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여행

함백산 능선따라

서석천 2011. 1. 3. 09:13

 

평온한 성탄절 아침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단지 하루의 달콤한 휴일이란 생각뿐인가 보다... 다섯시간을 넘게 달려온 버스는

  태백준령을 넘었고... 차 멀미나는 꼬불길을 돌아서 태백에서 고한으로 이어지는 지방도 오름길을 따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의 포장도로인 해발 1330m의 만항재에 내려 설때는 영하15도의 온도와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한 체감온도는 영하20도를 밑도

  는 느낌이 듭니다 .. 등산복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아 만반의 준비를 한채 산행길에 나섭니다  

  파란하늘 구름한점 없이 맑고 깨끗한 날... 하얀 눈을 기대했지만 태백 준령에는 눈보다는 차거운 바람이 먼저 마중을 나와 옷깃

  을 여미게 만들어 놓습니다... 소백의 칼바람이 하나도 부럽지 않은듯 바람의 언덕을 따라 나섭니다

  우리나라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이 지천에 있으며 태능선수촌 태백 분소가 자리잡은 곳 도로를

  가로질러 함백산정을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남한에서 여섯번째 높이를 자랑하는 함백산정이 지척입니다.. 해발 1330m에서 출발했으니 산정의 1572m의 높이는 아무것도 아닌것 같지요

 

  잔설이 가득한 산길을 걷는것은 겨울산행의 묘미를 느끼며.. 잠시 불러세운 추억 저편의 이야기를 상기시킬 수 있어 좋습니다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우는 은대봉을 지나 금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지천에 늘려있는 야생화를 그려담다 해떨어지는줄 몰

  랐었고 한겨울 눈쌓인 태백준령의 모습을 바라보는것도 큰 행복이라  

  바람이 잠시 쉬어가는 곳을 택해...옹기종기 간단한 점심을 해결하고 마지막 산정의 오름길에 내품은 입깁은 금새 차가운 공기로

  변해 눈가에는 허연 성애가 눈썹 가득하다

  성난 겨울바람이 잠시도 쉬지않고 블어오고 산정의 모든것들을 날려버릴 기세로 몸을 움추려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오랫만에 그려담는 정상석... 바람의 위력탓에 몸은 휘청거리고 중심을 잡기가 여간 힘이든게 아닙니다...한가롭게 정상에서 풍

  경을 그려담는것은 불가능해 몸을 움추려보기도 하지요 

  불어오는 바람을 피해 도망가듯 시야에서 사라지는 도반들은 산정에서 벗어나 은대봉 자락을 따라 발걸음을 분주히 움직이니  

  더 이상 바람과의 전쟁에서 이기려고 하지 않아보입니다

  잔설마져도 날려버린 산정에서 바라보는 산그리메는 늘 아름다움으로 다가서며 백운산 자락의 하이원스키장의 모습도 아스라하

  고 산아래 정암사의 고풍스런 모습을 잠시나마 그려보고... 마주보는 태백산의 장군봉은 우람하고 든든해 보입니다..함백산의 숲

  의 키는 낮고 수종은 단순해 보이며 줄기는 하늘로 뻗어있는 나무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혹독한 계절풍을 이겨내기위한 자

  구책을 강구했는지도 모릅니다

  산정에서 벗어나면 급경사가 끝날 무렵부터 주목나무들이 오른쪽 산비알에 분포하고 있는데.. 처음 마주하는 주목은 통나무 주

  목이지요.. 바람이 불어오는 쪽은 가지도 없고 짤리고, 고갱이 마져 잘려나간 채... 한쪽으로 무수히 뻗어나간 주목인데 광야에

  흩어진 채로 세월에 바래고 비바람에 씻기어 천년을 계속한듯... 동물의 뼈처럼 하얀 가지가 뻗어 있어서 잎이 붙어있는 가지가

  얼마되지 않은데.... 하지만 이 또한 장관이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말한다는 주목 군락지들이 훼손되고 피괴되는 순간에...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하

  는데 자꾸만 사라져가는 모습들이 안타깝고 아쉬움이 남습니다

  산정에 이는 모진 바람과 눈 그리고 비를 맞으면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기다리는 주목의 굳은 기상을 보라.. 얼마나 의젓하고 늠

  름해 보이는가...삶이 힘들어도 묵묵히 다 받아 들이는 그 마음을 배우며 발길을 옮겨봅니다

  한 생명을 다해도 결코 추하지 않고 의젓하게 하늘향해 서있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삶도 절개를 지키고 의연하게 삶을 마

  무리 한다면 훗날 더 소중한 추억으로 각인될꺼야

  보호사업 입간판이 붙어있는 이 주목은 수림을 어느정도 유지하곤 있지만 위쪽으로 두마디가 뻗어나가다 큰쪽 가지가 죽어버린

  주목이지만... 중동에서 옆으로 가지를 뻗어 한쪽으로 왕성한 가지를 뻗고 있는데 절개된 부분은 시멘트인지 황토인지는 몰라도

  주목 보호를 위한 수술을 받은 나무라고 씌여져 있지요 

  함백산의 천연보호림 주목은 노령화로 인한 생육상태가 불량하여 고사 우려가 있으며 원형보존및 수명을 연장시키는 사업이 지속 된다고

명시했는데... 현재 치료해야할 나무가 무려 112구루나 된다니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환경의 변화에 이겨내지 못함

  이 가장큰 문제인듯...우리도 환경이란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할때인가 봅니다

  주목군락지를 벋어나면서 그토록 옹골찬 바람이 불어오던 산정을 한번 돌아보며 은대봉의 추억속으로 길을 걷습니다

  모진 바람에 뿌러진지 오래인 떡갈나무는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끈질긴 생명력 또한 자연이 우리에게 강인함을 보여주게 하나봅니다

  은대봉과 금대봉이 아스라 합니다... 꿈길 걷듯이 천상의 화원에 추억이 새롭고 눈덮힌 풀섶에서 금방이라도 꽃들이 웃으며 나올

  것 같은 환상속에 빠져보면서 쉼없이 불어오는 바람과 마주한채 싸리문재로 향해갑니다  

  잔설이 가득한 자작나무 샘터도 지나고 뽀더득 뽀더득 눈 밟은 소리가 좋습니다..언제 들어도 실증나지 않은 소리임에는 틀림없

  어보입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반가운 산죽 길입니다..방금 만나고 돌아 오더라도 며칠을 못본것 같이 허전한 그를 만났습니다

  언제나 푸르럼 간직한채 싱그러움을 주기에 늘 다정한 연인인듯한 느낌이 들지요 

  완만한 오름길을 따라 은대봉에 당도합니다... 천상의 화원엔 잔설이 햐얗게 마중을 나왔고.. 숲속은 은빛으로 가득하지만 어느

  순간 바람이 순풍으로 바뀌는 날... 복수초,노루귀,얼레지,바람꽃등 이른 봄날부터 가을까지 우리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하

  던 곳을 뒤로한채 싸리재로 옮겨갑니다 

  금대봉이 가까이 손짓을 하며 불러세웁니다... 봄꽃이 필때는 다시금 찾을날이 있을까....봄바람이 불어와 그리움에 못이겨 찾을

  수있다면....비단봉을 넘어서면 피재 덕항산과 황장산을 넘어서면 댓재인데...그 길을 걸었던 기억은 옛 이야기로만 들려오는듯

  합니다  

   두문동재 옛길은 정겨움으로 다가오지요.. 터널이 뚫리기 전인 2000년도 초반에는 수 없이 이 길을 넘다들었던 기억도 새롭기만 합니다

  해발 1천2백68미터의 두문동재(싸리재)는 분수령이다. 이 고갯마루에 떨어진 빗방울이 동쪽으로 구르면 낙동강이고,

 반면에 서쪽으로 떨어지면 한강물이 된다는 것을.....

  금대봉으로 향하는 길은 야생화가 꽃을 피우면 다시금 찾을날 손꼽아 보면서 두문동으로 내려섭니다

  눈길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동심의 세상 눈썰매가 등장합니다.. 끌어주고 타는 재미가 쏠쏠하고 정겨워보이지요 덕분에 잠시나마

  썰매를 타는 호사도 누려봅니다 

  서산으로 저무는 햇살 받으며 종종걸음 치는데 마음급한 도반들은서둘다 빙판길에 엉덩방아도 찍어댑니다...바람의 기세는 점점

  심해지고 얼굴빛은 노을빛에 물들었는지 찬바람에 얼어서 일까... 다들 붉은 빛깔에 두어잔 술을 마신 느낌을 받으면서 즐거운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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