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고영태 “(인천본부세관장에게)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큰소리

서석천 2017. 11. 28. 08:25



촛불 1년…

고영태 “(인천본부세관장에게)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큰소리                            

⊙ 인천본부세관장을 만들었는데 200만원은 너무 적다, 4000만~5000만원은 챙겨줘야 하는 것 아닌가
⊙ 관세청 이 과장에게 2000만원 받은 고영태 “이렇게 성의를 보이시니 앞으로 챙겨 보겠다”
⊙ 인사 추천을 빌미로 자신이 추천한 인사에게 금품이나, 이권, 업무상 편의 등을 요구하고자 마음 먹어(검찰 관계자)
⊙ “1~2개월 내에, 늦어도 3개월 내에는 2~3배의 수익을 내주겠다”고 거짓말한 뒤 8000만원 꿀꺽한 정황
⊙ 고영태 불법 사설경마 사이트 공동 운영
  지난 10월 27일 민영 뉴스통신사인 ‘뉴스1’은 최순실 사태의 핵심 인물인 고영태씨가 휘파람을 부는 사진을 게재했다. 이날은 지난 4월 11일 검찰에 체포된 고씨가 199일 만에 구금 중이던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날이다. 고씨는 ‘자유인’이 된 데 대한 기쁨의 표시로 휘파람을 분 것 같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의연)는 이날 고씨의 보석 청구를 받아들였다. 그간 고씨는 “가족이 너무 걱정되고 아내가 지금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 치료를 받고 있다. 자유롭게 재판받게 해 달라”고 보석을 청구해 왔다.
 
  구치소에서 나온 고씨가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은 주진우 《시사인》 기자였다. 주 기자는 10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영태가 돌아왔습니다. 최순실 비밀 사무실 제보는 무시하시고, 제보한 고영태를 잡아가시다니 …’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그가 얼마나 억울한 옥살이를 했는지는 차차 밝히겠습니다’고 말했다. 이 내용을 보도한 기사의 댓글을 보니, 고씨를 ‘의인(義人)’으로 치켜세우는 글이 많았다. ‘의인이 드디어 돌아왔다’는 식이다.
 
  고씨는 “최순실에게 모욕당하고 2년 전부터 자료를 모았다”고 했다. 의상실에서 CCTV를 찍고 전화녹취도 했다. 그는 검찰 수사와 국회 청문회에서 ‘내부 폭로자’로 박수를 받았다. 야당은 그를 ‘의인’으로 모셨다. 추가 증언을 회피하는 그를 두고는 “고영태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느새 그는 ‘목숨 걸고 증언하는 의인’으로 추대됐다. 이들의 주장처럼 고씨는 의인일까. 고씨의 혐의 세 가지를 정밀 추적했다.
 
 
  1.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지난 10월 27일 보석으로 풀려난 가운데 주진우 기자가 페이스북에 고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구치소에서 나온 고 전 이사가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은 주 기자였다. 사진=주 기자 페이스북 캡처
  2015년 12월 하순이었다. 고영태씨는 최순실씨로부터 신설되는 인천본부세관장으로 임명할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인천본부세관장은 2016년 항만을 담당하는 인천본부세관과 공항을 담당하는 인천공항세관이 인천본부세관으로 통폐합됨에 따라 신설됐다. 관세청 최초의 ‘1급(고위공무원 가급) 세관장 자리’다. 이전까지는 관세청 본청 차장이 유일한 1급이었다. 고씨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순실의 지시를 받은 고영태는 인천본부세관장 인사 추천을 빌미로 자신이 추천할 인물에게 금품이나, 세관과 관련한 이권, 업무상 편의 등을 요구하고자 마음먹었다”고 했다.
 
  고씨는 류상영(전 더블루K 이사)씨에게 신임 인천본부세관장으로 추천할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류씨는 고영태 노승일(전 K스포츠 재단 부장)과 한체대 95학번 동기다. 류씨는 한체대 출신이지만 체육특기생은 아니다. 그는 2009년에 (주)라이브마케팅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문화 및 스포츠 행사와 관련된 기획 및 대행 업무를 시작했다. 2016년 1월에는 (주)예상이라는 기획 대행사를 설립하여 ▲리우 올림픽 응원단 기획 ▲체육관 운영을 위한 체육관 설립 기획 ▲스포츠 및 문화 융복합 사업인 창조혁신벤처단지 입주 기업 설립 기획 ▲관세청 주관의 콘퍼런스 기획 등을 대행했다.
 
  한체대 출신 중에서 기획력을 인정받은 류씨는 2014년 2월경, 졸업 후 처음으로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고씨를 만났다. 고씨는 동기인 류씨에게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은퇴 후 생활이 너무나 열악하다. 이들을 위해 스포츠클럽을 운영해 볼 생각인데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2016년 6월경, 류씨는 고씨부터 ‘목장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에 있는 최순실, 정유라 소유의 목장을 개발해 보라는 제의였다. 이 일로 류씨는 최씨와 몇 차례 미팅을 가졌다. 고영태, 최순실과 함께 현장에 가 보기도 했다.
 
  류씨는 인천본부세관 이상기 조사과장(5급)에게 인천본부세관장으로 추천할 사람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 이 과장은 당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 중이던 김대섭 당시 대구세관장에게 의사를 물었다. 김 전 세관장은 이 과장에게 “추천해 달라”고 했다. 김대섭 전 세관장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장은 류씨에게 “고영태에게 인천본부세관장에 적합한 인물로 김대섭 전 세관장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류씨는 고씨에게 이 과장의 말을 전달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후 고씨와 류씨는 2015년 12월 이 과장으로부터 김 전 세관장의 주소 등 정보를 건네받아 직접 이력서를 작성했다. 고씨는 이 이력서를 최씨에게 전달하면서 “김대섭씨가 인천본부세관장으로 좋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김 전 세관장은 2016년 1월 인천본부세관장에 임명됐다.
 
  김대섭 인천본부세관장의 임명을 두고 당시 관세청 내부에서도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직 관세청 임직원 모임에서 이례적으로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지 《조세금융신문》에 따르면, 1월 13일 관세동우회·이관회(전직 관세청 이사관 모임)·관우포럼(전직 관세청 서기관 모임)은 해당 인사를 비판했다.
 
  “관세청 본청에서 통관·조사·심사 등 주요 과정을 역임하고 주요 4대 본부세관장 경력이 있는 사람이 적격자인데, 이번에 내정된 인물은 그런 경력이 전무하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가 있다. 사진=TV조선 영상 캡처
  김 전 세관장의 인천본부 임명 직후인 2016년 1월 고씨는 류씨와 함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음식점에서 김 전 세관장을 만났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자리에서 고씨는 김 전 세관장에게 “내가 힘을 많이 써 인천본부세관장이 되었으니 고마움을 잊으면 안 된다. 요즘 차량유지비도 부족하고 직원 월급도 못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전 세관장은 본인의 차명계좌에서 류씨가 알려준 예금계좌로 200만원을 송금했다. 류씨는 200만원을 인출, 백화점 상품권으로 교환하고 나서 고씨에게 전달했다.
 
  고씨는 2017년 2월 6일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에 대한 재판에서 “(세관장 임명 뒤) 류상영씨와 내가 김대섭씨를 함께 만나 상품권을 전달받았다. 상품권은 최순실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고씨에게 200만원은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였다. 고씨는 이 과장에게 “인천본부세관장을 만드는 데 큰 비용이 들었는데, 200만원은 너무 적다. 그 자리에 꽂은 것처럼 내려오게 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4000만원에서 5000만원 정도는 챙겨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과장은 김 전 세관장으로부터 2016년 7월 예정된 정기인사에서 선호 보직인 ‘○○세관 기획팀장’으로 발령내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상황에서 고씨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김 전 세관장 지위에 변동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약속받은 인사발령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과장은 2016년 5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음식점에서 고씨에게 “김 전 세관장 임명에 힘써 줘서 감사하다. 향후 본인의 승진에도 힘을 써 달라”고 하면서 2000만원을 전달했다. 고씨는 “이렇게 성의를 보이시니 앞으로 챙겨 보겠다”고 했다. 이로써 고씨는 공무원의 인사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합계 총 22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세관장은 “최순실은 물론 고영태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 김 전 세관장은 2017년 1월 갑자기 물러났다. 검사 출신으로는 39년 만에 관세청장에 임명된 김영문 청장은 첫 감사 대상으로 인천본부세관을 지목했다. 그간 기획재정부 출신이나 관세청 내부 인사가 차지한 관세청장 자리에 검찰 출신 인사가 온 것은 이택규 초대 청장(1970년 8월〜1974년 2월), 최대현 2대 청장(1974년 2월〜1978년 12월)에 이어 세 번째다.
 
 
  고씨, 관세청장 후보 비밀면접도 봤나?
 
  이 과장이 고씨가 인사(人事)에 있어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다고 확신한 이유는 김 전 세관장 임명 직후 자신이 고씨에게 추천한 천홍욱 관세청 차장이 관세청장이 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2016년 5월 고씨의 요청으로 천홍욱 전 관세청 차장을 관세청장으로 추천했다. 천 전 청장은 며칠 뒤인 5월 25일 관세청장으로 임명됐다.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천 전 청장은 임명을 앞두고 고씨와 비밀면접을 봤다. 행정고시(27회) 출신인 천 청장은 서울세관장, 심사정책국장을 거쳐 2015년 3월 관세청 차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고씨와 면접을 볼 당시에는 관세청 유관기관인 ‘국가 관세종합정보망운영연합회’ 회장이었다. 2017년 8월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고영태씨 3차 공판에 나온 천홍욱 전 청장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당시 이 (인천본부세관) 과장으로부터 청장으로 추천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후 BH(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다만 그는 고씨에게 비밀면접을 본 것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 과장이 후배가 있다. 만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지 청장 문제와 관련해서 만난 건 절대 아니었다.”
 
  당시 천 전 청장의 발언은 관세청 인사에 개입해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 중인 고씨와 선을 그으려는 취지로 풀이됐다.
 
  천 전 청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서류를 무단 유출하거나 파기한 혐의로 감사원으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한 뒤 물러났다. 청와대는 2017년 7월 14일 천 전 청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2. 사기
 
‘목숨 걸고 증언하는 의인’으로 추대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는 세 가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고 전 이사가 2016년 10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고씨는 지인 A씨와 함께 A씨의 지인인 정○○씨를 소위 공사 대상으로 삼았다. 정씨는 고씨가 운영 중이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무실을 들락거리면서 고씨가 최순실씨와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고씨와 A씨는 정씨에게 수시로 “고씨가 최씨의 영향력을 이용, 박근혜 정부에서 힘 좀 쓴다”는 점을 강조했고 “고씨가 최순실과 가까운 점, 청와대에 인맥이 많다는 점을 자주 언급했다”고 했다. A씨는 정씨가 본인들의 이야기를 믿는 듯하자 “민우(고영태 가명)가 다른 사람들의 돈을 굴리면서 주식 투자를 해 주고 있는데, ○○주식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 줬다”고 했다.
 
  2015년 5월 중순 정씨는 고씨의 사무실에서 주식 관련 대화를 하다 고씨 등 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 전에 M&A를 한 회사 내부자로부터 곧 새로운 아이템 발표를 한다는 정보를 받았다. 그렇게 되면 주식이 오를 것이다. 높은 분들과 함께 이 주식에 투자할 생각이다.”
 
  솔깃한 정씨는 “자신도 돈을 투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고씨와 A씨는 정씨에게 이렇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모금액에 1억만 모자란다. 그 이상은 투자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다. 만약 투자를 하려면 내가 지정한 계좌로 2015년 7월 주식시장 마감 전까지 돈을 보내라. 그날 주식을 사야 하니 날짜를 반드시 지켜라. 그날이 지나면 투자할 수 없다. 1~2개월 내에, 늦어도 3개월 내에는 2~3배의 수익을 내 주겠다. 수익이 나면 수익금을 나눠 갖자.”
 
  고씨와 A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은 정씨는 고씨가 지정한 김○○씨 명의의 은행 계좌로 현금 8000만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한 회사 내부자로부터 새로운 사업 아이템 등 주식 정보를 받았으니 큰 돈을 벌게 해 주겠다는 고씨와 A씨의 이야기는 새빨간 거짓이었다. 8000만원을 날린 정씨는 2016년 6월 고씨와 A씨를 고소했다. 그해 8월 경찰은 고씨를 한 차례 불러 조사했는데, 그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고씨는 A씨로부터 투자받은 돈을 실제 주식에 투자했지만 한 달도 채 안 돼 1000만원의 손실을 봤다. 고씨는 A씨에게 “다른 주식에 투자하겠으니 안심하라”고 속인 뒤 그 돈으로 사설경마업체 사이트에서 도박을 해 모두 탕진했다. 경찰은 2017년 2월 고씨와 공범 의혹을 받는 A씨를 인천공항에서 체포했다.
 
 
  3. 한국마사회법 위반(도박장 개장)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는 불법 사설경마 사이트를 지인들과 공동으로 운영했다.
  고씨는 주식 사기 공범 혐의를 받는 A씨를 통해 B씨를 알게 됐다. B씨는 ‘한국마사회의 경마 결과를 이용한 인터넷 사설경마 사이트’를 관리하며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취득하는 일을 했다. 2014년 1월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에서 사업을 시작한 B씨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등으로 사무실을 옮겨 다니며 활동을 했다.
 
  한국마사회법을 보면 마사회가 아닌 자는 ‘마사회가 시행하는 경주에 관하여 승마투표와 비슷한 행위를 하게 해 적중자에게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지급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나와 있다. 적발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2015년 10월 하순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커피숍에서 B씨와 만난 고씨는 B씨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다.
 
  “저와 같이 사업을 하면 1개월에 1000만~3000만원 정도 벌 수 있다. 돈을 투자하면 수익의 절반을 나눠 주겠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고씨는 이를 수락했고, 2015년 11~12월에 B씨의 사설경마 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5회에 걸쳐 총 1억9600만원을 B씨가 지정한 박○○ 명의 은행계좌로 송금했다. 고씨가 투자한 불법 사설경마 사이트는 2016년 5월까지 운영됐다. 고씨가 사설경마 사이트를 공동 운영한 2015년(5월 25일)에는 인터넷 불법 사설경마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구속됐는데, 이들은 10개월간 83억여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촛불 1년…

‘고영태 친구’ 노승일이 사단법인 만들고 활동하는 이유

홍문종(의정부 을)과 겨뤄 보고 싶다던 ‘정치 지망생’ 노승일 … 의정부에 ‘대한청소년체육회’ 만들고 후원금 모금 중

⊙ 단체 출범식에 안민석·정청래 참석 … 박영선은 축하 화환 보내
⊙ 의정부시장, “노승일, 대한민국 역사를 바꿨다”면서 ‘손가락 하트’ 날려
⊙ 노승일, “대한청소년체육회엔 국민의 사랑과 응원에 대한 감사 담겨”
⊙ “국민 행복 위해 일하고 싶어 … 3년 후 총선 목표로 열심히 뛰겠다”(노승일)
  이른바 ‘최순실 국정 농단’의 ‘내부고발자’ 또는 ‘핵심 증인’으로 알려진 ‘고영태 친구’ 노승일(전 K스포츠재단 부장)씨가 사단법인을 만들었다. 노씨는 지난 8월 24일 설립허가를 받고 ‘사단법인 대한청소년체육회’란 단체를 만든 뒤 이사장직을 맡았다. 이 단체는 10월 19일 경기도 의정부시의회 건물 지하 1층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안민석, “‘노승일’ 하면 정의로운 사람 … 정의로운 노승일 파이팅!”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대한청소년체육회 출범식에 참석해 “노승일 이사장님, 사랑합니다”라며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노승일씨가 이사장인 대한청소년체육회는 체육 활동에서 소외된 초·중·고등학교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습회, 재능기부, 물품 지원 사업 등을 운영하겠다고 한다. 이 같은 노씨의 행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대한청소년체육회 출범식에 참석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하 영상에서 다음과 같이 응원했다.
 
  “노승일 하면, 정의로운 사람으로 국민들에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 정의로운 노승일이가 오늘은 새로운 정의로운 일을 하기 위해서 이렇게 어린아이를 위한 스포츠재단을 만들어서 재능기부도 하고, 꿈나무들을 키우는, 좋은 일을 하기 위한 첫걸음을 딛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들 성원해 주시고, 노승일의 앞날에 신의 은총이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정의로운 노승일,(주먹을 쥐며) 파이팅!”
 
  안 의원과 노씨는 소위 ‘박정희 비자금’을 이어받은 최순실씨의 은닉 재산을 찾겠다면서 《시사인》 기자 주진우씨,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안원구씨와 독일과 네덜란드 등지를 같이 돌아다닌 사이다.
 
  안 의원은 또 노씨가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진술 내용을 사전에 모의했다고 주장해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씨 변호사비를 모금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정유라 관련 제보를 자신에게 한 신부 박창일씨 명의의 계좌로 이틀 동안 총 1억3700만원을 모금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병용 의정부시장도 대한청소년체육회 출범식 당시 축하 영상을 통해 이렇게 얘기했다.
 
  “노승일 이사장님, 힘내시고. 이사장님께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흐름을 바꿔 놨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유소년 배드민턴팀을 이제 출범하는데 정말 발전이 있으시고, 나라의 기둥을 잘 지도하시길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노승일 이사장님, (소위 ‘손가락 하트’를 하며) 사랑합니다.”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청래씨는 “이 시대의 참 의인(義人) 노승일”이라면서 “공익재단이라고 하니 노승일답고, 이 단체가 무럭무럭 자라서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좋은 단체로 발전하길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노씨의 대한청소년체육회 출범식장엔 각계 인사가 보낸 다수의 축하 화환이 있었다. 화환을 보낸 이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정유영 창원대학교 예술대학 학장, 김동문 원광대학교 스포츠과학부 조교수(2004 아테네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 금메달 수상), 노영현 노씨 중앙종친회장, 김지수 고양시 배드민턴 지도자 등이다.
 
  노승일씨의 대한청소년체육회는 10월 19일 출범식 당일 유소년 배드민턴팀 창단식도 함께 열었다. 유소년 배드민턴 감독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경기 은메달 수상자인 장혜옥씨가 맡았다.
 
 
  “새로운 체육 정책 통해 대한민국을 스포츠 복지국가로!”
 
노승일씨는 “대한청소년체육회에 국민의 사랑과 응원에 대한 감사를 담았다”고 주장했다.
  노씨는 “돈이 없어 체육의 꿈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정작 꿈을 포기하게 만드는 건 아이가 아니라 부모다. 아이들에게 자질만 있다면 후원금을 모아서라도 꿈을 이루게 해 주고 싶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대한청소년체육회의 홈페이지상 인사말을 통해 노승일씨는 “청소년들은 미래의 주인이자 희망입니다. 이들의 꿈을 어른들이 지켜 주고 보듬어 줘야 합니다”라며 다음과 같이 적었다.
 
  〈체육인의 길은 정말 다양하고 매력 넘치는 곳이 많지만 세상에 드러날 만큼 처우가 좋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이 작은 땅에서 제대로 된 체육시설 없이 열악한 환경 속에 국가대표를 꿈꾸고 땀 흘려 노력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웃음과 꿈을 지켜 주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가는 건 늘 핀잔과 비난 …. 그리고 김치찌개로 회식하게 하는 대우뿐 ….
 
  체육인들에게 보다 더 다양하고 체계적인 대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 복지국가로 성장하기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공교육·사교육계 그리고 우리 체육인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와 함께 오랜 시간 변치 않고 뜻을 모아온 소중한 분들이 참여하여 대한청소년체육회를 설립하였습니다. 앞으로 출범할 본 협회에는 수많은 국민들의 사랑과 응원에 대한 감사와 오늘날 저를 있게 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 실업률 낮추기’라는 좋은 정책들과 동시에 새로운 체육 정책을 통해 체육계의 다양한 길을 모색하고 알려줌으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건강한 국가, 스포츠 복지국가로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 사단법인 대한청소년체육회 이사 노승일〉
 
  이 단체 소개글에 해당하는 홈페이지의 ‘함께 가는 길’에 따르면 ‘대한청소년체육회’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스포츠를 통한 꿈의 발견과 도전! 생활체육 활동을 통한 건강한 삶!
 
  체육 활동을 통한 즐거움은 국민 모두가 차별 없이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서민들은 불평등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심각한 사회적 박탈감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나 체육은 학력, 경제력, 출신 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나 동등한 규칙과 조건하에 경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로 인한 성취감은 승패를 떠나 참여한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행복입니다. 이것이 저희 협회가 꿈꾸고 노력하는 체육활성화 사업의 본질입니다. 사회, 경제적 지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체육을 접할 기회를 만들어줌으로써, 체육을 하는 순간만큼은 차별받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작은 행복을 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이 행복이 작은 불씨가 되어 사회의 어두운 면이 체육을 통해 조금이라도 밝아지는 것이 우리 대한청소년체육회의 이상입니다.〉
 
  신부 박창일씨에 따르면 노승일씨가 대한청소년체육회를 만든 재원은 변호사비 지원 명목으로 안민석 의원이 모금한 1억3700만원이다. 대한청소년체육회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단체의 임원은 이사장 노씨를 포함한 9명이다. 이 중에 강사민(54), 강지곤(41)씨는 K스포츠재단에 있었던 직원들이다.
 
  특히 강지곤씨는 노승일, 고영태와 한국체육대학교 동기다.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강씨에 대해 “K스포츠재단의 가이드러너(장애인올림픽에서 시각장애인 육상선수가 잘 달릴 수 있도록 함께 손을 잡고 이끌어 주는 도우미) 사업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고영태가 추천해 들어왔다”고 했다. 이 밖에 앞서 언급한 전 배드민턴 국가대표 장혜옥씨,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제3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는 방정현(38)씨 등이 이사직을 맡고 있다.
 
 
  노승일, “후원금으로 내년에 의정부에 스포츠센터 만들 것”
 
노승일씨는 현재 후원금 모금 명목으로 ‘노승일의 희망 나눔 아르바이트’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청소년체육회는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11월 13일 현재 후원금은 총 1152만518원이다. 이는 노승일씨가 11월 1일부터 ‘노승일의 희망나눔 아르바이트’란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후원받은 160만원도 포함된 금액이다. 대한청소년체육회에 따르면 해당 이벤트는 일손이 필요한 식당에 노씨가 찾아가 일을 해 주고 받은 일당을 후원금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대한청소년체육회는 과연 누구에게 후원을 받은 것일까. 이 단체의 주요 후원자는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그에 따르면 배드민턴용품업체 초이스무역(대표 최민호), 대한SNS운영자협회(대표 백운섭), 가금류 육가공업체인 ㈜ 모리식품(대표 배상구)이 운영하는 오리 전문점 브랜드 ‘OK능이마을’, 세월호 사고 휴대전화 복구 업체로 알려진 모바일랩(대표 이요민), 화미락(대표 오미희) 등 9개 업체가 대한청소년체육회를 후원한다. 이 단체 이사 방정현씨도 ‘한국일반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명의로 후원하고 있다. 노씨는 이 돈을 어디에 쓰려는 것일까. 다음은 노승일씨가 대한청소년체육회의 후원금 운영 계획을 밝힌 기사의 일부다.
 
  〈경기 의정부 가능동에 위치한 10평 남짓한 사무실에 직원은 4명이 고작이었다. 노 이사장도 청바지에 티셔츠로 털털한 차림새였지만 포부만은 남달랐다. (중략) 노 이사장은 “‘K스포츠재단처럼 후원금 모아 악용하려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살까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라며 “그러나 돈이 없어 꿈을 포기하는 아이들을 위해 차라리 내가 욕을 먹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원금을 받으면 분기별로 정산해 체육회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회계감사도 받을 것”이라며 “투명하게 운영해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략) 그는 “지금은 체육회에 자산이 없어 10평 사무실에서 시작하지만 후원금을 모아 내년에는 의정부에 첫 스포츠센터를 만들 것”이라며 “꿈을 향해 가는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 9월 14일, 《아시아경제》
 
 
  노승일, “3년 후 총선을 목표로 열심히 뛰겠다 … 상대는 홍문종(의정부 을)”
 
  노승일씨는 1995년 서울체고를 졸업하고, 1999년 한체대를 졸업한 배드민턴 선수 출신이다. 1999년 8월부터 1999년 12월까지 경기도 가평의 설악중학교에서 체육 기간제 교사로 있었고, 2013년 4월부터 2015년 7월까지는 서울시 노원구·은평구, 경기도 의정부시·양주시 등에서 배드민턴 코치로 일했다. 증권사 지점에서 ‘주식 영업’을 한 2002년 2월~2013년 2월을 제하면 사실상 그는 평생 ‘운동’만 해 왔던 사람인 셈이다. 이런 노씨가 체육단체를 만들고 관련 활동을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는 왜 대한청소년체육회의 근거지로 ‘의정부’를 택했을까.
 
  정확한 경위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과거 그가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의정부에서 일종의 장학 사업을 시작한 건 정계 진출을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 노씨는 5월 19일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공공이익과 국민 행복을 위해 한번 일해 보고 싶다”며 정계 진출을 희망했다. 다음은 해당 기사의 일부다.
 
  〈— 노승일 부장의 거취에 궁금해하는 국민들이 많다. 앞으로 계획은.
 
  “대한민국 공공이익과 국민 행복을 위해 한번 일해 보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정치가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3년 후 총선을 목표로 열심히 뛰겠다.”
 
  — 총선에서 누구와 맞붙고 싶나.
 
  “친박과 맞붙고 싶다. 구체적인 지역구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가능하면 홍문종 의원과 겨뤄 보고 싶다.”
 
  — 홍문종 의원(경기 의정부시을)은 3선 중진에 체급이 만만찮은데 왜 그를 타깃으로 삼나.
 
  “특별한 이유는 없고 자유한국당 당세가 강한 적진으로 들어가 꺾고 싶다. 상대가 홍문종이든 서청원이든 가리지 않겠다.”〉 - 2017년 5월 24일, 《월요신문》
 
  노씨는 또 8월 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실정치에 대한 도전의 꿈은 항상 갖고 있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현실 정치 도전의 꿈은 항상 갖고 있었죠. 총학생회장 하는 이유가 나름 학교서 학우들을 위해 앞장서 보겠단 뜻에서 하잖아요. 총학생회장 하면서 사회를 알았고, 사회를 알면서 정치 흐름이나 이런 것들 관심 있게 봐 왔습니다. 아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나도 한 번 정치해 볼까?’ ‘내가 하면 잘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은 다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댓글수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