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강압수사 의혹 묵살이 '경건한 애도'?

서석천 2025. 10. 16. 04:55

강압수사 의혹 묵살이 '경건한 애도'?...김건희 특검 두고 여야 격돌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 수사를 받았던 경기 양평군청 공무원 정모(57) 씨의 사망 사건을 두고 여야가 정치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왼쪽)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12일 각각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특검 조사를 받고 1주일만에 사망한 채 발견된 경기도 양평군청 공무원 정모 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편집=양준서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망 사건에 대해 인간적인 애도를 표명하지만, 이로 인해 김건희 특검의 수사가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국기기관의 수사를 받다가 현직 공무원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최우선 과제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야, 메모 남기고 숨진 고인 애도에는 공감...김건희 특검 ‘강압수사 의혹’ 조사 두고 격돌

정모 씨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중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추석 연휴 하루 전인 지난 2일 피의자 신분으로 첫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김건희 여사 모친인 최은순 씨의 가족회사 ESI&D가 2011~2016년 양평 공흥지구에 아파트 개발사업을 하면서 개발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다. 정모 씨는 2016년 당시 양평군청내 개발부담금(개발이익환수금)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밤 늦게까지 특검 조사를 받고 지난 3일 새벽 1시 15분 귀가한 정모 씨는 새벽 3시 20분쯤 집에서 자필 메모를 작성했다. 그는 메모에서 “‘팀장님’과 ‘수사관’이 강압과 회유를 했고, 진술서 내용도 임의로 작성해서 답을 강요했다”고 적었다. 정모 씨는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10일 오전 자택에서 숨진 채 직장 동료들에 의해 발견됐다. ▶10월 12일자 펜앤마이크 “[심층분석] 길잃은 특검...숨진 공무원이 지목한 김건희 특검팀 ‘강압수사 의혹’ 규명돼야” 참조

민주당, 특검 강압수사 의혹 제기를 ‘특검 흔들기’로 규정...정모 씨 메모는 언급 안해

따라서 권력형 비리의 실체를 파헤치겠다고 나선 김건희 특검이 수사과정에서 ‘강압수사’를 행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의혹은 국민의힘이 정치적 논리로 제기한 것이 아니라, 특검의 수사를 받은 뒤 사망한 공무원 정모 씨가 남긴 메모가 촉발한 것이다. 즉 ‘강압수사’ 의혹은 야당이 김건희 특검을 흔들려는 정치 기획의 과정에서 불거진 이슈가 아니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겨냥해 ‘특검 흔들기’를 중단하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힘은 양평 공무원 사망사건 관련 특검의 강압수사 의혹을 오늘도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에 끌어들여 특검 수사를 흔들고 자신들의 죄를 피하려는 꼼수"라며 "고인과 유가족 대한 최소한 인간적 예의를 먼저 지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존엄한 한 사람의 죽음 앞에 경건한 예의와 애도를 표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다. 국민의힘은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를 먼저 지키길 바란다"며 "국민의힘은 특검 흔들기를 멈추고 수사에 협조하라"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의 주장은 원론적으로는 타당하다. 망자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은 인간적인 패륜이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한 것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망자인 정 모씨가 남긴 메모이다. 이 메모에서 망자는 절절하게 강압과 회유에 대해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박 수석대변인은 이 메모의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문대림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고인의 죽음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사안임에도 국민의힘은 특검 무력화의 근거로 삼으려 하고 있다"며 "특검은 법률에 따라 임명된 독립기구이며, 그 판단과 수사는 오직 법과 증거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그 어떤 정치세력도 이 진실규명의 절차를 흔들 권한은 없다"고 주장했다.

문 대변인이 강조한 ‘진상규명’은 정모 씨의 사망사건과는 무관하다. 김건희 특검이 조사중인 사건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의미한다. 김건희 특검의 강압수사가 정모 씨의 사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상식적인 개연성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김건희 특검 설치 목적을 강조하는 발언을 한 셈이다. 정모 씨의 메모에 나온 강압수사 의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상식적인 접근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문 대변인은 또 "고통스러운 비극 앞에서 필요한 것은 정치가 아니라 인간적인 애도와 성찰"이라며 "고인을 특검 비난의 소재로 삼고, 그 죽음을 정치적 논리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명백한 고인에 대한 모독이다. 국민의힘은 즉각 고인을 정치 공방의 소재로 삼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고 국민의힘 측을 비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김건희 특검의 강압수사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 등을 주장하는 것은 숨진 정 모씨가 메모에서 제기한 강압수사 의혹 때문이다. 즉 국민의힘의 특검 도입 요구가 정치적 공격에 불과하다는 민주당 측의 전제 자체가 사실과 다르다.

정모 씨측 변호사, “강압수사 진상규명은 특검 말고 제 3자인 검찰이나 경찰에게 맡겨야”

더욱이 사망한 정모 씨 유족들은 경찰이 유서를 보여주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검을 원치않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부검을 강행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모 씨를 대리했던 박경호 변호사는 11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경찰이 (유서를) 가지고 있다는데 공개를 안 한다고 한다”며 “유족도 못 봤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유족들은 부검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유족) 부탁으로 경찰에 전화했는데, 안 받으시더라”고 주장했다.

또 “강압수사는 없었다”는 특검 측 입장 표명(10일)에 대해 “본인(특검) 스스로가 (강압·회유 등을) 안 했다고 해서 안 한 건 아니지 않느냐”면서 “제3자인 검찰이나 경찰에게 맡겨서 (진상 파악을) 진행하도록 하는 게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김건희 특검은 지난 10일 공식 입장을 통해 "고인이 된 A씨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조사 과정에서 강압적인 분위기도, 회유할 필요도 없었다"고 밝혔다. 특검이 강압수사가 없었다고 반박했지만, 강압수사 여부는 특검이 아닌 제3자가 조사할 사안이라는 게 박 변호사의 지적이다.

국민의힘, “극단적 선택한 공무원이 특검의 강압과 회유 있었다는 진술서 남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사를 받은 공무원이 특검의 강압과 회유가 있었다는 진술서를 남겼다.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여기에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인가"라면서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자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인이 된 정모 씨가 호소한 ‘특검의 강압수사 의혹’을 정치 공세로 규정한 박 수석대변인의 논리적 부적절성을 지적한 것이다.

기자회견에 동석했던 송원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고인의 억울함을 풀도록 특검의 반인권적 폭력수사 의혹을 수사해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의 강압수사 의혹을 수사해 진실을 규명하는 게 망자를 위한 길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김건희 특검’ 힘실어주기 VS. 국민의힘, ‘강압수사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

따라서 김건희 특검의 조사를 받은 뒤 사망한 정모 씨에 대한 인간적 예의를 지키는 방법을 둘러싸고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정모 씨가 메모에 적은 ‘김건희 특검의 강압과 회유와 같은 강압수사 의혹’을 규명하는 대신에 김건희 특검이 아무런 조사도 받지 않고 당초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모 씨에 대한 특검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정모 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악용하는 나쁜 행위라는 것이다. 민주당 논리에 따르면, 정모 씨가 메모에서 제기한 강압수사 의혹은 10일 특검측 입장문처럼 ‘사실무근’이라고 단정하는 게 정모 씨를 인간적으로 애도하는 길이 된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경건한 애도’를 강조하면서 정모 씨가 호소한 ‘강압수사 의혹’을 정치공세라고 맹비난했다. 고인이 폭로한 의혹을 묵살하는 게 경건한 애도라는 게 박 수석대변인의 논법인 것처럼 보인다.

반면에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모 씨가 메모에 남긴 특검의 강압수사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그 진실을 규명하는 게 정모 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올바른 방법이고 또 다른 피해를 예방하는 조치가 된다는 입장이다.

상식있는 다수의 국민이라면 여야 중 어느 쪽 주장이 숨진 정모 씨에 대한 ‘경건한 애도’의 방법인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양준서 202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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