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김대중(김홍걸) 비자금 관련 1억 달러의 실체 확인”

서석천 2020. 2. 19. 19:49


“김대중(김홍걸) 비자금 관련 1억 달러의 실체 확인”

국정원이 추적에 착수한 계기. 김홍걸, 전성식은 부인. FBI와 국정원 합동공작.

조갑제닷컴        

      

월간조선 3월호가 김대중(김홍걸) 비자금 추적의 단서가 되었던 1억 달러의 수표 사본을 확인했다고 보도하였다. 2010년, 국정원이 입수한 이 수표(사본)가 계기가 되어 FBI와 합동으로 추적에 들어갔었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 추적에 참여한 국정원 간부들은 정치개입, 국정원 예산의 불법 사용 등의 혐의로 구속 수사, 재판을 받고 있다. 해당 국정원 간부들은 비자금의 실체가 있고 북한流入 의혹이 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수사, 재판은 비자금 실체 규명보다는 국정원 예산 사용의 불법성 여부를 추궁하는 데 그쳤지만 월간조선은 계속 실체를 파고 들고 있다. 이번 기사가 세번째이다. 趙成豪 기자가 쓴 기사 全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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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에 휩싸여 있는 13억5000만 달러 상당의 ‘미국 내 김대중(DJ) 비자금’ 중 대북(對北) 관련성이 있는 ‘1억 달러’ 수표 미스터리!
지난해 이런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했던 《월간조선》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확보했던 1억 달러 수표의 실체를 밝혀줄 결정적 단서를 확보했다. 본지(本誌)는 재판 취재 과정에서 문제의 1억 달러 수표 사본을 확인하는 한편, 이 자금이 왜 대북 관련성을 띠게 됐는지를 이해하게 하는 문서도 입수했다.


1억 달러 수표 실체 확인!

국정원의 心證(심증)을 굳히게 만든 제보의 내용은 ‘DJ 비자금’ 최초 제보자 테리 스즈키(Terry Suzuki·62·미국 국적) 측 법률 대리인이 2010년 10월 8일 작성한 내용증명 서류에 요약돼 있다. 이 서류는 DJ의 3남(三男) 김홍걸씨 관련 주소지 세 곳으로 발송됐다. 김씨 외에 내용증명 수신자가 한 명 더 있는데, 그는 미국 서부 오리건주(洲)에 거주하는 ‘데이비드 전(David Jun)’으로 한국명은 ‘전성식’이다.
내용증명에는 사건의 전말뿐 아니라 1억 달러 수표가 발행된 경위, 그 수표와 김홍걸 등 DJ 일가(一家)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왜 대북 관련성이 있는지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국정원(당시 원장 원세훈)은 ‘미국에 예치돼 있는 13억5000만 달러의 DJ 비자금 중 1억 달러가 북한으로 유입되려는 정황이 있다’는 취지의 첩보를 입수했다. 국정원은 이 정보가 비자금 관리자와 가까운 동업자로부터 나온 것이라 신빙성이 높고 대
북 관련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동부 지역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국세청의 협조하에 자금 출처와 이동 경로를 추적했고, 서부 자금 조사에는 FBI와도 공조했다. 이것이 이른바 ‘데이비드슨 공작’이다.
이 공작을 주도했던 국정원과 국세청의 고위 간부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정치적 목적을 갖고 풍문(風聞)만으로 DJ를 뒷조사했다’는 이유로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국고 손실) 등의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그중 최종흡 전 국정원 차장과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국정원에 협조했던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지난 1월 31일 2심 선고 공판에서, 1심에 이어 무죄가 선고됐다. 함께 기소된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의 2심은 현재 진행 중이다. 비자금을 추적한 국정원 요원들은 한결같이 ‘풍문이 아니라 실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간조선》은 그간 이들 피고인의 재판 기록 등을 통해 국정원과 국세청이 왜, 어떤 이유로 DJ 비자금을 추적해왔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했었다. 그러나 ‘국정원 공작’이라는 사안의 특수성 때문에 사건 전체를 다루는 데 있어, 일부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최초 제보자의 내용증명 서류를 입수함으로써 국정원이 ‘데이비드슨 공작’에 착수하게 된 경위는 물론, 사건 전체의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사건의 핵심적 자료인 1억 달러 수표의 실체를 확인했다.
이 내용증명이 100% 진실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스즈키의 법률대리인이 작성한 만큼 스즈키의 입장이 많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즈키 측이 송사(訟事)를 염두에 두고 작성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전체 맥락은 신빙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월간조선》은 기재 내용을 검증했고, 그중간 결과를 보고한다.


제보자 스즈키는 누구인가?

내용증명의 줄거리를 따라가 본다.(이하 등장인물 존칭 생략) 2008년 DJ일가와 친분이 깊은 전성식은 시애틀 거주 한국인 사업가 테리 스즈키에게 중국 선양(瀋陽)에 월드트레이드센터
(WTC)를 건립하기 위한 자금 1억 달러를 ‘김홍걸로부터 조달받기로 했다’며 WTC 사업 참여를 권유했다. 김홍걸이 앞장서 사업에 나설 수 없으니 대신 실무를 맡아달라는 취지였다. WTC 사업이 성사됐을 때,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김진경이 운영하는 평양과기대에 기부하는 조건도 달려 있었다.
사업이 가시화되던 중 김진경은 DJ일가로부터 나오는 자금의 성격에 의문을 가졌다. 비자금이기 때문에 훗날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결국 김진경의 반대로 이 사업은 좌초됐다는
게 스즈키의 주장이다. 선양 WTC 사업이 불발되자 스즈키는 사업 추진에 쓴 수백만 달러를 손해봤다며, 내용증명을 작성해 김홍걸과 전성식에게 각각 발송했다. 스즈키는 금전적 손실 등에 불만을 품고, 문제의 사업과 1억 달러의 출처 등을 국정원에 제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 관련 핵심 인물들에 대해 간단히 적어둔다. 우선 테리 스즈키다. 1958년 출생인 스즈키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사업가다. 스즈키의 미국 내 주소지(워싱턴주)를 기준으로 검색해보면, 스즈키 일가가 운영하고 있고, 운영했던 25개 법인이 확인된다. 이들 법인은 투자회사, 컨설팅회사, 농업 관련 회사 등으로 그 성격도 다양하다. 스즈키가 여러 사업에 손댔음을 추정할 수 있다.


시애틀 駐在 국정원 정보관, 스즈키 접촉

테리 스즈키를 처음 접촉한 이는 미국 시애틀 국정원 정보관 도○○씨다. 도씨는 ‘미국 내 DJ 비자금’ 관련 첩보 전문(電文)을 국정원 본부에 최초로 보고한 이이기도 하다.
도씨가 스즈키를 본격적으로 접촉한 시기는 대략 2010년 상반기로 추정된다. 최종흡 전 차장과 친분이 깊은 A씨는 스즈키와 도씨의 접촉 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 중앙 일간지 고위 간부를 지낸 A씨는 최 전 차장 재판을 거의 다 방청하며 사건의 경위를 기자의 시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말이다.
“‘DJ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본부의 지시를 받은 도씨는 스즈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며 추적에 나섰다. 알고 보니 도씨의 딸이 다니는 시애틀의 한 학교에 스즈키의 아들도 다니고 있었다고 하더라. 즉 도씨와 스즈키는 같은 학교 학부형이었다. 도씨는 그런 인연을 기반으로 스즈키와 접촉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전 국정원은 스즈키가 2009년 9월 평양과기대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므로, 미국으로 돌아오면 만나서 첩보를 수집하라는 지시를 도 정보관에게 내렸다고 한다. 이때는 DJ 비자금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전성식은 DJ 일가와 친분 깊어

전성식(65)은 1998년부터 미국 오리건주 소재 포틀랜드주립대학 전기·컴퓨터 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포틀랜드주립대 홈페이지에는 그의 학력이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영국 옥스
퍼드대학교 박사후 과정, 연세대학교 컴퓨터 공학 석사’라고 기재돼 있다.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동(同) 대학 컴퓨터센터장을 지내기도 했다. 전성식과 김진경은 2009년 12월, ‘글
로웍스(Gloworks)’라는 북한 광물개발회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사외이사로 선임됐을 당시, 한 언론에 보도된 전성식에 관한 소개 글이다.

<포틀랜드주립대학 데이비드 전(전성식) 교수는 미국의 첨단 컴퓨터 관련 하이텍 회사로부터 한국인 미국 교수로는 사상 최고액인 1억3000만 달러에 상응하는 기술 로열티를 스톡옵션으
로 받았으며 세계 최초로 자동응답기(Answering Machine), 자동차에 대부분 장착되어 있는 오토 크루즈 시스템을 개발한 세계적인 컴퓨터, 엔지니어링계의 석학이다. 또한 북미(北美)관계가 경색되었던 때에 워싱턴 정부의 승인을 받아 북한의 학자들을 포틀랜드주립대학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북미관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북미관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후술(後述)할 내용증명, 이현동-박윤준 재판 기록 등에 따르면, 전성식은 DJ 일가와도 친분이 깊다고 한다. 데이비드슨 공작에 간여했던 이모 국정원 전 처장은 ‘첩보에 의하면 (전성식은) 미국 내 DJ 비자금 관리자’라고 재판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동북아재단 이사장으로서 옌볜(延邊)과기대와 평양과기대를 설립한 김진경(86)은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고려신학대 교수 출신인 김진경은 북한 당국과도 긴밀한 연(緣)을 맺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그는 2011년 북한 당국으로부터 평양 명예시민증을 발급받아 북한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김진경이 이사장으로 있던 동북아재단은 평양과기대와 옌볜과기대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은 이 사건의 핵심인 DJ 3남 김홍걸이다. 김홍걸은 고려대 불문학과를 나와, 미국 UCLA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DJ 정권 시절 줄곧 미국에 체류하고 있던 김홍걸은 정권 말기인 2002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다. 그는 2심에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6000만원을 선고받았고, 상고를 포기해 형(刑)이 확정됐다.
2005년 8월 사면 복권된 김홍걸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현재까지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의장을 맡고 있다. 오는 4월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김진경과 전성식은 글로웍스 사외이사뿐 아니라, 평양과기대에서 각각 총장과 부총장으로 함께 일한 적도 있다. 복수의 정보 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즈키는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 사망했을 당시 조문(弔問)을 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조문 당시 유족 옆에 서 있는 스즈키의 사진을 확보했다고 한다.


전성식, 스즈키에게 WTC 사업 참여 권유

‘DJ 비자금 의혹’은 선양 WTC 사업이 좌초되면서 수면으로 떠올랐다. 스즈키와 전성식은 2008년 후반경, 이 사업에 대해 처음 의논했다고 한다.

<전 박사(전성식)께서는... 시애틀에 거주하는 미국 교포 테리 스즈키에게 접촉하셔서 본인의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하 동북아재단)에서의 직위와 김대중 전 대통령 가족, 즉 김대중 전
대통령 삼남 김홍걸 박사와 이희호 여사와의 특별한 관계를 거론하며 중국 선양 NAFEC 월드트레이드센터(WTC) 프로젝트를 저희 의뢰인(테리 스즈키)에게 동참하기를 권했습니다.>

2009년 2월 전성식, 스즈키 두 사람은 한국으로 건너와 김홍걸, 김진경, 그리고 삼일회계법인의 김○○ 전무, 모 대기업 건설사 사장 최○○씨 등을 만나 WTC 사업에 관한 회동을 가졌다. 김 전무는 DJ가 현직 대통령으로 있던 1998년, DJ의 일본 방문 당시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그는 DJ 정권 시절, 인천국제공항과 경기도 외자(外資)유치 자문단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기자는 김○○ 전무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스즈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페이스북상에서 서로 ‘친구’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업자금 조달은 김홍걸 박사가 전적으로 책임짐”

전성식과 동북아재단 임원들은 WTC 사업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 조달계획과 토지 확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스즈키의 내용증명 일부다.

<중국 선양 WTC 프로젝트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 중, 프로젝트에 필요한 토지는 중국 선양시에서 장기간 임대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나머지 프로젝트에 필요한 사업 자금은 김홍걸 박사께서 비공식으로 참여하며 제공할 계획임을 전 박사와 동북아재단 임원(任員)들이 스즈키씨에게 전해주셨습니다.>

내용증명에는 김홍걸이 WTC 사업에 있어 자금 조달을 맡았음을 전성식이 강조하는 대목이 여러 번 나온다.

<(전성식은) 본 프로젝트의 사업자금 조달은 김홍걸 박사가 전적으로 책임짐을 스즈키씨와 삼일회계법인 김○○ 전무께 강조했으며 스즈키씨는 전 박사의 지시대로 사업을 추진만 하면 된
다고 거듭 설득시키셨고, 안심시켰다.>

전성식은 또 김홍걸이 ‘중국 여러 방면 쪽의 사업’을 위해 개인 주식회사를 설립했음을 스즈키에게 말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이다.


내용증명에 실린 김홍걸이 설립한 회사를 확인하다

<김홍걸 박사는 따로 KORCHA C&;I INC.라는 개인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중국 여러 방면 쪽의 사업을 추진했고, 전 박사는 김홍걸 박사가 동북아재단과 함께 WTC 선양 프로젝트와 더불어 WTC 하얼빈과 청도에도 WTC 라이선스를 취득한 상태라고 스즈키씨에게 설명하여 주셨습니다.>

확인 결과 ‘KORCHA C&;I INC’는 WTC 하얼빈(哈爾濱)과 WTC 칭다오(靑島)의 라이선스를 취득한 법인이었다. 이 회사의 주소지는 서울 삼성동의 L 오피스텔이었다. 스즈키 측 변호인이 김홍걸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한 바로 그 오피스텔과 동일한 곳이었다(내용증명 발송지인 김홍걸의 오피스텔 호수는 73X호, KORCHA C&;I INC의 호수는 72X호).
이 중 WTC 청도의 ‘Director Advisor’는 전성식(David Jun)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로써 김홍걸이 설립했다고 하는 KORCHA C&;I INC가 실존하고, 전성식이 이 회사의 간부를 맡았다는 사실이확인된 셈이다. 이는 DJ 집안과 전성식이 특수 관계라는 내용증명의 기술(記述)을 뒷받침한다.
전성식은 ‘선양 WTC 프로젝트’의 자금줄이 김홍걸임을 재차 강조했지만, 스즈키는 사업 참여에 주저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내용증명에는 “(전성식은) 스즈키씨에게 프로젝트에 동참하시기를 권했으나 스즈키씨는 중국 동북아재단 WTC 사업에 구체적인 지식과 중국에 대한 경험이 없음을 수차 알려드렸다”고 적
혀 있다. 전성식은 그런 스즈키를 안심시키기 위해 “(김홍걸이) 동북아재단 WTC 사업의 상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성식, 스즈키에게 ‘모든 사업 미루고 WTC 사업에 참여할 것’ 종용


앞서 쓴 대로 2009년 2월, 전성식은 스즈키를 서울로 초청해 김홍걸을 비롯해 앞서 말한 삼일회계법인 김○○ 전무와 최○○ 대기업 건설사 사장, 동북아재단 임원진과의 회동을 주선했다. 이들은 선양 프로젝트에 따른 양해각서(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체결했다. 양해각서 체결 이후에도 전성식은 스즈키의 사업참여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스
즈키가 하던 기존의 사업을 미루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내용증명의 내용이다.

<전 박사가 중국 선양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참여 종용 시기에 미국 시애틀에서 매우 성공적인 부동산 회사와 다수의 서비스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었으나, 전 박사는 김홍걸 박사와 본인 가족의 막대한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WTC 선양 프로젝트는 스즈키씨에게 확실한 고(高)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므로 시애틀의 모든 사업을 미루고 적극적으로 WTC 선양 사업에 참여할 것을 강력하게 종용하였습니다.>

양해각서 체결로 선양 WTC 프로젝트가 구체화되자, 전성식은 수차례에 걸쳐 스즈키씨를 김홍걸과 만나게 했다고 한다. 스즈키에게 중국 WTC 선양 사업 건에 대한 기획 상황을 김홍걸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에 김홍걸은 스즈키에게 ‘본인이 추진하고 있는 중국 타(他) 지역인 칭다오, 하얼빈 WTC 사업 건에 대해서도 차후 참여해줄 것을 매우 진지하게 논의했다’고 한다. 수차례 미팅 때마다 김홍걸은 중국 선양 WTC 사업에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내용증명 서류에 적혀 있다. 김홍걸 본인이 WTC 사업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성식은 왜 스즈키에게 WTC 사업 참여를 그토록 끈질기게 요구했을까. 내용증명을 보면 “전 박사는 김홍걸 박사가 정치적인 문제나 과거 형사처분 문제로 본 사업에 앞장서서 추진할 수 없고 제3자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고 써 있다.
이 말은 김홍걸이 사업 주체로 나설 수 없어, 전성식이 스즈키를 WTC 사업의 ‘실무자’ 격으로 내세웠다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주지하다시피 김홍걸은 2002년 ‘최규선 게이트’ 사건 당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내용증명은 이어 “전 박사 본인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온 김대중 전 대통령 가족과의 깊은 관계와 비영리단체인 동북아재단이 중국 선양 WTC 사업 일선 참여의 불가피함을 설명하며 스즈키씨에게 사업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누누이 밝혔다”고 덧붙였다.


스즈키 “‘DJ 비자금 관리자’의 美 콘도代理 인수”

김홍걸과 수차례 미팅을 갖고, 전성식의 종용을 받은 스즈키는 2009년 2월부터 선양 WTC 사업에만 전력을 쏟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스즈키는 금전적인 손해를 보기 시작했다. 자비
(自費)를 중국 선양 WTC 사업 경비와 중국 내 로비 비용으로 쓴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스즈키는 전성식의 부탁으로, ‘DJ의 자금 관리자’로 알려진 한 기업인의 미국 내 콘도미니엄을 대리(代理) 인수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내용증명엔 DJ 일가의 자금 관리인으로 전성식 외에 두 명이 더 등장하는데, 현재는 공중 분해된 어느 재벌 기업 계열사 대표였던 송모씨와 신원을 알 수 없는 ‘한스 루이(Hans Lui)’란 인물이다. 지난해 《월간조선》은 앞서 언급한 도○○ 시애틀 국정원 정보관이 국정원 본부에 보고한 첩보 전문의 내용을 보도했었다.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 재판기록 인용)

<2010년 상반기 한국계 미국인 T씨의 보고 내용인데, 미국 내 DJ 비자금이 서부에 6억 달러(또 다른 재판 기록엔 ‘6억5000만 달러’로 적시-기자 주), 동부에 7억 달러가 있다. 동부는 A회장, 서부는 B씨가 관리한다. C 기업 전 회장이 함께 인출해야 출금이 가능하다. 그중 1억 달러가 DJ의 삼남 김홍걸이 운영하는 중국 북경 등 3개 회사를 거쳐 북한에 있는 평양과기대로 송금되려 한다.> (A, B, C, T는 기자가 익명 처리)

여기서 ‘한국계 미국인 T씨’가 테리 스즈키, ‘A회장’이 송모씨, ‘B씨’가 한스 루이였다. 내용증명에는 스즈키와 전성식이 송씨의 미국 시애틀 소재 콘도미니엄을 두고 벌였던 갈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갈등은 김홍걸이 시애틀 이주(移住)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내용증명의 일부다.

<스즈키씨, 전 박사, 김홍걸 박사와 면담을 하는 동안 수차례 김 박사가 차후 현재 스즈키씨가 거주하고 있는 미국 시애틀로 이주하실 계획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006년 6월 미리 전 박사, 전 박사의 배우자, 그리고 송○○ 회장(모 재벌기업 계열사 전 대표-기자 주)과 함께 구입 계약하셨던 시애틀 시내에 위치한 고급 콘도(olive 8 condominium) 2802호를 전 박사는 스즈키씨에게 인수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2802호의 구입 가격은 미화 112만 5000달러이며 김홍걸 박사가 원하는 바다가 보이는 시애틀 중심의 고급 호텔을 포함한 32층 호화 콘도이자 주상복합입니다.>


‘송○○ 회장, 김 전 대통령의 자금 관리하는 분’

전성식이 콘도 대리 인수를 스즈키에게 제의한 시점은 2009년 5월께다. 이때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기(景氣)가 침체에 빠졌을 시기다. 당연히 미국 부동산 가격도 큰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이유로 스즈키는 콘도 대리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성식이 제시한 인수 조건도 마뜩지 않았다. 스즈키 측 주장에 따르면, 전성식은 2006년 이 콘도를 매입할 당시 5만 9500달러의 계약금을 지불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성식은 스즈키에게 그보다 두 배에 가까운 11만 달러에 대리 인수계약을 체결하도록 요청했다고 한다.
스즈키가 주저하자 전성식은 “(스즈키에게) 콘도를 양도하는 계약을 한 후에 김홍걸 박사에게 미화 140만 달러에서 150만 달러 사이에 곧 되팔아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스즈키 측은 “잔금을 지급하지 못해 매매 계약금 11만 달러를 손해 보았다”고 주장했다.
전성식은 스즈키에게 송 회장의 특별한 지위를 강조한 것으로 내용증명에 적시돼 있다. 내용증명에 의하면 전성식은 “(송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인의 가족들과 매우 깊은 관계이므로 송○○ 회장을 특별히 대우해주어야 중국 선양 WTC 사업 건과 차후 다른 사업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스즈키에 말했다고 한다. 전성식은 또 ‘송○○ 회장님이 김홍걸 박사를 위시한 김 전 대통령의 자금을 관리하시는 분’이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이에 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기자는 송○○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DJ 자금 관리자’ 한스 루이는 누구?

한스 루이라는 인물도 눈여겨봐야 한다. 내용증명에 따르면, 한스 루이는 전성식의 ‘가까운 후배’인데 전성식의 추천으로 DJ 일가의 자금 관리 및 투자자로 활동했다고 한다.
한스 루이가 DJ 비자금을 관리하다가 손해를 보았다는 내용도 있다. 스즈키는 전성식의 요청으로 스위스에 본사(本社)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투자회사 ‘Partners Group’의 싱가포르 지사(支社) 책임자인 자신의 처남을 김홍걸과 만나도록 주선했는데, 그 이유는 자금 운영의 부실 때문이었다. 내용증명에서 해당 내용을 발췌한다.

(2009년 12월 21일)

PAY TO THE ORDER OF
(수표 수취인)

LHL INVESTMENT, LLC. US $100,000,000.00
ONE HUNDRED MILLION DOLLARS AND 00 CENTS
(LHL Investment 1억 달러 0센트)

NOTICE TO CUSTOMERS
(고객들을 위한 안내문)
As a condition to this institution’s issuance of this check, purchaser agrees to provide an appropriate indemnity or affidavit prior to the refund or replacement
of this check in the event it is lost, misplaced, or stolen. In most states, a waiting period of 90 days applies.
(이 기관이 이 수표를 발행하는 조건에 따라, 발행인은 이 수표가 분실되거나 잘못된 곳으로 보내졌을 시, 혹은 도난됐을 경우 이 수표를 환불하거나 대체하기에 앞서 적절한 보상이나 내용증명을 제공할 것에 동의한다. 대부분의 주(州)에서는 90일간의 대기 시간이 적용된다.)

ISSUED BY: TRAVELERS EXPRESS COMPANY, INC.
(발행기관: 트레블러스익스프레스컴퍼니)

DRAWER: U.S. Bank
(수표 발행인: US Bank)

DRAWEE: PREFERRED BANK, LOS ANGELES. CA
(지정지급인: 프리퍼드뱅크, LA, 캘리포니아)>

이렇듯 ▲1억 달러 수표 사본을 김홍걸이 스즈키와 전성식 등에게 제시한 경위 ▲문제의 수표가 스즈키에게 팩스로 전달되는 과정 ▲LHL의 투자 담당 변호사(이○○ 변호사)가 스즈키, 김
○○ 전무 등에게 투자 관련 공문(公文)을 보낸 경위 등이 내용증명에 아주 상세히 적혀 있다.


내용증명에 담긴 ‘WTC’ 관련 법인도 실존했던 법인

이들은 선양 WTC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G&;J라는 별도의 SPC(specialpurpose company·특수목적법인)를 설립했다. 추정컨대, LHL이 투자금을 예치할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이라면 이 G&;J는 실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컨소시엄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이 회사들을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로 판단했다.
스즈키가 김홍걸에게 보낸 내용증명에 따르면, G&;J의 지분은 동북아재단의 GD Holdings가 33.3%, 스즈키의 자(子)회사 JM Holdings가 33.3%, 제3투자법인인 Golden Frog Investment가 33.3%를 보유하고 있었다.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를 통해 ‘법인 등기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GD Holdings(2017년 12월 11일 해산), JM Holdings(2018년 12월 3일 청산종결) 모두 실존했던 국내 법인이었다.
GD Holdings의 등기 증명서 ‘(설립)목적’란에는 “중국 지역에 위치한 세계무역센터의 설립, 부동산 개발, 건설 및 운영을 위한 특정 목적”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 회사 주소지는 김진경이 한국에 왔을 때 사무(事務)를 보는, 모 기독교 단체 사무실(서울 서초동 소재)로 돼 있다.
JM Holdings의 등기 증명서 ‘목적’란에도 GD Holdings와 동일하게 적혀 있다. 스즈키와 전성식은 JM Holdings의 사내이사와 감사직을 각각 맡았던 걸로 등기 증명서에 기재돼 있다.
두 회사는 설립일(등기일)도 한 달여 밖에 차이가 안 난다. GD Holdings는 2009년 7월 8일, JM Holdings는 같은 해 8월 21일이었다.
이 역시 스즈키 측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음을 방증한다.


사업 자금이 DJ 비자금인 이유로 김진경 반대... 이희호에게도 통보

LHL에 1억 달러 예치까지 이뤄짐으로써 선양 WTC 사업은 순항(順航)하는 듯 보였으나,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내용증명에 따르면 김진경이 돌연 사업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2010년 초 김진경은 김○○ 전무와 스즈키에게 ‘LHL에 예치된 1억 달러를 선양 WTC 사업에 투자하지 말라’고 통지했다. “1억 불 사업 자금이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인 관계로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진경의 반대 이유였다.
스즈키는 김홍걸과 전성식이 최종적으로 투자 결정을 한 후, 투자금을 예치까지 한 시점에서 “(김진경의) 이해할 수 없는 행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스즈키가 내용증명에서 밝힌 당시의 심경을 옮겨본다.

<스즈키씨는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초기 때부터 전성식 박사를 포함한 동북아재단의 김진경 총장과 더불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참가자들과 중국 프로젝트 사업 자금이 김
전 대통령 가족으로부터 조달되는 것이 기정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뜻밖에 김진경 총장의 LHL 사업 자금 사용 반대 의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급히 동북아재단에 긴급 미팅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2010년 1월 중순경, 동북아재단에서 다시 긴급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진경은 스즈키와 김○○ 전무에게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내용증명에 따르면, 김진경은 이희호여사에게도 “LHL 사업 투자금을 선양프로젝트에 절대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한다. 김진경과 스즈키가 LHL 사업자금 관계로 미
팅할 당시, 전성식은 한스 루이와 사업관계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었다. 스즈키는 김진경의 반대 의사를 전성식에게 전했다. 그 얘기를 들은 전성식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비자금으로 추적할 수 없는 안전한 자금”

<전 박사는 LHL 사업 자금은 그동안 Mr. Hans Lui가 꾸준히 수년간 여러 방법으로 비자금을 관리·투자하여 왔었고, 그동안 많은 자금의 탈바꿈을 통하여 현재로서는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적할 수 없으므로 매우 안전한 자금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는 DJ 관련 자금들이 오랜 기간 ‘돈세탁’이 돼왔음을 암시한다. 전성식은 스즈키에게 “김진경 총장과 동북아재단 임원들과도 연락을 끊고 LHL 사업자금 내용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사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스즈키 측 주장에 따르면, 전성식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내용을 김진경 측에도 알렸다고 한다. 스즈키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경로는 뜻밖에도 김진경이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전성식은 스즈키와 김진경 두 사람 사이에서 일종의 ‘더블 플레이’를 한 셈이 된다. 이때부터 스즈키는 좀 더 강하게 나가기 시작했다. LHL 투자회사에 예치된 1억 달러가 실재(實在)함을 증명하기 위해 전성식이 팩스로 보내준 수표 사본을 김진경, 김○○ 전무, 동북아재단 간부들에게 제시한 것이다.
여기서 삼일회계법인의 김○○ 전무도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김 전무는 앞서 밝혔듯이 스즈키와 페이스북 친구를 맺을 정도로 친한 사이다. 내용증명상 그는 문제의 수표를 두 번(2009년말 김홍걸로부터, 2010년 초 스즈키로부터)이나 직접 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문제의 1억 달러 수표에 대해 “잘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 르네상스호텔 등지에서) 김홍걸과 만난 적도 없다”며 “우리(삼일회계법인)는 WTC 사업이 중간에 중단돼 실사도 제대로 못한 채 나왔다. 왜 중단됐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다만 그는 “WTC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스즈키와 김진경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됐던 걸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교묘하고 우유부단한 언어와 행동으로 스즈키 기만”

WTC 사업이 차질을 빚고 스즈키의 금전적 손실이 이어지자, 전성식은 우선 미화(美貨) 200만 달러를 스즈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단 100만 달러를 스즈키에게 지급할 것을 약속했지만, 잔고 부족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고 한다. 스즈키의 주장에 따르면, 돈이 지불되지 않고 있음에도 전성식이 자신에게 표류 중인 선양 WTC 사업을 회생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고 한다. 스즈키는 WTC 사업 회생이라는 전성식의 요청을 받아들였음에도, 전성식이 자신에게 약속한 대금 지불 약속을 또다시 어겼다고 주장했다. 내용증명의 내용이다.

<전 박사는 스즈키씨를 상대로 수차례의 약속과 불이행을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또한 지난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스즈키씨는 사업 초기부터 전 박사의 세심하고 치밀한 계획과 의도를 모르고 오직 전 박사를 굳게 믿고 오래된 우정을 토대 삼아 전 박사의 요청대로 중국 선양 사업만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모든 것을 바쳤으나, 계속되는 전 박사의 교묘하고 우유부단한 언어와 행동으로 스즈키씨를 기만함으로 매우 심각하고 처참한 상황에 빠지게 했습니다.>

이어 “스즈키씨는 전 박사와 김홍걸 박사의 WTC 선양 프로젝트에 대한 수많은 결의와 약속을 굳게 믿고 오늘까지 중국 선양에만 몰두하였으나, 그 결과로 스즈키씨는 평생 겪어보지 않은 매우 심각한 경제적인 손실과 정신적 고통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스즈키의 미국 사업은 복귀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적었다. 결국 선양 WTC 사업은 중단되고 말았다.


김홍걸 측 “스즈키의 일방적 주장... 법적 조치 취할 것”

《월간조선》은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홍걸 민화협 상임의장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했다. 지난 2월 10일 민화협 대표 이메일로 김홍걸 의장에게 질의서를 발송했다. 스즈키의 내용증명을 토대로 문제의 1억 달러 수표의 출처, 선양 WTC 사업 추진 당시 김홍걸 의장의 행적 등 총 12개 항목을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홍걸 의장 측은 “귀사(貴社)가 보낸 질의 내용은 테리 스즈키의 일방적인 주장에 기초한 것으로 사실과 다릅니다. 추후 허위 사실을 보도함으로써 본인과 본인 가족의 명예가 침해될 경우 이에 대하여 관련 당사자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여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회신했다.
민화협 관계자에게 ‘질의 내용 전체가 허위라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만 허위라는 것인지 답을 해달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2월 12일 “대표님(김홍걸 의장-기자 주)께 말씀드렸는데 황당한
주장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해명할 것이 없다고 말씀한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미국에 거주하는 전성식씨에게도 질문지를 발송해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물었더니, 장문(長文)의 입장문을 보내왔다.(106쪽 참조) 기자는 2018년 말 김진경씨와 만난 적이 있다. 김진경씨와 기자는 아래와 같은 요지의 문답을 나눴다.

<기자: (선양) 월드트레이드센터 사업에 필요한 돈의 출처는 어디였나.
김진경: 그건 모른다.
기자: 처음 당신에게 월드트레이드센터 투자를 권유한 사람은 누구인가, 전성식인가.
김진경: 기억이 잘 안 난다. 다만 내가 선양시 관계자들을 비롯해 중국 정부 인사들을 전성식에게 소개해준 적은 있다.
기자: 김홍걸씨도 여기에 투자했나.
김진경: 김홍걸이는 별로 없고....
기자: 별로라는 건 뭔가.
김진경: 안 했다는 거지. 모른다. 선양엔 한 번도 안 나타났다.>

지난 1월 말, 스즈키의 내용증명에 실린 내용을 토대로 한국에 귀국한 김진경에게 다시 물었더니 “옛날 이야기를 다시 꺼내고 싶지 않다”는 식으로 말을 아꼈다.


국정원 DJ 비자금 첩보 입수 과정

이렇듯 국정원은 스즈키가 제보한 구체적 내용을 토대로 ‘데이비드슨 공작’을 진행해나갔다. ‘사건일지’를 보면, 국정원은 스즈키를 통해 도모 정보관으로부터 제보를 받기 전 중국 베이징 정보원으로부터도 첩보를 입수했다. 첩보의 요지는 ‘5억 달러가 북한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2018년 11월 23일 박윤준 국세청 전 차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고인 최종흡 전 국정원 차장은 이런 취지의 진술을 했다.

<2009년 5월 하순에서 6월 초로 기억한다. (원세훈) 원장이 불러서 갔더니 (DJ) 미국 비자금이 있다고 했다. 원장은 5억 달러는 엄청난 액수라고 강조했다. 북한에 들어간다 하니 각별히 보안에 유의하라. 국내 것만 가지고 (돈이)될 리가 없다는 취지였다. 이현동 국세청 차장(당시 기준-기자 주)을 만나보라고 했다. 이현동 차장은 박윤준 국장을 소개해주었다.>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종흡 전 차장은 ‘DJ 비자금 조사는 대북 관련성이 있어 국정원의 직무범위’라는 요지의 진술을 했다.

[ 2020-02-18, 11:11 ]


김대중 비자금 관련 ‘1억 달러’ 수표

US Bank가 발행한 수표 사본은 존재! 김홍걸 등 당사자들은 부인                               

국정원과 FBI, 1억 달러가 북한 流入 위험성 있다고 판단해 합동공작

⊙ 국정원이 파악한 1억 달러 루트: 美 서부 회사 → 韓 회사 → 中 WTC 프로젝트 → 평양과기대
⊙ 문제의 1억 달러 수표는 US Bank가 김홍걸 회사로 추정되는 ‘LHL’에 발행한 것
⊙ 김홍걸과 ‘WTC 사업’ 동업자인 스즈키, 사업 진행 과정서 금전적 손실 입자 국정원에 ‘DJ 비자금’ 의혹 제보
⊙ DJ 비자금 조사했던 국정원 간부들 수감 中… 수표는 증거로 제출되지 않아
⊙ DJ 일가와 친한 전성식 “사업 자금 조달은 김홍걸이 전적으로 책임짐”
⊙ ‘DJ 비자금 관리자’로 지목한 한스 루이는 누구?
⊙ 김진경, 도중에 사업 포기 “DJ 비자금으로 표면화되면 국회 청문회까지…”
⊙ DJ 비자금이 ‘돈 세탁’ 됐음을 암시하는 표현도 문건에 담겨
⊙ 문건에 담긴 미국 법인, 한국 법인 상당수 實在… 신빙성 뒷받침
⊙ 김홍걸 측의 반론 “스즈키의 일방적 주장이자 허위”
⊙ 전성식의 반론 “테리 스즈키에게 속았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의장.
  의혹에 휩싸여 있는 13억5000만 달러 상당의 ‘미국 내 김대중(DJ) 비자금’ 중 대북(對北) 관련성이 있는 ‘1억 달러’ 수표 미스터리!
 
  지난해 이런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했던 《월간조선》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확보했던 1억 달러 수표의 실체를 밝혀줄 결정적 단서를 확보했다. 본지(本誌)는 재판 취재 과정에서 문제의 1억 달러 수표 사본을 확인하는 한편, 이 자금이 왜 대북 관련성을 띠게 됐는지를 이해하게 하는 문서도 입수했다.
 
 
  1억 달러 수표 실체 확인!
 
US Bank 수표 양식(이 수표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국정원의 심증을 굳히게 만든 제보의 내용은 ‘DJ 비자금’ 최초 제보자 테리 스즈키(Terry Suzuki·62·미국 국적) 측 법률 대리인이 2010년 10월 8일 작성한 내용증명 서류에 요악돼 있다. 이 서류는 DJ의 3남(三男) 김홍걸씨 관련 주소지 세 곳으로 발송됐다. 김씨 외에 내용증명 수신자가 한 명 더 있는데, 그는 미국 서부 오리건주(洲)에 거주하는 ‘데이비드 전(David Jun)’으로 한국명은 ‘전성식’이다.
  
  내용증명에는 사건의 전말뿐 아니라 1억 달러 수표가 발행된 경위, 그 수표와 김홍걸 등 DJ 일가(一家)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왜 대북 관련성이 있는지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국정원(당시 원장 원세훈)은 ‘미국에 예치돼 있는 13억5000만 달러의 DJ 비자금 중 1억 달러가 북한으로 유입되려는 정황이 있다’는 취지의 첩보를 입수했다. 국정원은 이 정보가 비자금 관리자와 가까운 동업자로부터 나온 것이라 신빙성이 높고 대북 관련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동부 지역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국세청의 협조하에 자금 출처와 이동 경로를 추적했고, 서부 자금 조사에는 FBI와도 공조했다. 이것이 이른바 ‘데이비드슨 공작’이다.
 
  이 공작을 주도했던 국정원과 국세청의 고위 간부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정치적 목적을 갖고 풍문(風聞)만으로 DJ를 뒷조사했다’는 이유로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국고 손실) 등의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그중 최종흡 전 국정원 차장과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국정원에 협조했던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지난 1월 31일 2심 선고 공판에서, 1심에 이어 무죄가 선고됐다. 함께 기소된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의 2심은 현재 진행 중이다. 비자금을 추적한 국정원 요원들은 한결같이 ‘풍문이 아니라 실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간조선》은 그간 이들 피고인의 재판 기록 등을 통해 국정원과 국세청이 왜, 어떤 이유로 DJ 비자금을 추적해왔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했었다. 그러나 ‘국정원 공작’이라는 사안의 특수성 때문에 사건 전체를 다루는 데 있어, 일부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최초 제보자의 내용증명 서류를 입수함으로써 국정원이 ‘데이비드슨 공작’에 착수하게 된 경위는 물론, 사건 전체의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사건의 핵심적 자료인 1억 달러 수표의 실체를 확인했다.
 
  이 내용증명이 100% 진실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스즈키의 법률대리인이 작성한 만큼 스즈키의 입장이 많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즈키 측이 송사(訟事)를 염두에 두고 작성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전체 맥락은 신빙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월간조선》은 기재 내용을 검증했고, 그 중간 결과를 보고한다.
 
 
  제보자 스즈키는 누구인가?
  내용증명의 줄거리를 따라가본다. (이하 등장인물 존칭 생략) 2008년 DJ 일가와 친분이 깊은 전성식은 시애틀 거주 한국인 사업가 테리 스즈키에게 중국 선양(瀋陽)에 월드트레이드센터(WTC)를 건립하기 위한 자금 1억 달러를 ‘김홍걸로부터 조달받기로 했다’며 WTC 사업 참여를 권유했다. 김홍걸이 앞장서 사업에 나설 수 없으니 대신 실무를 맡아달라는 취지였다. WTC 사업이 성사됐을 때,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김진경이 운영하는 평양과기대에 기부하는 조건도 달려 있었다.
 
  사업이 가시화되던 중 김진경은 DJ 일가로부터 나오는 자금의 성격에 의문을 가졌다. 비자금이기 때문에 훗날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결국 김진경의 반대로 이 사업은 좌초됐다는 게 스즈키의 주장이다.
 
  선양 WTC 사업이 불발되자 스즈키는 사업 추진에 쓴 수백만 달러를 손해 봤다며, 내용증명을 작성해 김홍걸과 전성식에게 각각 발송했다. 스즈키는 금전적 손실 등에 불만을 품고, 문제의 사업과 1억 달러의 출처 등을 국정원에 제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 관련 핵심 인물들에 대해 간단히 적어둔다. 우선 테리 스즈키다. 1958년 출생인 스즈키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사업가다. 스즈키의 미국 내 주소지(워싱턴주)를 기준으로 검색해보면, 스즈키 일가가 운영하고 있고, 운영했던 25개 법인이 확인된다. 이들 법인은 투자회사, 컨설팅회사, 농업 관련 회사 등으로 그 성격도 다양하다. 스즈키가 여러 사업에 손댔음을 추정할 수 있다.
 

 
  시애틀 駐在 국정원 정보관, 스즈키 접촉
 
  테리 스즈키를 처음 접촉한 이는 미국 시애틀 국정원 정보관 도○○씨다. 도씨는 ‘미국 내 DJ 비자금’ 관련 첩보 전문(電文)을 국정원 본부에 최초로 보고한 이이기도 하다.
 
  도씨가 스즈키를 본격적으로 접촉한 시기는 대략 2010년 상반기로 추정된다. 최종흡 전 차장과 친분이 깊은 A씨는 스즈키와 도씨의 접촉 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 중앙 일간지 고위 간부를 지낸 A씨는 최 전 차장 재판을 거의 다 방청하며 사건의 경위를 기자의 시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말이다.
 
  “‘DJ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 본부의 지시를 받은 도씨는 스즈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며 추적에 나섰다. 알고 보니 도씨의 딸이 다니는 시애틀의 한 학교에 스즈키의 아들도 다니고 있었다고 하더라. 즉 도씨와 스즈키는 같은 학교 학부형이었다. 도씨는 그런 인연을 기반으로 스즈키와 접촉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전 국정원은 스즈키가 2009년 9월 평양과기대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므로, 미국으로 돌아오면 만나서 첩보를 수집하라는 지시를 도 정보관에게 내렸다고 한다. 이때는 DJ 비자금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전성식은 DJ 일가와 친분 깊어
 
전성식 전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교 교수.
  전성식(65)은 1998년부터 미국 오리건주 소재 포틀랜드주립대학 전기·컴퓨터 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포틀랜드주립대 홈페이지에는 그의 학력이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박사후 과정, 연세대학교 컴퓨터 공학 석사’라고 기재돼 있다.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동(同) 대학 컴퓨터센터장을 지내기도 했다.
 
  전성식과 김진경은 2009년 12월, ‘글로웍스(Gloworks)’라는 북한 광물개발 회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사외이사로 선임됐을 당시, 한 언론에 보도된 전성식에 관한 소개 글이다.
 
  〈포틀랜드주립대학 데이비드 전(전성식) 교수는 미국의 첨단 컴퓨터 관련 하이텍 회사로부터 한국인 미국 교수로는 사상 최고액인 1억3000만 달러에 상응하는 기술 로열티를 스톡옵션으로 받았으며 세계 최초로 자동응답기(Answering Machine), 자동차에 대부분 장착되어 있는 오토 크루즈 시스템을 개발한 세계적인 컴퓨터, 엔지니어링계의 석학이다. 또한 북미(北美)관계가 경색되었던 때에 워싱턴 정부의 승인을 받아 북한의 학자들을 포틀랜드주립대학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북미관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북미관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후술(後述)할 내용증명, 이현동-박윤준 재판 기록 등에 따르면, 전성식은 DJ 일가와도 친분이 깊다고 한다. 데이비드슨 공작에 간여했던 이모 국정원 전 처장은 ‘첩보에 의하면 (전성식은) 미국 내 DJ 비자금 관리자’라고 재판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동북아재단 이사장으로서 옌볜(延邊)과기대와 평양과기대를 설립한 김진경(86)은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고려신학대 교수 출신인 김진경은 북한 당국과도 긴밀한 연(緣)을 맺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그는 2011년 북한 당국으로부터 평양 명예시민증을 발급받아 북한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김진경이 이사장으로 있던 동북아재단은 평양과기대와 옌볜과기대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은 이 사건의 핵심인 DJ 3남 김홍걸이다. 김홍걸은 고려대 불문학과를 나와, 미국 UCLA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DJ 정권 시절 줄곧 미국에 체류하고 있던 김홍걸은 정권 말기인 2002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다. 그는 2심에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6000만원을 선고받았고, 상고를 포기해 형(刑)이 확정됐다.
 
  2005년 8월 사면 복권된 김홍걸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현재까지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의장을 맡고 있다. 오는 4월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김진경과 전성식은 글로웍스 사외이사뿐 아니라, 평양과기대에서 각각 총장과 부총장으로 함께 일한 적도 있다. 복수의 정보 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즈키는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망했을 당시 조문(弔問)을 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조문 당시 유족 옆에 서 있는 스즈키의 사진을 확보했다고 한다.
 
 
  전성식, 스즈키에게 WTC 사업 참여 권유
 
김진경 전 평양과기대 총장.
  ‘DJ 비자금 의혹’은 선양 WTC 사업이 좌초되면서 수면으로 떠올랐다. 스즈키와 전성식은 2008년 후반경, 이 사업에 대해 처음 의논했다고 한다.
 
  〈전 박사(전성식)께서는… 시애틀에 거주하는 미국 교포 테리 스즈키에게 접촉하셔서 본인의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하 동북아재단)에서의 직위와 김대중 전 대통령 가족, 즉 김대중 전 대통령 삼남 김홍걸 박사와 이희호 여사와의 특별한 관계를 거론하며 중국 선양 NAFEC 월드트레이드센터(WTC) 프로젝트를 저희 의뢰인(테리 스즈키)에게 동참하기를 권했습니다.〉
 
  2009년 2월 전성식, 스즈키 두 사람은 한국으로 건너와 김홍걸, 김진경, 그리고 삼일회계법인의 김○○ 전무, 모 대기업 건설사 사장 최○○씨 등을 만나 WTC 사업에 관한 회동을 가졌다.
 
  김 전무는 DJ가 현직 대통령으로 있던 1998년, DJ의 일본 방문 당시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그는 DJ 정권 시절, 인천국제공항과 경기도 외자(外資)유치 자문단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기자는 김○○ 전무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스즈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페이스북상에서 서로 ‘친구’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업자금 조달은 김홍걸 박사가 전적으로 책임짐”
 
테리 스즈키 일가가 미국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회사들.
  전성식과 동북아재단 임원들은 WTC 사업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 조달 계획과 토지 확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스즈키의 내용증명 일부다.
 
  〈중국 선양 WTC 프로젝트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 중, 프로젝트에 필요한 토지는 중국 선양시에서 장기간 임대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나머지 프로젝트에 필요한 사업 자금은 김홍걸 박사께서 비공식으로 참여하며 제공할 계획임을 전 박사와 동북아재단 임원(任員)들이 스즈키씨에게 전해주셨습니다.〉
 
  내용증명에는 김홍걸이 WTC 사업에 있어 자금 조달을 맡았음을 전성식이 강조하는 대목이 여러 번 나온다.
 
  〈(전성식은) 본 프로젝트의 사업자금 조달은 김홍걸 박사가 전적으로 책임짐을 스즈키씨와 삼일회계법인 김○○ 전무께 강조했으며 스즈키씨는 전 박사의 지시대로 사업을 추진만 하면 된다고 거듭 설득시키셨고, 안심시켰다.〉
 
  전성식은 또 김홍걸이 ‘중국 여러 방면 쪽의 사업’을 위해 개인 주식회사를 설립했음을 스즈키에게 말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이다.
 
 
  내용증명에 실린 김홍걸이 설립한 회사를 확인하다
 
  〈김홍걸 박사는 따로 KORCHA C&I INC.라는 개인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중국 여러 방면 쪽의 사업을 추진했고, 전 박사는 김홍걸 박사가 동북아재단과 함께 WTC 선양 프로젝트와 더불어 WTC 하얼빈과 청도에도 WTC 라이선스를 취득한 상태라고 스즈키씨에게 설명하여주셨습니다.〉
 
  확인 결과 ‘KORCHA C&I INC’는 WTC 하얼빈(哈爾濱)과 WTC 칭다오(靑島)의 라이선스를 취득한 법인이었다. 이 회사의 주소지는 서울 삼성동의 L 오피스텔이었다. 스즈키 측 변호인이 김홍걸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한 바로 그 오피스텔과 동일한 곳이었다(내용증명 발송지인 김홍걸의 오피스텔 호수는 73X호, KORCHA C&I INC의 호수는 72X호).
 
  이 중 WTC 청도의 ‘Director Advisor’는 전성식(David Jun)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로써 김홍걸이 설립했다고 하는 KORCHA C&I INC가 실존하고, 전성식이 이 회사의 간부를 맡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이는 DJ 집안과 전성식이 특수 관계라는 내용증명의 기술(記述)을 뒷받침한다.
 
  전성식은 ‘선양 WTC 프로젝트’의 자금줄이 김홍걸임을 재차 강조했지만, 스즈키는 사업 참여에 주저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내용증명에는 “(전성식은) 스즈키씨에게 프로젝트에 동참하시기를 권했으나 스즈키씨는 중국 동북아재단 WTC 사업에 구체적인 지식과 중국에 대한 경험이 없음을 수차 알려드렸다”고 적혀 있다. 전성식은 그런 스즈키를 안심시키기 위해 “(김홍걸이) 동북아재단 WTC 사업의 상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성식, 스즈키에게 ‘모든 사업 미루고 WTC 사업에 참여할 것’ 종용
 
  앞서 쓴 대로 2009년 2월, 전성식은 스즈키를 서울로 초청해 김홍걸을 비롯해 앞서 말한 삼일회계법인 김○○ 전무와 최○○ 대기업 건설사 사장, 동북아재단 임원진과의 회동을 주선했다. 이들은 선양 프로젝트에 따른 양해각서(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체결했다. 양해각서 체결 이후에도 전성식은 스즈키의 사업 참여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스즈키가 하던 기존의 사업을 미루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내용증명의 내용이다.
 
  〈전 박사가 중국 선양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참여 종용 시기에 미국 시애틀에서 매우 성공적인 부동산 회사와 다수의 서비스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었으나, 전 박사는 김홍걸 박사와 본인 가족의 막대한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WTC 선양 프로젝트는 스즈키씨에게 확실한 고(高)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므로 시애틀의 모든 사업을 미루고 적극적으로 WTC 선양 사업에 참여할 것을 강력하게 종용하였습니다.〉
 
  양해각서 체결로 선양 WTC 프로젝트가 구체화되자, 전성식은 수차례에 걸쳐 스즈키씨를 김홍걸과 만나게 했다고 한다. 스즈키에게 중국 WTC 선양 사업 건에 대한 기획 상황을 김홍걸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에 김홍걸은 스즈키에게 ‘본인이 추진하고 있는 중국 타(他) 지역인 칭다오, 하얼빈 WTC 사업 건에 대해서도 차후 참여해줄 것을 매우 진지하게 논의했다’고 한다. 수차례 미팅 때마다 김홍걸은 중국 선양 WTC 사업에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내용증명 서류에 적혀 있다. 김홍걸 본인이 WTC 사업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성식은 왜 스즈키에게 WTC 사업 참여를 그토록 끈질기게 요구했을까. 내용증명을 보면 “전 박사는 김홍걸 박사가 정치적인 문제나 과거 형사처분 문제로 본 사업에 앞장서서 추진할 수 없고 제3자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고 써 있다.
 
  이 말은 김홍걸이 사업 주체로 나설 수 없어, 전성식이 스즈키를 WTC 사업의 ‘실무자’ 격으로 내세웠다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주지하다시피 김홍걸은 2002년 ‘최규선 게이트’ 사건 당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내용증명은 이어 “전 박사 본인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온 김대중 전 대통령 가족과의 깊은 관계와 비영리단체인 동북아재단이 중국 선양 WTC 사업 일선 참여의 불가피함을 설명하며 스즈키씨에게 사업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누누이 밝혔다”고 덧붙였다.
 
 
  스즈키 “‘DJ 비자금 관리자’의 美 콘도 代理 인수”
 
  김홍걸과 수차례 미팅을 갖고, 전성식의 종용을 받은 스즈키는 2009년 2월부터 선양 WTC 사업에만 전력을 쏟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스즈키는 금전적인 손해를 보기 시작했다. 자비(自費)를 중국 선양 WTC 사업 경비와 중국 내 로비 비용으로 쓴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스즈키는 전성식의 부탁으로, ‘DJ의 자금 관리자’로 알려진 한 기업인의 미국 내 콘도미니엄을 대리(代理) 인수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내용증명엔 DJ 일가의 자금 관리인으로 전성식 외에 두 명이 더 등장하는데, 현재는 공중 분해된 어느 재벌 기업 계열사 대표였던 송모씨와 신원을 알 수 없는 ‘한스 루이(Hans Lui)’란 인물이다. 지난해 《월간조선》은 앞서 언급한 도○○ 시애틀 국정원 정보관이 국정원 본부에 보고한 첩보 전문의 내용을 보도했었다.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 재판 기록 인용)
 
  〈2010년 상반기 한국계 미국인 T씨의 보고 내용인데, 미국 내 DJ 비자금이 서부에 6억 달러(또 다른 재판 기록엔 ‘6억5000만 달러’로 적시-기자 주), 동부에 7억 달러가 있다. 동부는 A회장, 서부는 B씨가 관리한다. C 기업 전 회장이 함께 인출해야 출금이 가능하다. 그중 1억 달러가 DJ의 삼남 김홍걸이 운영하는 중국 북경 등 3개 회사를 거쳐 북한에 있는 평양과기대로 송금되려 한다.〉 (A, B, C, T는 기자가 익명 처리)
 
  여기서 ‘한국계 미국인 T씨’가 테리 스즈키, ‘A회장’이 송모씨, ‘B씨’가 한스 루이였다. 내용증명에는 스즈키와 전성식이 송씨의 미국 시애틀 소재 콘도미니엄을 두고 벌였던 갈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갈등은 김홍걸이 시애틀 이주(移住)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내용증명의 일부다.
 
  〈스즈키씨, 전 박사, 김홍걸 박사와 면담을 하는 동안 수차례 김 박사가 차후 현재 스즈키씨가 거주하고 있는 미국 시애틀로 이주하실 계획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006년 6월 미리 전 박사, 전 박사의 배우자, 그리고 송○○ 회장(모 재벌기업 계열사 전 대표-기자 주)과 함께 구입 계약하셨던 시애틀 시내에 위치한 고급 콘도(olive 8 condominium) 2802호를 전 박사는 스즈키씨에게 인수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2802호의 구입 가격은 미화 112만5000달러이며 김홍걸 박사가 원하는 바다가 보이는 시애틀 중심의 고급 호텔을 포함한 32층 호화 콘도이자 주상복합입니다.〉
 
 
  ‘송○○ 회장, 김 전 대통령의 자금 관리하는 분’
 
  전성식이 콘도 대리 인수를 스즈키에게 제의한 시점은 2009년 5월께다. 이때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기(景氣)가 침체에 빠졌을 시기다. 당연히 미국 부동산 가격도 큰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이유로 스즈키는 콘도 대리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성식이 제시한 인수 조건도 마뜩지 않았다. 스즈키 측 주장에 따르면, 전성식은 2006년 이 콘도를 매입할 당시 5만9500달러의 계약금을 지불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성식은 스즈키에게 그보다 두 배에 가까운 11만 달러에 대리 인수 계약을 체결하도록 요청했다고 한다. 스즈키가 주저하자 전성식은 “(스즈키에게) 콘도를 양도하는 계약을 한 후에 김홍걸 박사에게 미화 140만 달러에서 150만 달러 사이에 곧 되팔아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스즈키 측은 “잔금을 지급하지 못해 매매 계약금 11만 달러를 손해 보았다”고 주장했다.
 
  전성식은 스즈키에게 송 회장의 특별한 지위를 강조한 것으로 내용증명에 적시돼 있다. 내용증명에 의하면 전성식은 “(송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인의 가족들과 매우 깊은 관계이므로 송○○ 회장을 특별히 대우해주어야 중국 선양 WTC 사업 건과 차후 다른 사업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스즈키에 말했다고 한다. 전성식은 또 ‘송○○ 회장님이 김홍걸 박사를 위시한 김 전 대통령의 자금을 관리하시는 분’이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이에 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기자는 송○○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DJ 자금 관리자’ 한스 루이는 누구?
 
  한스 루이라는 인물도 눈여겨봐야 한다. 내용증명에 따르면, 한스 루이는 전성식의 ‘가까운 후배’인데 전성식의 추천으로 DJ 일가의 자금 관리 및 투자자로 활동했다고 한다.
 
  한스 루이가 DJ 비자금을 관리하다가 손해를 보았다는 내용도 있다. 스즈키는 전성식의 요청으로 스위스에 본사(本社)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투자회사 ‘Partners Group’의 싱가포르 지사(支社) 책임자인 자신의 처남을 김홍걸과 만나도록 주선했는데, 그 이유는 자금 운영의 부실 때문이었다. 내용증명에서 해당 내용을 발췌한다.
 
  〈Mr. Hans Lui라는 미국의 김 전 대통령 자금 투자 책임자의 부실로 2008년 총 투자금 6억~7억 불 중, 약 1억 불 정도의 거대한 투자금의 손실이 발생하였으며, 김 전 대통령 쪽에서 매우 불쾌히 여기며 Mr. Hans Lui의 투자금에 대한 감사까지도 계획하는 중이고 현재 Mr. Hans Lui가 관리하고 있는 투자금을 제3 투자 관리자를 지정하기 위함이라고 전 박사가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Mr. Hans Lui는 전 박사의 가까운 후배이며 7~8년 전, 전 박사가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께 직접 추천하여 현재까지 김 전 대통령의 자금을 관리하며 투자하고 있는 책임자이며 Mr. Hans Lui의 총 투자 금액은 약 6억~7억 불이라고 스즈키씨에게 전하였습니다.〉
 
  내용증명에 적힌 이 내용은 스즈키가 전성식으로부터 들은 것이다. 앞서 언급한 도○○ 국정원 시애틀 정보관은 스즈키로부터 자금 관리자와 자금 액수(‘한스 루이가 서부의 DJ 비자금 6억 달러를 관리하고 있다’)를 듣고, 이를 전문으로 작성해 국정원 본부에 보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1억 달러, LHL社로 입금… “김홍걸이 수표 보여줘”
 
DJ 일가의 돈 1억 달러가 흘러 들어간 것으로 의심되는 LHL investment, LLC. LHL의 현재 상태(status)는 ‘비활성’(inactive)으로 폐쇄된 회사다. 이 법인의 대표는 다니엘 브라운(Daniel Brown)으로 돼 있으며 주소지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고급 아파트먼트였다.
  스즈키가 사업에 몰두하자 선양 WTC 사업에 점차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전성식은 한스 루이를 통해 사업 자금 조달을 추진했다. 그 과정을 내용증명에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전 박사는 김 전 대통령 자금 관리 책임자인 Mr. Hans Lui로부터 미국 오리건주에 등록한 LHL 투자회사에 미화 1억 불을 투자하도록 요청했으며, 전 박사의 요청에 의해 Mr. Hans Lui씨는 자신이 관리하는 자금 중 미화 1억 불을 LHL 투자회사에 입금하였습니다.〉
 
  내용증명 중 이 대목이 ‘핵심’이다. LHL이란 법인에 DJ 일가의 돈 1억 달러가 흘러 들어갔다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해보니, LHL은 전성식의 거주지인 오리건 지역에 있던 회사로 드러났다. LHL의 현재 상태(status)는 ‘비활성’(inactive)으로 폐쇄된 법인이다. 이 법인의 대표는 다니엘 브라운(Daniel Brown)으로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가 없다. LHL이 등기돼 있던 주소지는 고급 아파트먼트였다.
 
  2009년 12월 23일, 스즈키와 김○○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LHL 투자회사의 투자 담당 이○○ 변호사(당시 오리건주의 한 법무법인 소속)로부터 아래와 같은 내용을 통보받았다. 내용증명에 적힌 내용이다.
 
  〈…미합중국 오리건주 법무법인 이○○ 변호사로부터 LHL 투자회사의 1억 불 입금을 밝히며 투자에 필요한 자료와 Due Diligence[實査] 후 한국의 SPC 회사에 1억 불을 투자할 계획임을 알리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1억 달러 수표 사본의 기재 내용
 
  1억 달러 수표는 현물(現物)로도 등장한다. 2009년 12월 24일 김홍걸, 전성식, 김○○ 전무, 스즈키 등은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28층에서 LHL에 예치된 1억 달러 투자와 관련해 면담하는 자리를 가졌다.
 
  내용증명에 따르면, 김홍걸은 이 자리에서 김 전무와 스즈키에게 “미국 US Bank에서 2009년 12월21일자로 LHL 투자회사로 발행한 현금 수표 1억 불의 사본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 면담이 있은 지 며칠 후, 전성식은 그 수표 사본을 팩스로 스즈키에게 보내줬다. 그 과정을 내용증명에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전 박사는 2009년 12월 24일 회의 참석 후 며칠 후 스즈키씨에게 김홍걸 박사께서 제시하였던 1억 불 현금 수표 사본을 2009년 12월 30일 홍릉 동북아 KIST 사무실에서 김○○ 처장님을 통하여 FAX로 스즈키씨에게 보내주셨습니다.〉
 
  정리하면 12월 21일 US Bank에서 수표가 발행됐고, 12월 24일 김홍걸·전성식·스즈키 등이 자리를 함께했고, 여기서 김홍걸이 수표를 보여줬으며, 그 며칠 후 전성식이 스즈키에게 팩스로 수표 사본을 보내줬다는 것이다. 문제의 1억 달러 수표는 편지봉투 크기의 가로로 긴 모양이다.
 
  발행 은행은 ‘US Bank’, 발행 날짜는 ‘DATE DEC. 21, 2009’, 수취인은 ‘LHL INVESTMENT, LLC.가 지정한 측’으로 되어 있다. 금액은 ‘US $100,000,000.00 onE HUNDRED MILLION DOLLARS AND 00 CENTS’로 적혀 있다. 수표에 기재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DATE DEC. 21, 2009
  (2009년 12월 21일)
 
  PAY TO THE ORDER OF
  (수표 수취인)
 
  LHL INVESTMENT, LLC. US $100,000,000.00
  onE HUNDRED MILLION DOLLARS AND 00 CENTS

  (LHL Investment 1억 달러 0센트)
 
  NOTICE TO CUSTOMERS
  (고객들을 위한 안내문)
  As a condition to this institution’s issuance of this check, purchaser agrees to provide an appropriate indemnity or affidavit prior to the refund or replacement of this check in the event it is lost, misplaced, or stolen. In most states, a waiting period of 90 days applies.
  (이 기관이 이 수표를 발행하는 조건에 따라, 발행인은 이 수표가 분실되거나 잘못된 곳으로 보내졌을 시, 혹은 도난됐을 경우 이 수표를 환불하거나 대체하기에 앞서 적절한 보상이나 내용증명을 제공할 것에 동의한다. 대부분의 주(州)에서는 90일간의 대기 시간이 적용된다.)
 
  ISSUED BY: TRAVELERS EXPRESS COMPANY, INC.
  (발행기관: 트레블러스익스프레스컴퍼니)
  DRAWER: U.S. Bank
  (수표 발행인: US Bank)
  DRAWEE: PREFERRED BANK, LOS ANGELES. CA
  (지정지급인: 프리퍼드뱅크, LA, 캘리포니아)〉
 
  이렇듯 ▲1억 달러 수표 사본을 김홍걸이 스즈키와 전성식 등에게 제시한 경위 ▲문제의 수표가 스즈키에게 팩스로 전달되는 과정 ▲LHL의 투자 담당 변호사(이○○ 변호사)가 스즈키, 김○○ 전무 등에게 투자 관련 공문(公文)을 보낸 경위 등이 내용증명에 아주 상세히 적혀 있다.
 
 
  내용증명에 담긴 ‘WTC’ 관련 법인도 실존했던 법인
 
JM Holdings의 등기 증명서. 스즈키와 전성식은 이 회사의 사내이사와 감사직을 각각 맡았던 걸로 등기 증명서에 기재돼 있다.
  이들은 선양 WTC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G&J라는 별도의 SPC(special purpose company·특수목적법인)를 설립했다. 추정컨대, LHL이 투자금을 예치할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이라면 이 G&J는 실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컨소시엄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이 회사들을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로 판단했다.
 
  스즈키가 김홍걸에게 보낸 내용증명에 따르면, G&J의 지분은 동북아재단의 GD Holdings가 33.3%, 스즈키의 자(子)회사 JM Holdings가 33.3%, 제3투자법인인 Golden Frog Investment가 33.3%를 보유하고 있었다.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를 통해 ‘법인 등기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GD Holdings(2017년 12월 11일 해산), JM Holdings(2018년 12월 3일 청산종결) 모두 실존했던 국내 법인이었다.
 
GD Holdings의 등기 증명서 ‘(설립) 목적’란에는 “중국 지역에 위치한 세계무역센터의 설립, 부동산개발, 건설 및 운영을 위한 특정목적”이라고 적시돼 있다.
  GD Holdings의 등기 증명서 ‘(설립) 목적’란에는 “중국 지역에 위치한 세계무역센터의 설립, 부동산 개발, 건설 및 운영을 위한 특정 목적”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 회사 주소지는 김진경이 한국에 왔을 때 사무(事務)를 보는, 모 기독교 단체 사무실(서울 서초동 소재)로 돼 있다.
 
  JM Holdings의 등기 증명서 ‘목적’란에도 GD Holdings와 동일하게 적혀 있다. 스즈키와 전성식은 JM Holdings의 사내이사와 감사직을 각각 맡았던 걸로 등기 증명서에 기재돼 있다.
 
  두 회사는 설립일(등기일)도 한 달여밖에 차이가 안 난다. GD Holdings는 2009년 7월 8일, JM Holdings는 같은 해 8월 21일이었다.
 
  이 역시 스즈키 측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음을 방증한다.
 
 
  사업 자금이 DJ 비자금인 이유로 김진경 반대… 이희호에게도 통보
 
  LHL에 1억 달러 예치까지 이뤄짐으로써 선양 WTC 사업은 순항(順航)하는 듯 보였으나,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내용증명에 따르면 김진경이 돌연 사업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2010년 초 김진경은 김○○ 전무와 스즈키에게 ‘LHL에 예치된 1억 달러를 선양 WTC 사업에 투자하지 말라’고 통지했다. “1억 불 사업 자금이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인 관계로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진경의 반대 이유였다.
 
  스즈키는 김홍걸과 전성식이 최종적으로 투자 결정을 한 후, 투자금을 예치까지 한 시점에서 “(김진경의) 이해할 수 없는 행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스즈키가 내용증명에서 밝힌 당시의 심경을 옮겨본다.
 
  〈스즈키씨는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초기 때부터 전성식 박사를 포함한 동북아재단의 김진경 총장과 더불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참가자들과 중국 프로젝트 사업 자금이 김 전 대통령 가족으로부터 조달되는 것이 기정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뜻밖에 김진경 총장의 LHL 사업 자금 사용 반대 의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급히 동북아재단에 긴급 미팅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2010년 1월 중순경, 동북아재단에서 다시 긴급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진경은 스즈키와 김○○ 전무에게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LHL 사업 예치금 1억 불이 김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표면화되어 동북아재단과 연관될 시 국회 청문회에서까지 거론되고 동북아재단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으므로 LHL 투자회사 사업자금을 철회하고 사용하지 말라.〉
 
  내용증명에 따르면, 김진경은 이희호 여사에게도 “LHL 사업 투자금을 선양 프로젝트에 절대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한다. 김진경과 스즈키가 LHL 사업자금 관계로 미팅할 당시, 전성식은 한스 루이와 사업 관계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었다. 스즈키는 김진경의 반대 의사를 전성식에게 전했다. 그 얘기를 들은 전성식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비자금으로 추적할 수 없는 안전한 자금”
 
  〈전 박사는 LHL 사업 자금은 그동안 Mr. Hans Lui가 꾸준히 수년간 여러 방법으로 비자금을 관리·투자하여 왔었고, 그동안 많은 자금의 탈바꿈을 통하여 현재로서는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적할 수 없으므로 매우 안전한 자금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는 DJ 관련 자금들이 오랜 기간 ‘돈 세탁’이 돼왔음을 암시한다. 전성식은 스즈키에게 “김진경 총장과 동북아재단 임원들과도 연락을 끊고 LHL 사업자금 내용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사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스즈키 측 주장에 따르면, 전성식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내용을 김진경 측에도 알렸다고 한다. 스즈키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경로는 뜻밖에도 김진경이었다.
 
  〈LHL 사업 투자 재추진 결정을 보고받은 김진경 총장은 2010년 1월 중순경 재차 동북아재단 사무실에서 사업투자 재추진 결정에 대한 회의 중, 스즈키씨와 삼일회계법인의 김○○ 전무에게 LHL 투자금은 존재치 않으니 더 이상 LHL 투자회사의 사업자금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말 것을 종용하였습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전성식은 스즈키와 김진경 두 사람 사이에서 일종의 ‘더블 플레이’를 한 셈이 된다. 이때부터 스즈키는 좀 더 강하게 나가기 시작했다. LHL 투자회사에 예치된 1억 달러가 실재(實在)함을 증명하기 위해 전성식이 팩스로 보내준 수표 사본을 김진경, 김○○ 전무, 동북아재단 간부들에게 제시한 것이다.
 
  여기서 삼일회계법인의 김○○ 전무도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김 전무는 앞서 밝혔듯이 스즈키와 페이스북 친구를 맺을 정도로 친한 사이다. 내용증명상 그는 문제의 수표를 두 번(2009년 말 김홍걸로부터, 2010년 초 스즈키로부터)이나 직접 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문제의 1억 달러 수표에 대해 “잘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 르네상스호텔 등지에서) 김홍걸과 만난 적도 없다”며 “우리(삼일회계법인)는 WTC 사업이 중간에 중단돼 실사도 제대로 못한 채 나왔다. 왜 중단됐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다만 그는 “WTC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스즈키와 김진경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됐던 걸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교묘하고 우유부단한 언어와 행동으로 스즈키 기만”
 
  WTC 사업이 차질을 빚고 스즈키의 금전적 손실이 이어지자, 전성식은 우선 미화(美貨) 200만 달러를 스즈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단 100만 달러를 스즈키에게 지급할 것을 약속했지만, 잔고 부족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고 한다. 스즈키의 주장에 따르면, 돈이 지불되지 않고 있음에도 전성식이 자신에게 표류 중인 선양 WTC 사업을 회생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고 한다. 스즈키는 WTC 사업 회생이라는 전성식의 요청을 받아들였음에도, 전성식이 자신에게 약속한 대금 지불 약속을 또다시 어겼다고 주장했다. 내용증명의 내용이다.
 
  〈전 박사는 스즈키씨를 상대로 수차례의 약속과 불이행을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또한 지난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스즈키씨는 사업 초기부터 전 박사의 세심하고 치밀한 계획과 의도를 모르고 오직 전 박사를 굳게 믿고 오래된 우정을 토대 삼아 전 박사의 요청대로 중국 선양 사업만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모든 것을 바쳤으나, 계속되는 전 박사의 교묘하고 우유부단한 언어와 행동으로 스즈키씨를 기만함으로 매우 심각하고 처참한 상황에 빠지게 했습니다.〉
 
  이어 “스즈키씨는 전 박사와 김홍걸 박사의 WTC 선양 프로젝트에 대한 수많은 결의와 약속을 굳게 믿고 오늘까지 중국 선양에만 몰두하였으나, 그 결과로 스즈키씨는 평생 겪어보지 않은 매우 심각한 경제적인 손실과 정신적 고통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스즈키의 미국 사업은 복귀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적었다. 결국 선양 WTC 사업은 중단되고 말았다.
 
 
  김홍걸 측 “스즈키의 일방적 주장… 법적 조치 취할 것”
 
김홍걸 민화협 대표의장 측이 보내온 반론.
  《월간조선》은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홍걸 민화협 상임의장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했다. 지난 2월 10일 민화협 대표 이메일로 김홍걸 의장에게 질의서를 발송했다. 스즈키의 내용증명을 토대로 문제의 1억 달러 수표의 출처, 선양 WTC 사업 추진 당시 김홍걸 의장의 행적 등 총 12개 항목을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홍걸 의장 측은 “귀 사(貴社)가 보낸 질의 내용은 테리 스즈키의 일방적인 주장에 기초한 것으로 사실과 다릅니다. 추후 허위 사실을 보도함으로써 본인과 본인 가족의 명예가 침해될 경우 이에 대하여 관련 당사자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여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회신했다.
 
  민화협 관계자에게 ‘질의 내용 전체가 허위라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만 허위라는 것인지 답을 해달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2월 12일 “대표님(김홍걸 의장-기자 주)께 말씀드렸는데 황당한 주장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해명할 것이 없다고 말씀한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미국에 거주하는 전성식씨에게도 질문지를 발송해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물었더니, 장문(長文)의 입장문을 보내왔다.(106쪽 참조) 기자는 2018년 말 김진경씨와 만난 적이 있다. 김진경씨와 기자는 아래와 같은 요지의 문답을 나눴다.
 
  〈기자: (선양) 월드트레이드센터 사업에 필요한 돈의 출처는 어디였나.
 
  김진경: 그건 모른다.
 
  기자: 처음 당신에게 월드트레이드센터 투자를 권유한 사람은 누구인가, 전성식인가.
 
  김진경: 기억이 잘 안 난다. 다만 내가 선양시 관계자들을 비롯해 중국 정부 인사들을 전성식에게 소개해준 적은 있다.
 
  기자: 김홍걸씨도 여기에 투자했나.
 
  김진경: 김홍걸이는 별로 없고….
 
  기자: 별로라는 건 뭔가.
 
  김진경: 안 했다는 거지. 모른다. 선양엔 한 번도 안 나타났다.〉
 
  지난 1월 말, 스즈키의 내용증명에 실린 내용을 토대로 한국에 귀국한 김진경에게 다시 물었더니 “옛날 이야기를 다시 꺼내고 싶지 않다”는 식으로 말을 아꼈다.
 
 
  국정원 DJ 비자금 첩보 입수 과정
 
DJ 비자금을 뒷조사했다는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최종흡 전 국정원 차장.
  이렇듯 국정원은 스즈키가 제보한 구체적 내용을 토대로 ‘데이비드슨 공작’을 진행해나갔다. ‘사건일지’를 보면, 국정원은 스즈키를 통해 도모 정보관으로부터 제보를 받기 전 중국 베이징 정보원으로부터도 첩보를 입수했다. 첩보의 요지는 ‘5억 달러가 북한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2018년 11월 23일 박윤준 국세청 전 차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고인 최종흡 전 국정원 차장은 이런 취지의 진술을 했다.
 
  〈2009년 5월 하순에서 6월 초로 기억한다. (원세훈) 원장이 불러서 갔더니 (DJ) 미국 비자금이 있다고 했다. 원장은 5억 달러는 엄청난 액수라고 강조했다. 북한에 들어간다 하니 각별히 보안에 유의하라. 국내 것만 가지고 (돈이) 될 리가 없다는 취지였다. 이현동 국세청 차장(당시 기준-기자 주)을 만나보라고 했다. 이현동 차장은 박윤준 국장을 소개해주었다.〉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종흡 전 차장은 ‘DJ 비자금 조사는 대북 관련성이 있어 국정원의 직무 범위’라는 요지의 진술을 했다.
 
  〈DJ 비자금이 있다는 것은 이미 2009년 5월경 북경에서 들어온 첩보에다가 2010년 5월 시애틀 정보관이 배신당한 사람(테리 스즈키로 추정-기자 주) 폭로성 제보를 받아 보고한 것 같다. 원장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일부가 북한에, 평양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럼 내가 원장이라도 용납할 수 없다. 그런 입장에서 내가 원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 이 첩보는 신뢰도가 가장 높으면서도 신뢰성의 확인을 위하여 시애틀 정보관(도○○)에게 물증을 확보하라고 지시하였다.〉
 
  같은 해 7월 9일 국정원 전 시애틀 정보관 도○○은 최종흡 피고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1억 달러 수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취지의 증언을 했다.
 
  〈스즈키에 따르면, DJ 비자금은 4명이 공동으로 관리한다고 한다. 네 명은 이○○, 한스 루이, 전성식, 이△△이다…. (DJ 비자금) 첩보 제공자 테리 스즈키는 한국인인데, 김홍걸의 1억 달러 투자 관련 사업에 참여했다가 중단되어 손해를 본 사람이다. 그는 DJ 비자금 관리 상태를 잘 알고, 김홍걸 관련 1억 달러 수표 사본을 (국정원에) 제공했다. 1억 달러 사업은 김진경이 중도에 포기하는 바람에 중단됐다. 선양 WTC 사업과 관련한 회사로는 한국 회사도 있다. 수표 관련 자료도 있다. 그런데 김진경이 DJ 비자금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 사업을 포기했고, 스즈키도 손해를 봤다.〉
 
 
  “국정원, 국가안보 危害 시도 0.000001%만 있어도 조사해야”
 
  도○○ 전 정보관은 또 ‘원장과 차장에게 (DJ 비자금 관련 건을) 보고한 후 FBI와 합동공작을 벌였다’며 ‘2010년 들어선 FBI 요원을 자주 만났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1억 달러가 북한으로 유입된다면 미국 입장에서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은 관련자들에 대한 해킹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12월 12일, 박윤준 재판에서 검찰 측은 국정원 이모 전 처장에게 “(국정원) 대북공작국이 김홍걸 및 ○○회사 대표 손○○, 비자금 관리책으로 의심되는 재중(在中) 박○○ 및 재미(在美) 전성식, 비자금 제보자 테리 스즈키 등에 대한 사이버전(해킹을 의미-기자 주)도 일부 성공하는 등 민간인 사찰이 확인된다”고 하자, 이 전 처장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국정원은 DJ 비자금 중 일부가 북한으로 유입되려 한다는 첩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1억 달러 수표의 사본까지 확보했다. 13억5000만 달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1억 달러의 실체에 대해선 확인한 셈이다.
 
  그럼에도 최종흡·김승연 항소심 재판부는 이 두 피고인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2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 모두 1심과 같은 형량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해외 담당 차장을 지낸 K씨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해외 정보기관도 공작비에 대해선 일반적인 회계 처리 방식을 적용하지 않는다. 공작비에 쓰이는 돈의 용처(用處)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현직 시절, 공작비 관련 서류에 결재만 했지 그 내용은 보지도 않았고, 볼 수도 없었다. 그런데 (최종흡-김승연 재판에서는) 단순히 회계 처리 미비(未備)만을 적용했다. 재판부가 정보기관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판단했는지 의문이다.〉
 
  K씨는 “국정원은 검경(檢警)과 달리 국가안보를 위해(危害)하려는 시도가 단 0.000001%만 있어도 그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한다. 그것은 국정원의 당연한 직무 수행”이라고 밝혔다. K씨는 또 “DJ 비자금 관련 첩보가 뜬소문이 아니었다는 게 1억 달러 수표로 밝혀지지 않았느냐”며 “대북 관련성이 짙은 이 사건은 처음부터 다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억 달러 수표의 대북 관련성 여부
 
국정원의 DJ 비자금 뒷조사에 협조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현동 전 국세청장.
  ‘대북 관련성’은 이 사건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개념이다. 대한민국 헌법상 반(反)국가단체이자 반란 집단인 북한에 전직 대통령 일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거액의 돈이 유입되려 한다는 건 국가안보상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대북 관련성이 있다면(설령 관련이 없다고 해도), 국정원은 정상적인 첩보 수집 활동을 벌인 게 된다. 앞서 살폈듯이 그것을 뒷받침하는 1억 달러 수표는 물론 핵심 관련자의 결정적 증언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최종흡·김승연은 정당한 직무를 수행했다는 게 국정원 인사들의 시각이다.
 
  최종흡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비자금 추적 사업은 그 대상이 대북 관련성이 있거나 불법적인 국부 유출(國富流出)에 관한 것이어서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며 ‘국정원의 정당한 직무 범위에 속하는 사업’이란 취지의 주장을 했다.
 
  김승연 전 국장도 검찰에서 ‘DJ 비자금 추적 사업은 국내 권력형 자금이 미국으로 흘러가서 다시 중국을 경유, 북한 및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공작한 것’이라며 ‘북한과의 관련성이 안 나오면 재고(再考)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현동 전 국세청장 1, 2심 판결문에도 대북 관련성에 대한 기술이 있다. 관련 대목이다.
 
  〈1심 판결문 15페이지: 당시 국정원에 수집되어 있던 정보를 종합해보면, 해외정보원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던 때에는 DJ 비자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고, 위 고발 사건에서 언급된 자금 역시 ‘대북 관련성’의 의심이 있어 국정원 직원들조차 그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받아들일 여지가 있었다.
 
  2심 판결문 22페이지: 최종흡-김승연의 진술처럼 ‘대북 관련성’이 인정되는 사업이라면 이는 국가정보원의 직무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이는 원세훈 등으로부터 국가정보원이 추진하는 디제이(DJ) 비자금 추적사업의 배경이나 사업의 목적, 내용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정보를 얻지 못한 피고인(최종흡·김승연-기자 주)의 입장에서 위 사업이 국가정보원의 직무 범위에서 벗어난 것으로서 해당 자금 집행이 국고손실에 해당함을 인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될 수 있다.〉
 
  당사자들은 부인하지만, 핵심은 대북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1억 달러 수표(사본)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수표를 사법기관이 향후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전성식 교수가 보내온 반론문
  *맞춤법 일부 수정을 제외하고 원문 그대로 수록
 
  말씀하신 대로, 귀하께서 질의하신 9개 항목은 테리 스즈키가 2010년 10월경 발송했다는 내용증명에 모두 기초하고 있습니다. 먼저 말씀하신 이 내용증명의 진실성과 진정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 이후 테리 스즈키가 동북아의 김진경 총장님 앞으로 보내온 공증된 진술서를 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는 테리 스즈키 자신이 2010년 10월 18일자로 공증하여 동북아의 김진경 총장님 앞으로 보내온 진술서입니다. 그가 다음과 같이 공증으로 김진경 총장님께 자신이 보낸 내용증명에 대해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빌고 있습니다.
 
  〈2010년 10월 8일자 서신(Karl Y. Park /이○○ 변호사 발신-기자가 익명 처리)을 받아보시고, 김 총장님과 관련된 많은 분들이 큰 충격과 고통을 받으신 것에 대해 본의 아 니게 사실과 제 의사에 반하여 제가 일시적으로 주님을 멀리하고 무엇인가에 씌어졌다고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이미 총장님께서는 이미 전화상으로 제가 주변의 꼬임에 넘어가 실수를 한 것에 대해 용서해주심을 감사를 드립니다.〉
 
 
  내용증명을 보내 그 자신의 공증서 하나만으로도 귀하께서 질의하신 9개의 항목에 대해 일일이 답변할 가치조차도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해 도모를 위해 제가 몇 가지만 부연하여 설명을 하겠습니다.
 
  “2009년 2월 김홍걸을 비롯해 삼일회계법인 김○○ 전무와 최○○ 대기업 건설사 사장, 동북아재단 임원진들이 회동, 선양 WTC 사업에 따른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주장합니다.”
 
  과연 전직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이 참여했다는 그런 양해 각서가 존재했는지 삼일회계법인에 반드시 직접 문의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용증명의 대기업은 △△건설(익명 처리-기자 주)로 적시돼 있습니다.
 
  두 회사에 사실관계를 문의해보시기 바랍니다. 굴지의 회계법인이고 대기업이니 양해각서가 체결되었다면 분명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굴지 회계법인의 전무와 대기업 건설사 사장이 회동해 전직 대통령 정치자금 관련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삼일회계법인은 당연히 문을 벌써 닫았어야 합니다. 동북아는 자금 조달 능력이 없으니 삼일회계법인에 용역을 주어서 WTC 자금 조달계획서를 작성하고 투자가 유치하게 했습니다.(용역 금액을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용역비를 얼마 받았는지도 문의해보시기 바랍니다.)
 
  동북아는 사업의 투명성을 위해 초기부터 타당성조사 자금조달 계획 등을 삼일회계법인과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진행하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삼일회계법인은 한국 굴지의 최대 공신력 있는 회계법인입니다. 그런 공인된 회계법인에서 전직 대통령의 정치자금을 끌어들이는 데에 일조하고 참여한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이런 한국 굴지의 회계법인의 주된 역할이 무엇입니까?
 
  바로 자금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전직 대통령의 정치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묵인하고 양해각서까지 했다? 이것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설도 비슷하게 소설을 써야 하지, 당시 우파 정권의 국정원에서도 보고 한마디로 웃긴다 한 겁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 운운하니 총동원해 사실 유무(有無)를 확인을 했고요. 그때는 제가 국내 체류 중이라 내용증명이 도착 후 국정원 직원과 수차례 만났습니다. 나중에 그가 보내온 첨부한 공증서류를 제출한 이후로는 부른 적이 없습니다.
 
전성식 교수가 보내온 테리 스즈키가 김진경 이사장에게 보낸 서신.
  그리고 상식적으로 판단해보십시오.
 
  하단에서 주장하는 대로 만약 그 자(테리 스즈키-기자 주)가 몇백만 불을 손해 받았고 제가 이행을 안 했다면 당연히 소송을 제기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더욱이 9개 항목의 내용이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그 사람은 분명히 민·형사상의 소송을 여기저기 제기했어야 마땅합니다. 귀하께서 지금까지 이런 소송 등을 제기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조사해보시기를 바랍니다. 민·형사상 법정 시효가 훨씬 지나기까지 소송은커녕 아무런 연락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테리 스즈키의 진실성과 신뢰성에도 관심을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김진경 총장님이 한때 신과대학 교수를 하실 때, 제자이신 분이 미국에서 목회를 하고 계셨습니다. 테리 스즈키가 그 교회를 다닌다고 하니 앞뒤도 가리지 않고 신뢰를 하신 겁니다.
 
  김 총장님은 천성적으로 사람을 믿고 순진하신 분입니다. 특히 그가 김진경 총장님에게 제출한 이력서에는 매릴랜드대학을 졸업하고 경영학사를 한 것으로 나타나 있었습니다. (당시 제출된 이력서를 첨부합니다. 끝 페이지 하단에 나옵니다) 그러나 나중에 대학에 조회한 결과 이는 허위이고 사기로 판명이 났습니다. (직접 해당 대학에 조회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속을 수밖에 없고 더욱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 있었습니다. 자기의 모회사인 Mutual Wealth LLC 회사 밑에 “시애틀 굴지의 Developer 회사인 JC Mueller LLC”가 속해(Affiliated)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웹 페이지에도 버젓이 나오니 믿을 수밖에요. 나중에 일이 벌어지고 나서 Mueller LLC에 조회해보니 사실 무근이었습니다. (해당 회사에 직접 조회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것을 보면 참으로 간도 큽니다.
 
  나중에 동북아에서 시애틀 지역 언론사에 알아보니 “보물섬을 찾습니다” 광고를 낸,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조그만 식당을 소개하는 영세한 부동산 소개업자에 불과했습니다. 광고에서 멋드러지게 경례를 하고 있는 왼쪽의 테리 스즈키가 “보물섬 가는 길을 아는 선장” 운운!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광고 지면을 보면 하루에 750~ 1000달러 매상의 데리야키 가게를 소개하는 중개업자가 시애틀 최대 Developer인 Mueller LLC를 휘하에 거느리고 있다? (이름도 상당히 비슷하니 헷갈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회사가 언제 설립된 지 그리고 주소지도 귀하께서 주정부에 조회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굳이 따진다면 우파 정권하에서 내용증명이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 왔으니, 당시 국정원을 총동원해 수없이 사실 유무를 확인하고 해프닝으로 이미 종결된 것입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 그리고 박근혜 우파 정권을 거치며 수없이 검증된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사실이라면 여기서 거론된, 저를 포함한 삼일회계법인, △△건설, 동북아 모두 자유롭지 못했을 것입니다.
 
  동북아의 WTC 사업 추진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겠습니다. 김진경 총장님께서 일찍이 중국이 개방되기 이전부터 중국에 최초로 국제대학을 세우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셨습니다. 특히, 일제 압제하에 간도로 이민 간 동포들이 북한 남침의 6·25로 38선이 막혀 왕래를 할 수 없었습니다. 주로 동포들이 연변지역에서 열악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여기에 연변과학기술대학을 세우시고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조선족 동포들을 과학과 자본주의 경영을 중점적으로 교육시킨 것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중국 정부에서는 김진경 총장님이 중국과의 오랜 동안 교육 개방을 위해 헌신한 관계로 시(市) 정부에서 무상으로 WTC 부지를 제공 하겠다고 제안이 들어온 것입니다.
 
  동북아는 사업경험이 없으니 한국 굴지의 삼일회계법인에 용역을 주어서 투자계획서를 만들고 삼일회계법인에서 투자유치를 해서 진행하려고 하였던 것입니다. 다만 동북아재단은 부지를 주선한 최소한의 기여 대가가 주어지면 학교 운영자금에 충당하려고 계획했던 그냥 소박한 것이었습니다. 계속 각 교회에 후원의 손을 내밀기가 면목도 없고 하니, 최소한의 기여를 해서 학교 운용자금에 충당을 해보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사기성 있는 무자격 테리 스즈키 Developer로 인해 사업 자체가 무산된 것입니다 김진경 총장님은 제가 가장 존경하시는 분으로 참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시는 분입니다. 그자가 내용증명을 꼬임에 넘어가 보냈지만 나중에라도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며 공증까지 해서 보내며 뉘우친다고 하니 용서를 해주신 것입니다.
 
  입수하셨다는 내용증명 자체만 보면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1) 본인 자신이 공증해 보내온 진술서 2) 그의 진실성과 신뢰성 3) 우파 정권 시 수없이 국정원을 통해 걸러진 점.
 
  저는 한국 및 미국 명문대학에서 교수직을 거쳐, 지금은 은퇴 후 큰 위치의 역할을 하고 있고, 마치 이것이 사실인 양 매스컴에 나올 경우, 《월간조선》이 한국은 물론 해외의 영향력 있는 언론이라 모두들 믿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미지 손실로 인해 말로 할 수 없는 수백만 달러 혹은 그 이상의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재정적 손실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시어 선의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일방적으로 1일간의 시한을 정해주시고 답변해줄 것을 통보해주신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해 1일 만에 답변을 드릴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저는 연변과기대·평양과기대를 통해 복음을 전파하려는 믿음의 형제 및 동역자들과 함께 뜻을 같이했습니다. 각종 루머와 오해가 있고 해서 힘도 들었지만, 주님의 사역으로 생각하고 함께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 두 대학은 한국의 대표적인 교단과 종교지도자들이 참여하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적(敵)그리스도이기도 한 공산주의자들에게 순교자적 사명을 갖고 봉사하신 분들입니다.
 
  특히,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님이 생전 시 초기에, 그 이후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님께서 봉직 시는 물론 퇴직 이후까지도 동북아재단의 이사장으로 봉사하고 계십니다. (잘 아시다시피 소망교회는 곽선희 목사님이 개척하셨고 당시 대표적 우파 정권의 이명박 대통령이 소망교회의 장로이셨습니다. 상식적으로 그 정권 당시 그 교회 출신의 장로가 대통령이 되셨는데, 소위 좌파 정권의 정치자금을 빼내어 사업을 한다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그분들은 평양 숭실들의 출신으로 통일이 되길 기원하며 미리 학교를 세우고, 갖은 역경 속에서도 때가 이르면 복음이 전파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계신 분들입니다. 이러한 점들을 잘 헤아리셔서 주님의 복음을 전파하시는 분들에게 누가(되지) 않도록 유념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미국대학에서 편하게 지낼 수도 있었지만, 이러한 훌륭하신 분들이 계시기에 안식년 등을 이용해 전심을 다해 봉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하나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마 박근혜 정부 때로 기억합니다. 제가 한때 고려대학의 정교수·전산소장 등을 지냈기에 언론사 등에 선후배 동문들이 많았습니다. 잘 아는 한 기자 출신 동문이 와서 그 문제의 내용증명의 사본을 내밀어요. 이게 사실이면 나라가 뒤집힌다고요.
 
  며칠 후 김진경 총장님께 공증해 보낸 것을 받아서 보여주니 한 건 잡았다고들 위에서들 난리들인데 ‘맥빠지게 됐다’고 하더라구요. 그걸 그만 내버려 두냐고 해서 김진경 총장님께 말씀드렸더니 나는 “사랑주의자”라고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고 너무나 존경스러웠습니다.
 
  일단 시한을 급히 잡아주셔서 제가 아는 대로 보내드립니다만, 앞으로는 미국의 관례대로 변호사를 통해 하도록 하겠습니다.⊙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전격 공개! 국정원 입수 ‘DJ 비자금’ 의혹 관련 1억 달러 수표 사진

이것이 ‘DJ비자금’ 조사 착수의 결정적 단서였다!

趙甲濟 조갑제닷컴


⊙ 김홍걸 측에서 제보자에게 팩스로 보낸 수표 사본이 국정원에 넘어갔다
 ⊙ 비자금 관련 1억 달러 수표는 가장 확실한 物證이고, 전례 없는 액수
 ⊙ “자금 탈바꿈이 여러 번 되어 추적 불가능”(내용증명)
 ⊙ 1억 달러를 중국 사업에 투자하여 수익금을 북한으로 보내는 구조
 ⊙ 검찰과 법원, 비자금 실체 확인 없이 추적한 국정원 간부들을 감옥에 보냈다
 ⊙ 최종흡 전 차장 최후진술 “국정원은 利敵행위에 대응한 것… 손바닥으로 진실 가릴 수 없다”

《월간조선》은 지난 3월호에서 미국 내 김대중(DJ) 비자금 의혹의 결정적 물증이 될 만한 ‘US Bank 발행 1억 달러 수표 사본의 존재를 확인하였다’고 보도하였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 홍걸씨가 실소유주로 있는 비자금 계좌에서 발행되었다’(내부 제보자의 주장)는 이 수표 사본(寫本)은 국정원에 입수되어 조사의 단서가 되었던 것이다.
이번 호는 국정원이 입수한 수표 사본을 확보, 이를 사진으로 공개한다. 이 사본이 가짜가 아니라면 김대중 비자금은 미국에 실재(實在)하는 것이 된다. 그 후폭풍은 상상하기 어렵다. 김대중 비자금 의혹을 추적하였던 국정원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1억 달러 수표는 김대중 비자금 계좌에서 나온 것이 맞다고 자신한다.
대통령의 비자금은 가장 취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권력으로 꽁꽁 묻어놓기 때문이다. 거의가 간접 증언이거나 주장에 그쳐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예외가 있다면 1995년 박계동 당시 민주당 의원이 폭로한 노태우 비자금 계좌일 것이다.


김대중 비자금 추적자를 감옥으로 보낸 정권

그런 점에서 2010년 국정원(당시 원세훈 원장)이 입수하였던 1억 달러 수표는 김대중 비자금의 실체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증거물이라고 할 것이다. 지난 3월호에서 《월간조선》은 이 수표의 존재를 밝히고 비자금 실소유자로 지목된 김홍걸씨와 관리자의 한 사람으로 지목된 전성식씨에게 반론을 요청했다. 두 사람의 반론에서 특이한 것은 1억 달러 수표가 가짜라는 식의 구체적 반박이 없었다는 점이다.
1억 달러 수표가 가짜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게 진짜라면 제보자 테리 스즈키 씨가 주장하였듯이 김대중 비자금이 미국 서부에 6억5000만 달러, 동부에 7억 달러가 있을 개연성도 높아진다. 1억 달러는 무시하기엔 너무 큰 액수이다. 조성과 은닉에 따른 탈세나 뇌물 등 위법 문제가 있다. 더구나 이 돈이 중국을 경유, 평양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면 국가반역의 혐의까지 더해진다.
1억 달러 수표 사본을 손에 넣었으니 국정원이 이 비자금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한 것은 당연한 직무이고 북한 유입의 위험성을 알고도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로 형사처벌 받아야 마땅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의 검찰과 법원은 비자금의 실체 확인 노력은 하지 않고 조사하였던 국정원의 ‘베테랑 요원’들을 구속, 실형을 살리고 있다. 재판부는 비자금의 실체 여부에는 관심이 없고 예산집행의 위법 여부만 따지겠다는 태도였다. 그런 방향의 수사와 재판이므로 1억 달러 수표 사본은 법정에 증거물로 제출되지도 않았다. 먼저 국정원이 1억 달러 수표를 확인해간 과정을 살펴본다.


결정적 提報

2018년 6월 15일 이현동 전 국세청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1억 달러 수표를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검사가 “김승연 국장은 증인에게 데이비슨 사업을 설명하면서 스즈키가 제공했던 1억 달러짜리 수표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는데…”라고 물은 데 대하여 “다른 기억은 없고, 1억 불 수표는 기억난다”고 했던 것이다. 2009년 봄 국정원은 북한 내 정보 소스를 통하여 김대중 비자금 5억 달러가 북한으로 들어가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다. 국정원은 ‘5억 달러’라는 수치에 주목했다. 이 정도의 액수라면 국내 비자금만으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해 여름, 국정원은 시애틀 주재(駐在) 정보관에게 9월에 있을 평양과기대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인 한국계 미국인 테리 스즈키를 만나보라고 지시한다. 방북자를 만나 북한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하는 통상적인 업무였다. 이렇게 하여 정보관과 스즈키 씨는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2010년 상반기 스즈키 씨는 정보관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김대중 비자금 관련이었다. 정보는 본부로 보고되었다. 그 정보의 핵심은 스즈키 씨가 보여주기만 했던 1억 달러 수표 사본이었다.
2018년 11월 23일 박윤준 전 국세청 국장 사건(국정원의 김대중 비자금 의혹 수사에 협조한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최종흡 당시 차장은 이렇게 증언하였다.
“2010년 5월 하순에서 6월 초경으로 기억난다. 원세훈 원장이 불러서 갔더니 ‘미국에 비자금이 있다고 한다. 북한에 들어간다 하니 각별히 보안에 유의하라’면서 이현동 국세청 차장을 만나보라고 했다. 이현동 차장은 박윤준 국장을 소개해주었다.”
이날 변호인 반대 신문에서 최종흡 증인은 김대중 비자금 수사는 대북(對北) 관련성이 있어서 국정원의 직무 범위라고 주장했다.
“DJ 비자금이 있다는 것은 이미 2009년 베이징서 들어온 첩보에다가 2010년 5월 시애틀 정보관이 배신당한 사람으로부터 폭로성 제보를 받아 보고한 것 같다. 원장이 보니 일부가 북한에, 평양에 들어간다, 그럼 내가 원장이라도 용납할 수 없다. 그런 입장에서 내가 원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 이 첩보는 신뢰도가 가장 높았고 신뢰성의 확인을 위하여 시애틀 정보관에게 물증을 확보하라고 지시를 하였다.”
도○○ 시애틀 주재 국정원 정보관은 스즈키 씨가 보여주는 1억 달러 수표 사본 내용을 적어 본부에 보고하였는데, 사본을 입수한 것은 국정원 본부였다. 2018년 6월 4일 이현동 전 국세청장 공판에 김대중 비자금 의혹을 조사한 김석규 전 국정원 방첩국장이 증인으로 출석, 이렇게 증언하였다.
“해외정보관(도○○ 정보관인 듯-기자 주)의 전문(電文)으로 ‘테리 스즈키가 입국하려고 한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차장이 저를 불러 가보니 ‘테리 스즈키가 한국에 가게 될 경우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것 같다. 만나서 안정시켜주고 하라’고 했다. 차장의 지시를 받고 테리 스즈키를 만나 인터콘티넨탈 호텔 일식집에서 밥을 먹이기도 하고 ‘혹시 위험하면 나한테 연락하라. 급하면 관할 파출소에 연락해서 신변보호 요청을 하겠다’고 하면서 제 휴대폰 번호를 (스즈키에게) 준 적이 있다.”
이는 2010년 12월의 일인데, 이때 스즈키 씨는 1억 달러 수표 사본 및 김홍걸과 전성식씨에게 보낸 내용증명 등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13억5000만 달러

이 사건의 출발은 도 정보관이 올린 보고서이다. 그 요지도 법정에서 공개되었다. 김대중 비자금 의혹은 문재인 정권이 이 의혹 조사를 수사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면 묻혔을 것이고 1억 달러 수표도 햇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2012년 하반기 이후 국정원은 비자금 조사를 중단한 상태였던 것이다. 2018년 12월 12일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 재판 때 증인으로 나온 이유환 국정원 처장에게 변호인이 물었다.
“2010년 상반기에 증인이 최종흡 차장에게, 시애틀 영사관에 파견된 도○○ 정보관이 한국계 미국인 테리 스즈키한테 들은 전문 3장을 정리, 보고한 적 있죠. 미국 내 비자금이 서부에 6억5000만, 동부에 7억, 서부는 한스 루이가 관리한다. 서부 비자금은 전성식, 한스 루이, 이○○ 등이 함께 승인해야 출금(出金)이 가능하다. 그중 1억 달러가 미국 페이퍼컴퍼니, 즉 김대중 삼남(三男) 김홍걸이 운영하는 회사 및 중국에 있는 3개 회사를 순차로 거쳐 북한 평양과기대에 송금되려 한다는 거였죠? 첩보내용에는 평양과기대 전성식씨가 이희호 여사에게 과기대에 기부할 걸 건의하였다, 재미교포 김진경 목사가 평양과기대 총장인데, 이분도 관련되어 있다, 그런 내용도 있었나요?”
이유환 처장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전성식씨가 미국 내 비자금 총괄자였나요?”
이 처장은 “첩보에 따르면 그렇다”고 답했다.
박윤준 변호인은 이렇게도 물었다.
“최종흡은 테리 스즈키 사건은 김홍걸, 전성식과 관련된 것이고 (국세청이 활용한) 해외정보원은 김홍업과 관련된 것이어서 다르긴 하지만 첩보가 동부, 서부에 합계 13억 달러의 DJ 비자금이 존재하고 그중 일부가 북한으로 유입되려 한다는 내용이므로 진위(眞僞) 확인을 위해서는 비자금이 조성되어 있는지를 조사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를 위하여 국세청에 협조 요청하기로 했었다, 이게 최종흡의 증언입니다. 이 법정에서도 대북 관련성이 있었다고 증언했어요.”
이유환 처장은 “거기에 대해선 뭐라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FBI와 공동조사

2018년 7월 9일 시애틀 주재 전(前) 국정원 정보관 도씨는 최종흡 피고인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진술하였다. 그의 증언 요지는 이렇다.
<■ 2009년 여름 국정원 본부 지시로 스즈키와 접촉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2010년 4, 5월부터 자주 만났다.
■ 상부의 승인을 받아 FBI 요원과 합동공작(Joint Operation)을 했다. FBI 요원을 만났다.
■ 첩보 제공자 테리 스즈키는 한국인인데, 김홍걸의 1억 달러 투자 관련 사업에 참여하였다가 이게 중단되어 손해를 본 사람으로서 김대중 비자금의 관리 상태를 잘 알고, 김홍걸 관련 1억 달러 수표 사본을 국정원에 제공했다.
■ 1억 달러 사업은 김진경이 중도에 포기하는 바람에 중단되었다. 스즈키는 몇백만 달러의 손해를 보았다면서 배신감을 느껴 폭로를 결심하였다.
■ 스즈키는 김홍걸과 김진경이 추진한 사업에 관여하여 비자금 관리 상황을 잘 아는 인물이었다. 4명이 공동서명자로 비자금을 관리한다고 했다. 이○○, 한스 루이, 전성식, 이○○ 등. 중국에 있는 회사를 통하여 평양과기대로 들어가는 투자진행 상황을 들었다. (김홍걸이 보여주었고 전성식이 팩스로 보내준) 1억 달러의 수표 사본도 보았다. 그런데 김진경이 잘못되면 김대중 비자금 관련 국회청문회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사업을 포기하여 스즈키는 손해를 보았다. 최종흡 차장은 국가에 충성하는 분이고 수시로 김정일의 목을 따야 한다고 말하는, 대북(對北)공작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인물이다. 명예를 먹고 사는 사람이다.>


LHL은 ‘비자금 매개용’ 회사

사업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을 받지 못한 테리 스즈키 씨가 변호사를 통하여 2010년 10월에 김홍걸과 전성식씨 앞으로 보낸 내용증명도 국정원에 입수되었다. 여기에 1억 달러 수표가 등장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수표 사본 자체만큼 중요한 것은 수표가 등장하게 되는 배경이다. 내용증명엔 스즈키 씨가 김홍걸, 전성식, 김진경 등이 추진하는 선양(瀋陽) 프로젝트(월드트레이드센터 라이선스를 취득해 건물을 지은 뒤 운영을 맡고, 그 수익금은 평양과기대로 보낸다는 구조)에 동참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다가 결정적 주장이 나온다. 맞춤법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신뢰성 확보를 위하여 그대로 싣는다.

<스즈키 씨가 일년 반 이상 중국 사업에만 노력한 결과, 중국 선양 삼호가 전자상가 프로젝트를 중국 선양 Chengda Group과 성공리에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스즈키 씨가 성공리에 성사시킨 삼호가 1기와 2기 프로젝트는 삼일회계법인이 중국 현지에서 수개월간 기업 프로젝트 실사 평가한 결과, 삼호가 프로젝트는 매우 이상적인 투자적격 사업 프로젝트로 평가되었습니다. 삼일회계법인의 공신력 있는 투자 실사 발표자료와 투자 적격 평가와 추천서에 의해 전성식 박사는 김 전 대통령 자금 관리 책임자인 Mr. Hans Lui로부터 미국 오리건주에 등록한 LHL 투자회사에 미화 1억 불을 투자하도록 요청했으며, 전 박사의 요청에 의해 자금책임자인 Mr. Lui 씨는 자신이 관리하는 자금 중 미화 1억 불을 LHL 투자회사에 입금하였습니다.>

김대중 자금 관리자로 전성식, 한스 루이 두 명이 거명(擧名)된다. 《월간조선》이, 김홍걸씨가 실소유주로 보이는 문제의 LHL 투자회사에 대하여 알아보니 미국 오리건주에 설립 등록된 날짜는 2009년 12월 23일이었다. 이 회사는 스즈키 씨에 따르면 김대중 비자금을 빼내 갖고 있다가 한국에서 특수목적법인(SPC·Special Purpose Companies) 형태의 회사가 설립되면 거기에 투자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스즈키 씨의 내용증명을 더 읽어보자.

<2009년 12월 23일, 스즈키 씨와 삼일회계법인의 김영현 전무는 동시에 LHL 투자회사의 투자를 담당하는 Brindle, McCaslin &;;;; Lee, 미합중국 오리건주 법무법인의 이병민 변호사로부터 LHL 투자회사의 1억 불 입금을 밝히며, 투자에 필요한 자료와 Due Diligence(實査-기자 주) 후 한국의 SPC 회사에 1억 불을 투자할 계획임을 알리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이병민 변호사께서 보낸 공문은 자금 관리 책임자인 Mr. Hans Lui, 송병욱 회장, 이중경씨와 김홍걸 박사께도 전달이 되었으며, 그 후 이병민 변호사의 다른 공문 또한 이 프로젝트에 관여하며 참여하는 개인들에게 보내졌습니다.>


김홍걸 명함

이번에 《월간조선》은 상기(上記) 법무법인이 12월 21일 자로 삼일회계법인 및 G&;;;;J 대표 스즈키, 그리고 김홍걸 등 관계자들에게 보낸 문서를 입수하였다. 문서는 “프로젝트에 대한 만족할 만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난 후, LHL은 총 5억7500만 위안(최근 환율로 약 1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할 계획이다”고 했다. 문서 끝에는 이런 표기가 있다.

< cc: Mr. Hans Lui

Mr. Byung Song
Mr. Joong K. Lee
Mr. Hong Kim >

‘cc(carbon copy)’는 ‘참조’라는 뜻으로 이 문서를 Mr. Hong Kim(김홍걸) 등 4명에게도 보냈다는 뜻이다. 스즈키 씨가 김대중 비자금 관리자로 지목한 한스 루이 이름도 보인다. 이 수표가 발행된 US Bank에 있는 계좌의 실소유자가 김홍걸임을 시사하는 기재(記載)사항이라 할 것이다.

김명함.jpg
《월간조선》이 입수한 김홍걸씨 명함. 한 면은 ‘WTC NAFEC HOLDING INC. 상임고문/박사 김홍걸’, 다른 면은 ‘KORCHA C&;;;;I 韓中투자자문유한공사. 상임고문/박사 김홍걸’이라고 적혀 있다. 김씨가 선양 WTC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다.

 

《월간조선》은, 테리 스즈키 씨가 받아둔 김홍걸씨 명함도 입수하였다. 한 면은 ‘WTC NAFEC HOLDING INC. 상임고문/박사 김홍걸’, 다른 면은 ‘KORCHA C&;;;;I 韓中투자자문유한공사. 상임고문/박사 김홍걸’이다. ‘WTC NAFEC HOLDING INC.’에 나오는 ‘NAFEC’는 ‘Northeast Asia Foundation for Education and Culture’, 즉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의 약자(略字)이다. 김진경씨가 세운 평양과기대를 운영하는 재단이다. 김홍걸씨가 이 재단의 상임고문으로서 비자금 관리자로 보이는 한스 루이 및 테리 스즈키와 함께 중국 사업에 참여하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자료이다.


팩스로 보내준 1억 달러 수표 사본

내용증명은 이렇게 이어진다.

<2009년 12월 24일, 오후 5시경, 전 박사(전성식-기자 주), 김홍걸 박사, 이중경, 삼일회계법인의 김영현 전무와 스즈키 씨가 서울 강남 르네상스 호텔 28층에서 LHL 투자회사에 예치된 1억 불 투자에 관하여 면담을 하였으며, 그 자리에서 김홍걸 박사는 김영현 전무와 스즈키 씨에게 미국 U.S. Bank에서 2009년 12월 21일 자로 LHL 투자회사로 발행한 현금수표 1억 불의 사본을 제시하며 앞으로 다가올 투자 후의 사업계획을 진지하게 논의하였습니다. 전 박사는 2009년 12월 24일 회의 참석 며칠 후 스즈키 씨에게 김홍걸 박사께서 제시하였던 1억 불 현금수표 사본을 2009년 12월 30일 홍릉 동북아 KIST 사무실에서 김영남 처장님을 통하여 FAX로 스즈키 씨께 보내주셨습니다.> 

국정원은 이 수표 사본을 스즈키 씨로부터 입수하였고, 《월간조선》도 갖게 되었다. 수표를 팩스로 보냈기에 가장자리에 <09 12 30 03:13p KIST 9696370>이라 찍혔다. 보낸 일시와 장소 및 팩스번호로 추정된다. 국정원은 시간과 팩스번호를 조사하여 보낸 곳이 김홍걸씨와 관련 있는 사무실임을 확인하였다. 팩스 번호와 전송일시는 이 수표의 신뢰도를 굳힌다. 국정원은, 김홍걸씨가 동업자들에게 수표를 보여준 것은 투자자금이 마련되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풀이하였다.


수표 기재사항

김팩스_팩스부분박스처리.jpg
결정적 단서인 문제의 1억 달러 수표 사본. 가장자리에 ‘09 12 30 03:13p KIST 9696370’이라고 찍혀 있다(오른쪽 박스 부분). 보낸 일시와 장소 및 팩스번호로 추정된다. 국정원은 시간과 팩스번호를 조사해 보낸 곳이 김홍걸씨와 관련 있는 사무실임을 확인했다.

 

국정원이 입수한 US Bank 발행 1억 달러 수표 사본의 기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 군데를 검게 칠하였는데 여기에 중요한 사항이 기재되어 있었을 것이다.

< DATE DEC. 21, 2009(2009년 12월 21일)

Official Check Remitter(공식 수표 송부인): 이름은 검게 가려짐
PAY TO THE ORDER OF(수취인): LHL INVESTMENT, LLC.(LHL 투자회사)

US BANK $100,000,000.00
ONE HUNDRED MILLION DOLLARS AND 00 CENTS (1억 달러 0센트)

NOTICE TO CUSTOMERS(고객들을 위한 안내문)
As a condition to this institution’s issuance of this check, purchaser agrees to provide an appropriate indemnity or affidavit prior to the refund or replacement of this check in the event it is lost, misplaced, or stolen. In most states, a waiting period of 90 days applies.(이 기관이 이 수표를 발행하는 조건에 따라, 발행인은 이 수표가 분실되거나 잘못된 곳으로 보내졌을 시, 혹은 도난됐을 경우 이 수표를 환불하거나 대체하기에 앞서 적절한 보상이나 내용증명을 제공할 것에 동의한다. 대부분의 주(州)에서는 90일간의 대기 시간이 적용된다.)

ISSUED BY(발행기관): TRAVELERS EXPRESS COMPANY, INC.(트래블러스 익스프레스 컴퍼니)
DRAWER(수표 발행인): U.S. Bank
DRAWEE(지정지급인): PREFERRED BANK, LOS ANGELES. CA
Authorized Signature>


자금 세탁을 하여 추적 불가능한 자금?

스즈키 씨가 전성식과 김홍걸씨 앞으로 보낸 내용증명엔 이후의 상황 전개를 이렇게 적었다.

<2009년 12월 24일 회의 참석 후 저희 프로젝트는 순탄하게 진행되었으나, 그 후 동북아재단 김진경 총장께서 LHL 투자회사에 예치되어 있는 1억 불을 중국 선양사업에 투자하지 말 것을 삼일회계법인의 김영현 전무와 스즈키 씨께 통지하셨고, 그 이유는 LHL 투자회사에 예치되어 있는 1억 불 사업자금이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인 관계로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스즈키 씨는 김홍걸 박사와 전 교수가 최종으로 투자결정 후 투자금을 예치까지 한 시점에서 동북아재단의 김진경 총장의 이해할 수 없는 행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스즈키 씨는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초기 때부터 전성식 박사를 포함한 동북아재단의 김진경 총장과 더불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참가자들도 중국 프로젝트 사업자금이 김 전 대통령 가족으로부터 조달되는 것이 기정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뜻밖에 김진경 총장의 LHL 사업자금 사용 반대 의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급히 동북아재단에 긴급 미팅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선양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김대중 비자금을 자금원으로 하는 사업임을 알고 추진해왔는데 김진경씨가 표변, 놀랐다는 주장이다. 이 단계에서 김진경씨는 김홍걸 측이 스즈키 씨에게 수표를 보여주고, 팩스로 사본을 보내주었다는 점을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

<2010년 1월 중순경 동북아재단에서 긴급 미팅을 하게 되었으며 그 자리에서 김진경 총장은 스즈키 씨와 삼일회계법인 김영현 전무님께 LHL 사업예치금 1억 불이 김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표면화되어 동북아재단과 연관될 시 국회청문회에서까지 거론되고 동북아재단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으므로 LHL 투자회사 사업자금을 철회하고 사용하지 말라고 저희에게 요구하였습니다. 김진경 총장과 스즈키 씨가 LHL 사업자금 관계로 미팅을 할 당시 전 박사는 Mr. Lui와 사업 관계로 미국 L.A.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김진경 총장의 LHL 사업자금에 대한 충격적인 발언 소식을 스즈키 씨는 전 박사에게 전하였고 전 박사는 LHL 사업자금은 그동안 Mr. Hans Lui가 꾸준히 수년간 여러 방법으로 비자금을 관리, 투자하여 왔었고 그동안 많은 자금의 탈바꿈을 통하여 현재로서는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적할 수 없으므로 매우 안전한 자금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스즈키가 1억 달러 수표로 압박하는 장면

이는 돈세탁을 많이 하여 당국이 추적해도 실소유자를 알 수 없게 만들어 안전하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스즈키 씨가 전한 말이니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음은 스즈키 씨가 1억 달러 수표를 제시, 압박하는 장면이다.

<전 박사는 스즈키 씨에게 김진경 총장과 동북아재단 임원들과도 연락을 끊고 LHL 사업자금 내용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사업을 계속 추진하라고 스즈키 씨에게 지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전 박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스즈키 씨에게 계속 LHL 사업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후 전 박사는 이 내용을 동북아재단 김진경 총장의 아들께 알렸습니다.
LHL 사업투자 재추진 결정을 보고받은 김진경 총장은 2010년 1월 중순경 재차 동북아재단 사무실에서 사업투자 재추진 결정에 대한 회의 중, 스즈키 씨와 삼일회계법인의 김영현 전무에게 LHL 투자금은 존재치 않으니 더이상 LHL 투자회사의 사업자금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말 것을 종용하였습니다.
스즈키 씨는 너무나 기대에 벗어난 김진경 총장의 독선과 발언이 합당치 않고 사업 초기부터 전 박사의 선양 WTC 프로젝트 사업자금 조달 계획과 의도 그리고 또한 김홍걸 박사와의 선양 WTC 프로젝트 상황과 관련을 초기부터 설명하려 노력하였으나 스즈키 씨의 설명을 김진경 총장은 무시했습니다. 그래서 스즈키 씨는 실제 LHL 투자회사 자금의 존재를 증명키 위하여 전 박사가 FAX로 보내준 미국 U.S.Bank에서 발행한 LHL 투자회사의 1억 불(US $100,000,000.00) 현금수표 사본을 회의에 참여 중인 김진경 총장, 김○○, 이○○, 김○○ 처장, 김영현 전무 앞에 제시하였으며, 모두 매우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전 박사는 이 사업 초기부터 수없이 말씀하시고 행동에 옮기셨던 바와 같이 LHL 투자회사의 사업자금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김 전 대통령 가족에게서 투자 핵심이 된다는 사실을 이 사업에 참여한 모든 관계자들이 알고 있는 시점에서, 김진경 총장이 사업 참가자들의 의견과 사업상황 등은 전혀 개의치 않고, 일방적으로 LHL 투자금 사용을 반대하시고, 또한 직접 동교동 이희호 여사에게 LHL 사업 투자금을 선양 프로젝트에 절대로 사용치 못하게 해달라고 동북아재단의 임원을 통하여 전달하셨다며 김진경 총장의 의도를 이해치 못하겠다며 전 박사는 스즈키 씨에게 전했습니다.>


사이버 해킹 등으로 추가 정보 수집한 듯

국정원이 1억 달러 수표 사본을 확보한 뒤 어떤 추가 조사를 하였는지는 추가 취재가 필요한 영역이다. 관련자의 컴퓨터를 해킹하였을 가능성은 있다.
2018년 12월 12일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 재판 때 증인으로 나온 이유환 국정원 처장에게 검사는 이 처장이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묻는다.
“대북공작국은 김대중 삼남 김홍걸 및 동명이 설립한 회사 대표 손○○, 비자금 관리책 의심 재중(在中) 박○○ 및 재미(在美) 전성식, 비자금 제보자 테리 스즈키 등에 대한 사이버 ○○(주-기자가 법정에서 들었을 때 분명하지 않은 대목) 시도가 일부 성공하는 등 민간인 사찰이 확인되는데 맞나요?”
이 처장은 “사실이다”고 말한다. ‘사이버 ○○ 시도’가 성공했다는 말은 해킹에 성공하였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국정원은 해킹을 통하여 공개할 순 없지만 상당한 정보를 얻은 것 같다. 국가정보기관의 해킹과 같은 민감한 정보가 법정에서 공개된 것은 전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무리한 수사가 빚은 안보 자해(自害) 행위로 판단된다.
추적자들을 감옥에 보낸 논리
지난해 7월 26일 이른바 ‘김대중 비자금 뒷조사’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이 1심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전 3차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김 전 국장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 진행 중 보석으로 석방되었던 이들은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의혹을 추적하는 일명 ‘데이비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세청(IRS) 요원 등에게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활동비를 지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억 달러가 북한으로 들어간다는 중대한 안보 사건을 조사하는 팀이, 위장회사인 ‘가장체’에서 나온 수익금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신규 공작사업에 사용했다는, 회계상 미비(未備) 정도의 문제인데도 감옥에 보냈다.
가장체에서 나온 수익금은 기존에 있는 공작사업이나 해당 가장체 운영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DJ 비자금 추적이라는 신규사업에 사용한 것은 위법(違法)이라는 게 재판장의 논리였다. 피고인들은 이 비자금이 북한으로 유입됐다는 첩보가 있었기 때문에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 해당된다고 설명했으나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무시하였다. 재판부는 최종흡 전 차장과 김승연 전 국장에 대한 양형 이유를 따로 설명했는데 두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 논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이 (해당 공작사업이) 국정원 직무 범위 안에 있다고 판단했더라도 위법인 가장체 수익금을 사용하는 것을 수단으로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결국 이 사업들의 합법성을 막론하고 피고인의 이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은 자신이 추진한 공작사업의 정당성만을 주장하고 계속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피고인에 대해서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국정원 업무의 특수성과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국정원의 조직문화 속에서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점도 분명히 인정이 된다. 가장체 수익금을 개인적으로 취한 것은 없다. 피고인은 초범으로서 지금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다. 이를 참작해 피고인의 실형 선고를 정하는 데 반영하겠다.>


“利敵행위를 막으려 한 것”

두 사람은, 1시간15분 가까이 진행된 판사의 판결문 낭독을 나란히 서서 지켜보는 내내 계속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종흡 전 차장은 지난해 6월 14일 열린 최종 변론에서 “대북비자금은 ‘이적행위’라 조사한 것”이라며 “누가 그 자리에 있어도 같았을 것”이라고 항변한 바 있다.
<우리가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 DJ 비자금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위장 사업체를 세워가지고 5억 달러가 확보돼 있다는 첩보가, 제가 직접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내용증명을 보고 배경을 알았습니다. 그것을 보면 돈들을 중국으로 도피시켜가지고 ‘World Trade Center’라고 하는 프로젝트에 투자 명분으로 돈을 빼냅니다. 거기서 펀딩을 받고 수익금을 평양과기대와 연변과기대로 해가지고 보낸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팩트입니다. 저는 이 지시를 받고 3개월 반 만에 나왔기 때문에 어떻게 진행됐는가를 몰랐습니다. 다만 원장님 지시로,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하고, 그때 미국, 이런 팀을 만들어서 국세청하고 이렇게 협의를 하도록 만든 게 저의 전부입니다. 어느 누가 그 자리에 있다고 해도 이것은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원 직무 범위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첫째가 이적(利敵)행위입니다. 돈을 들여가든지 재물을 들여가든지 그런 이적행위는 국내 보안정보 업무상으로도 저희들의 임무입니다. 이것을 자꾸 정치적인 공작 차원에서 얘기를 하니 저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인데 양심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진실은 손바닥으로 가릴 수가 없는 이 태양과 같다, 이 말씀 하나는 꼭 드리고 싶습니다.>

검사도 판사도 김대중 비자금의 실체 여부에 대하여는 관심이 없었다. 1억 달러 수표 사본은 증거물로 제출되지 않았다. 어떻게 된 판인지 변호인들도 수표를 법정에 제출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한 국정원 전직 간부는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최 차장과 김 국장이 공금을 한 푼도 사용(私用)하지 않았음이 밝혀진 점이다”고 자위했다. 그는 “정보기관은 국가 안보에 관한 한 법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하는데, 북한으로 거액이 들어간다는 확실한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한 것을 가지고 경리 문제로 간부들을 잡아넣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억울해하였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구회근)는 지난 1월 16일 항소심에서 최종흡 전 차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김승연 전 국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과 같은 형량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전 차장과 김 전 국장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위법하게 유용해 공작사업에 썼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DJ 비자금’이나 노 전 대통령의 금품 제공 의혹 등을 추적하는 것은 국정원 고유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최종흡 전 차장은 오는 7월이면 출소한다. 그의 입에서 무슨 폭탄선언이 나올지 알 수 없지만 1억 달러 수표는 그가 말한바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는 태양’이 아닐까?

[ 2020-03-17, 14:48 ]




추모사업 하던 '김대중평화센터' 있는데 또 '기념사업회' 만드는 'DJ 삼남' 김홍걸

"사단법인 김대중.이희호 기념사업회 발족 준비 중"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사진=뉴시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이 ‘사단법인 김대중ㆍ이희호 기념사업회’를 만든다.  김 의장은 이번 4.15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돼 21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김홍걸 의장은 17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추모사업이 많이 부족하고 침체해 있어 새로운 방향에서 사업을 해보려고 한다”며 “사단법인 발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회의 이사장은 김 의장이 직접 맡을 예정이며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도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사업은 생전에 건립된 김대중평화센터에서 주도해왔다. 김대중평화센터의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씨가 맡고 있다. 부이사장은 김대중 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는 ‘DJ의 대변인’ 박지원 민생당 의원, ‘천재교육’을 설립하고 대표를 지낸 최용준씨다.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김홍업씨와 김홍걸 의장은 ‘이복형제’다. 김홍업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첫 번째 부인 차용수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김 의장은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씨 슬하의 아들이다. 한편, 김 의장은 자신이 만들 ‘사단법인 김대중ㆍ이희호 기념사업회’와 ‘김대중평화센터’에 대해 “각자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