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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현재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총체적 난관’이다. 검찰은 원세훈 前 국정원장을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거리로 뛰쳐나갔고 국회에서는 국정원 국정조사가 진행됐다. 한 좌파성향 언론은 최근 ‘국정원개색희야(國政原開塞熙夜)’라는 제목으로 국정원에 대한 노골적인 비하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한겨레21, 7월 15일자). 국정원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고 국정원을 비하하는 것이 정의(正義)로 비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국정원을 진정한 의미에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미래한국>은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초청해 의견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국정원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은 ‘거리’가 아니라 ‘여기’에 있다. - 검찰이 전 국정원장을 기소해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국회에서는 초유의 국정원 국정조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어떻게 보시는지 얘기해주시죠. “난도질이 목적이 된 상황” 송대성=대한민국 최고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정치인들, 일부 언론, 비이성적인 거리의 투쟁 세력들에 의해 난도질당하고 있는 아주 불행한 상황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국정원 개혁이라 하지만 실제 개혁을 원하는 움직임은 일부고 난도질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이죠. 국가정보기관의 일들은 기밀에 속하는 것이 많은데 보호돼야 할 정보들까지 일부 정치인과 언론과 거리 투쟁세력에 의해 까발려지면서 난도질 당하고 있습니다. 이적성을 갖고 있는 세력이 국정원 개혁이라는 깃발 하에 북한의 숙원 과제인 ‘국정원 붕괴’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알아야 합니다.
염돈재=국정원 댓글 사건이 정쟁의 대상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국정원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정원이 댓글을 통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은 아직 조금도 사실로 확인된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를 정치쟁점화해 큰 혼란이 초래되고 있습니다. 만약 앞으로 국회의 국정조사 결과와 법원의 재판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번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은 본질적으로 사법적인 문제인데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촛불시위로 이득을 본 세력들이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 검찰 기소 내용을 보면 쟁점이 국정원 직원의 인터넷 게시물 게재문제입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염=검찰에서 기소를 했으니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릴 수 밖에 없겠지요. 국정원 직원이 단 댓글은 총 1760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에서 검찰이 대선과 관련이 있다고 본 댓글은 67건, 전체의 3.8%입니다. 또 민주당을 비난한 댓글은 28건, 1.6%이며 문재인 후보와 관련된 댓글은 3건뿐입니다. 그리고 선거 기간 중 올린 댓글이 1일 평균 0.84건, 찬반표시는 1일 14.7건입니다. 국정원 직원이 단 댓글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처하기 위한 대북심리전 활동의 일환이라고 생각되며 따라서 검찰이 이를 기소한 것은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北 ‘대선 개입 지시’ 내려 송=지난 8월 16일 원세훈 前 국정원장은 청문회에서 댓글 활동에 대해 “대선 개입 목적이 아닌 대북 심리전 차원”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대선 기간 중 어떤 후보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말라고 8차례나 지시했다”고 했고요. 우리나라 언론에 지난 2012년 1월 김정은이 내린 ‘대남 지시명령 1호’에 “지금부터 한국 대선에 정면으로 본격 개입하라”는 보도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런 노골적인 공격이 진행되는데도 국정원장은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당연히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그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파악하고 그 대응책을 강구해야죠. - 국정원이 대응하고 있는 북한의 사이버 심리전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기는데요.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염=일반적으로 북한이 3000명 규모의 사이버 부대를 운영하고 있고, 이 가운데 200여 명이 사이버 심리전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나 해외에서 활동하는 인원도 많아 실제로는 훨씬 많은 인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송=북한 사이버 부대 역량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에 대해 2011년 5월 17일 미국의 폭스 뉴스가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 보도에 의하면 훈련된 사이버 전사가 북한에 약 3만 명 정도 있다는 것이죠. 훈련된 사람들의 능력은 美 CIA 수준과 같다고 봤고요. 북한의 사이버 전담 부서는 국방위원회 정찰총국 산하 기술국 아래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민족끼리’, ‘구국전선’ 등 해외 19개국에 서버를 둔 140개 사이트를 운영 및 관리하고 있고요. 보도된 것만 해도 2011년 2만7090건, 2012년에 4만1373건의 사이버테러 행위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작년에 총선 한 달 전이었던 4월 19일 무렵부터 약 10일간 정부가 그들의 공격을 받아 GPS가 교란된 일이 있었습니다. 일반인들도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교란되는 상황을 경험했고 항공기 674대가 크고 작은 피해를 봤다고 전해집니다. 착륙하던 항공기 4대의 경우에는 위기일발의 상황을 맞았고 외국 항공사가 피해본 것도 49대에 이르렀습니다. - 원세훈 前 원장의 청문회 답변을 보면 “이전(노무현) 정부에서도 대응 차원의 활동을 많이 한 걸로 안다”고 했는데요. 북한에서 그렇게 막대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면 우리의 대응도 최소한 그에 상응하는 수준이 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송=최근의 상황은 그 반대로 돌아가고 있어요. 대북심리국을 없앤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북한이 노리고 있는 부분입니다. 안 그래도 비교가 안 되는 전력인데 그나마 대응 체계를 없애면 우리가 앞장서서 북한의 목적을 달성해 주는 것이죠. 죄 지은 것처럼 뒤로 물러서면 절대 안 되고, 이런 부분이 왜 필요한지를 당당하게 설명해야죠. 염=요즈음 국정원의 국내파트를 없애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국내파트를 없앤다면 간첩과 반국가사범, 산업 스파이 등을 색출하고 테러를 방지하는 등의 업무는 누가 담당할 것입니까? 이건 진짜 종북세력과 북한이 바라는 일이지요. “국정원 국내파트 없애선 안 돼” - 그렇다면 해외 선진국 정보기관들의 고유 업무는 어떻게 규정돼 있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최근 민주당 등 야권에서 주장하는 국정원 국내파트 해체 내지 국내외 파트 분리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염=세계적으로 각 정보기관의 기본 임무는 정보의 수집 및 분석, 비밀공작, 보안 및 방첩 등이죠. 우리나라 국정원법 제3조에서는 국정원의 임무를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 정보의 수집, 작성 및 배포, 국가기밀에 대한 보안업무, 내란죄와 반란죄 등에 대한 수사,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CIA가 해외정보를, FBI가 국내 보안정보를 담당하고 있지만 국정원처럼 해외정보와 국내정보를 통합해서 운영하는 나라들도 많고 특히 최근에는 미국이 국내외 정보를 통합하는 국가정보국, 즉 DNI를 신설하는 등 국내외 정보를 통합하는 기구를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더욱이 어느 나라든 국내보안 정보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 없는 나라는 하나도 없습니다. “일곱가지 기본임무 충실해야” 송=제가 서구 선진국 정보기관의 조직과 고유 임무에 대해 인터뷰하고 분석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선진국 정보기관들의 고유임무는 대략 일곱 가집니다. 정치권의 정보든 뭐든 국익과 관련된 정보는 뭐든 수집한다는 ‘정보수집·분석·사용 업무’가 있고요. 방첩(防諜) 업무, 대테러/대전복(對顚覆) 업무, 보안 및 국가기밀 보호업무, 헌법 및 국가기본질서 수호 업무, 자료 존안 업무, 그 나라의 고유한 국가이익을 수호하는 임무 등이죠. 일곱 번째 업무는 나라마다 명칭의 차이는 있지만 국가 기본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업무라고 보면 됩니다. 이스라엘의 모사드를 보면 핍박 받는 유태인을 철수시키는 임무가 있고 독일BND(연방정보국)도 통일 전후로 고유한 업무를 담당하는 식이죠. 한국에도 우리나라만이 수행해야 할 업무가 있는데 우리나라 정치와 소위 종북세력들이 기본 임무를 자꾸 위축시키고 있어요. 국정원의 국내 업무 처리부서 폐지 얘기도 나오는데, 저는 두 가지 중 하나라고 봅니다. 정보기관이 뭔지 모르거나, 그게 아니면 고의적으로 북한의 숙원 과제를 돕고 있는 행위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남북 분단 현실에서 정보기관은 국내와 국외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미국 CIA도 100% 해외만 보는 것이 아니고 FBI도 국내만 보는 것은 아니죠. - 민주당을 위시한 야권에서 또 한 가지 나오는 얘기가 바로 국정원의 예산사용 내역을 공개하자는 것인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염=예산을 공개하는 정보기관은 세계적으로 하나도 없습니다. 정보 공개를 중요시 하는 미국이나 영국도 정보기관은 총액 마저도 공개하지 않습니다. 독일도 마찬가지고요. 최근 예비비 사용 금지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일단 예비비가 국정원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예산 내역을 밝힐 수 없다 보니 국정원 예산을 예비비 항목에 포함시켜 은닉하고 있는 것이지요. 정보기관이 예산 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는 정보기관의 규모, 능력과 활동내용이 쉽게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총액만은 공개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보기관의 조직원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총액만 공개해도 정보기관의 규모와 활동 내용이 상당 부분 노출되게 됩니다. 요원 한 사람이 거느리는 첩보망이 어느 정도 규모이고 중요 장비의 가격이 얼마 정도 된다는 것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지요. 더욱이 매년 예산총액의 변동 폭을 보면 정보활동의 변화추세를 쉽게 파악할 수 있지요. 송=예비비 사용 금지는 전혀 말이 안 되는 내용인 게, 국정원은 예상했던 일 못지 않게 예상 못한 일을 더 많이 처리하는 기관입니다. 그 때 예비비를 책정해 주지 않으면 일을 못 해요. 어느 나라나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방첩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의 내부 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치개입을 막겠다는 구실로 방첩임무를 불능화 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겁니다. - 국정원의 역할 축소가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닐 텐데요. DJ 정부 시절부터 국정원의 인적정보, 이른바 휴민트(HUMINT) 체계가 현저하게 축소됐다는 게 상식처럼 돼 있습니다. 과연 어느 정도였습니까. 염=국정원 직원들은 15년 내지 20년 정도의 경력을 가져야 단독으로 보고서를 쓰거나 수사활동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0년 정도 경력이면 베테랑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전문화된 정보기관에서는 10년 정도 경력으로는 베테랑으로 쳐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DJ 정부 시절에 600여 명의 베테랑 요원들, 즉 최소한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문요원들을 해임시켜서 국정원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고, 특히 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에서 탈정치, 탈권위의 전통이 정착된 이후 지난 번 대선이 있기 전까지 MB 정부에서도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논란의 대상이 된 적이 없습니다. 국정원 직원이 정치에 개입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는 등 벌칙이 엄격하며 직원들도 정치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확고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더욱이 5년 후 정권이 바뀔지도 모르기 때문에 정치개입 활동을 지시할 지휘관도 없고 그런 지시를 이행할 직원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정치개입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 노무현 정부 이후, 그러니까 양金 시대 이후부터 국정원이 정치와 선을 그었다고 보면 정확할까요? “국정원 분위기 이미 바뀌었다” 염=그렇지요. 두 김 대통령은 민주투사였지만 결국 도청을 용인하지 않았습니까? 권위주의 시절에 국정원이 정치와 연계되고 개입했던 건 사실이지만 3김 시대를 마지막으로 정치가 정보기관을 활용하는 관행은 끝난 겁니다. MB 정부도 그렇고 지금 정부도 마찬가지죠. 이번 댓글 사건이 정리되면 이제는 국정원을 정치 의혹에서 완전히 해방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보기관이 본래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국정원에 대해서 정말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국정원을 개혁하는 길일까요? 송=사실 일부 불순세력들은 개혁이라는 위장된 깃발 하에 국정원 파괴를 획책하는 성향도 있기 때문에 국정원과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알고 국정원을 당당하게 지켜야 합니다. 염=사실 국정원처럼 개혁을 많이 한 기관이 없습니다. 정권 바뀔 때마다, 원장 바뀔 때마다 수시로 많은 개혁을 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정보 업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원장이 개혁을 하는 경우도 많았고, 과거와의 차별화를 위해 바꾼다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개악(改惡)을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정원은 누더기 개혁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입니다. 국정원의 탈정치화 문제는 대통령의 의지 하나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또 내부고발자보호법의 제정, 미국 같은 대통령 정보자문위원회 설치 등 보완조치도 강구할 수 있습니다. 정리/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
국정원 개혁론, 위험한 도박
[특별좌담] 송대성 세종연구소장, 염돈재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前국정원 제1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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