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경험담 재조명, 외교부 무능 도마 위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도 손 놓은 외교당국…정부·여당은 여전히 ‘내부 정치’ 몰두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납치·감금·고문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과거 겪은 납치 위기 경험담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재조명은 단순한 회고가 아닌, 외교당국의 안일한 대응과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항서는 지난해 3월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 출연해, 아내와 함께 캄보디아 여행을 다녀오던 중 납치 위기를 겪은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베트남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낯선 산길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하게 됐고, 공터에 도착해 낯선 이들 앞에 서게 됐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현지에서 그를 알아본 인물 덕분에 무사히 풀려났지만, 당시 상황은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 일화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되기엔 현재 상황이 심각하다. 외교부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신고는 2022~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이었으나, 2024년 220건, 2025년 8월까지 330건으로 폭증했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사전 경보나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뒤에야 뒤늦게 프놈펜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실제로 지난 8월, 캄보디아 박람회에 참석하겠다며 출국한 20대 한국인 대학생이 고문 끝에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로 기록됐다. 같은 달 프놈펜에서는 50대 한국인 남성이 거리에서 납치돼 고문을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처럼 한국인을 겨냥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사전 정보 수집과 위험 경보 발령에 실패했다. 주캄보디아 대사관과 영사관 역시 현지 상황에 대한 실시간 대응 능력과 국민 보호 체계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국내 정치에만 몰두한 채, 재외국민 보호라는 기본 책무에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란 음모 프레임과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뒷전으로 밀어놓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이 해외에서 고문당하고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사후 대응에만 급급하다”며 “외교부와 정부는 더 이상 ‘사건 발생 후 수습’에 머물지 말고, 사전 예방과 정보 분석, 실시간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현주 기자 202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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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韓대학생 살해 용의자, '대치동 마약음료' 가담설도

캄보디아 경찰이 지난 7월 수도 프놈펜에서 보이스피싱 등 범죄단체를 체포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을 고문 끝에 숨지게 한 용의자 중 한 명이 2년 전 발생했던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에 가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대상 범죄를 추적해온 자경단 '천마'는 지난 8월 캄보디아 깜폿주 보꼬산 지역에서 20대 한국인 대학생 박모씨를 살해한 주범으로 중국인 리모(34)씨를 지목했다.
리씨는 마약 전과가 있으며 2023년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음료 사건에서 유통총책을 맡았다고 천마는 주장했다.박씨에게 마약 투약을 강요하고 박씨를 고문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한 것도 리씨라고 천마는 덧붙였다.
캄보디아 검찰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살인과 사기 등 혐의로 30∼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 했지만, 리씨는 아직 검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마는 수사 협조를 위해 해당 내용을 경찰에 공유했다고 밝혔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제보를 받아 확인을 위해 운영자(천마)를 접촉해 영상과 관련한 내용을 청취한 사실이 있다"면서도 "대치동 마약 연루 부분은 경찰은 전혀 아는 바가 없고, 말을 한 사실이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홍준석기자 2025년10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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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들고 감시·귀국 땐 인질…판결로 본 캄보디아 범죄조직 현실
"코인 관련 일해보자" 유인, 서로 본명 모른채 가명 호칭
하루 12시간 일하고 실적 저조하면 야근, 탈퇴하면 1만달러
이미지 확대캄보디아 검찰에 기소된 한국인 대학생 살해 혐의 중국인 3명
(서울=연합뉴스) '온라인 스캠' 범죄조직과 전쟁에 나선 캄보디아 당국 합동단속반이 지난 8월 캄폿주에서 펼친 단속 작전에서 체포한 중국인들을 캄보디아 국영 AKP통신이 보도했다.[AKP통신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캄보디아에서 최근 한국인 대학생이 고문받다가 살해된 가운데, 국내 청년들을 끌어들여 현지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들의 단면이 판결문을 통해 일부 드러났다.
지난달 선고된 부산지법 형사3단독(심재남 부장판사)의 판결문을 보면 캄보디아 현지의 '로맨스스캠(연애 빙자 사기) 콜센터'의 활동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심 판사는 콜센터 직원으로 활동했던 20∼30대 한국인 A씨 등 3명에게 범죄단체 활동, 사기 등 혐의로 징역 2년 4개월∼3년 2개월을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해 7월 3일부터 24일까지 로맨스 스캠 방식으로 총 13명에게 119회에 걸쳐 5억8천여만원을 범죄단체에 송금하도록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로맨스 스캠'은 SNS 등에서 가짜 여성 사진으로 피해자와 이성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후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사기 범죄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범죄 조직은 중국인 '총책'이 범행을 총괄하며 캄보디아 바벳과 라오스 비엔티안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총책 아래에는 조직원을 관리하는 관리책과, 콜센터 직원, 범행에 사용할 대포통장이나 조직원을 모집해 공급하는 모집책, 1차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을 2차, 3차 계좌로 이체해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송금책, 세탁책이 있다.
콜센터 직원들은 자신의 컴퓨터 화면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곳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근무를 해야 했다.
지각이나 조퇴 시 벌금을 내야 하고 실적이 부진할 경우 오후 11시까지 야근을 해야 했다.
사무실 출입을 위해서는 출입증 카드를 들고 셀카를 찍어 중국인 관리자에게 보내고, 그 관리자가 입구에 있는 경비원에게 인증해야 했다.
일을 할 때는 휴대전화기를 사용할 수 없고, 옆 사람과 대화도 하지 못했다.
주변에 본인들이 하는 일에 대해 발설해서는 안 되고, 사무실 컴퓨터에 개인 계정을 로그인하는 것도 금지하는 등 행동 강령도 있었다.
하위 조직원들의 임의적인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귀국을 원할 시 친구인 조직원 한 명을 인질처럼 남게 했다.
한 명이 사무실로 들어오면 그다음 사람이 귀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대부분 기존 직원이 알음알음 데려온 사람들로 항공권과 숙소를 제공하며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 코인 관련 일을 해보자"는 꾐에 속에 일을 시작했다.
조직원 간에는 철저히 가명으로 호칭해 서로의 정체를 알지는 못했다.
사무실 건물 입구에는 현지인 경비원 5∼6명이, 사무실 각층에는 경비원 2∼3명이 총을 들고 경계를 서며 이탈을 방지했다.
탈퇴 의사를 밝힌 조직원에게 미화 1만(한화 1천300만원가량) 달러를 벌금으로 내도록 강제했다.
심 판사는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며, 그 조직이 외국에 있어 발본하기도 어려워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죄단체에서 즉시 탈퇴하거나 범행을 중단하지 못한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을 감안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차근호기자 202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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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명 사망"·"안구적출"…캄보디아 '웬치'선 무슨 일이
캄보디아 범죄단지 관련자들 증언 들어보니…'무법천지' 폭행·고문·사망이 일상
"결말은 장기매매"…언론·경찰 주목 피해 새 범죄단지로 이주·타국 이동도 시도

캄보디아 한 범죄단지의 내부 모습. 남성의 손이 철제 침대에 묶인 것으로 추정된다. [독자 제공]
이른바 '웬치'로 불리는 캄보디아의 범죄단지에서 고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사망하는 사람이 하루에 한 명꼴로 발생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포이펫, 바벳 등 국경지대 범죄단지로 팔아넘기기도 하며 더 이상 일을 시키거나 돈을 갈취할 수 없을 때는 장기매매까지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4일 연합뉴스가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일한 경험이 있거나 이들의 지인들을 취재한 결과, 이들은 범죄단지에서 손톱을 뽑거나 손가락을 자르는 등 고문이 자행되며, 돈을 받고 다른 단지로 팔아넘기는 인신매매가 빈번하게 이뤄진다고 입을 모았다.
캄보디아 범죄단지의 규모는 단지별로 천차만별이며 그 안에서 로맨스스캠, 비상장주식, 해외선물, 공무원 사칭 보이스피싱 등이 이뤄진다. 한 관계자는 캄보디아 안에 400개에 가까운 범죄단지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한국인이 범죄단지에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라며 "통장으로 범죄단지 수익을 세탁해주거나 한국인 대상 사기에 TM(텔레마케팅), 채팅, CS(고객서비스) 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캄보디아라고 다 같은 캄보디아가 아니다. 프놈펜, 시아누크빌과 달리 국경지대 쪽에 위치한 포이펫, 바벳은 캄보디아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마지막으로 사람을 보내는 동네"라고 했다.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B씨는 "프놈펜이나 시아누크빌에서 일하다가 실적이 좋지 않거나 카지노에서 빚이 생기면 포이펫이나 바벳 같은 국경 지역으로 팔려 간다. 그런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지난 8월 숨진 대학생 박모씨가 머물던 보코산 지역에 대해서는 "통상 통장을 팔러 가는 곳이고, 그러다 그곳에 갇혀 불법적인 일을 하게 되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는다"고 했다.
캄보디아 이민국 구금시설의 내부 모습.
[독자 제공]
범죄단지에서 폭행을 당하다가 숨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를 자랑거리로 삼는 일부 관리자들도 있다는 설명이다.
B씨는 "폭행 당해서 숨지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니다. 하루에 한 명꼴로 죽는다. 캄보디아는 그런 곳"이라며 "한국인만 표적이 되는 건 아니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등 국적은 다양하다"고 했다.
또 "이들은 계속 맞다가 몸이 안 좋아져서 숨지기도 하고 일을 시키다가 실적을 못 내면 때리기도 한다. 통장을 팔러 왔는데 그 통장이 (지급정지로) 잠기면 손가락을 모두 잘라버리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범죄단지에 감금된 경험이 있는 C씨는 "관리자들의 텔레그램 방이 있는데 거기에 고문, 시체 사진이 참 많다. 그런 걸 자랑으로 생각하고 얘기하고, 나에게도 보여주며 '너도 말 안 들으면 이렇게 된다'고 했었다"라고 했다.
이렇게 폭행을 당하다 숨진 이들을 단지 내 소각장에 넣는다는 증언도 있었다.
A씨는 "시체 처리할 일이 많다. 돈 사고 내는 사람이 한두명도 아니니까. 일을 시켜도 성과가 없고 장기매매도 못하면 그냥 소각장으로 넣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범죄단지에서 근무했던 D씨는 "쓰레기를 태우는 것이다. 과장된 소문"이라고 했다. B씨도 "소각장에서 사람을 태운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이민국 구금시설에서 나온 식사.
[독자 제공]
국경지대에서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를 저질러 피해금을 가로채는 일로 이른바 '실적'을 내지 못하면 폭행을 당하다가 장기매매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A씨는 "빚을 졌는데 성과가 안 나면 장기를 파는 수밖에 없는데, 일단 안구부터 적출한다"라며 "다른 장기는 이식자를 찾는 과정이 까다로운데 각막은 비교적 이식이 쉽고 단가도 꽤 비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구를 적출해서 빚이 해결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데, 10명이면 10명은 죽여달라고 한다더라"라며 "거기까지 갔다면 갈 데까지 간 사람인데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범죄단지에 갇혀있을 때 국경지대인 '포이펫으로 팔아버리겠다. 그러면 너는 정말 끝나는 것이다', '장기 매매를 시키겠다'는 이야기를 들어봤다"라고 회상했다.
현재는 캄보디아 내에서 장기매매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B씨는 "시아누크빌에 중국 병원이 엄청 많은데, 옛날에는 모두 장기 적출을 위해 사용했던 병원"이라며 "지금은 장기를 팔기보다 억지로 일을 시키고, 쓸 때까지 쓰이면 미얀마로 보낸다. 아마 미얀마에서 장기 적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캄보디아 이민국 구금시설의 내부 모습.
[독자 제공]
이들은 취재진에 캄보디아 곳곳에 새로 지어진 범죄단지가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아직 운영을 시작하지 않은 범죄단지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다.
캄보디아에 이목이 쏠리면서 많은 범죄단지가 태국, 라오스, 말레이시아 등 타국으로의 이동을 고려하는 움직임도 있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많은 범죄단지가 성업 중이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캄보디아 주요 단지에 집중적으로 이목이 쏠리면서 외부의 관심을 받게 되고 운영 방식이 노출되자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프놈펜과 가까운 망고단지와 태자단지는 정부 단속이 심해지면서 몸을 사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더 외진 국경지대에서는 아직도 새로운 단지가 사람을 모으고 있었다.
박수현기자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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