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 이상호 부부 금융편의 봐주기 위해 사금융알선과 사문서위조 등 범죄 저지른 의혹
親文, 신혜선-신한 갈등 중재하려다 김수경이 원인제공자란 사실 알고 뒤로 빠졌다는 주장도
신혜선 “침묵 깨고 폭로하게 된 계기는 정치화된 사제들로 교회 무너지는 소리 들렸기 때문”
‘친문농단 게이트’라 불리는 우리들병원의 금융사기 의혹의 전모가 밝혀지고 있다. 친노계의 대부(代父)라는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과 그 전처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이 신한은행과 친문 인사들 그리고 천주교 사제들의 비호를 받아 자신들의 공동채무를 신혜선이라는 개인에게 전가하고 빠져나갔다는 것이 사건의 개요다. 이 과정에서 이 원장 부부와 친문 인사들은 산업은행의 대출을 받아내는 한편 권력을 동원해 각종 금융비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적극적으로 친문 인사들의 금융편의를 봐주었던 과정에서 사금융알선과 사문서위조 등의 범죄까지 벌였다는 것이다.
<신혜선 씨가 이상호 회장 부부의 공동채무를 떠안게 된 배경>
사건 발단은 청담동 ‘루카511’을 경영하던 신혜선 씨가 2009년 7월경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의 전처 김수경 회장과 아니베(대표이사 김수경)를 공동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신 씨는 웨딩홀과 화장품 판매, 레스토랑 등을 사업하는 아니베 운영을 위해 신한은행에서 총 259억원 상당을 빌렸다. 이에 신 씨는 연대보증인 및 담보제공자, 이 원장과 김 회장은 각각 연대보증인이 됐다. 그후 아니베가 이자와 원금을 일부 변제하면서 2012년 4월경 신한은행에 대한 아니베의 대출금은 234억6000만원이 됐다.
하지만 김 회장은 2012년 4월경 이 원장과 이혼을 앞두고 있다며 신 씨에게 사업 포기 의사를 밝히고 연대보증관계 해소를 요구했다. 당시까지 신한은행에 대한 대출이자는 신 씨의 개인재력으로 충당되던 중이었다. 같은 달 17일 김 회장은 자신들 부부가 신한은행 채무의 연대보증인 지위에서 벗어나는 조건으로 사업 포기각서를 자필로 신혜선 씨에게 제출했다.

이에 신 씨는 채무 담보로 자신의 청담동 루카511 건물이 경매로 넘어갈 것을 우려했다. 따라서 이 원장 부부에게 신한은행과 확인해서 향후 6개월분 이자와 사업 운영자금 등으로 30억원을 주면 그때 채무를 인수하겠다고 했다.
<이상호 원장의 산업은행 1400억 대출은 ‘황제 이혼’을 위해>
하지만 이 원장 부부는 사업 실적보다 ‘황제 이혼’을 위해 신 씨와의 연대보증에서 빠지려 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지난 2011년 이 원장은 해외에서 내연녀와 외도를 저질렀고 현장 확인 차 따라간 김 회장에 이 모습이 적발된 바 있다. 두 사람은 괌 공항에서 몸싸움을 벌인 끝에 이혼소송 절차를 밟았다. 처음에는 김 회장이 유리했지만 이 원장이 3월경 돌연 회생신청을 함으로써 유불리가 변하게 됐다. 신 씨는 “당시 이 원장은 자신을 포함 일가족이 공모한 우리들그룹의 내부자 거래 혐의를 폭로하겠다고 김 회장과 아들을 협박했다. 이에 김 회장이 물러서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신 씨가 공개한 이 회장 부부의 이혼 조건은 다음과 같다. ▲신혜선 씨와의 연대보증 지위에서 빠질 것. ▲위자료로 250억원과 월 2억씩 제공. 신혜선 씨는 위자료와 관련해 “이 원장은 우리들그룹의 계열사들 간 이뤄진 내부거래의 정산이라며 250억원을 김 회장에게 넘기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당시 은행권에 1000억원에 달하는 채무가 있었다. 또한 김 회장과의 이혼을 위해 250억원을 마련해둬야 했다. 급전(急錢)이 필요해 시중 은행과 접촉하며 대출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이 회장에게 대출을 약속하며 신 씨와 묶인 연대보증인 관계의 해소를 요구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본래 대출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일반 병원이 해당 은행에서 거액을 대출받는 경우도 거의 없다. 이 원장의 우리들병원 부동산 감정가액은 973억원에 불과했다. 이 원장은 앞선 3월경 개인 회생을 신청한 이력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이 무엇을 담보로 이상호 원장에게 1400억원을 대출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신한은행 측이 저지른 사금융알선>
이 원장은 신 씨가 내걸었던 30억원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자 이 원장과 유착 의혹을 받는 고모 신한은행 청담역지점 지점장이 6월 초 신 씨를 찾아왔다. 자신들이 20억원을 이 원장에게 무이자로 줄 테니 그 돈을 받으라는 얘기였다. 신 씨는 이를 수락했다.
하지만 신 씨에 따르면 신한은행 측은 이미 4월 23일 이 원장 측과 연대보증인 해지 동의서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6월 19일 이 원장에게 15억원을 대출해준 뒤 그의 개인 수표 등 합계 20억원을 그더러 신 씨에게 빌려주도록 했다. 검찰과 법원이 인정한 신한은행 측의 사금융알선죄의 내막이다.
이에 더해 이들은 당초 신 씨에게 20억원을 넘겨야 함에도 이 원장의 연체이자인 7억2400만원을 챙기고 나머지 12여억원만을 신 씨에게 줬다. 신 씨의 의무가 아닌 연체이자 납입을 그에게 덧씌운 것이다. 이러한 신한은행 측과 이 원장의 공모계획은 전형적인 ‘시나리오’였다는 게 신 씨의 주장이다.
<신한은행 측이 저지른 사문서위조 의혹>
신한은행 측은 이 과정에서 신 씨에게 계약과 관련해 달리 설명하지 않았고 신 씨의 채무인수약정서 5부도 위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지점장은 2012년 6월 19일 신 씨에게 전화해 “약속한 20억원이 준비됐다. 이상호 원장 측이 서류를 받으러 갈 테니 서명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고 지점장은 당일 신씨에게 돈이 들어오지 않았으며 일단 모든 기재사항이 백지로 된 채무인수약정서 5부를 건넸다. 이때 신 씨는 자신의 이름만 기입했고 인감, 주소, 채무 지위 등 나머지 부분은 신한은행 측이 임의로 채워넣었다고 한다. 또 문제가 되는 연체이자에 대한 아무 설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부지점장은 검찰 수사관을 동석한 신 씨와의 만남에서 신한은행 측의 공모 계획을 ‘시나리오’라고 표현하며 일부 노출하기도 했다. 해당 사안은 하단의 대화에서 드러난다.

결국 신한은행은 신 씨에게 그의 채무가 아닌 7억2400만원을 덧씌워 사측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 씨는 이러한 위조 정황을 근거로 신한은행 측을 고소했지만 법원은 이들에게 사금융알선죄만 적용해 벌금형을 내리고 나머지 혐의는 무죄 선고했다. 신 씨는 이후 신한은행 서류 중 위조 증거를 발견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경찰은 2년 간 겉치레로 수사하다 지난해 9월 검찰에 사건을 넘겼으며 검찰도 올해 5월 무혐의 처리했다.
<친문 정치인과 정치사제들, 신한은행은 왜 이상호 원장 부부를 비호하나>
신 씨는 친노계의 대부·대모로 불리는 이 원장 부부를 봐주려고 신한은행 측이 위조를 감행하고 다수의 친문 인사가 자신을 배신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이 원장 부부는 친문 인사들보다 ‘등급’이 한 수 위”라며 “문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낙마한 뒤인 2013년 야인 시절 회의에 늦은 김 회장을 향해 90도로 깍듯이 인사하는 것을 봤다”고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현재는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씨에 비교가 안 되는 문 정권의 비선 권력자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원장 부부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관계는 대단히 깊다. 이 원장은 지난 2003년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1억9000만원을 정치자금으로 건넨 의혹을 받고 있다. 같은 해 이 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허리 수술을 맡아 일약 유명세를 떨쳤는데 노 전 대통령은 변호사 시절 이미 이 원장의 우리들병원 자문 변호를 맡은 이력도 있다. 김 회장은 문학전문 출판사 열음사의 대표 시절 과거 노 전 대통령을 위시하는 다수의 서적을 펴내기도 했다. 신 씨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2017년 문 대통령의 저서 『운명』도 대필 수준으로 감수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권에 잘 보여야 하는 신한은행 측으로선 그들을 좌지우지하는 이 원장 부부의 편의를 봐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신 씨의 주장이다. 실제로 신한은행 조용병 회장은 지난 6월 김정숙 씨의 주최로 열린 CEO 비공개 간담회에 금융권으로서는 유일하게 참석한 바 있다. 문 정권과의 관계를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신한은행은 문 정권이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에 따라 라오스, 베트남 등지에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재호 민주당 의원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윤규근 경찰총경 등 친문 인사들이 신 씨와 신한은행 측과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 씨는 “친문 인사들은 김 회장이 금융사기와 관련해 원인 제공자였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몰랐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니 나를 도와주려면 김 회장을 거스를 수밖에 없어서 차츰 내게서 멀어졌다”고 했다.
그러나 7년이 넘는 소송 중 침묵을 지키던 신 씨가 폭로에 나선 계기는 천주교 사제들의 배신으로 확인됐다. 신 씨는 이승훈 베드로(1756~1801)의 7대손으로 수원교구 천진암성지 여성회장을 맡는 등 천주교에서는 상당히 알려진 인물이다. 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야인 시절을 겪던 2013년경 김 대주교와 이 주교를 그에게 소개했고 해당 주교들은 그를 열심히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도 이러한 중개 역할을 한 신 씨를 두고 “대선 때 많은 도움을 줬던 분”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신 씨는 “소송에 들어가며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와 이용훈 주교에게 많이 은탁했다. 그러나 그들마저 문 정권의 호위병이 된 것을 알고 더는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신 씨는 문 대통령이 야인 시절 함께 만나 신한은행 측에서 당한 금융사기의 억울함을 호소한 적 있다고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은 관련 자료를 보내라고 했지만 일체의 회신은 없었다고 한다. 또한 두 사람 사이에 있던 이용훈 주교는 “기다리는 데 피가 마른다”며 “신한은행에 고소 안 할 걸 잘못한 거 아니냐”고 신씨를 질책했다는 것이다. 김희중 대주교는 신 씨가 해당 문제를 폭로하기 위해 올 3월 주간조선과 인터뷰한 것을 문제 삼아 “왜 하필 주간조선이냐”고 따졌다고 한다.
현재 신 씨는 신한은행 측을 위증 혐의 등으로 고소하고 이 모든 일을 배후에서 조장한 것으로 추측되는 조용병 신한은행 회장도 배임 혐의 등으로 고소할 방침이다. 한국당은 지난 3일 해당 의혹을 ‘친문 금융농단 게이트’로 규정하고 실체를 소명하기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