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베네수엘라의 포퓰리즘 20년

서석천 2025. 7. 2. 07:29
 한국에 주는 경고

 

 

베네수엘라는 1999년 우고 차베스 집권 이후 20년 넘게 포퓰리즘 정권이 이어지고 있다. 차베스와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는 무상 복지, 각종 보조금, 대중영합 정책으로 국민의 환심을 샀다. 그러나 그 결과는 경제 파탄, 사회 혼란, 민주주의 붕괴였다. 최근 대한민국에서도 포퓰리즘 정책과 제도 장악 논란이 이어지면서,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상 복지와 재정 파탄…한국도 남의 일 아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이라는 자원을 바탕으로 무상 교육, 무상 의료, 무상 주거 등 대대적인 복지 포퓰리즘을 펼쳤다. 한때 국민들은 국가가 주는 혜택에 열광했다. 하지만 원유 가격이 하락하자 재정은 급속히 악화됐고, 정부는 무제한 화폐 발행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2018년 기준 130만%에 달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국민의 20%가 해외로 탈출했다.

한국 역시 최근 몇 년간 기본소득, 대규모 채무 탕감, 각종 현금성 복지 등 포퓰리즘 정책이 늘고 있다. 아직은 경제 기초 체력이 남아 있지만, 재정 건전성 악화와 미래 세대 부담 증가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 불가능한 복지 포퓰리즘은 결국 경제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베네수엘라 난민

사법부·언론 장악…민주주의 붕괴의 시작

차베스 정권은 집권 첫해 헌법을 개정하고, 대법관을 해임해 사법부 독립성을 무너뜨렸다. 이후 선거관리위원회, 국영석유회사, 군부, 언론까지 장악하며 권력을 공고히 했다. 비판 언론은 폐쇄됐고, 야당의 정권교체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결국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붕괴됐다.

한국에서도 최근 사법부 대법관 증원, 탄핵 시도, 공영방송 경영권 논란 등 권력기관 독립성 훼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처럼 권력 분립 원칙이 약화될 경우,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포퓰리즘의 사회적 비용…한국에 주는 경고

베네수엘라의 포퓰리즘은 단기적 인기와 정권 연장에는 성공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극심한 빈곤, 치안 붕괴, 인구 유출이라는 참혹한 대가를 남겼다. 인구의 10% 이상이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었고, 남은 국민 상당수는 국제기구의 식량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베네수엘라와 같은 극단적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포퓰리즘 정책, 권력기관 장악, 언론 통제 등 민주주의 시스템 약화 조짐이 반복된다면, 경제·사회적 위기는 언제든 닥칠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실패는 결코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민주주의와 재정 건전성,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포퓰리즘과 권력 집중, 민주주의 훼손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대한민국 역시 단기 인기와 정파적 이익에 치우친 정책, 권력기관 독립성 훼손, 언론 통제 시도 등이 반복된다면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원칙과 재정 건전성, 견제와 균형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경계심이 절실하다.

  • 인세영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