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펌글]노건평 - 인사압력·투기·로비 의혹…

서석천 2008. 11. 30. 10:47

 

[weekly chosun] 대통령의 형과 최측근 3인방, 그들의 구설·변명… 그리고 비리
<이 기사는 weekly chosun 203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盧 정권 도덕성의 추한 실상
盧, 건평씨 통해 박 회장 소개받아… 정화삼과는 40년 친구
박연차씨와는 서로 말 놓고 강금원씨와는 ‘막말’하는 관계
이범진 기자 bomb@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노건평씨

노건평 - 인사압력·투기·로비 의혹… 盧 전 대통령은 “힘 없는 시골 노인일 뿐” 두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노건평(66)씨를 두둔해 왔다. 노씨가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을 받고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2004년, 노 전 대통령은 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힘없는 시골 노인”이라고 평했다. 어수룩한 형을 꼬셔 청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문제라는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TV 생중계에 나와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이젠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 남 전 사장은 TV 중계 몇 시간 뒤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남기고 한강에서 투신 자살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건평씨가 자신에게 3번의 청탁을 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도 “그러나 모두 외면했고, 친인척들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가혹하게 다뤘다”고 변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해 10월 시정연설에서도 각종 의혹이 제기된 노건평씨, 이기명씨, 안희정씨, 장수천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감당하기 힘든 공세에 시달렸지만 부끄러움이 없었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건평씨는 정권 초부터 국세청 인사 압력설, 처남인 민경찬씨 653억원 펀드 사건, 거제도 부동산 투기 의혹, 각종 토목공사 수의계약 의혹 등 숱한 사건과 관련돼 구설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는 “동네 이장처럼 순박한 분” “옆집 아저씨 같은 분” “시골에서 농사나 짓는 사람” 등의 말로 그를 옹호했다. 하지만 ‘친노 그룹’ 밖에선 노씨를 ‘봉하대군’이라 부르며, 그가 각종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잇달아 제기해 왔다.

‘순박한 시골 노인’과 다른 노씨의 모습이 드러난 것은 이번 세종증권 사건과 관련해서다. 그는 검찰이 출국금지한 11월 24일 “내 이름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오전 9시)`→`“청탁이 있었지만 거절했다”(오전 11시)`→`“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에게 ‘가까운 데 사는 사람들이 연락할 테니 말 좀 들어보라’고 했다”(밤 11시)며 ‘시골 노인’답지 않게 수차 말을 바꿨다.

노건평씨는 2007년 9월 “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 개인 골프장을 만들어 놓고 골프를 치고 있다”는 본지 보도가 나간 후에도 “그 골프채는 손자가 갖고 노는 장난감”이라며 “골프장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8년 2월 그가 ‘개인 골프장’에서 연못을 향해 샷을 날리는 장면이 본지 취재진에게 또 다시 목격된 바 있다.

▲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박연차 - 노건평씨 부동산 매입 특혜 의혹… 盧 전 대통령 “호의적 거래”라며 감싸


태광실업 박연차(63)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의원에게 2003년 ‘용돈’이라며 7억원을 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의 셋째 딸은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에 의해 청와대 직원으로 선발돼 ‘특혜성 채용’ 논란을 일으켰으며, 사돈 김정복씨는 중부지방국세청장에서 국가보훈처장으로 승승장구했다. 사돈 김정복씨는 올해초 신성해운 감세사건 때, 정상문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만나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

박 회장은 ‘노무현 정권의 후원자’ 역할을 하며 실세로 군림했다. 박 회장의 측근인 정승영 휴켐스 부사장은 2007년 5월 “노무현 대통령과 박 회장은 가까운 관계”라며 “나이도 비슷해 서로 말을 놓고 지내는 사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박 회장이 국내선 비행기 안에서 만취 상태로 소란을 피웠을 때도 경찰은 “화를 삭히시라”며 달래기에 급급했었다.

박 회장은 원래 보수진영과 친분을 맺어온 사업가다. 그는 1981년 민정당 중앙위원을, 2000년엔 한나라당 재정위원을 지내며 보수 정객들과 인연을 쌓아왔다. 그런 박 회장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소개시켜준 인물이 노건평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김해 출신으로 건설공사를 통해 박연차 회장을 알게 된 노건평씨는 1998년 박 회장에게 “동생 선거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며 자신의 거제도 부동산을 매각했으며, 2002년 대선 때엔 주택 2채를 박 회장에게 또 다시 매각했다. 이에 대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기자회견을 통해 “호의적인 거래”라고 두둔했다.

 

▲ 정화삼씨

정화삼 - 사행성  오락실 운영 물의… 盧 전 대통령 “어머니가 자식처럼 아끼던 친구”


세종증권 인수 청탁 대가로 30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정화삼(61) 전 제피로스 골프장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53회 동기동창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정씨에 대해 “어머니가 자식처럼 아끼던 친구”라고 적었다.

1947년생인 정씨는 1946년생인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한 살 적지만, 둘도 없는 단짝이었다고 한다. 정씨의 어머니 신모씨는 “우리 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노 전) 대통령을 집으로 데려오면 내 새끼처럼 밥을 해 먹였다”며 정씨와 노 전 대통령의 관계를 설명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를 당했던 2004년 가장 먼저 복잡한 심경을 토로한 상대도 정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2003년 7월 양길승 당시 청와대 부속실장이 향응을 받은 자리에 동석해 물의를 빚었으며, 2006년 8월 ‘바다이야기’ 사건 땐 팔순 노모의 명의로 김해에서 사행성 성인오락실을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 7월 자신이 사장으로 있던 제주도 제피로스 골프장 대주주 정홍희씨가 탈세혐의로 구속되면서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노 전 대통령 측은 정화삼씨를 ‘측근’에 포함시키는 언론의 보도에 대해 “측근이란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희정씨는 지난 11월 2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산상고 출신들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켰을 때마다 노 대통령 측근이라고 끼워 맞춰서야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천호선 전 대변인도 11월 23일 기자들에게 협조문을 보내 “선거운동을 도운 정도의 인연을 가지고 측근이란 표현을 사용해 보도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25일 “요즘 내 측근이 참 많더라”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강금원 - 정치자금 편법 제공 의혹… 대통령 특별사면 받아 ‘측근 챙기기’ 비난


강금원(56) 창신섬유 회장은 1990년대 중반 노무현 당시 의원의 집을 사면서 인연을 맺었다. 노 전 대통령보다 나이는 6살 어리지만 ‘막말이 가능한 사이’로 알려졌다. 강 회장 스스로도 “나는 대통령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안다” “안희정과는 한 식구처럼 지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2006년 ‘국참 1219’ 등 친노 행사에 강사로 단골 출연하는 등 정치색 짙은 행보를 걸었다. 2006년 10월 재보선 때 “서울 성북을에서 나가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에게 전한 사람도 그였다.

강 회장의 장남은 지난 9월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차녀와 결혼했다. 결혼식은 강 회장 소유의 시그너스 골프장에서 열렸다. 결혼 행사 땐 경비행기를 동원해 하늘에서 오색 종이를 뿌려 논란을 빚었다.

강 회장은 2002년 노 전 대통령이 ‘선생님’이라 부르는 이기명씨의 용인 부동산을 위장 매입한 의혹을 받았다. 강 회장은 이기명씨 측에 19억원을 지급한 후 계약을 파기, 지불한 돈을 돌려받지 않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강 회장은 2003년 회사자금 50억원을 유용하고, 세금 13억원을 탈루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그를 특별 사면했다. 이를 놓고 당시 여권에서도 “측근 챙기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입력 : 2008.11.29 03:00 / 수정 : 2008.11.30 0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