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불일치’에 직면한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

서석천 2025. 2. 24. 03:51

'불공정성에 대한 분노'를 두려워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수많은 쟁점들이 묵살되고 있는 등 ‘졸속 탄핵심판’이라는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지만, 헌재는 크게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스스로 정당성과 권위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2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교문 안에서 '윤석열 퇴진 긴급 고려대 행동을 준비하는 모임' 주최로 탄핵 찬성 집회가, 교문 밖에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고대인들' 주최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재의 불공정성 1= 비상계엄의 위헌성 판단 관련 핵심 쟁점을 다루지 않은 채 마무리 돌입

헌재는 피소추인인 윤 대통령 측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제기한 부정선거 및 중국 개입 의혹, 더불어민주당에 의한 고위공직자 줄탄핵 사태, 초유의 예산삭감 사태, 입법 독재 등에 대해서는 거의 쟁점으로 다루지 않았다.

헌재는 대통령의 직무수행 중 헌법이나 법률 위반 여부를 객관적으로 심사한다. 줄탄핵, 부정선거 의혹, 예산삭감 사태 등이 비상계엄 선포를 결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심각했다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이나 위법이 아니라 정당한 통치권 행사로 평가된다.

하지만 헌재는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의 메모에서 시작된 국회의원 등 정치인 체포 논쟁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비상계엄 선포의 합법성을 따지는 데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관련자들의 진술도 헷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이제 결론을 내리겠다는 기세이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종 변론을 25일 오후 2시로 확정했다. 이날 국회와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각각 2시간씩 최종 의견을 밝힐 시간을 부여받을 예정이다. 이어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윤 대통령에게 시간 제한 없는 최종 의견 진술의 기회가 주어진다.

헌재, 25일 최종 변론기일 마치고 3월 중순쯤 선고할 듯

변론 종결 후 재판관들은 비공개로 평의를 진행한다. 각 재판관이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한다. 최종 평의에서 재판관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평결' 절차를 통해 ‘결론’을 내리면, 주심 재판관 주도로 결정문을 작성하게 된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공식문서화되는 과정이다.

과거 사례를 볼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종 변론 후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선고가 이루어졌다. 이를 감안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3월 중순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 최종 결정은 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이루어진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윤 대통령은 즉시 파면되며,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윤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

헌재가 새겨야할 ‘주목할 만한 불일치 현상’ 발생

그런데 ‘주목할 만한 정치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탄핵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높은 반면, 전국 주요도시에서 개최된 탄핵관련 집회에서는 반대 집회 참석자 수가 찬성 집회 참석자 수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기록하고 있다.

헌재가 이같은 ‘불일치 현상’이 시사하는 정치적 의미를 가슴에 새겨서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탄핵 찬반 집회 열기= 반대 열기가 찬성 열기보다 3~19배 높아

우선 탄핵심판 최종 변론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열린 탄핵 찬반 집회의 참석자 수를 보면 반대 집회의 열기가 압도적으로 뜨겁다. 지난 15일 광주 금남로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성과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경찰 비공식 추산을 기준으로 볼 때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수는 3만여명이다. 광주에서 열린 역대 보수 성향 집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평가된다. 탄핵 찬성 집회 참석자 수는 1만여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에서 윤 대통령 지지 집회의 참석자 수가 반대 집회보다 3배나 많았던 셈이다. 이는 정치적 기현상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은 ‘동원된 군중’이라고 폄하했지만,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식 반응이다. 군중 동원력 면에서는 민주당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왔음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대중 동원의 달인’이 이제 와서 상대방을 힐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다른 도시에서도 탄핵 반대 집회의 열기가 훨씬 뜨겁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대전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0만 명, 경찰 추산 1만7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에 비해 같은 날 열린 탄핵 찬성 집회 참석자는 주최 측 추산 2000여 명, 경찰 추산 900여 명에 그쳤다. 경찰 추산 기준으로 따지면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 수가 찬성 집회의 19배에 달한다.

22일 서울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광화문 일대)의 경우 경찰 추산 최대 3만 3천여명(오후 3시 30분 기준)이 참석했다. 반면에 민주당 주최 탄핵 찬성 집회(안국역 인근)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6천여명이 참석했다. 서울에서도 탄핵 반대 열기가 찬성 열기보다 5배 이상 뜨거웠던 셈이다.

탄핵 찬반 여론조사=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1.5~2.2배 높아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찬성 여론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이 2월 18-20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탄핵 찬성이 60%, 반대가 34%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직전 조사(2월 11-13일)에서는 탄핵 찬성 57%, 탄핵 반대 38%였다.

시사IN·한국리서치가 2월 3-5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탄핵 찬성이 64%, 반대가 29%였다.

헌재의 불공정성 2=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저지른 위법 사례 10건 넘어”

이처럼 탄핵 찬성 여론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불일치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슴에서 열불이 나는 사람들이 탄핵 찬성층보다 탄핵 반대층에서 압도적으로 더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헌재의 불공정성에 대한 분노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헌법학자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지난 13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헌재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하면서 저지른 위법 사례는 10건도 넘는다"며 "헌재의 위법하고 불공정한 탄핵심판 때문에 국론이 더 분열되고, 심한 경우 내란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 교수는 “법치주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할 헌법재판소가 위법한 행위를 이렇게 많이 저지르고 내린 심판 결과를 국민이 인정해 주겠느냐”면서 “지금이라도 당장 위법한 탄핵심판을 중지하고 헌법과 법률을 지켜서 공정하고 신중하게 탄핵심판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에 대한 신뢰도마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조사 조사에 따르면 헌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0%, ‘신뢰한다’는 52%였다. 한 달 전 갤럽 조사에서는 신뢰가 57%, 불신이 31%이었다. 신뢰가 5%포인트 줄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9%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갤럽은 탄핵 반대자의 불신 강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헌재가 공정성 회복해야 탄핵심판에 대한 국민적 공감 형성돼

결론적으로, 헌재가 이제부터라도 '불공정성'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어떤 결론을 내려도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영 교수의 지적대로 헌재가 지금부터라도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절차를 철저히 지키면서 탄핵심판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국민이 그 결과를 수용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위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양준서 2025.02.23 1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