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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아침,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용산 참사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경찰특공대 대원들이 불법 농성자 진압을 위해 건물 옥상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농성자들이 경찰 진입을 막기 위해 뿌려놓은 시너에 불이 붙어 경찰특공대 소속 김남훈 경사를 비롯, 농성 중이던 철거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입니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108명의 경찰관이 근무 중 사망했고, 5983명이 公傷(공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우리 경찰들은 사건 현장에서 화염병에 맞아 불타 죽고, 조폭에게 얻어맞아 식물인간이 되고, 과로로 근무 중 순직하고, 도주 차량을 제지하다 들이받혀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음주단속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경찰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이나 선진국에서는 경찰들이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헌신하다 사망하거나 다치면 ‘영웅’으로 떠받들며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립니다. 과연 한국에선 부상하거나 목숨을 잃은 경찰관들이 어떤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용산 참사’를 추모한다면서 시민단체들이 만든 모임의 이름이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입니다. 시민단체들은 “경찰이 강경진압을 해서 죄 없는 농성자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살인진압”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민단체들은 버스와 차량이 질주하는 大路(대로)에 화염병을 투척하고, 골프공을 대형 새총으로 쏘아대며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농성자들을 경찰이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이번달 月刊朝鮮에 실린 ‘순직·公傷 경찰 가족들의 애끓는 절규’ 기사를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대목들이 발견됩니다. 2004년 6월 난동을 부리는 전과 13범의 술 취한 조폭을 검거하던 張龍碩(장용석·39) 경장은 용의자로부터 머리를 기습적으로 얻어맞고 식물인간이 되어 5년째 투병 중입니다. 장용석 전 경장은 2006년 3월 24일자로 직권면직됐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휴가일수를 모두 사용하고 나서 1년이 지난 후에도 직무에 복귀하지 못하면 직권면직 처리된다는 당시 규정 때문입니다. 식물인간된 公傷 경찰을 면직시켜 거리로 내쫓아 면직 결정과 동시에 입원 중이던 보훈병원에서도 쫓겨났습니다. 盧武鉉(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는 2006년 3월 22일, 장용석 경장에 대해 “규정상 면직조치는 불가피하더라도 보훈 보상금이나 보훈병원에서의 무상 의료지원, 자녀 교육비지원, 가족의 취업지원 등 최대한의 지원과 보상을 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했습니다만, 공수표로 끝났습니다. 가족들은 사고 당시 공상위로금으로 90여 만원을 받았을 뿐, 지금은 모 재단에서 매달 지급하는 생활비 50만원과 독지가 세 분이 보내주는 성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경찰들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우범지역에서, 술집에서, 차량이 질주하는 거리에서 순찰을 돌고 치안을 유지해주고 있기에 우리가 밤길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강호순 같은 연쇄살인마도 경찰의 끈질긴 추적과 과학수사가 아니었으면, 피해자들이 얼마나 더 발생했을지 누가 압니까. 이런 사례는 비단 경찰뿐만이 아닙니다.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쯤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벌어진 제2차 연평해전 당시 우리 해군 고속정인 참수리 357호가 당시 金大中(김대중) 정부의 희한한 논리에 의해 교전수칙에 의거한 대응을 못하고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에 퇴거를 명하기 위해 접근하던 중 선제공격을 당해 艇長(정장)인 윤영하 소령과 한상국·조천형·황도현·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戰死(전사)했습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물론이고 이후의 노무현 정부는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하여 전사자들을 위한 추모행사도 열지 않았습니다. 그간 해군 차원에서 쉬쉬하며 진행하던 기념식이 정부 행사로 격상되어 공식 기념식이 열린 것은 제2 연평해전이 벌어진 지 무려 6년 후의 일입니다.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외적의 침략을 몸으로 막다가 장렬히 전사한 6인의 ‘영웅’들을 영원히 잊었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2003년 돌아가신 李秉衡(이병형) 전쟁기념사업회장(예비역 중장)은 6·25 당시 인민군과 중공군을 상대로 혁혁한 전공을 세운 수도사단의 18연대 대대장과 연대장으로 참전한 바 있습니다. 이 장군은 생전에 저와 인터뷰에서 “국가의 명령으로 최일선에 나가 죽거나 다친 사람들을 돌보지 않을 경우, 또 다시 국가적 위기가 닥쳐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 달라’는 요구에 따를 국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책임한 시민단체, 무책임한 정부 우리는 공동체 유지를 위해 ‘공권력’이란 합법적 폭력을 군과 경찰에게 주고 外敵(외적)과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파괴하려는 내부의 敵(적)을 막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불법이 자행되는 현장에서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집행한 공권력을 향해 ‘살인진압’ 운운하는 주장들이 난무합니다. 정부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 역대 정부가 6·25 때 북한으로 끌려간 국군포로를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공식 송환한 사례가 몇이나 됩니까. 북한으로 끌려간 납북자들, 납치된 우리 국민들, 납북어부들을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송환한 사례가 있습니까. 필자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두 달 전에 중국 동북3성 지역에서 숨어 지내던 납북어부 이재근씨를 만났습니다. 이재근씨는 고향으로의 귀환을 위해 중국에 있는 우리 영사관을 찾아갔으나 우리 외교관으로부터 “사고 치지 말고 중국에서 얌전히 숨어 살라”면서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합니다. 설마 우리 외교관이 납북됐던 어부를 문전박대하다니, 저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실제로 시험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보는 앞에서 우리 영사관에 전화를 걸어 “1970년 서해에서 납북됐던 어부 이재근인데 고향 집으로 가게 도와달라”고 하자 그 외교관 하는 말이 “당신 세금 낸 것 있소? 왜 그렇게 정부를 귀찮게 하는 거요. 정 집에 가고 싶으면 가족들에게 도와 달라고 하세요”라며 언성을 높이더군요. 온갖 우여곡절 끝에 이재근씨와 그 일가족은 몇 달 후 가족들 품에 안겼습니다. 지금도 베이징의 주중 한국대사관에는 1975년 8월 동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된 오징어잡이 어선 천왕호 선원 윤종수씨가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습니다. 불법을 자행하는 농성자를 진압하는 경찰을 향해 시민단체라는 사람들이 ‘살인마’라 규탄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근무 중 부상을 당해 식물인간이 된 경찰을 “규정상 어쩔 수 없다”며 면직처리하고 병원에서 내쫓는 나라, 조국의 부름을 받고 최전선에서 적들과 싸우다 포로가 된 사람들을 수십 년씩 모른 체하며 방치하는 나라, 공해상에서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치되어 30년간 북에서 억류생활을 하다 천신만고 끝에 脫北(탈북)하여 고향으로 보내달라고 절규하는 사람에게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하라”며 등을 떠미는 외교관들을 보유한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모욕당하고도 참는 것은 ‘국가’가 아니다 또 다시 북한의 자해공갈단 식 對南(대남)협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공갈협박에 기죽을 우리 국민도 아니지만, 이것이 유엔에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한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벌어진 것이니, 선진국 같으면 開戰(개전)사유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대한민국을 만만하게 보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공갈협박을 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을 이끄는 역대 정권이 제 나라 국민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허약 체질임을 이미 간파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북한은 ‘이인모’로 상징되는 남파간첩, 빨치산들을 잊지 않고 북한으로 데려가 ‘영웅’으로 만들어 체제유지에 활용했습니다. 이제 한반도는 비핵화 선언이 휴지조각이 되었으니 남한도 핵 주권에 대한 새로운 플랜을 준비해야 하며, 북한의 끝 모를 협박에 맞서 우리도 ‘북한을 불바다로 만들어 숨통을 끊어버리는’ 액션 플랜을 준비해야 합니다. 국가란 이처럼 비장한 각오를 보일 때 체제유지, 안전유지, 치안유지가 가능한 것입니다. 국가가 모욕을 당하고도 참는 것은 스스로 국가이기를 포기하는 행위입니다. 북한이 해안포를 증강하고, 핵무장을 하고, 미사일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것을 두 눈 뜨고 보면서 남북 화해, 대북 지원을 운운하는 자들은 불법폭력을 자행하는 자들을 진압하는 경찰을 ‘살인자’라고 선동하는 자들과 다를 것이 없는 ‘내부의 적’입니다. 朴正熙(박정희) 대통령 시절 북한이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을 저질렀을 때 한미 양국은 ‘전쟁을 각오하고’ 문제의 미루나무를 절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박정희는 공식석상에서 북한을 향해 “미친 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경고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평화는 스스로의 자존과 위엄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질 때 비로소 주어지는 것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지키기 위해 비장한 각오를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