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가면 쓴 하이브리드戰
“신은 모든 것을 지키신다(Deus Conservat Omnia).” 이 문구는 러시아 제정시대 유명한 귀족 쉐레메체프 가문의 문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라틴어로 된 이 문구를 언급한 이유는 여기서 동사로 쓰인 ‘지키고 보존한다’는 의미의 ‘콘세르바트’라는 단어 때문이다.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보수주의(conservatism)’의 어근이 되는 동사다.
요즘엔 이 ‘보수’라는 말이 ‘진보(progressive)’라는 말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구적이라는 생각에 밀려 우파 혹은 좌파라는 표현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그럴까. 보수는 무조건 과거의 것을 옹호하고 유지한다는 의미일까. 그건 너무 협소하고 부정적인 해석이다. 보수 혹은 보수주의는 인류가 유지해야만 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와 원칙을 지키려는 의지라고 봐야 현대적 해석일 것이다. 예를 들어, 가족이나 사랑, 친구와 우정, 신뢰와 믿음, 예의와 존중 등이 그런 가치라고 본다. 이것이 무너지면 인류는 생존 자체를 위협당한다.
최근 20여 년간 세계를 휩쓴 광풍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나 ‘깨어 있는 시민주의(wokism)’의 가면을 쓴 네오 막시즘, 신(新)마르크스주의로 인해 세계의 기본과 상식이 얼마나 무너져 왔는지를 보면, 오히려 보수주의의 중요성이 역설적으로 강조되는 게 새 트렌드다. 그 예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이후 트럼피즘으로 명칭되는 정책들이다.
2024년12월3일 6시간의 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후 계엄 선포의 이유에 대한 담화에서 언급해 세간의 화제가 됐던 것이 하이브리드전 개념이다. MBC 같은 매체에서는 이를 두고 ‘망상’이고 ‘거짓말’이라고까지 하며 극도의 악평과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어떻게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그 지위에서 보고받은 최고 수준의 극비 정보들을 토대로 판단한 하이브리드전의 이해에 대해 일개 매체가 망상이니 거짓말이니 하는 극언을 할 수 있을까.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하이브리드전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 이해가 된다.
하이브리드전은 21세기에 초고속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통상적인 전쟁과 더불어 미디어를 통한 가짜 뉴스 유포, 해킹을 통한 사이버 교란 작전(사이버 전쟁) 등도 전쟁 작전의 하나로 포함해 생각하는 개념이다. 기존의 ‘제4세대 전쟁’이나 ‘복합전쟁’ 이론보다 발전된 전쟁이다.
기존의 정규전과 비정규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기존 전쟁 방식과는 다른 복합적인 전쟁 양상을 통칭하는 게 하이브리드전이다. 군사력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사이버 공격, 정보전 등 다양한 수단을 혼용해 전쟁을 수행해서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이 생겼다. 따라서 재래식 무기 사용뿐 아니라 테러, 범죄, 사이버 공격, 정보전, 심리전 등 다양한 수단이 동시에 사용된다.
하이브리드전의 특징은 대규모적이고 상시적인 사이버전과 정보전 그리고 심리전이다. 특히 과거 군인·경찰이 사용하던 무전기가 모든 사람의 손에 들어가게 된 것이나 다름없는 모바일 스마트폰의 보급 확산은 하이브리드전이 광범위하게 전개되는 배경이 되었다. 군인과 민간인이 따로 없는 전쟁인 셈이다. 우리가 농담처럼 말하는 ‘키보드 워리어(keyboard warrior)’가 바로 이 사이버전의 전사들이다.
적은 전쟁을 하는데, 상대측은 이를 전쟁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가스라이팅하는 것이 심리전이다. 좌파가 지속적으로 편가르기를 하는 이유가 뭘까. 내 편의 전사들을 만들기 위해서다. 적을 ‘갈라치기’ 하는 전법이다. 세대 갈등, 가족 갈등, 노사 갈등 심지어 젠더 갈등까지…. 그들은 전쟁을 수행하는 중이다.
그들이 친북·친중하는 이유는 지원군의 백업을 받기 위함이다. 하이브리드전은 국경없는 국제 전쟁이다. 그래서 한미동맹, 한·중·일 3축 시스템을 공략하기 위해 끊임없는 죽창가로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대일 관계를 파괴하려 한다.
가장 첨예한 전장이 선거다. 행정권을 장악하기 위한 대선과 입법권을 장악하기 위한 총선, 그리고 ○○○연구회 등을 통해 사법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이지 않는가.
지금 사전선거가 왜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일까. 해킹은 사이버전의 최고 기술이다. 전쟁·하이브리드전이 망상이고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 그것이 정보전이고 심리전이다. 미디어를 장악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당하면서도 자기가 당하는 줄 모르고 즐기게 하는 것이 하이브리드전이다.
이제 남은 것은 “데우스 콘세르바트 옴니아”를 외치는 것뿐이 아니어야 한다. 지금 선거는 하이브리드전의 민낯을 숨긴 가면임을 알아야 한다.

맹세희 디지털뉴스부 부장 20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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