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방

우리가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

서석천 2025. 7. 4. 03:18

우리가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

중국이 2010년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되면서, 미국과의 경제적 격차가 좁혀져 왔다. 이에 따라, 한국의 일부 인사들은 한국이 미국과의 거리를 멀리하고 조속히 중국에게 접근해야 한다거나 또는 미국과 중국에 대해 등거리외교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금년 초에 들어선 미국의 제2기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하는 등 미·중 신냉전이 격화됨에 따라, 한국 내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더욱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기저에는, 현재의 상황과 1638년 병자호란의 상황을 비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1638년 병자호란의 이전에 중국대륙의 대세가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이전하고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의 지도자들이 청나라에 대항함에 따라 조선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유에는 현재의 미국이 당시의 명나라이며 현재의 중국은 당시의 청나라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당시 조선의 엘리트들이 중화질서에 대한 ‘이념적 헌신’이 체질화되어 명나라에 맹목적으로 기대었고, 현재 한국에서는 과거의 중화주의가 대상만 미국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병자호란의 상황과 현재의 상황 간의 이러한 비유는 적절한 것인가? 결론적으로 이는 잘못된 비유이다. 우선 당시에는 명나라가 멸망하고 청나라가 등장했으나, 현재의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계속 남을 것이며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할 것이다. 미국은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아시아나 유럽에서 다른 강대국이 패권을 잡는 것을 막아왔으며, 앞으로도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잡는 것을 막을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비유가 왜 잘못된 것인지 상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주한 중국대사관. [사진=펜앤마이크DB]

첫째, 중국이 부상하고 있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미국은 세계 1등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에 있어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 

경제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서 중국이 미국과의 격차를 좁혀오고 있지만, 이 분야를 주도하는 핵심기업들은 미국기업들이다. 

한편, 최근에 들어서 미국과 중국간의 경제 격차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2021년 미국의 76%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던 중국의 GDP는 2023년에는 66%까지 주저앉았다. 몇 년 전까지도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빠르면 2030년대에 미국 경제를 앞지를 것이라고 예상하여 왔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결코 미국을 넘어설 수 없다는 비관론이 득세하고 있다.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당초 주장했던 ‘중국몽’이 이제 허망한 희망으로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국가의 국력은 경제력을 기초로 한다. 경제력이 강해져야 군사력이 확충되는 등 전 영역에 걸쳐서 국력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시진핑의 ‘중국몽’이 좌절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시진핑이 마오쩌둥 방식의 극단적인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그가 미국에 공격적인 외교를 함으로써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군사적으로 중국은 아직 미국에 많은 열세에 있다. 미국의 국방비는 전 세계 총 국방비의 40% 정도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만일 동아시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군비, 무기 수준 등 세부 요소를 따지면 현재로서는 중국이 미국과 게임이 안 된다. 그 차이는 쉽게 좁혀지기 어렵다고 대부분의 군사전문가들이 평가한다. 이번 6월에 미국 폭격기가 먼 거리를 날아가서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정교하게 폭격한 것만 보아도, 미국 군사력을 우수성을 알 수 있다.

미국 뉴욕.(사진=선우윤호 기자)

둘째, 만의 하나 중국이 먼 미래에 경제적으로 미국을 추월하더라도,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며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아시아국가들과 동맹을 강화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일방적인 패권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주요한 국가들과 ‘적과 친구의 역할’을 반복하면서, 철저한 ‘세력균형정책’을 실행하여 왔다. 이는 미국이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패권국가 출현을 방지하려 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1930년대에 미국이 일본을 압박하는 것과 유사하다. 1905년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하여 대외침략을 강화했으나, 지금은 중국이 공세적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태평양전쟁 이전에 미국은 일본군대가 중국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은 중국과 군사협력을 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일본과 협력하여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셋째, 현재 미국이 중국을 적극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관점에서 본 한국의 위치는 어떠한가? 미국이 냉전 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전략적으로 중시한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전략적으로 중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중 간 신냉전에서 우리의 바람직한 선택은 무엇인가? 한국은 미국의 편에 서는 것이 유리하다. 우리는 ‘우리의 독립과 자주, 안보, 번영’이라는 국가이익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앞으로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4차 산업혁명의 원천 기술 보유국인 미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2) 우리가 미국과 협력해야 북한의 무력도발을 제어할 수 있으며, 이 역할은 중국이 절대로 대체할 수 없다. 

(3) 패권국가의 길로 들어선 중국은 한국을 미국 중심의 동맹 체제에서 떼어내 중국의 종주권을 수용하는 ‘신형 속국’으로 만들려 한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존중하는 자주적 주권국가로 남기 위해서는 이념을 같이하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여, 미국의 힘을 빌려 중국의 신형속국 시도를 막는 수밖에 없다. 

(4) 과거 동아시아에서는 중국만이 유일 강대국이었다. 이에 조선은 조공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초강대국인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부상한 중국을 계속 견제할 것이다. 그리고 20세기 들어 세계화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세계가 좁아졌다. 그만큼 많은 선택지가 열려 있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수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양국관계가 건강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는 중국이 한국을 두고 강압적으로 자신들의 의지를 실현하려는 데서 기인한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트럼프 타워.(사진=선우윤호 기자)

여기서 미국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미국은 한국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해 한국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한국은 미국에 전략적으로 필요한 국가가 돼야 한다. 그래야 미국도 한국을 돕는다. 그러려면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앞세우는 나라로 남아 있어야 한다. 또 미국이 일본과 힘을 합쳐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한국이 동참해야 한다. 지금 동아시아의 패권국은 중국이고 21세기 중에 일본이 패권을 장악할 가능성은 없다. 한국의 안보 이해관계는 구조적으로 중국과는 대립하고 일본과는 일치한다. 

넷째, 우리가 미국과 협력하는 것은 맹목적인 친미가 아니라 우리의 국가이익 때문이다. 조선의 엘리트들은 중국이 주장하는 허구의 중화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심지어 우리가 ‘소중화’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중국을 맹신한 나머지 여타의 상황을 거부했다. 중국에 철저히 기대어 군비를 소홀히 하여 1592년 임진왜란과 1636년 병자호란에서 각각 일본과 만주족에게 군사적으로 유린당했다. 하지만 전후 미국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우리 자신을 위하여 선택한 것이었고, 한 세대 만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2개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이는 미국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하여 세계 각국과 함께 ‘무역과 투자라는 세계화’에 참여하여, 즉 세계의 다양성에 합류하기로 우리가 선택하여 이루어 낸 쾌거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내의 일부 인사들이 주장하는 ‘중국대세론에 접근하기’는 적절치 않으며, 한국으로서는 미국과의 협력이 향후 상당한 기간 동안 필요하다. 우리가 미국을 선택해야 할 때, 핵심 고려사항은 다음의 3가지이다. 즉, (1) 미국이 향후 상당 기간 동안 초강대국이 될 것인가? (2) 미국이 향후 우리 국가이익에 도움이 될 것인가? (3) 미국은 향후 한국을 필요로 할 것인가? 이다.

미·중 신냉전에서, 우리 외교정책의 기준은 소위 ‘실용적인 국가이익’이어야 한다. 우리의 핵심 고려사항을 감안할 때 미국을 선택해야 한다고 가르키고 있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한반도에서 ‘어설픈 중립’은 한국을 구할 수 없다. 한국은 어느 한 쪽과 우선순위를 두고 동맹 내지 협력을 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그 대상은 미국이다. 한국 내에서 그간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우리 국민의 50% 이상이 ‘우리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외교적 과제’를 ‘한·미동맹 강화’라고 답했다.

   연상모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