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원자력 잠수함 시대 열렸는데

서석천 2025. 11. 1. 03:22

 한국은 여전히 '탈원전'에 발목

AI·안보·산업 전력 수요 급증에도 원전 외면
신규 원전 공모 중단에 '탈원전 시즌2' 우려
원자력 기술은 군사에만? 산업·민생엔 배척
이중 잣대에 전문가들 비판 "AI 강국 불가능"
  •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 ⓒ뉴시스
    원자력 잠수함 시대가 열렸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탈원전' 기조에 발목 잡혀 있다. 군사적 활용은 괜찮고 산업·민생에는 원전 기술을 배척하는 모순된 정책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인공지능(AI)·안보·산업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시대에 원전 확대 없이 국가 미래도 심각히 위협받을 거란 지적이다. 
     
    한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시대의 문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3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중국 잠수함 추적의 한계를 지적하며 원잠 도입을 요청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반응이다.
     
    이번 결정은 한미 양국이 단순한 안보 중심의 동맹이 아닌 기술·산업동맹으로 확장시키는 계기로 평가된다. 원잠은 핵무기와는 무관하며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고도의 기술 집약적 군사 자산이다. 한국이 원잠을 보유하게 되면 원자력 기술 활용의 최고 단계에 진입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탈원전'이라는 낡은 구호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원자력 발전 기술과 생태계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비판이 많다. 원자력 기술은 군사와 산업이 긴밀히 연결된 분야이며, 한쪽만 키우고 다른 쪽을 줄이는 것은 기술적·전략적·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AI 3대 강국 외치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은 외면
     
    정부는 최근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절차를 중단한 상태다. 울진, 영덕, 경주, 울주 등 최소 4개 지자체가 원전 유치를 희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 절차는 멈춰 있다. 고리 2호기의 재가동 심사도 계속 미뤄지고 있으며, 원전 건설을 위한 공모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미 짓기로 결정된 신규 원전에 대해 공론화를 다시 거치고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펼칠 것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원전이 위험한 것은 객관적 사실이고 신규 원전 건설은 공론화 절차를 거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고리 원전 2호기의 계속 운전 여부에 대한 판단 보류와 관련해선 "원전 수명 연장은 안전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원전에 부정적인 견해를 재차 드러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시즌2'를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AI·산업·안보 등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안정적 전력 공급원인 원전을 외면한 채 불안정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를 지키겠다는 발상은 시대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짚지 못한 근시안적 사고란 지적이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AI 산업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인프라의 총체적 역량을 시험하는 분야"라며 "특히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연산 장비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며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력 공급 없이는 AI 생태계 자체가 유지될 수 없는데 이재명 정부는 전력 공급의 핵심인 원전 확대에는 소극적이다"라고 비판했다. 
  • ▲ 장보고Ⅲ BatchⅡ 1번함인 장영실함(3600톤급)이 지난 21일 진수식을 앞두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전시되어 있다. ⓒ뉴시스
    ◇세계는 '친원전'으로 회귀 … 한국만 여전히 탈원전으로 역행
     
    전 세계는 탈(脫)탈원전, 즉 원전 친화적인 흐름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은 웨스팅하우스와 800억달러 규모의 신규 원자로 건설 협약을 체결했고, 일본도 이에 투자하며 원전 기술 확보에 나섰다. 영국과 프랑스는 원전 확대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으며, 중국은 원전 건설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아마존을 비롯한 7개 글로벌 기업이 5년간 국내에 90억달러(약 12조9000억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도 한국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 다시 말해 원전 인프라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도 한국은 단지 원전의 '위험성'을 이유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생태계를 해치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과 낮은 효율, 높은 비용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으며, 수백조 원의 투자 없이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의 원전 배척 기조는 단순히 발전소 숫자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원자력 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원자로 설계, 핵연료 개발, 안전관리 기술, 관련 인력 양성 등 모든 분야가 위축될 뿐만 아니라 원잠에 필요한 기술력 확보 또한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건설 및 유지·보수 역량을 유지하는 동시에 핵연료 자립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원잠을 운용하려면 고도의 원자로 기술과 운용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원자력·신재생·자원 팀장인 김신우 외국변호사(미국)는 "지금부터 단기 및 중장기 전략을 세워 독자적인 원자력 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며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가장 검증된 파트너로 평가받는 만큼, 미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전략적으로 우리만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글로벌 대기업들도 최근 재생에너지가 아닌 원자력으로 이행하기로 방향을 틀었다"며 "원전 없이 AI를 키우겠다는 전략은 결국 '전력 빈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는 만큼 에너지 정책부터 재정비하고 '탈원전'이라는 미신과 이념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라고 했다. 
    • 임준환 기자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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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용원 “핵잠수함, 반드시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인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을 토대로 국내에서 자체 건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형 원자력추진잠수함은 반드시 우리 조선소에서, 우리 기술로 건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결단해달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건조할 것을 제시했는데, 한화가 소유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에는 잠수함 건조 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유 의원은 "한국은 이미 대형 잠수함 신규 건조·정비시설과 방위산업 기반, 숙련 인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국방과학연구소와 연구기관들은 지난 30여 년간 소형 원자로, 열유체 해석 등에서 연구 실적을 축적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30여년간 원자력 추진 잠수함 연구·개발에 투입된 누적 예산은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며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한국형 원자력추진잠수함 사업을 접고 미국제 원자력추진잠수함을 도입한다면 천문학적인 예산 낭비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 의원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필리조선소는 잠수함 전용 시설이 없는 상선 중심 조선소로, 여기서 원잠을 건조하려면 전용 건조동과 방사선 차폐시설, 지역 주민 동의 절차 등 복잡한 과정을 새로 거쳐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미 확보된 저농축 우라늄(LEU) 기반의 국내 소형 원자로 설계를 활용해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미국식 고농축 우라늄(HEU) 체계를 적용하려면 우리 소형원자로를 재설계해야 해 수년의 일정 지연과 엄청난 추가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또 "정부는 국방·외교·에너지 부처가 참여하는 '한미조선협의체(SCG)'를 만들어 연료 공급과 기술 협력을 논의하고, 국내에는 '범정부 원자력추진잠수함 국책사업단'을 만들어 설계·제작·시험평가 등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채현 기자   2025. 1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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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숙원’ 핵잠건조 10년 대계… 고비용·외교마찰 극복이 관건

       
       
       
      개발부터 실전 배치까지 '10년 소요'
      건조 1대당 5兆… 인프라비용 등 별도
      중국·러시아 '비난' 사전 차단 관건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마련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은 '핵추진잠수함' 개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핵추진잠수함은 주변국들의 위협에 대응하고, 북한의 핵무력 확산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으로서는 필수불가결한 전략자원이다. 이번 관세협상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연료 공급'을 요청한 것은 자주국방을 위한 화룡점정이었단 평가다.

      한국은 이번 협상을 통해 30년 넘게 이루지 못한 핵추진잠수함이라는 숙원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최종 확보까지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특히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적 마찰 가능성은 극복해 내야 하는 문제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3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국방부 종합국정감사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여러 여건을 이미 갖춰놨고 마지막에 연료가 필요했던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 미국 협조를 받아서 완결점을 이룬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에서 "한미군사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바로 여기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아예 못을 박으면서 이미 양국 간 상당 기간 논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 5월 부산에서 열린 MADEX2025에서 잠수함 명가 한화오션은 선형의 미래형잠수함 모델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고속 스텔스형 선체로 설계된 한화오션의 미래형잠수함은 핵추진잠수함의 고속 항행이 가능한 유선형 디자인을 채택했고, 하이브리드 소형모듈원자로(SMR) 기반의 전기 추진체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전시회 당시 이 잠수함이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핵연료만 확보된다면 기술적 측면에서의 제약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는 단순한 군사협력의 차원을 넘어,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확대와 기술주권 강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장보고-III 잠수함은 디젤-전기 추진 방식이지만 구조적으로는 향후 핵추진 시스템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며 "다만 핵연료 취급·교체·폐기에 이르는 전 주기 관리체계를 갖춰야 하는 훨씬 복잡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발부터 배치까지 10년가량의 장기간·고비용 프로젝트가 진행돼야 한다. 재래식 디젤 잠수함도 사업 착수부터 실전 배치까지 8~10년이 걸린다. 핵추진잠수함은 1대당 건조비용이 5조원가량 들어가고, 핵연료 취급·저장·폐기 등 복잡한 인프라를 별도로 구축해야 한다. 특히 핵연료 교체 주기와 관련된 시설, 방사선 안전관리, 비상대응 시스템 마련은 필수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종합국감에서 핵추진잠수함으로 추진될 '장보고-Ⅲ 배치-Ⅲ' 사업에 대해 "(사업 추진)결정이 난다면 10여 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결정하더라도 (건조 완료 시기는) 2030년대 중반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 핵비확산 체제(NPT)하에 핵연료의 재처리·농축·이전이 모두 엄격히 규제되고 있다. 한미원자력협정은 한국이 핵연료를 직접 재처리하거나 농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핵잠수함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HEU) 사용도 원칙적으로 불허한다. 이 대통령이 이번 협상을 통해 '핵연료 조달의 법적 제약 해소'를 요청하면서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미국은 최근 호주에 핵추진잠수함 지원을 추진하면서 핵확산에 나선다는 비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핵추진잠수함이 '핵무장' 잠수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한국이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추진하더라도 그것이 '핵무장' 잠수함은 아니므로 핵확산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어필할 수 있다.

      최대 난관은 중국·러시아와 외교 마찰 우려다. 중국은 과거 한국이 사드(THAAD)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한한령(限韓令) 등 여러 경제적 제재를 가한 바 있다.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통해 한국은 미국과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역내 안보 상황을 공유하고 역할을 분담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환혁 기자 2025.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