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경재

HD현대·한화, 미 해군 MRO 수주 실패

서석천 2025. 6. 27. 05:21
한미관계 영향인가? 우려와 아쉬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올해 3월 미국 해상수송사령부(MSC)가 발주한 미 해군 7함대 군수지원함 1척에 대한 유지·보수·정비(MRO) 입찰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두 회사가 미국 해군 MRO 사업에서 처음으로 맞붙은 이번 수주전은 싱가포르 업체가 최종 낙찰을 받으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번 입찰은 단일 선박 정비로 사업 난이도가 높지 않았고, 완전 경쟁 체제로 가격 중심의 평가가 이뤄졌다. 한화오션은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해 중도에 입찰을 포기했고, HD현대중공업 역시 가격 경쟁에서 밀려 수주에 실패했다. 업계에선 기술력보다는 최저가 제안이 유리했던 구조라고 분석했다.

미 해군 MRO 시장은 연간 20조원 규모로, 향후 수주 확대와 15% 내외의 높은 영업이익률이 기대되는 분야다. 이번 입찰은 두 회사 모두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탐색전 성격이 강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2~3척, 한화오션은 4~5척 수주를 목표로 현지 네트워크 구축과 협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미 지난해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와 급유함 ‘유콘’ 등 미 해군 함정 두 척의 MRO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특히 이번 단일 선박 수주에 성공했다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미 해군의 추가 발주를 따낼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연간 20조원 규모의 미국 해군 MRO 시장에서 양사가 8척의 선박을 수주할 경우, 예상 매출은 약 8조원, 영업이익은 1조 2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 이는 단일 프로젝트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을 의미하며, 첫 수주 성공이 곧 시장 내 신뢰도와 점유율 확대의 발판이 될 수 있었던 만큼 이번 결과는 더욱 안타깝다.

하지만 최근 한미관계에 미묘한 이상 기류가 감지되면서 조선 수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올해 4월부터 한국 조선업계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주 경쟁력에 부담이 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과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 강화, 그리고 한미 간 무역·외교 현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미국 시장 진출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모두 미 해군 MRO 시장 진출을 위해 대대적인 준비를 해왔지만,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와 외교적 긴장에 따른 불확실성이 실질적 수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미 해군이 앞으로도 완전 경쟁과 지명 경쟁 방식을 혼용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기술 중심의 사업에서는 한국 조선사들이 강점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관계가 악화될 경우, 추가 수주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 내 생산기지 구축, 현지화 전략 등 대응 방안을 모색하며 시장 진출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 인세영 2025.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