습니다. 짐 정리할 때 최순실씨, 류상영씨(당시 더블루케이 부장) 등이 같이 있었는데, 책상 하나만 남기고 다 치웠답니다.
박헌영이가 책상 하나만 남아 있는 게 이상해서 책상을 열어 봤더니, jtbc가 단독 입수했다는 태블릿 PC와 서류뭉치가 들어 있었답니다. 치워야 할 것 같아서 박헌영이 최씨한테 ‘이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더니 ‘그거 건들지 마라. 괜히 건드리면 고영태가 왜 만졌느니, 어쨌느니 곤조를 부릴 수 있으니까 그냥 놔두라’고 했다는 겁니다.
만약 본인 소유의 태블릿 PC였다면 ‘건들지 마라’고 했겠습니까. 최씨가 전화도 대포폰으로만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태블릿 PC를 책상에 두고 갔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이런 말을 저한테 한 박헌영이 국조특위에서는 태블릿 PC가 최순실 소유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 당시 위증 논란과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박 과장이 말을 바꾼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보시죠.
“2016년 12월 4일 국조특위 위원인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하더군요. 이 의원이 아마 제가 고등학교 후배(대구 대륜고등학교)라 연락을 한 것 같았습니다. 고등학교 선배였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40년 만에 만난 사이였죠.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주제가 자연스럽게 당시 이슈였던 jtbc가 입수한 태블릿 PC로 넘어갔습니다.
제가 박헌영한테 들은 이야기를 이 의원에게 그대로 했습니다. 굉장히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그랬겠죠. 새로운 이야기였으니까요. 그리고 일정이 바빠 헤어졌습니다. 3일 뒤인 12월 7일 이 의원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태블릿 PC와 관련한 이야기를 듣게 박헌영을 만나게 해 달라’고 하더군요. 마침 통화 당시 박헌영이 제 사무실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터라 ‘통화해 보시라’고 하면서 바꿔 줬죠. 박헌영이 ‘그와 관련한(태블릿 PC)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만나지 않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다음 날 12월 8일 이 의원이 또 전화를 해 ‘내일(12월 9일) 오전 7시30분까지 국회 자신의 의원회관으로 올 수 있느냐’고 묻기에 ‘알았다’고 하고 갔습니다. 가서 이 의원을 만나고 있으니, 같은 국조특위 위원인 새누리당 최교일, 이만희 두 의원이 방으로 들어오더군요. 두 의원에게 이완영 의원이 제가 박헌영한테 들은 태블릿 PC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더니 두 의원이 저보고 잠깐 나가 있으라고 해서 방에서 나왔습니다. 10분 정도 지나 다시 들어오라고 해서 갔더니 최교일 의원이 ‘태블릿 PC 문제는 중요하지 않으니 가셔도 된다’고 해서 왔습니다.”
— 후에 일이 터졌죠?
“2016년 12월 17일 《월간중앙》에서 고영태와 12월 13일 전화 인터뷰한 것이라며 ‘고씨가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할 것’이라고 보도했죠. 실제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이 박 전 과장에게 태블릿 PC와 관련한 질문을 하면서 위증논란이 일어났습니다. 이 일 때문에 저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위증한 사람이 됐죠. 거짓말한 것도 아닌데. 이후 박헌영이 말을 바꿉니다. ‘태블릿 PC는 최순실씨 것 같다’고요. 저를 위증교사자로 몰아 가는 것이잖아요. ‘배신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 박 과장에게 들은 태블릿 PC 이야기를 2016년 12월 4일 이완영 의원에게 처음 했는데, 12월 13일 《월간중앙》과 인터뷰한 고 전 이사는 어떻게 알았을까요.
“박헌영이 12월 7일 이완영 의원과 통화를 했잖아요. 그 이후 노승일이나, 고영태한테 이야기한 것으로 저는 봅니다. 말을 갈아탄 것이죠.”
취임 직후부터 ‘고영태 사단’의 따돌림 시작
그럼에도 만나기로 결정한 것은 그가 최씨의 자금유용 창구라는 의혹을 받는 K스포츠재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 답변의 진실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취재를 통해 사실을 확인한 사안부터 물었다.
최순실과의 인연

— 최순실을 언제 처음 만났습니까.
“2010년도 8월입니다. 당시 최씨가 제가 운영했던 CRC운동기능회복센터에 손님으로 왔습니다.”
— 강남에 수많은 운동기능회복센터 중에 CRC를 찾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와 함께 CRC운동기능회복센터를 운영했던 대학교 4년 후배가 10여 년 전에 압구정동에서 스포츠센터를 운영했는데 최씨의 딸 정유라(당시는 정유연)가 거길 다녔습니다. 이런 이유로 후배가 최씨를 알게 됐죠. 최씨가 무릎 등이 좋지 않다고 하자, 후배가 CRC를 소개해 준 것입니다.”
— CRC는 마사지숍입니까.
“제가 정말 억울한 게 그 이야기입니다. 운동선수가 다쳐서 수술하면 재활을 하지 않습니까. 고무줄 당기고 하는 거 아마 TV에서 보셨을 겁니다. CRC는 그런 관리를 받는 곳입니다.”
— 재활운동의 한 부분으로 마사지가 있었던 것 아닙니까.
“없었습니다, 전혀. 미국의 한 매체와 한겨레신문이 제가 발・머리 마사지와 관련한 서적을 번역한 적이 있는 것을 근거로 마사지사로 추리했는데 ….”
그는 억울했던지 기자의 메일로 자신의 이력서를 당장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라”고 했더니 스마트폰을 이용해 보냈다. 곧장 이력서를 읽어 봤다.
올해 56세인 그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를 다니던 1980년대 초 야구선수로도 뛰었다. 포수, 우익수를 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은 스포츠의학 분야이다. 난곡중학교 체육교사, 서울 한사랑병원 운동처방과장, 건국대학교 한국건강영양연구소 책임연구원. 서울대 체육교육과, 동덕여대, 인천대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호서대학교 사회체육학과 겸임교수, 재단법인 국민체력센터 운동처방실장도 지냈다. 쓴 책도 여러 권이고 논문도 수십 편이었다.
—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가깝다는 사실을 알았습니까.
“전혀 몰랐습니다. 돈이 좀 있는 평범한 일반 고객이라고 생각했죠.”
— 왜 돈이 좀 있다고 판단했나요.
“동업한 후배에게서 최씨가 미승빌딩(일명 최순실빌딩으로 불림) 주인이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 최씨가 재활센터를 다닌 기간은 얼마나 됩니까.
“2010년부터 이번 사건이 터질 때까지 계속 다녔습니다. 정해 놓고 오진 않고, 몸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왔습니다.”
— 오랜 인연이네요.
“거의 1년간 안 왔을 때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고요. 알고 지낸 지 오래된 고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 최씨가 힘깨나 쓴다는 것은 언제 알게 됐습니까.
“정윤회 문건 사건 때 알았습니다. 그때 ‘최순실’이란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습니까. 우리 고객 중 이름이 최순실인 분이 두 명 계셨습니다. 한 분은 최○○ 전 신○○그룹 회장의 누님이셨고, 나머지 한 분은 이 최씨였죠. 이 최씨가 정윤회씨 보도에 등장하는 최순실 맞더군요.”
— 잘 보이고 싶었겠습니다.
“아닙니다. 정윤회 문건 사건 직후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보도를 접했기 때문에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고객과 사적인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 것이 직업적 철칙이었기 때문에 대화 자체를 시도하지 않았죠.”
“처음에는 비상근 이사장직 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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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고영태가 이사장 취임하기도 전에 재단 사무총장이었던 정현식, 감사였던 김기천씨 경질을 요구했다. 2017년 2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의 제9차 공판에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비상근이어서 그랬을 겁니다.”
— 무슨 말이죠.
“최씨가 이사장 제의를 한 것이 2016년 3월경입니다. 하루는 저에게 회복관리를 받고 나가면서 ‘K스포츠재단이 있는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설립 목적을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봤죠.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며칠 뒤 최씨가 방문했을 때 괜찮은 것 같다고 했더니, 비상근 이사장직을 제의했습니다. 비상근 예우에 대해 물으니 ‘일주일에 1~2번 재단에 가셔서 중요안건만 처리하시면 거마비 정도는 드릴 겁니다’라고 하더군요. 회복센터 일이 바쁘긴 하지만 일주일에 1~2번이면 괜찮다 싶어 수락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좀 넘어 4월 말쯤 최씨가 ‘비상근이 아니라 상근 이사장을 맡을 수 있느냐’고 묻더군요.”
— 상근직을 맡으면 운동기능회복센터 사업을 접어야 하잖아요.
“그렇죠. 사실 제가 비상근 이사장직을 제안받기 전인 2016년 2월 임대를 빼려고 했습니다. 임대료가 너무 비싸서요. 다른 곳을 알아봤는데 더 비쌌습니다. 어쩔 수 없이 주인에게 한 달 후 ‘그대로 있겠다’고 양해를 구했죠. 그런데 4월에 상근 이사장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은 겁니다. 어떻게 합니까. 건물주께 ‘정말 죄송한데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어려운 부탁이었는데 예상외로 흔쾌히 허락해 주시더군요. 사업장 임대문제를 해결하고 최씨에게 K스포츠재단의 상근 이사장을 맡겠다고 했습니다.”
— 수락하고 곧장 임명되던가요.
“2016년 5월 11일일 겁니다. 전화가 와서 받아 보니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었던 정현식씨였습니다. ‘안종범 수석이 프라자호텔로 나오라고 한다’고 전하더군요. 그래서 갔죠. 안 수석이 있더라고요. 인사를 건네니 ‘하는 일도 접고 오는 것이니, 2년은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열심히 해 주세요’라고 말하기에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2016년 5월 13일) 2대 이사장으로 취임했죠.”
— 결론적으로, 최순실씨 말 한마디에 이사장이 된 것이네요.
“솔직히 그건 아니었습니다. 최씨가 추천한 것은 맞지만 저는 제가 ‘혹독한 검증’을 받고 나서 임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그걸 어떻게 압니까.
“2016년 3월에 비상임 제안을 해서 수락했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최씨에게 이력서를 줬는데, 최씨가 그 이력서를 청와대 정호성 비서관에게 준 모양이더라고요. (청와대에서) 제 이력서를 보고 얼마나 인물평을 들었는지 전(前) 직장 상사, 동료에게서 ‘무슨 일 있느냐’는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 재단에서 최씨의 영향력은 어땠습니까.
“솔직히 재단의 자금 모금과 인사에만 최씨가 일부분 관여했습니다. 실무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고요.”
최씨와의 인연을 설명한 정 이사장의 증언은 취재 결과와 딱 맞아떨어졌다. 100% 모두 사실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말도 안 되는 거짓 답변은 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섰다.
“최순실, 고영태 둘이서 K스포츠재단 움직여”
— 최씨가 사실상 K스포츠재단의 주인이라고 봐도 됩니까.
“최씨와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함께 움직였다고 생각합니다.”
—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의 재단 내 영향력이 그렇게 컸습니까.
“막강했습니다. 고영태는 최순실이 재단을 사유화했다고 주장하잖아요. 그거 거짓말입니다. 재단 내 한체대 인맥은 고영태의 지시만 따릅니다. K 스포츠재단의 노승일 부장과 강지곤 차장은 고씨와 한국체대 95학번 동기고, 박헌영 과장은 2년 후배입니다. 세 사람 모두 고씨의 제안을 받고 재단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 한체대 출신 직원들이 최씨와 고씨의 사이가 좋을 때는 최씨 말을 잘 듣지만, 둘이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고씨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 그래요?
“제가 왜 거짓을 이야기하겠습니까. 제가 2016년 5월 13일에 이사장으로 취임했지 않습니까. 취임 하루 전으로 기억하는데요. 최순실, 박헌영, 고영태와 제가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최씨가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인사하고 먼저 자리를 떴지요. 저와 고영태 박헌영 셋이 남았는데 고씨가 저한테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정현식씨와 감사였던 김기천씨를 자르라고 하더군요. 황당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아직 취임 전이고, 그분들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해임을 하느냐.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죠. 그렇게 넘어갔는데 일주일 뒤에 고씨가 저한테 전화해서 ‘이사장님,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왜 그러시냐고. 두 사람을 자르라고 했는데, 왜 안 자르느냐고’ 시비조로 이야기하더군요. 기분이 아주 나빴습니다.”
— 한마디하지 그러셨어요.
“잘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요.”
— 고 전 이사 요구대로 두 사람을 해임시키겠다고 했나요.
“아니요.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상태니, 내가 확인한 다음에 조치하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 결국 두 사람은 해임됐죠.
“고씨와의 전화통화 이후 며칠이 지났는데 정현식 사무총장이 사색이 돼서 저를 찾아와서 ‘안종범 수석과 최순실씨가 나가라는 연락을 해 왔다’고 하더군요. 깜짝 놀라서 있는데 최씨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 두 사람을 나가게 하라고 했습니다. 최씨와 전화를 끊으니 조금 있다 안 수석이 연락해 두 사람을 내보내기로 했다고 통보하더군요.”
— 최씨가 해임한 것 아닐까요.
“고씨가 두 사람을 자르라고 할 때 ‘최씨 생각이냐, 당신 생각이냐’고 묻지는 않았습니다. 최씨 생각이었다면 저녁식사 자리에서 저에게 직접 이야기했을 겁니다.” 그래서 당연히 고씨 생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고씨가 최씨를 이용해서 두 사람을 해임하게 했다는 겁니까.
“저는 그렇게 확신합니다.”
고영태, 더블루케이에 친척 취직시켜
— 무슨 근거로 확신하죠.
“제가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으로부터 들은 증언에 따르면 고씨는 최씨를 이용해 재단 운영에 개입하려 했습니다.”
실제 고씨와 그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의 녹음파일에는 고씨가 김씨에게 재단 사무총장을, 문제를 만들어서 쫓아내고 본인(고씨)이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서 재단을 장악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고영태・김수현 간에 위와 같은 대화가 있은 지 얼마 후, K 스포츠재단 사무총장 정현식씨는 재단을 떠났다.
—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한체대 출신으로 고씨 라인 아닌가요.
“고씨 라인인데 한때 저에게 붙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고씨와 최씨가 영원히 결별한 것이 2016년 8월 중순입니다. 결별 직후 최씨는 독일로, 고씨는 필리핀·태국으로 떠났죠. 이 과정에서 박헌영이가 낙동강 오리알이 됐어요. 이 시점에 저한테 와서 ‘이사장님, 전 갈 곳이 없으니 좀 챙겨 주십시오.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양심고백할 테니 살려 주십시오’라고 하더군요. 제가 그랬죠. ‘난 너의 이야기 중 반만 믿을 건데, 하고 싶은 말 다 해 보라’고요. 이 과정에서 들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 전부 말해 보시죠.
“박헌영에 따르면 고영태가 2016년 4월 이력서를 하나 들고 와서 본인한테 줬대요. 그러면서 이 사람을 최순실한테 부탁해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추천해 달라고 하라고 했대요. 박헌영이가 보니까 장애인 김양수씨 이력서였대요. 고영태 라인이니까 그가 시킨 대로 최씨한테 이야기했다가 엄청나게 혼났던 모양이에요. 본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거 아닙니까. 그래서 최씨한테 ‘사실 고씨가 시킨 것’이라고 했대요. 최씨가 고씨를 불러서 확인했는데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답니다. (박씨가 고씨에게) 뒤통수 맞은 거죠.”
— 성사되진 않았지만, 고씨가 최씨를 등에 업고 비례대표 공천에까지 간여하려고 했던 거네요.
“그렇죠.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2016년 8월 초로 기억합니다. 더블루케이에 대리 한 명이 필요했나 봐요. 고영태가 이력서를 들고 와서 박헌영한테 주면서 최순실한테 추천하라고 했대요. 박헌영이 고씨 지시대로 최씨한테 추천해 이력서의 당사자가 취직을 하게 됐는데 알고 보니 고영태 친척이었다고 하더군요. 박헌영의 말에 따르면 고씨는 최씨와 결별한 이후에도 친척을 통해 더블루케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받았대요. 이런 모습을 자주 봐서였는지 박헌영은 저한테 고영태를 ‘개 양아치 XX’라고 하기도 했어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들은 “더블루케이의 실소유주는 최순실씨”라고 했다. 하지만 박헌영 과장의 증언으로는 고씨는 최씨를 등에 업고, 친척까지 몰래 입사시킨 뒤 사실상 더블루케이 운영에 깊숙이 간여했다.
— 박헌영 과장은 이런 일들을 사실대로 밝히지 않은 겁니까.
“여론이 고영태·노승일 이야기만 듣고 믿지 않습니까. 사실이라고 이야기해도 누가 믿어 주겠어요. 답답했던지 박헌영은 저한테 ‘왜 저는 (고영태·노승일처럼) 서류를 못 챙겨 놓고, 녹취를 안 해 놨을까요’라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 박 과장이 다른 이야기는 안 했습니까.
“고영태는 공사(접대부들이 돈 많은 손님을 꾀어 큰돈을 거머쥐려는 수작)치는 선수에다 마약 전과가 있다고 했어요. 저는 그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1976년경 광주에서 태어난 고 전 이사는 5·18 때 부친이 사망하며 조부모 밑에서 불우하게 자랐다. 1998년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 펜싱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딸 정도로 유명한 체육인이 되었지만, 그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다 호스트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2000년경 ‘고민우’라는 가명으로 처음에는 광주에서 활동하다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룸살롱 등에서 명성을 날렸고, 2006년경부터는 강남구 청담동이나 논현동에 있는 업소에서도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9년 4월, 방콕의 한 클럽에서 낯선 이로부터 엑스터시 1정을 받아 술과 함께 먹었다는 이유로 마약 사범으로 기소돼 2010년 법원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박헌영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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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한때 박헌영이 나에게 붙어 ‘고영태 사단’의 비밀을 다수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2016년 12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4차 청문회에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 왜 갑자기 박 과장과 사이가 멀어진 것입니까.
“박 과장이 말을 바꾸고 저를 배신했기 때문이죠.”
— 무슨 배신을 했단 말입니까.
“더블루케이 사무실이 2016년 10월쯤 문을 닫았어요. 사무실 짐을 뺄 때 박헌영이 도우러 갔죠. 박헌영은 K스포츠재단 직원이었지만 더블루케이 일을 자주 봤습니다. 짐 정리할 때 최순실씨, 류상영씨(당시 더블루케이 부장) 등이 같이 있었는데, 책상 하나만 남기고 다 치웠답니다.
박헌영이가 책상 하나만 남아 있는 게 이상해서 책상을 열어 봤더니, jtbc가 단독 입수했다는 태블릿 PC와 서류뭉치가 들어 있었답니다. 치워야 할 것 같아서 박헌영이 최씨한테 ‘이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더니 ‘그거 건들지 마라. 괜히 건드리면 고영태가 왜 만졌느니, 어쨌느니 곤조를 부릴 수 있으니까 그냥 놔두라’고 했다는 겁니다.
만약 본인 소유의 태블릿 PC였다면 ‘건들지 마라’고 했겠습니까. 최씨가 전화도 대포폰으로만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태블릿 PC를 책상에 두고 갔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이런 말을 저한테 한 박헌영이 국조특위에서는 태블릿 PC가 최순실 소유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 당시 위증 논란과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박 과장이 말을 바꾼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보시죠.
“2016년 12월 4일 국조특위 위원인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하더군요. 이 의원이 아마 제가 고등학교 후배(대구 대륜고등학교)라 연락을 한 것 같았습니다. 고등학교 선배였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40년 만에 만난 사이였죠.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주제가 자연스럽게 당시 이슈였던 jtbc가 입수한 태블릿 PC로 넘어갔습니다.
제가 박헌영한테 들은 이야기를 이 의원에게 그대로 했습니다. 굉장히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그랬겠죠. 새로운 이야기였으니까요. 그리고 일정이 바빠 헤어졌습니다. 3일 뒤인 12월 7일 이 의원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태블릿 PC와 관련한 이야기를 듣게 박헌영을 만나게 해 달라’고 하더군요. 마침 통화 당시 박헌영이 제 사무실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터라 ‘통화해 보시라’고 하면서 바꿔 줬죠. 박헌영이 ‘그와 관련한(태블릿 PC)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만나지 않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다음 날 12월 8일 이 의원이 또 전화를 해 ‘내일(12월 9일) 오전 7시30분까지 국회 자신의 의원회관으로 올 수 있느냐’고 묻기에 ‘알았다’고 하고 갔습니다. 가서 이 의원을 만나고 있으니, 같은 국조특위 위원인 새누리당 최교일, 이만희 두 의원이 방으로 들어오더군요. 두 의원에게 이완영 의원이 제가 박헌영한테 들은 태블릿 PC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더니 두 의원이 저보고 잠깐 나가 있으라고 해서 방에서 나왔습니다. 10분 정도 지나 다시 들어오라고 해서 갔더니 최교일 의원이 ‘태블릿 PC 문제는 중요하지 않으니 가셔도 된다’고 해서 왔습니다.”
— 후에 일이 터졌죠?
“2016년 12월 17일 《월간중앙》에서 고영태와 12월 13일 전화 인터뷰한 것이라며 ‘고씨가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할 것’이라고 보도했죠. 실제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이 박 전 과장에게 태블릿 PC와 관련한 질문을 하면서 위증논란이 일어났습니다. 이 일 때문에 저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위증한 사람이 됐죠. 거짓말한 것도 아닌데. 이후 박헌영이 말을 바꿉니다. ‘태블릿 PC는 최순실씨 것 같다’고요. 저를 위증교사자로 몰아 가는 것이잖아요. ‘배신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 박 과장에게 들은 태블릿 PC 이야기를 2016년 12월 4일 이완영 의원에게 처음 했는데, 12월 13일 《월간중앙》과 인터뷰한 고 전 이사는 어떻게 알았을까요.
“박헌영이 12월 7일 이완영 의원과 통화를 했잖아요. 그 이후 노승일이나, 고영태한테 이야기한 것으로 저는 봅니다. 말을 갈아탄 것이죠.”
취임 직후부터 ‘고영태 사단’의 따돌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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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법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제7차 공판이 열린 가운데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정 이사장은 “이사장 취임 직후부터 김필승 이사와 고영태 사단으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 최씨가 추천한 사람인데 왜 따돌림을 받습니까.
“취임 즈음에 고씨와 저녁을 먹었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때 정현식 전 사무총장과 김기천 전 감사를 경질하라는 고씨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 본인의 판단이죠?
“유사한 사건이 많았습니다. 2016년 6월 25일 워크숍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당일날 갑자기 김필승 이사, 노승일 부장 등 4명이 못 간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취소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고씨가 저만 빼놓고 워크숍에 갔더라고요. 나중에 박헌영에게 이런 사실을 들었죠. 최씨도 최씨지만 고영태 영향력이 상당했습니다.”
정 이사장은 “고 전 이사가 저를 배제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고영태 사단’도 대놓고 나를 무시했다”며 “2016년 8월 남양주와 컨소시엄을 맺어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시행하는 거점 K스포츠클럽에 응모하기 위한 제출서류를 제출일 직전까지 내 결제를 받지 않고 제출하기도 했다”고 했다.
— 이사장 직인을 무단으로 찍은 거네요.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렇게 한 것이죠.”
— 다른 사례는 또 없습니까.
“2016년 12월 4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최소 인원만 남기고 구조조정을 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재단 노조위원장이기도 한 노승일 부장과 논의를 했는데 다짜고짜 저 보고 사퇴하라고 소리를 치더라고요.”
— 사퇴하라는 이유가 뭐였습니까.
“최순실 추천인사라 나가야 한다고 하던데요. 그런데 재단 임직원 전원이 최씨, 고씨와 관련된 인물들입니다.”
— 혹시 이사장님을 내보내기 위해 최씨가 고 전 이사에게 시킨 거 아닐까요.
“그런 생각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니었습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해 설립 경위는 물론 소유주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2016년 9월 중순, 두 재단을 해산하고 통합 재단을 출범시키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9월 28일 안종범 수석과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명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의를 표명했는데, 9월 30일 최순실씨가 전화를 해서 ‘왜 사의를 표명하셨느냐’고 뭐라 하더라고요. 고씨를 시켜 저를 자를 사람이었으면 그런 말 안 했겠죠.”
정동춘 vs. 고영태 사단의 법적 공방
현재 K 스포츠재단은 정 이사장과 치열한 법적 공방 중이다. 1월 24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K 스포츠재단은 지난 17일 정 이사장을 상대로 이사지위 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정 이사장이 K 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아니라는 점을 법원이 확인해 달라는 취지다.
정 이사장은 “이사회가 나의 거취를 논의한다기에 회의에서 빠진 사이 내 동의도 없이 해임 건의안을 상정해 처리했다”며 “이사회 결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입장이다.
그는 당시 이사회를 주도한 김필승·주종미 이사와 경영지원본부장 이모씨 등을 사문서위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이사회 의결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신청도 법원에 접수했다.
— 재단은 왜 이사장을 못 내보내서 안달인가요.
“내가 고영태의 사익을 막으려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재단에서 고영태 이야기를 듣지 않는 사람은 저뿐이었거든요.”
— K스포츠는 대기업으로부터 288억원에 달하는 출연금을 받았습니다. 현재 얼마가 있습니까.
“270억 있습니다.”
— 이 돈을 눈치 안 보고 자기들끼리 쓰기 위해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이사장님을 내보내려 한다는 말이죠.
“2016년 초 288억원을 모금한 K 스포츠재단은 기본재산 53억8000만원, 운영재산 234억2000만원으로 편성됐습니다. 엄청나게 돈 쓰기 좋은 재단이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다른 일반적인 재단법인과 달리 자산 구조도 기형적이다. 보통 재단은 기본재산과 운영재산 중 기본재산의 비중을 높게 잡아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두 재단은 재단을 설립하면서 기본재산 비중을 20%만 설정하고 나머지 80%는 모두 운영재산으로 했다. 운영재산은 기본재산과 달리 법인등기 등록이나 주무 관청의 승인 없이도 재량껏 사용할 수 있다.
— 재단 재산은 몰수되는 것 아닌가요.
“뇌물죄가 아닌 이상 재단의 재산을 몰수하거나 추징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만약 재판을 통해 출연금이 뇌물로 판결이 나면 국가가 몰수하면 되지만, 공무원들의 직권남용에 따른 강제 헌금으로 판결이 나면 돈의 귀속 문제가 복잡해진다”며 “극단적으로는 출연 기업들이 돈을 돌려달라고도 할 수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출연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법률 검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검증을 받긴 했지만 본인도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씨가 추천한 사람인데, 물러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물러날 겁니다. 지금 재단을 장악한 ‘고영태 라인’을 모두 몰아낸 뒤에요. 그들은 의인(義人)이 아닙니다. 최씨를 등에 업고 한몫 챙기려 한 사람들이죠. 제발 저의 진정성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최씨가 추천한 사람인데 왜 따돌림을 받습니까.
“취임 즈음에 고씨와 저녁을 먹었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때 정현식 전 사무총장과 김기천 전 감사를 경질하라는 고씨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 본인의 판단이죠?
“유사한 사건이 많았습니다. 2016년 6월 25일 워크숍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당일날 갑자기 김필승 이사, 노승일 부장 등 4명이 못 간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취소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고씨가 저만 빼놓고 워크숍에 갔더라고요. 나중에 박헌영에게 이런 사실을 들었죠. 최씨도 최씨지만 고영태 영향력이 상당했습니다.”
정 이사장은 “고 전 이사가 저를 배제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고영태 사단’도 대놓고 나를 무시했다”며 “2016년 8월 남양주와 컨소시엄을 맺어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시행하는 거점 K스포츠클럽에 응모하기 위한 제출서류를 제출일 직전까지 내 결제를 받지 않고 제출하기도 했다”고 했다.
— 이사장 직인을 무단으로 찍은 거네요.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렇게 한 것이죠.”
— 다른 사례는 또 없습니까.
“2016년 12월 4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최소 인원만 남기고 구조조정을 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재단 노조위원장이기도 한 노승일 부장과 논의를 했는데 다짜고짜 저 보고 사퇴하라고 소리를 치더라고요.”
— 사퇴하라는 이유가 뭐였습니까.
“최순실 추천인사라 나가야 한다고 하던데요. 그런데 재단 임직원 전원이 최씨, 고씨와 관련된 인물들입니다.”
— 혹시 이사장님을 내보내기 위해 최씨가 고 전 이사에게 시킨 거 아닐까요.
“그런 생각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니었습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해 설립 경위는 물론 소유주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2016년 9월 중순, 두 재단을 해산하고 통합 재단을 출범시키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9월 28일 안종범 수석과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명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의를 표명했는데, 9월 30일 최순실씨가 전화를 해서 ‘왜 사의를 표명하셨느냐’고 뭐라 하더라고요. 고씨를 시켜 저를 자를 사람이었으면 그런 말 안 했겠죠.”
정동춘 vs. 고영태 사단의 법적 공방
현재 K 스포츠재단은 정 이사장과 치열한 법적 공방 중이다. 1월 24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K 스포츠재단은 지난 17일 정 이사장을 상대로 이사지위 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정 이사장이 K 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아니라는 점을 법원이 확인해 달라는 취지다.
정 이사장은 “이사회가 나의 거취를 논의한다기에 회의에서 빠진 사이 내 동의도 없이 해임 건의안을 상정해 처리했다”며 “이사회 결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입장이다.
그는 당시 이사회를 주도한 김필승·주종미 이사와 경영지원본부장 이모씨 등을 사문서위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이사회 의결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신청도 법원에 접수했다.
— 재단은 왜 이사장을 못 내보내서 안달인가요.
“내가 고영태의 사익을 막으려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재단에서 고영태 이야기를 듣지 않는 사람은 저뿐이었거든요.”
— K스포츠는 대기업으로부터 288억원에 달하는 출연금을 받았습니다. 현재 얼마가 있습니까.
“270억 있습니다.”
— 이 돈을 눈치 안 보고 자기들끼리 쓰기 위해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이사장님을 내보내려 한다는 말이죠.
“2016년 초 288억원을 모금한 K 스포츠재단은 기본재산 53억8000만원, 운영재산 234억2000만원으로 편성됐습니다. 엄청나게 돈 쓰기 좋은 재단이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다른 일반적인 재단법인과 달리 자산 구조도 기형적이다. 보통 재단은 기본재산과 운영재산 중 기본재산의 비중을 높게 잡아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두 재단은 재단을 설립하면서 기본재산 비중을 20%만 설정하고 나머지 80%는 모두 운영재산으로 했다. 운영재산은 기본재산과 달리 법인등기 등록이나 주무 관청의 승인 없이도 재량껏 사용할 수 있다.
— 재단 재산은 몰수되는 것 아닌가요.
“뇌물죄가 아닌 이상 재단의 재산을 몰수하거나 추징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만약 재판을 통해 출연금이 뇌물로 판결이 나면 국가가 몰수하면 되지만, 공무원들의 직권남용에 따른 강제 헌금으로 판결이 나면 돈의 귀속 문제가 복잡해진다”며 “극단적으로는 출연 기업들이 돈을 돌려달라고도 할 수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출연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법률 검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검증을 받긴 했지만 본인도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씨가 추천한 사람인데, 물러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물러날 겁니다. 지금 재단을 장악한 ‘고영태 라인’을 모두 몰아낸 뒤에요. 그들은 의인(義人)이 아닙니다. 최씨를 등에 업고 한몫 챙기려 한 사람들이죠. 제발 저의 진정성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월간조선 2017년 3월호 /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