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미궁 빠진 '계엄 진실' 찾기①

서석천 2025. 2. 14. 03:05

급증하는 '탄핵 반대' 여론에 답하는 첫 걸음은 헌재의 '추가 변론 기일 지정'

헌재 탄핵심판 변론기일 13일 8차로 끝나
증인 진술 엇갈리고 달라지는 점, 추가 변론 반드시 필요
속도전에 급급하면 탄핵 결과 나와도 수긍 못해
재판관 임기 급급 말고 변론 충분히 들어야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는 오는 11일과 13일 7·8차 변론기일을 열고 12·3 비상계엄 사태와 부정선거 의혹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다.

    8차 변론을 마지막으로 사전에 지정한 변론 일정을 모두 소화하는 가운데 헌재는 추가 기일 지정 여부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아 '졸속 탄핵'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선 변론기일에서 핵심 증인들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는데다 추가 증인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현직 대통령의 방어권 침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선 4월 18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헌재가 그 전에 결론을 내릴려고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두 재판관 모두 좌파 성향의 학술단체 출신인데다 대통령 임명 몫이어서 탄핵 기각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재판관 임기에 급급하지 말고 진실을 명확히 가려낸 뒤 심리 결과를 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탄핵심판 변론기일 13일로 끝나…추가 기일 지정 않는 헌재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오는 11일 오전 10시부터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을 열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과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이 전 장관과 신 실장은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이 모두 증인으로 신청해 채택됐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전후로 열린 국무회의 과정, 윤 대통령이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장관을 지낸 신 실장에 대해선 계엄을 사전에 인지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백 전 차장과 김 사무총장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신문이 이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 측은 선관위 보안점검에 참여한 백 전 차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윤 대통령과 친구 사이인 김 사무총장은 국회 현안질의에 나와 부정선거 의혹을 일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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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8차 변론기일에는 조태용 국정원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조지호 경찰청장,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열린다.
     
    조태용 국정원장에 대해선 정치인 체포조 관련 질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지난 5차 변론기일에서 조 원장에게 정치인 체포조 관련 보고를 했는데 묵살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김 전 청장과 조 청장에 대해선 계엄 당시 경찰 인력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한 것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체포조 운영에 대한 질문도 예상된다.   
     
    헌재는 직권으로 조 경비단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조 단장은 계엄 당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이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 등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사령관이 헌재에서 진술을 거부하자 조 단장을 통해 국회 병력 투입 경위 등을 파악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8차 변론을 마지막으로 헌재가 사전에 지정한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일정이 마무리된다. 헌재는 추가 기일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7·8차 변론 과정에서 재판부가 직접 추가 기일 지정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가 7·8차 변론까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증인 15명에 대한 심리를 마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기일 지정 없이 변론 절차를 종결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을 대부분 기각하면서 한덕수 국무총리·이경민 국군방첩사령관 직무대리에 대해선 채택을 보류했는데 이들을 증인으로 부를 수도 있다.
     
    증인 4명에 대한 신문이 진행되는 7차·8차 변론기일에 이들을 부르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 재판부가 추가 기일을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변론 절차가 마무리되면 헌재는 재판관 평의를 거쳐 최종 선고를 내린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경우 변론 절차 이후 2주 내에 선고가 이뤄졌다. 이에 헌재가 추가 기일을 지정하더라도 3월 중엔 최종 선고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 ◆하루 4명씩 무더기 증인 신문…초시계도 등장

    다만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무더기 증인 신문을 강행하며 '졸속 심리'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 증인 채택 요구도 대부분 묵살하는 등 법으로 보장된 180일 심리 기간 동안 사건을 보다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헌재는 지난달 23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시작으로 비상계엄에 관여한 군 지휘관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하거나 이른바 '정치인 체포 명단' 등을 작성한 핵심 증인들이다.

    그런데도 헌재는 하루 3명씩 불러 증인 한 명당 신문 시간을 90분으로 제한했다. 양측에 각각 30분씩 신문하고 추가 신문 시간 15분씩을 주는 방식이다. 심지어 심판정에는 초시계까지 등장했다.

    재판장인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심판정 내에 설치된 빨간색 초시계로, 신문 도중 변동 사항이 있으면 "초시계를 멈춰 달라", "다시 진행해 달라"며 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도록 하고 있다. 지난 4일 홍 전 차장에 대한 신문을 마치기 직전 윤 대통령 측이 "3분만 시간을 더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진실 공방이 오가고 진술이 이전과 달라져 더 질문할 필요가 있는데도 시간 제약 때문에 제대로 사실 확인을 못 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주 2회 변론 기일을 진행하고 하루에 3명의 증인 신문을 하는 것 역시 정상적인 준비를 불가능하게 한다"며 "증인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분석하고 반대신문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증인 1명에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총 17번의 변론기일을 진행하며 증인 25명이 출석한 바 있다.

    게다가 헌재는 11·13일엔 증인을 더 늘려 하루에 4명씩 부른다. 법조계 한 인사는 "한 명 한 명이 핵심 증인이어서 하루 종일 신문해도 부족할 텐데 한꺼번에 다 몰아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날까지 채택된 증인은 총 15명.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한 총리와 이경민 방첩사령부 참모장 등은 채택이 보류됐다. 나머지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최상목 권한대행,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등 20여 명은 모두 기각됐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때도 증인 25명이 채택됐지만 하루 4명씩 부른 적은 거의 없었다. 두 차례 4명이 출석했는데, 이들은 주요 증인이 아니었다. 핵심 증인인 최서원(최순실)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약 6시간 30분씩 신문을 받았다.

    한 헌법학자는 "형사재판이었다면 한 명당 최소 4~5차례 종일 신문을 받았을 핵심 증인들"이라며 "신속성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시간에 쫓겨 부실하게 심리하면 결국 정당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법' 문형배·이미선 임기 끝나기전 심리하려는 헌재

    이는 오는 4월 18일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헌재가 그 전에 결론을 내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모두 대통령의 임명 몫이기 때문에 공석이 되면 최상목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럴 경우 현재 8인 체제의 헌재는 6인 체제가 된다. 1명이라도 파면에 반대하면 기각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헌재가 '빠른 심리'로 이미 가닥을 잡았다는 게 중론이다.

    헌재가 앞서 여러 논란에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인 '내란죄 제외'를 국회 측 탄핵소추 변호인단에 조언한 것도 이런 변수들을 줄여 빠른 심리가 가능하도록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헌재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서두르는 배경과도 맥을 같이 한다. 헌재가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린 뒤 마 후보자가 헌재에 합류하게 되면, 헌재는 9인 체제의 완전체가 된다.

    그럴 경우 헌법재판관 4명이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채워지고 진보 성향 재판관이 6명이나 존재하는 만큼 탄핵 인용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내란죄 여부를 따지기 위해 적지 않은 심리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제외하면서 재판관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면서 "다만 법관은 개인적 양심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해야 하기 때문에 '섣부른 '예단'을 하지 말고 첫단추부터 다시 시작해 우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송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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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8일 '尹 탄핵심판' 변론 기일 추가 지정 … "조사되지 않은 증거 검토"

 
헌재 "양측에 2시간씩 주장·증거 정리 기회 제공
"추가 증인 채택 여부 14일 평의서 결정 … 종료 시기도 미지수
尹측 "증인 신청 결과 미리 정해둔 것 아니냐" 이의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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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오는 18일에 9차 추가 변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13일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 말미에 "2월 18일에 지금까지 채택됐지만 조사되지 않은 증거를 검토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이후 추가 변론 기일을 지정할지 또는 변론을 종결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문 대행은 "18일 변론에서 청구인 측과 피청구인 측에 각각 2시간씩 현재까지의 주장과 서면증거 요지 등을 정리해 발표할 시간을 주겠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평의를 거쳐 윤 대통령 측이 재차 신청한 한덕수 국무총리,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 측은 "저희가 신청한 증인 채택 여부를 내일 평의를 거쳐 결정한다고 하면서도 오는 9차 변론 때 증거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며 "이미 증인 신청 결과에 대한 방향성을 정해둔 것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문 권한대행은 "탄핵심판 진행 대본은 제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 TF에서 만든 것"이라며 "재판관 8명 모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탄핵심판에서 증거 조사가 마무리되면 소추위원은 탄핵소추에 대한 최종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에게도 최종 의견을 밝힐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에 따라 증거 조사가 당일 완료되면 최종 의견 진술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변론이 종결되고 선고만 남게 된다.
     
    다만 재판관 평의에서 추가 증인 채택이 결정될 경우 변론기일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변론이 오전 10시에 시작돼 저녁 늦게까지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오후 2시에 시작하는 9차 변론기일에 증인을 추가 소환할 경우 신문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변론 절차가 종료될 경우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 여부는 이르면 3월 초에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변론 종결 후 1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14일 만에 선고가 내려진 바 있다.
박서아 기자 20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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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빠진 '계엄 진실' 찾기③

'기각·불허' 남발 헌재, 기일 추가에도 '졸속 논란' 여전 … "헌재가 탄핵 심판 받을 판"

 
'홍장원 메모' 관련 尹 직접 신문 요청 …
헌재 '불허'한덕수 증인·투표인명부 검증도 '기각'…
尹측 "중대 결심" 경고檢 '내란죄' 증인 520명 …
朴 탄핵도 증인 25명·신문 6시간증인 진술 엇갈리는데…
尹 탄핵 심판 '증인 17명·신문 90분'헌재, 변론 기일 두 차례만 추가 지정 …
尹측 "결과 정해뒀나"법조계 "국민주권 뒤집는 탄핵 심판, 검증 신뢰성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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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 핵심 쟁점은 국회의원 체포 지시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여부였다. 내란죄의 핵심 요소인 '국헌문란' 행위가 있는지를 따져보기 위해서다.

    앞선 변론 기일에서 핵심 증인들의 진술 번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탄핵소추의 핵심 증거였던 '홍장원 메모'까지 신빙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헌재는 이에 대한 검토 과정에서 "기각·불허"를 반복하며 이미 결론을 정해둔 채 '2월 말~3월 초' 선고를 목표로 서두르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 지난 13일 8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을 신문하겠다는 요청이 공정성 우려를 이유로 불허됐다. 앞서 헌재는 한덕수 국무총리 증인 신청을 한 차례 기각했고 투표인명부 검증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14일에는 평의를 거친 후 강의구 대통령비서실 1부속실장, 박경선 전 서울동부구치소장, 신용해 법무부 교정본부장에 대한 윤 대통령 측 증인 신청을 기각했다.
     
    특히 내란죄 형사 재판에서 검찰은 500명이 넘는 증인을 신청할 것이라 밝혔지만 헌재는 단 17명만 신문한 채 결론을 내리려는 모습에 '졸속 심판' 논란이 더욱 증폭됐다.
     
    헌재는 오는 18일과 20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두 차례 추가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이후 추가 변론 기일을 지정할지 변론을 종결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추가 증인을 소환해도 신문 시간이 부족해 결국 헌재가 형식적 절차만 거친 뒤 빠르게 변론을 종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은 8차 변론 말미에 "증인 채택 여부를 14일 평의를 거쳐 결정한다고 하면서도 추후 변론에서 증거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며 "이미 증인 신청 결과에 대한 방향성을 정해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변론에 앞서서는 "법률을 위반한 탄핵 심판이 계속될 경우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기본적인 신문조차 축소된 일정 안에서 진행되고 있어 탄핵 검증의 신뢰성에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충분한 증거 검토 없이 변론을 마무리한다면 탄핵심판의 신뢰성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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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 한덕수·투표인명부 '기각' 이어 尹 직접 신문 요청도 '불허'
     
    헌재의 8차 변론 핵심 쟁점은 체포 지시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였다. 그러나 헌재는 이를 충분히 검토할 증인 신문을 축소하거나 불허하면서 "결론을 정해두고 절차만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3일 8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 측은 조 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작성한 체포조 메모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른바 체포조 메모를 작성한 홍 전 차장 진술이 허위 사실이라는 데 동의하냐"고 물었고 조 원장은 "모르는 팩트가 섞여 있어 동의 여부를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때 윤 대통령은 모니터에 나온 홍 전 차장의 메모를 지켜보다 대리인인 이동찬 변호사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이후 이 변호사는 "이 부분은 피청구인 본인이 잘 안다"며 윤 대통령이 직접 신문해도 되겠느냐고 요청했다.
     
    그러나 문 권한대행은 "적어서 대리인에게 전달하라"고 불허했다. 
     
    윤 대통령 측은 "적어서 질문할 문제가 아닌데 규정상 본인이 직접 물을 수 없게 돼 있나"고 물었고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도 "규정 근거가 무엇인가"라며 반발했다.
     
    문 권한대행은 "불공정 재판이 될 우려가 있다"며 "피청구인 지위가 국정 최고책임자이기에 증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앞서 헌재는 한덕수 국무총리 증인 신청을 한 차례 기각했고 투표인명부 검증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14일 평의를 거친 후에는 강의구, 박경선, 신용해 증인 신청 역시 기각했다.
     
    윤 대통령 측은 법률을 위반한 탄핵 심판이 계속될 경우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13일 윤 대통령 측 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는 변론 시작에 앞서 재판관들을 향해 "한 총리는 국정 2인자로서 계엄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당시 상황, 국정 마비, 예산 삭감, 방탄 입법, 줄탄핵 등 비상계엄의 원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한 총리 증인 신청은 각종 의혹을 해소할 효과적인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이유 없이 기각됐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또 투표인명부 검증 신청을 기각한 데 대해서도 "투표인명부와 실제 투표자 수 간 일치 여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검증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에도 이유가 없다며 기각됐다"고 밝혔다.
     
    한 헌법학자는 "대통령은 민주적 정당성이 매우 크고 탄핵은 국민 주권의 결과를 뒤집는 결정"이라면서 "단심제로 진행되는 탄핵 심판의 특성상 헌재는 더욱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충분한 심리를 거쳐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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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탄핵심판 증인 17명 불과 … 朴 탄핵 때는 6시간 신문도
     
    핵심 증인들의 진술 번복으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헌재가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2월 말~3월 초' 선고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는 의혹이 증인 신문 과정에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헌재는 8차 변론을 포함해 지난 5차례 변론 동안 윤 대통령과 국회 측이 신청한 15명 가운데 혈액암으로 출석이 어려운 조지호 경찰청장을 제외한 14명만 증인으로 채택해 심리를 진행했다. 14일 추가된 증인을 포함해도 17명에 그친다.
     
    반면 내란죄를 수사하는 검찰은 500명이 넘는 가능한 한 많은 증인을 불러 엄밀하게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취지를 전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6일 열린 조 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공판 준비 기일에서 "부동의를 전제로 현재까지 파악된 증인만 520명"이라며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조직범죄 성격이 강해 전체 기록과 증거를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의 축소된 증인 신문 시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헌재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홍 전 차장 등 '정치인 체포' 관련 핵심 증인들을 신문하면서도 신문 시간을 한 명당 90분으로 제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최서원(최순실) 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 핵심 증인들은 최소 6시간 이상 신문을 받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형사재판이었다면 핵심 증인 한 명당 최소 서너 번은 종일 신문을 받았을 것"이라며 "신속성이 아무리 중요해도 이렇게까지 서두르는 이유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도 증인 25명 정도가 채택됐지만 하루 4명을 신문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기본적인 신문조차 축소된 일정 안에서 진행되고 있어 탄핵 검증의 신뢰성에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반대신문권 보장 부족, 충분한 변론 기일 추가 필요"
     
    헌재 오는 18일과 20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두 차례 추가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추가 변론 기일을 더 지정할지 변론을 종결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13일 8차 변론 말미에 "추가 변론 기일에서 지금까지 채택됐지만 조사되지 않은 증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추가 증인 신문이 얼마나 이루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증인 채택 여부를 평의를 거쳐 결정한다고 하면서도 차후 변론 기일에서 증거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며 "이미 증인 신청 결과에 대한 방향성을 정해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추가 증인 신문 없이 변론을 종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이 요구한 증인 신문을 진행하려면 10차 한 차례의 신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증인들이 검찰 심문 조서에 기재된 내용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헌재가 시간을 정해놓고 반대신문 사항도 미리 제출하게 하는 등 윤 대통령 측의 반대신문권 행사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정말 '정치인 체포' '의원 끌어내라' 등의 지시를 했는지 증언과 증거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충분한 추가 증인 신문 없이 변론을 종결한다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탄핵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헌재가 증인 신문을 충분히 진행하지 않은 채 탄핵심판을 서둘러 마무리할 경우 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박서아 기자 2025-02-16 0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