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노무현 패밀리' 어떻게 됐나

서석천 2009. 7. 28. 13:44

'노무현 패밀리' 어떻게 됐나

'반칙·특권 없는 세상' 외치며 검은돈으로 쌓아 올린 모래성

 

노무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노세력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외쳐왔던 그들이 지난 5년간 만들어낸 것은 결국 검은돈으로 쌓아 올린 자신들만의 아성(牙城)이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연일 터져 나오는 친노 집단 내부의 불투명한 돈 거래는 그들이 세상의 도덕률과 상식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들만의 생존 법칙과 의리로 뭉쳐 지내왔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의혹에 둘러싸인 검은 거래의 정점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다. 그는 30년 지기(知己)이자 최대 후원자라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달러를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돈이 부인에게 건네졌고 자신은 몰랐다는 방어막을 치고 있지만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6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이 요구해 가족이 받아쓴 뇌물”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대가로 박연차 회장은 특혜와 이득을 챙겼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친노 집단 내부의 ‘이상한’ 돈 거래를 둘러싸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내세웠던 “우호적 거래” “아름다운 관계” “조건 없이 도와줬다”는 해명들도 말장난이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박연차 회장의 돈은 지난 5년간 친노 인사들에게 거침없이 흘러 들어갔다. 그의 진술로 인해 구속되거나 수사선상에 오른 친노 인사들만 이미 6명에 이른다. 여기다 노 전 대통령의 또 다른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돈을 받은 친노 인사들도 속속 밝혀지고 있어 이들의 검은 커넥션이 과연 어디까지 확장될지 궁금증을 자아낼 정도다.

노무현 정권 5년간 국정을 좌지우지해 온 친노세력은 지난 대선에서 ‘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영향력 유지를 꿈꿔 왔다. 노 전 대통령부터 ‘퇴임 이후’를 준비해 왔고 이것이 돈의 유혹에 굴복한 이유 중 하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박연차 게이트’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친노세력은 내년 지방선거 때부터 본격적으로 정치권 진출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치 집단으로서 친노세력은 사실상 파탄 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이상과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말이 아직도 나오고 있지만 그들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에 지지자들조차 등을 돌리고 있다. 자신들의 말대로 진짜 ‘폐족’의 갈림길에 선 친노세력, 그들은 과연 누구였는가. 친노세력의 면면과 현황을 짚어봤다.

1. 뿔뿔이 흩어진 '동지'들

 

이해찬 전 총리 |  재단법인 ‘광장’운영… 현 정부에 쓴소리 여전


여의도에 연구소 개념의 재단법인 ‘광장’을 만들어 운영해온 이해찬(57) 전 총리는 최근 몇몇 공식석상에서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최근 실시된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김상곤 후보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부자들을 위해 너무 감세를 많이 하고 올해처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세수가 30조원 가까이 줄어 (국가) 재정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3월 20일 노사모와 일부 지지자들이 초청한 강연에서는 개성공단 출입 정지 사태와 관련해 “현 정부의 진정성, 역사인식, 자세가 모두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 정부가 미·중·일과 통화 스와프를 추진한 것에 대해서도 “공적을 세운 것처럼 자랑하는데 그건 은행에 가서 마이너스통장 만들어왔다고 자랑하는 것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2006년 부산지역 기업인들과 어울린 ‘3·1절 골프 파문’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유시민 전 장관 |  강의·저술 전념… 노무현 ‘돈 고백’ 후 특강 취소

‘노의 남자’로 불린 유시민(50)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총선에서 낙선 후 경북대 등에서 강의와 저술 활동에만 몰두해 왔다. 최근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저서를 낸 그는 노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가 돈 받은 사실을 고백한 직후 외부 특강과 행사들을 취소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 ‘시민광장’에 글을 올려 “경북대 강의와 다른 대학, 대학원의 정규 교육과정 일부로 편성되어 있는 비정치적인 특강을 제외한 불특정 다수의 시민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국강연이나 ‘후불제민주주의’ 저자강연회, 저자사인회, 저자간담회 등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 전 대통령 부부와 관련한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신문 방송이 그 뉴스로 뒤덮이고 검찰이 소환 날짜를 고르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시민과 대학생들에게 시국강연을 하고 다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강연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  기자실 폐쇄 지휘… 캐나다 연수 중

노무현 정권 말기 ‘기자실 폐쇄’를 지휘했던 김창호(53) 전 국정홍보처장은 작년 3월 캐나다로 출국해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에서 연수를 하고 있다. 그는 국정홍보처장에 임명되기 전 재직했던 명지대 교수직도 사표를 냈다. 한 주변 인사는 “조용히 외국으로 떠났다”며 “참여정부 인사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 |  봉하마을 오가며 여전히 '대외 창구'역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동지인 문재인(56) 변호사는 ‘박연차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  노 전 대통령에게 법률적 조언을 하고 있고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을 외부에 알리는 언론 창구로도 나서고 있다. 최근 권양숙 여사가 부산지검에서 조사를 받을 때 동행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에서 민정수석과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그는 퇴임 후 부산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해 왔다. 작년에 재단 ‘봉하’ 설립 사업 등을 진두지휘하기 위해 부산에서 봉하마을 인근의 경남 양산으로 이사했다. 그는 청와대 재직 시절 부산 지역으로 발령받은 정부 인사들에게 “박연차 회장을 조심하라”며 경각심을 심어주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철 전 민정수석 |  ‘봉하’ 실무 맡다가 최근 장기 해외여행

문재인 전 비서실장과 함께 ‘부산파’의 핵심이었던 이호철(51) 전 민정수석은 현재 해외 여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386 세대의 맏형 격으로 평가받는 그는 재단법인 ‘봉하’ 설립의 실무 책임을 담당하다 얼마전 6개월 일정으로 베트남, 중국 등으로 배낭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가족들 외에는 통화 연결도 잘 안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윤재 전 비서관 |   로비 연루 구속 후 출소… “난 박연차 전혀 몰라”

 

부산 386의 일원으로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정윤재(45)씨는 2007년 국세청 로비 명목으로 건설업자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된 바 있다. 얼마전 석방된 정씨는 독서와 영어 공부 등으로 소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박 회장을 전혀 모른다”며 “만난 적도 없고 전화 한 번 한 적이 없다”고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병완 전 비서실장 |  퇴임 후 만든 ‘참평’에 강금원 돈 유입

이병완(55)전 비서실장은 2007년 4월 청와대를 나온 후 “참여정부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올바른 이해를 돕겠다”며 참여정부평가포럼(참평)을 조직해 대표를 맡았지만 최근 별다른 정치적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최근 검찰 조사에 의하면 참평에는 강금원 회장의 돈 6000만원이 건네진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서울 마포에 있던 참평 사무실은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완 전 실장은 지난해 9월 둘째 딸을 강금원 회장의 장남과 결혼시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양정철 전 비서관 |  ‘민주주의 2.0’ 관리 맡아 수시로 봉하마을행

‘기자실 대못질’의 또 다른 주역인 양정철(45)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만든 인터넷 토론 사이트 ‘민주주의 2.0’의 관리를 맡으며 봉하마을을 수시로 오가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행정수도 논란을 다룬 보도가 나가자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라는 직설적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지만 최근 박연차 사태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다.


 

윤태영 전 대변인 |  강금원 돈 1억 수수… “자서전 대필료” 주장

윤태영(48) 전 대변인은 ‘봉하’ 실무에 관여하며 노 전 대통령 회고록 집필을 돕고 있다. 최근 드러난 강금원 회장으로부터 받은 1억원에 대해 그는 “강 회장이 자서전 대필을 부탁해서 계약서까지 쓰고 원고료 1억원을 선불로 받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학계 출신]

이정우·김병준·조기숙·성경륭 |  대부분 교단 복귀… ‘박연차 사태’엔 침묵

노무현 정권의 이데올로그 역할을 하던 학계 출신 친노 인사들은 대부분 학교로 돌아갔다. 평등주의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입안했던 이정우(59)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로, 노무현 정부 ‘정책 브레인’ 역할을 했던 김병준(55) 전 교육자원부 장관은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로 복직했다. 이밖에 성경륭(55)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조기숙(50) 전 홍보수석도 각각 한림대와 이화여대로 복귀했다. 성 전 위원장은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의 정책연구 모임인 미래정책연구원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홍보수석을 지내며 메이저 언론들과 잦은 충돌과 갈등을 빚었던 조기숙 교수는 작년에 노 전 대통령이 개설한 인터넷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에 대해 진보진영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일자 여전히 노 전 대통령을 적극 옹호해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최근 노 전 대통령의 검은돈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 |  盧 시절 골프장 잇달아 인수해 구설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인 문병욱(57) 회장은 지난 정권에서 사세를 크게 불리면서 각종 특혜 의혹에 휘말려 왔다. 참여정부 출범 직전 TPC골프장 인수를 시작으로 남양주CC 등 모두 4개의 골프장을 운영하며 문어발 확장을 해왔다. 현재 6개의 호텔을 소유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골프장 허가권자인 경기도지사에게 민원을 제기하는 등 문 회장의 양평 TPC 골프장 인수 과정에 개입한 흔적이 드러난 바 있고, 측근들이 문 회장의 돈을 받는 자리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금도 문 회장에 대해서는 사정기관 내사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기명 전 후원회장 |  강금원이 회삿돈으로 땅 사줘 논란

노 전 대통령이 ‘선생님’으로 대하는 이기명(73)씨는 자신의 땅을 둘러싼 불투명한 거래로 논란의 대상이 됐었다. 최근 구속된 강금원 회장 혐의 중에는 2002년 이기명씨의 용인 땅을 사주면서 회삿돈 19억원을 사용한 것도 포함돼 있다. 또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부동산 개발사업을 한 측근 인사와 함께 시중은행 임원을 접촉해 당시 민정수석실의 제재를 받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 수사받고 있는 사람들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 |  盧 혐의 입증 ‘키’ 쥔 고향 친구 겸 집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집사 격인 정상문(63)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박연차 회장이 전달한 100만달러와 3억원을 노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그는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상품권 1억원어치를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정대근 전 농협회장으로부터 3만달러를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오랜 고향 친구로서 고시공부를 함께 했고 젊은 시절 노 전 대통령이 특허를 낸 독서대 사업을 함께 했을 만큼 절친한 사이다. 지방직 7급부터 시작해 서울시 감사담당관을 거쳐 2003년 11월 대선 불법자금 수사로 구속된 최도술씨 후임으로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됐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앞으로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입증이나 유·무죄 다툼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  강금원 돈 10억원, 박연차 돈 5000만원 수수 혐의

노 전 대통령의 ‘왼팔’로 평가 받아온 안희정(45) 민주당 최고위원도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상품권 5000만원어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그는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으로부터 사외이사 급료, 전세자금 명목 등으로 10억여원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형(강 회장)과 아우(안 위원) 사이의 극히 사적인 거래에 불과하다”면서 “돈을 일단 빌렸다가 갚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현직 대통령의 서슬 퍼런 위세에 기가 질려 발길을 끊고 있을 때 그분만이 봉하마을을 지켰다”며 강 회장을 ‘의리의 사나이’로 치켜세웠다.


 
서갑원 의원 |  미국서 박연차 불법자금 수천만원 받은 혐의

서갑원(47) 의원도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 비서 출신인 서 의원은 미국 뉴욕의 유명 한인식당 K회관에서 수만달러를 건네 받는 등 수천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소환돼 박연차 회장과 대질 심문까지 받은 서 의원에 대해 검찰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5월 초쯤 사법 처리할 계획이다.



여택수 전 수행팀장 |  강금원 돈 7억 받은 혐의

여택수(44) 전 청와대 행정관은 강금원 회장으로부터 7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1부속실 수석행정관 시절 불법대선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청와대를 떠났다. 그는 출소 이후 강금원 회장으로부터 받은 수억원의 자금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했으며 지금은 식품가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 |  ‘盧의 정치 스승’… 박연차 돈 받은 혐의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으로 통했던 김원기(72) 전 국회의장도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김 전 의장은 국회의장으로 재임할 무렵 비서실장이던 김덕배 전 의원을 통해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의장은 국회의장 재직 시절 일부 동료 의원들과 함께 박연차 회장 소유의 베트남 현지 공장을 다녀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의장에 대해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3. 구속된 사람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  盧 진영 최대 후원자에서 ‘폐족’ 진원지로

노 전 대통령의 대표적 후견인이었던 박연차(64) 태광실업 회장은 친노 인사들을 ‘폐족 위기’로 몰아넣은 진원지가 되고 있다. 작년 12월 조세포탈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박 회장은 이후 검찰에 자신이 돈을 준 인사들을 불어왔고, 이제 그의 입은 ‘30대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노건평) 동생’인 노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밀양 산외초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인 그는 신발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고 1990년대 히로뽕 투약으로 복역한 뒤부터 권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2년 대선 때는 한나라당 재정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를 ‘형님’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는 지난 정권 5년간 농협 자회사 휴켐스를 ‘헐값’에 인수하는 등 사업을 크게 확장했다. 노 전 대통령과의 숙명적인 대질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  여전한 ‘의리’ 과시… 친노 결속시킨 금고지기

노 전 대통령의 또 다른 후원자인 강금원(57) 창신섬유 회장도 지난 4월 9일 자신이 운영하는 창신섬유와 시그너스골프장의 자금 26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강 회장은 지난 2007년 8월 박연차 회장, 정상문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과 함께 한 이른바 ‘3자 회동’에서 퇴임 후 노 전 대통령 자금지원 방안을 논의했고, 같은 해 9월에는 ㈜봉화를 설립, 70억원을 투자했다. 그가 횡령한 200억원대의 돈은 ‘박연차 리스트’와 함께 또 다른 ‘뇌관’이 되고 있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10억원,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7억원,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1억원, 명계남 전 노사모 대표 5400만원 등 친노 인사 20여명에게 30억원가량이 건네졌다는 단서를 검찰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돈을 건넨 사람들이 친노 핵심 인사들이고 명목도 ‘생활비’ ‘원고료’ ‘사무실 임대료’ 등 다양한 것을 감안하면 친노세력을 검은돈으로 묶어낸 ‘금고지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호남 출신인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과 20년 이상 친분을 쌓아 온 사이. 그는 구속되면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대통령을 도왔다는 일이 이렇게 정치탄압을 받는 거, 달게 받지요”라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변함 없는 의리를 과시했다.

 
 
정화삼 전 제피로스골프장 대표 |  세종증권 비리로 구속된 후원 3인방

 

박연차·강금원 회장과 함께 후원자 3인방으로 알려진 정화삼(63) 전 제피로스골프장 대표도 작년 11월 세종증권 비리에 연루돼 구속 기소됐다.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인 정화삼 전 대표는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서 세종캐피탈 대표 홍기옥씨로부터 “세종증권이 농협에 인수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를 통해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접촉, 인수를 성사시킨 뒤 성공사례금 29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그가 대표로 있던 제피로스골프장은 탈세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에 대해 2008년 6월 국세청의 집중적인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광재 의원 |  盧 오른팔… 불법자금 수사 때마다 단골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인 이광재(45) 의원도 지난 3월 26일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2억원이 넘는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의원은 ‘의원직 사퇴’라는 강수를 두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이번에는 법망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는 신성해운으로 부터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그는 구속 후 지역구 유권자들과 지인에게 보낸 ‘옥중 편지’에서 “정치라는 것이 순수한 마음에서들 출발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정치가 목적으로 변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정치는 삶의 목적이 되면 타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정규 전 민정수석 |  고시 공부 같이한 고향 후배… 상품권 1억원 받아

노무현 정권에서 친인척비리와 공직기강을 담당했던 박정규(61)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지난 3월 26일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50만원짜리 상품권 200장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박 전 수석은 노 전 대통령의 고향 후배로 함께 고시공부를 한 사이이며, 문재인 전 비서실장과는 사시 동기이기도 하다. 그는 박연차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서울 중부국세청장과 관련한 인사 청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수석의 상품권 수수 사실이 드러난 후 당시 민정수석실에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은 “박 전 수석은 직원들에게 상품권 같은 것을 나눠준 적이 없는 사람”이라며 놀라워했다.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 |  3억 불법자금으로 구속된 ‘왕특보’

 

노무현 정권 시절 각종 이권에 개입해 왔다는 의혹을 받아온 이강철(62) 전 시민사회수석도 기업인들로부터 3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3월 13일 구속됐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 평가 받아온 그는 ‘왕특보’라고 불리며 영향력을 과시했었다.


그는 구치소에 수감되기 전 “국가권력기관을 총동원해서 집어넣으려 하는데 들어가야지. 정치보복은 나를 마지막으로 끝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