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경재

노무현 전 대통령, 차기 정부에 넘길 문건 목록 없애기로… 충격 지시

서석천 2012. 10. 23. 07:34

 

입력 : 2012.10.23 03:01 | 수정 : 2012.10.23 06:56

2007년 5월 차기정부 인계 관련 비서관회의
盧 "제목까지 없애고 넘겨주는 게 가능하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5년간 대통령기록물의 차기 정부 인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문건의 내용과 함께 문건의 목록도 없애버릴 것을 지시한 것으로 22일 밝혀졌다.

노 전 대통령은 본인이 주재한 각종 주요 회의를 녹화시켰다. 본지가 입수한 2007년 5월 22일 수석비서관회의 영상물의 대화록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차기 정부에) 인계할 때 제목까지 없애버리고 넘겨줄 거냐, 그게 기술상 가능하냐는 문제도 있지요"라고 묻자 당시 A 비서관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이 거듭 "가능하냐"고 묻자, A 비서관은 "그렇게 해야 됩니다. 목록을 없애 안 보이게 해야 됩니다"라고 했다.

이 같은 논의에 대해 당시 B 수석비서관은 "차기 정부의 어떤 사람이 예를 들어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정책을 어떻게 했나 그 과정을 보고 싶을 때 어떤 문서는 있었다는 걸 알아야 정책의 수립과정을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그런 의견이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회의에는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도 참석했다.

당시 회의는 노무현 청와대의 문서 결재 시스템인 'e지원'과 관련된 회의였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2008년 2월 청와대 컴퓨터 메인 서버의 e지원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봉하마을로 가져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들은 "(노무현 정부가 남긴) e지원에 잡다한 업무 매뉴얼과 정책 자료를 제외하곤 참고할 정보가 거의 없다"면서 200만건이 넘는 노무현 청와대 자료가 유출됐다고 주장했었다. 노 전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회의 영상물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이 이 같은 일을 주도한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은 한편 대통령기록관으로 넘겨줘야 할 e지원 자료 중 상당수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만들어 목록까지도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당시 회의에서 논의했다.

2004년 청와대 수석 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故노무현 전 대통령/자료사진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면 목록까지도 쏙 빠져버린다(는 얘기죠?), 예 알겠습니다”라며 “그렇게 해서 (직원들에게) 교육할 때 그런 점을 잘 설명을 해주십시오”라고 했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이란 2007년 4월에 공포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최장 30년까지 비밀로 보호되는 기록물을 뜻한다. 대통령이 지정기록물로 정하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의결이 있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한 열람, 사본 제작, 자료 제출 등이 허용되지 않는다.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는 문서까지 목록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그렇게 목록 자체도 빠져버리면 보호기간이 지난 후 다시 기록을 복원해야 할 때 (문서의) 소속을 어떻게 찾느냐”고 말했다.

한편 당시 수석비서관 회의록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우리가 원서버를 두고 (비밀로) 지정할 것은 다 지정해서 이관(대통령기록관) 쪽으로 옮기고, 나머지 중에 인계하고 싶은 것도 뽑아가면 남는 것은 필요 없는 것”이라며 “그래서 남은 것을 오히려 복사본으로 개념을 전환해 버리면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남겨둔 컴퓨터 메인 서버의 하드디스크가 복사본이고, 봉하마을로 가져간 하드디스크가 원본이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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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복 "노정권 e지원 원본디스크 사라졌다"
 
참여정부의 통치기록이 저장돼 있는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 'e지원'에 장치돼있던 72테라바이트의 238개의 원본데이터 디스크가 사라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은 6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e지원 기록물보호체계 구축사업계획서'를 인용해 "지난 정부가 지난해 말 새 정부가 사용할 수 있도록 e지원의 원본데이터 디스크를 새 디스크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원본 디스크가 사라졌다"며 "검찰이 원본 대조수사 중인 28개 하드는 전체의 약 25%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사라진 원본 디스크는 e지원용 저장디스크 60개, 백업디스크 40개, 외부메일용 저장디스크 40개, 인사추천용 회의시스템 디스크 2개, 관리자메일시스템 디스크 6개, 부처지시사항 백업 테이프 65개, 외부메일 백업디스크 25개 등 총 238개다.

이 의원은 "결국 검찰이 수사 중인 28개 하드디스크는 노 전 대통령이 국가기록원에 넘긴 자료에 한해 사본으로 제작한 후 봉하마을에 가져갔다가 반환한 것에 불과하다"며 "참여정부 대통령 통치기록이 얼마나 어디에 유출됐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는 e지원 기록물보호체계 구축사업으로 새정부에 넘길 e지원을 초기화하기 위해 원본디스크를 빼내고 2억1700만원어치의 238개 새 디스크를 구매 장착했다"며 "지금 청와대나 정보사회진흥원은 교체된 원본디스크의 행방을 전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로써 노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기록물을 온전히 남겼다고 한 사실이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원본 디스크의 행방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력 : 2008.10.0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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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기록물' 유출 관련자 기소유예키로

입력 : 2009.06.22 08:30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21일 대통령 기록물 유출 사건과 관련해 고발된 이호철(51) 전 민정수석과 정상문(63)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10명에 대해 기소유예할 방침이라고 중앙일보가 22일 보도했다.

기소유예는 검사가 소추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될 때 죄를 범한 사람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기록물 유출을 지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기 때문에 전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에 대한 공소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국가기록원과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고발에 따라 노 전 대통령 측의 기록물 유출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사저에 청와대 업무 지원 프로그램인 'e지원'을 설치한 뒤 재임 시절 기록물을 무단으로 반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방문 조사도 고려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굳이 조사를 하겠다면 직접 검찰에 출석하겠다. 모두 나의 지시로 비롯된 일”이라고 말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이에 앞서 고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유족이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고소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최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