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여행

순천 조계산

서석천 2009. 3. 7. 21:55

 

 

 어제 순천에 있는 친구로부터 조계산엔 눈이많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밤에 내린 봄눈의 유혹에 넘어가 새벽잠을 설치고
산정을 향합니다. 누라와난  (5:30) 에 집을나서 고속버스편으로 순천으로 향한다. (07:00) 에 부산에서 출발하여 (09:30) 에
순천대학 앞에서 하차하여 111번 시내버스로 승주I/C를 지나 선암사로 가는도중 좌측 차창밖으로 보이는 조계산은 하얀꼬깔을
쓰고 우릴 반긴다. 설레는 가슴으로 접치재 정류장에 도착하니 (10:08) 이다,
접치재 네거리에서 직진하면 아래로는 호남고속도로가 지나고 고속도로 위로 다리를 건너면 조계산 등로가 좌측으로 열리고....
우측은 선암사로 가는27번지방도고 좌측은 신두길이다, 다리를 건너 3분후 들머리에 도착한다.
시작부터 오름길엔 눈이녹아 약간은 질펄거리고 미끄러운 등로를 조금오르면 송전탑이 서 있는 좌우등로엔 온통雪國이다.
등로좌우엔 조릿대가 솜사탕 같은 봄눈을 덮어쓰고 고개숙여 인사하고... 이제부턴 등로가 눈으로 다져저 질퍼거리지도
미끄럽지도 않아 포근하고 청명한 날씨에 쩌벅저벅 눈길밟는 기분이 상쾌하다.
봄과 겨울의 중간에 목화솜같이 투명한 눈그림자와 햇살에 기지게 펴는 숲속의 봄기운이 조화를 부리는지...불어오는
바람의 느낌이 달라져 보이는것인지.....

산자락에 거니는순간 만큼은 덧없은 행복이란걸 산정에 오르지않은 이들은... 어찌 이 기쁨을 알까만...
고도를 높여갈수록 눈의양은 많아지고... 하얀눈의 유혹... 햇살에 흘러내리는 눈꽃 때문에 봄햇살이 원망스럽습니다.
산정에 잔설 걷히는 날 봄은 돌아오고 넓디넓은 평원에 초원의 빛이 감돌때는 또 한계절이 성큼 다가서겠지...

(11:24) 에 좌로는 조계산정상 장군봉이 지척이고 우로는 연산봉이 보이는 안부능선에 도착한다. 여기서 장군봉까지는 800m
거리로 30분이면 다녀올수 있는거리지만 누라와난 장군봉엔 선암사쪽에서 선암사골-선암굴목치-장군봉으로...
선암사-소장군봉-장군봉으로... 장군봉엔 여러번 다녀왔기에... 삼거리에서 장군봉과 배바위만 조망하고 우측 연산봉 쪽으로
돌아선다. 3분여 걸어면 전봇대같은 기둥에 스피커가 달린 넓직한 둔덕에 닿는다. 기둥위에는 스피커를 메달아 산불예방 방
송을 하고 스피커아래에는 순천시에서 새집을 만들어 달아놓았으나... 스피커소음에 새들의 편안한 보금자리가 될수 있을지....
둔덕에서 바라보면 왼쪽이 장군봉이고 오른쪽은 연산봉이다. 우린 직진하여 연산봉쪽으로 향한다.

(11:44) 에 장박골 삼거리에 도착, 이정목에는 ←송광사4.2km 연산사거리1.2km ↓작은굴목이재.선암사4.5km 장군봉1.8km→
표기하고, (12:04) 에는 등산길 안내판을 만나고 이어 연산봉사거리에 닿는다. 장군봉에서 3.0km지점이며 송광사3.0km 송광굴목재1.4km남음
을알려주고... 이어 걷기좋은 눈길을 10여분이면, 12:13에 연산봉(851m)에 도착, 정상이 곧 헬기장이다. 조망은 장쾌하다. 묵직한 어깨를 편 장군봉이 훤히 올려다 뵈고 아래로는 배꼽마냥 툭 튀어나온 배바위가 보이고... 잡목사이로 두 개의 커다란 담수호도 보인다. 승주읍과
상사면에 걸쳐진 '상사호'는 순천.여수.광양, 등 전남동부권에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 하고... 특히 맞은편 주암
본댐의 물을 상사호 조절댐으로 보내는데, 용수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조계산을 가로질러 도수터널 11.5㎞를뚫었다 한다.
눈쌓인 연산봉 헬기장 한켠엔 송광사3.5km 천자암2.7km 장군봉3.4km라 적혀있는 이정목에서 하산은 헬기장 반대편인 남서쪽으로
내려선다. 여기도 아직눈이남아 사람이 많이 다닌 등로에만 흙이보이고 봄속의겨울이다, 하얀눈길을 40여분 기분좋게 걸으면,

(12:50) 에 송광굴목재에 도착하고. 송광굴목재는 높다란 고갯마루에 불과하다. 까만 대리석엔 조계산(송광사) 굴목재
해발720m 라 새긴 표지석을 순천강남산악회에서 2002년1월1일세운것으로... 이정목에는 정상인 장군봉4.4km 송광사2.5km
 

직진하면 천연기념물 쌍향수가 있는 천자암 1.7㎞, 왼쪽으로 4㎞ 지점에 선암사가 있다는 팻말이 서있다.
이후 쭉쭉 뻗은 눈쌓인 편백숲을 지나면 길은 거의 평탄하고 산님들이 다닌등로엔 흙은 눈이녹아  부엽토로 검어티티한
색갈이다. 장애물이라고는 작은 돌멩이 하나도 보기 힘들 정도이고. 숲은 3-4m정도밖에 안되는 굴참나무 숲이라 여름엔 조망을 즐기기가 어려울 것 같은 등로를 지나면서...
(13:09) 에 천자암0.8km 배도사 대피소0.8km 굴목이재0.9km 이정목 만나고...
13:21 에 송광굴목이재 에서 1.5km온 지점에서 천자암은 0.1km남음을 알려주고 이어서 좌측 이읍에서 올라오는 삼거리에
도착하면 눈앞에 천자암이 보인다. 천자암도 하얀 목화솜 이불덮고 겨울잠에빠져 고요하다.

1979년 12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조계산은 동서로 천년 고찰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어안아, 그 향기부터가 경건하다.
'송광산'이라 불리던 이름이 바뀐 것도 불교의 영향 때문. 옛날에는 서쪽 봉우리를 송광산, 동쪽의 장군봉을 청량산이라고
불렀는데, 송광사를 조계종의 중흥 도장으로 삼으면서 '조계산'으로 바뀐 것이라고 한다.
송광사가 한국불교 최대 종파인 조계종의 대표적 총림이라면, 선암사는 두번째 종파인 태고종의 유일한 총림. 품고 있는
절집의 유명세가 산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불교에서는 세가지의 귀하고 값진 보배'로 부처님(佛)·가르침(法)·승가(僧) 세 가지를 꼽는다. 그래서 '삼보(三寶)'라고
하는데, 양산 통도사·합천 해인사 그리고 이곳 송광사를 [삼보사찰]이라한다. 통도사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기
때문에 불보사찰(佛寶寺刹), 해인사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 경판이 모셔져 있기 때문에 법보사찰(法寶寺刹),
송광사는 한국 불교의 승맥을 잇고 있기 때문에 승보사찰(僧寶寺刹)로 불린다. 고려 때 보조국사가 정혜결사를 통해 당시
타락한 고려 불교를 바로잡아 불교의 새로운 전통을 확립했는데, 그 근본도량이 바로 송광사였다. 그밖에도 지눌의
뒤를 이어 송광사에서만 모두 16명의 국사(國師)가 배출됐을 정도다. 송광사에 딸린 천자암의 뒤뜰에는 천연기념물 88호로 지정된 곱향나무가 있는데, 이번 산행길에서 나를 가장 설레이게 하고 감동을 안겨준 곳이 바로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 였다...
너를 만나려 새벽잠 설치고 달려온 끝에 만난 쌍향수!!! 그야말로 우리에게 경외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나무였다...
곱향나무로 불리는 송광사 천자암의 명물 쌍향수는 조계산 8부능선쯤 천자암 뒤뜰에 있다. 두 그루 향나무가 같은 모습을 하고있어 쌍향수란 이름이 붙었는데, 나무 전체가 엿가락처럼 꼬였고 가지가 모두 땅을 향하고 있다.
보조국사 지눌과 당나라 담당왕자가 송광사 천자암에 이르러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았더니 가지가 나고 잎이 돋았다고 한다.
높이12.5m, 수령800년으로 천연기념물 88호로 지정된 쌍향수는 비비꼬아 용트림하다 승천하는 용의 형상을 하고있다.

족히 천년은 넘어 보이는 곱향나무는 일반 향나무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와 같은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 드물게
자생하는 나무라고 한다. 천자암 주변에 자생한 것 같지 않으면서 천년에 가까운 세월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우리나라에
보호되고 있는 천연기념물(나무)중 가장 기이하고 빼어나게 아름다운 자태를 뽑내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나무다.
보는 순간 단번에 압도되는 우람한 근육질을 물씬 풍기는자태를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고운 무늬 그리고 휘감고 뒤틀린
신비함... 담당국사는 왕자의 신분으로 보조국사의 제자가 되었는데, 나무의 모습이 한 나무가 다른 나무에 절을 하고 있는

듯하여 예의바른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나타내는 모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한손으로 밀거나 여러 사람이 밀거나
한결같이 움직이며, 나무에 손을 대면 극락(極樂)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믿거나 말거나)  쌍향수를 처음 본 흥분과 경이로운 감정이 아직 그대로 간직된 것처럼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한참을 넋을놓고 쌍향수에 취했다가 쌍향수나무 아래 약수 한바가지로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하고 송광사로 발길을 옮긴다,
천자암을 나서니 바로 아래에 불자님들이 달아놓은 등만 보고 돌계단 아래로 내려간다, 조금내려가다 보니 넓은 주차장이
보이고...??? 어~ ~ 이길은 이읍으로 내려가는 길 입니다 누라와난 천자암 앞에있는 종각까지 다시올라갑니다.
누라는 쌍향수에서 깨어나라고 야단입니다.ㅎㅎㅎ   
눈덮힌 굴참나무 숲길을 40여분 내려오니 송광사 운구재에(14:21)도착하니 천자암에서 1.8km 온지점이며 송광사는0.8km
남았음을 알려줍니다, 하늘을 뚫을듯이 쭉쭉 뻗은 편백숲을 지나(14:48)수석정교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천자암에서 3.4km내려온 지점이며(14:53)에 줄참나무 군락지를 지나 송광사에(15:27) 도착합니다,

이 절터는 신라시대의 혜린대사가 길상사라는 조그만 암자를 지었던 곳이고. 1204년에 보조국사가 그 자리에 절을 크게
일으켜 세웠으나 6.25전쟁까지 여러 차례 전란을 겪는 동안 옛 절간은 거의 다 불타 없어졌고.
이 절은 국보 3점, 보물 12점을 보존하고 있어 오랜 역사와 빛나는 전통을 자랑하며...
남아 있는 기록에 의하면 송광사는 신라말 혜린선사에 의해 세워졌어나. 창건 당시 이름은 송광산 길상사로 처음엔 그리 크지
않았는데 보조국사 지눌의 정혜결사가 이곳으로 옮겨지면서부터 사세가 확장되어 정유재란과 한국전쟁
등 여러 재난을 피해갈 순 없었어나 지속적인 중창불사로 지금의 위용을 갖췄고.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곳 중
하나며, 외국 승려가 수도하는 국제 선원이기도 하다.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조계종과 태고종의 중심 사찰이 들어선 것도
특이할 만한 일이며...

송광사는 800년을 함께 살아온 두 그루의 곱향나무 [쌍향수]와 쌀 7가마로 지은 4000명 분량의 밥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다는 [비사리 구시]와 어느 순서로든 포개지는 신기한 그릇[능견난사(能見難思)]등 세가지 명물로 유명하다. 이 중
쌍향수는 천자암에서 보고 오는길이고...
능견난사는 절의 음식을 담아 내는 일종의 그릇(사리)인데 크기와 형태가 일정한 수공예품으로 그 정교함이 돋보이지만
송광사 박물관에 보관 되어있어 사진촬영을 금하고 있어 담아오지 못한다.
국사전 한켠에 놓여있는 비사리 구시는 우선 크기가 보는이를 압도한다. 1724년 남원 세전골에
있었던 큰 싸리나무가 쓰러지자 이것을 가공하여 만들었다고 전해지며, 송광사 대준의 밥을 담아 두었던 것으로
쌀 7가마분(4천명분) 의 밥을 담을 수 있다고 한다.
송광사 경내에는 재미 있는곳이 한곳 있다. 바로 요즘처럼 읽으면 '깐뒤'라고 적힌 경내의 해우소. 400년된 화장실로 지방문화재란다.
화장실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아마 세계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 지금생각 해 보니 한번들어갔다 올걸~ ~

속세를 떠나서 산속에 묻힌 오늘 하루는 나도 아주 맑은 존재입니다... 늘 겸손을 배우고 사랑을 베푸는것을 익히고자 
산자락을 헤메는지도 모릅니다.
흰눈덮힌 바위가 햇살에 녹아 내리면 그냥 바위로 돌아 가듯이... 나도 내면에 덮여있는 아집을 걷어내어 해맑은 맘으로
살고자 오늘도 산자락에서 배웁니다... 사랑하는법을 그리고 나누는 방법을...
양지쪽 돌틈사이 봄꽃 피울때 봄눈은 그 생명을 다해 꽃에게 사랑을 베풀고 떠나듯이 우리 삶도 늘 베풀며 떠나는 아름다움
이고 싶습니다. 20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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