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경재

[美이란 공격] 수개월 극비리 준비

서석천 2025. 6. 23. 02:37

'성동격서' 당한 이란은 전투기도 못 띄워

기만용 폭격기 태평양으로 보낸 뒤 실제 공습 편대는 이란 서쪽에서 날아와

B-2 폭격기 7대 공중급유하며 18시간 비행…벙커버스터 14발 첫 실전 사용

항공기 125대·잠수함 동원해 25분내 핵시설 3곳 동시 타격…"최대 B-2 폭격 작전"

 
B-2 전략폭격기와 F-22 전투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이란의 주요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습은 수개월 전부터 극비리에 준비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이란이 미군의 정확한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하도록 일부 폭격기를 '미끼'로 사용했으며 이란은 새벽에 이뤄진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대응 사격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은 22일(현지시간) 국방부에서 '미드나이트 해머'(Midnight Hammer·한밤중의 망치)로 명명된 이란 핵시설 공습 작전에 대해 이같이 브리핑했다.

 

이 작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명령하면 바로 개시할 수 있도록 "수개월 그리고 수주의 (군 자산) 배치와 준비"를 거쳤다고 헤그세스 장관은 밝혔다.

케인 합참의장은 "이 작전은 이란의 핵무기 시설을 크게 저하하기 위해 고안됐다"면서 "보안등급이 매우 높은 임무였고 워싱턴의 극소수만 이 계획의 시기나 성격을 알았다"고 말했다.

브리핑 내용을 종합하면 스텔스 기능을 갖춘 B-2 전략폭격기를 포함한 대규모 공습 편대가 지난 21일 0시(미 동부시간) 미국 미주리주의 공군기지에서 출발했다.

이 편대의 일부는 미군의 움직임과 관련해 적을 기만하기 위해 태평양을 향해 서쪽으로 비행했다.

전날 미국 언론은 B-2 폭격기 여러 대가 태평양을 가로질러 괌의 미군 기지로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 군의 기만 작전이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작전 '한밤중의 망치'

(알링턴[美버지니아주] AFP=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이 22일(현지시간) 국방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언론에 소개한 이란 핵시설 공습 작전 설명자료. 2025.6.22

동시에 공습 임무를 맡은 주력 편대는 최소한의 통신을 유지하며 목표 지역을 향해 동쪽으로 18시간 조용히 비행했다.

눈속임용 폭격기를 이란의 동쪽(미국의 서쪽)으로 보내서 주의를 끌고, 실제 폭탄을 떨어뜨릴 폭격기는 이란의 서쪽에서 날아오는 '성동격서' 작전이었던 셈이다.

케인 합참의장은 "여기 워싱턴과 탬파(미 중부사령부가 위치한 플로리다주의 도시)에 있는 극소수의 계획 입안자와 핵심 지도부만 이 기만 시도를 알았다"고 말했다.

주력 편대를 구성한 7대의 B-2 폭격기는 여러 차례 공중 급유를 했으며 내륙에서 호위를 맡은 전투기 및 지원 항공기와 조우했다.

첫 공격은 이스파한을 상대로 이뤄졌다.

폭격기 편대가 이란 영공에 진입하기 직전인 21일 오후 5시께(미 동부시간) 중동 지역에 배치된 잠수함이 24발 이상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이스파한에 있는 주요 지상 시설을 향해 발사했다.

이후 미군의 4세대, 5세대 항공기들이 적 전투기와 지대공 미사일 위협을 유인하고 제압할 목적으로 폭격기보다 앞서 나갔다.

폭격기가 포르도와 나탄즈의 핵시설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미군 전투기들이 이란의 방공 체계를 제압할 수 있는 무기를 선제적으로 발사했다.

이후 미국 동부시간 오후 6시40분께, 이란 현지시간으로 22일 오전 2시10분께 선두 폭격기가 GBU-57 벙커버스터 폭탄 2발을 포르도에 있는 여러 타격 지점 중 한 곳에 투하했다.

GBU-57의 첫 실전 사용이었다.


이란 핵시설 공습 작전 브리핑하는 케인 미국 합참의장

(알링턴[美버지니아주] AP=연합뉴스)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이 22일(현지시간) 국방부에서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습 작전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옆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2025.6.22

나머지 폭격기도 목표를 타격했으며 포르도와 나탄즈의 핵시설에 총 14발의 GBU-57이 떨어졌다.

이스파한을 포함한 핵시설 3곳에 대한 공격은 전부 미 동부시간 기준 오후 6시40분부터 7시5분 사이에 이뤄졌다.

적이 공격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이스파한을 향해 발사한 토마호크 미사일이 가장 나중에 목표를 타격하도록 했다.

초기 전투 평가로는 이란의 핵시설 3곳 모두 매우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케인 합참의장은 밝혔다.

이후 공습을 마친 폭격기 편대는 이란 영공을 빠져나가 귀향 비행을 시작했다.

폭격기가 이란 영공에 진입하고 이탈하는 과정에서 이란 측의 대응 사격은 없었고, 이란 전투기는 출격하지 않았으며,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 체계가 미군 항공기를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기습이 성공했다고 케인 합참의장은 설명했다.

이번 작전에는 B-2 폭격기와 4·5세대 전투기, 공중급유기 수십대, 정보·감시·정찰용 항공기 등 125대가 넘는 항공기가 참여했으며 GBU-57 14발을 포함해 약 75발의 정밀유도탄을 사용했다.

중동을 담당하는 중부사령부가 작전을 담당했고 이 밖에도 전략사령부, 수송사령부, 사이버사령부, 우주사령부와 우주군, 유럽사령부가 임무를 지원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B-2 폭격기가 참여한 최대 규모의 공습 작전이며 2001년 9·11 테러 직후 수행한 B-2 폭격기 작전 이후 최장 거리라고 케인 합참의장은 밝혔다.

케인 합참의장은 "이 작전은 미군의 필적할 수 없는 역량과 전 세계적인 활동 범위를 분명하게 보여주며 대통령이 어젯밤에 확실하게 말했듯이 세계 그 어느 다른 군도 이걸 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동현기자 2025-06-22

***************************

미국이 밝힌 이란 핵시설 공습 작전의 실행 개요

댄 케인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에 따르면, 이란 핵시설 공습 작전은 37시간의 왕복 비행, 수차례의 공중 급유, 그리고 일련의 기만 전술로 이뤄졌다. 케인 장군은 현재 미군 최고위 장교인 4성 장군이다.

미국에서 '미드나이트 해머'(Midnight Hammer·한밤중의 망치)라고 명명한 이번 작전의 전체적 영향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22일(현지시간) 오전, 미 국방부는 공습이 시작된 지 몇 시간 만에 이 복잡한 작전의 실행 개요를 시간 순으로 공개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미국 폭격기들이 아무도 모르게 들이닥쳤다가 빠져나와 귀환했다"고 말했다.

사진 설명,미 국방부는 공습이 시작된 지 몇 시간 만에 이 복잡한 작전의 실행 개요를 시간 순으로 공개했다

모든 것은 자정 직후 시작됐다. 헤그세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JD 밴스 부통령,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국방부 고위 인사들과 함께 백악관 상황실에 모였고 미주리주 시골 지역의 미군 공군기지에서 항공기 편대가 이륙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B-2 스텔스 폭격기들이 21일 0시 1분(미 동부시간) 어둠을 틈타 휘트먼 공군기지에서 이륙했다.

 

최종 목표는 이란의 최고 보안 핵시설이었다.

음속보다 느린 아음속 폭격기들이 대서양 상공을 비행하는 동안, 기체에는 18m 깊이의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는 강력한 '벙커버스터' 폭탄이 탑재돼 있었다.

이 무기는 산 아래 깊숙이 매설된 포르도 농축시설 등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미국에만 있는 무기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전 세계의 시선은 태평양을 향해 있었다. 미군 폭격기가 미국령 괌으로 배치됐다는 보도에 이목이 쏠린 상태였다

BBC는 당시 "해당 배치가 미국의 이란전 참전 여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 연관성을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철저히 계획된 기만 작전이었다. 대서양을 가로질러 이란으로 향하는 극비 비행을 감추기 위한 미끼였다.

사진 설명,케인 장군은 태평양으로 향한 항공기들이 "극소수의 계획 담당자와 주요 지휘관만 알고 있는 기만 전력"이었다고 말했다

케인 장군은 태평양으로 향한 항공기들이 "극소수의 계획 담당자와 주요 지휘관만 알고 있는 기만 전력"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주력 폭격 편대는 조종사가 2명씩 탑승한 B-2 스피릿 폭격기 7대로 구성됐으며, 최소한의 통신만 하면서 동쪽으로 조용히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이 군용기들은 항공편 추적 웹사이트에 표시되지 않아, BBC가 해당 설명을 자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또한, 위성사진에서 밤사이 발생한 피해 규모는 확인할 수 있어도, 타격 시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21일 오후 5시께(미 동부시간) 폭격기 편대가 중동 상공에 도달했을 때, 선두에서 적 전투기나 지대공 미사일 위협을 탐지하고 대응하기 위한 지원 항공기가 합류했다. 케인 장군은 이를 "복잡한 타임라인을 정교하게 맞춘 작전"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당국에 따르면, 당시 이란 전투기들이 이륙하지 않았고 방공망이 작동한 흔적도 없었다.

워싱턴 DC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속 미사일 방어 전문가 파트리차 바질치크는 BBC에 "이스라엘이 이란 영공에서 제공권을 장악하면서 미국 폭격기가 방해 없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케인 장군은 이후 1시간 40분 동안의 작전 내용에 대해 국방부 브리핑에서는 이례적인 수준으로 상세히 설명했다.

브리핑에서는 일부 작전 시점의 시간대가 공개됐지만, 지도상의 폭격기 이동 경로는 구체적이지 않았고, 제시된 두 버전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작전이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피해 규모와 그 여파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은 공습 사실을 인정했지만 피해 규모를 축소했고, 구체적인 타격 순서를 밝히지 않았다.

미국 당국은 21일 오후 5시께(미 동부시간) 아라비아해에 배치된 미군 잠수함에서 이스파한 인근 핵시설을 향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24발 이상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스파한에는 약 200만 인구가 거주한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국방 전문가 스테이시 페티존 박사는 해당 핵시설이 내륙에서 수백 킬로미터 안쪽에 위치하지만, 잠수함은 스텔스 B-2 폭격기가 핵시설 두 곳에 '벙커 버스터' 폭탄을 투하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토마호크를 타격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모든 것은 미국이 "다중 목표물을 대상으로 조율된 기습 공격"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의미라고 BBC에 설명했다.

한편, 폭격기 편대가 이란 영공에 진입하면서 추가적인 기만 전술도 펼쳤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어서 공습이 시작됐다.

사진 설명,폭격기들은 약 18시간 동안 비행했고, 모든 목표를 25분 안에 타격한 뒤 21일 오후 7시 30분(미 동부시간) 이란을 벗어나 귀환을 시작했다

미국 동부시간 오후 6시40분께(이란 현지시간 22일 오전 2시10분께)에 선두 폭격기가 포르도 시설을 향해 GBU-57 초대형 관통 폭탄(MOP) 2발을 투하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MOP 폭탄은 콘크리트 약 18m, 또는 토양 61m를 관통한 뒤 폭발할 수 있다. 포르도 핵시설 터널은 지표면 아래 80~90m 깊이에 위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현재로서 이곳까지 도달 가능한 무기는 MOP가 유일하다.

이번 작전은 벙커버스터 폭탄이 실전에서 투하된 첫 사례다.

국방부에 따르면, 나머지 폭격기도 목표물을 타격했으며, 포르도와 나탄즈의 핵시설에 총 14발의 MOP가 사용됐다. 포르도에서 200km 이상 떨어진 이스파한 핵시설에는 토마호크 미사일이 명중했다.

폭격기들은 약 18시간 동안 비행했고, 모든 목표를 25분 안에 타격한 뒤 21일 오후 7시 30분(미 동부시간) 이란을 벗어나 귀환을 시작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작전에는 미군 항공기 125대 이상과 정밀유도탄 75발이 동원됐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의 핵역량을 "강력하고 명확히" 파괴한 작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격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벙커버스터가 주요 핵시설에 얼마나 깊이 침투했는지 확인하려면 현장 영상 자료가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페티존 박사는 "이번 작전은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수행할 수 없는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공격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작전은 전술적으로 성공했지만, 이란 핵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저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 기자,제이크 호튼, 폴 서전트, 로빈 레빈슨 킹 2025년 6월 23일 
  • ******************************************************************
  • 미국-이란: 사상 초유의 상황… 다음 대응이 더 중요한 이유

    미국과 이란은 수십 년간 직접적 군사 충돌이라는 위험한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신중히 노력해 왔다.

    미국 대통령들은 이슬람 공화국을 상대로 군사력 동원을 자제해 왔다.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가장 위험한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평화의 대통령'을 자처했던 미국 통수권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시설을 직접 공격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위험한 선을 넘어섰다. 트럼프는 스스로 구태질서를 무너뜨렸다고 자부해온 인물이며, 이번 조치는 트럼프 2기 임기 중 가장 중대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이 사상 초유의 상황은 전 세계 주요 국가에도 경보를 울리고 있다.

    그런데 이란의 다음 행보는 이보다 더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6) 이란 최고지도자는 현재 벙커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40년 가까이 미국이라는 가장 강력한 적에 맞서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국가 체제를 지키기 위해 장기전을 이어왔다.

     

    사진 출처,shutterstock

    사진 설명,'평화의 대통령'을 자처했던 미 통수권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시설을 직접 공격하기로 결정하면서 위험한 선을 넘어섰다

    대응이 너무 약하면 체면을 잃을 것이고, 대응이 너무 강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에서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사남 바킬 박사는 "하메네이의 다음 대응이 그의 생존뿐 아니라 그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에 관해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하네메이가 마시게 된 독배는 1988년 호메이니가 마신 독배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호메이니는 이란의 초대 혁명 지도자였으며, 참혹했던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마지못해 휴전을 수용했다.

    '이 전쟁은 이란이 원하는 전쟁이 아니다'

    8년 동안 이어졌던 이란-이라크 전쟁은 여전히 이란 사회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런데 지난 10일 동안 이어진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은 이란의 군 지휘체계와 군사 자산에 과거 8년 전쟁 이상의 피해를 입혔다.

    이스라엘은 이란 안보 지휘부 주요 간부들과 핵과학자들을 제거했다. 미국이 이 분쟁에 개입하면서 압박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1979년 이란 혁명 직후 창설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에 대한 보복을 주장하면서 "영원히 남을 후회"를 안기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격한 수사 뒤에는 참혹한 오판을 피하려는 절박한 계산이 깔려 있다.

    싱크탱크 글로벌어페어스(Global Affairs)의 중동지역 담당 하미드레자 아지즈는 "이 전쟁은 이란이 원하는 전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가한 실제 피해 규모와 관계없이, 이란이 강국이며 지역의 강자라는 위상이 심각하게 손상됐기 때문에 체제 지지자들 사이에서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Reuters

    사진 설명,6월 22일 미사일 공격 당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연기가 치솟는 모습

    그러나, 어떤 대응이든 위험을 수반한다. 중동 지역에 위치한 20여 곳의 미군 기지나 4만 명 이상의 미군 병력을 직접 겨냥할 경우, 미국의 대규모 보복을 촉발할 수 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5분의 1이 지나가는 전략적 해상 통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에도, 이란의 주요 원유 수출국인 중국을 비롯해 아랍 동맹국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이러한 해상의 '교통 요충지'를 방어하고 심각한 경제 충격을 막기 위해 서방 해군 세력이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란이 이른바 '전방 방어' 수단으로 여겼던 중동 전역의 친이란 무장 세력 및 연계 네트워크도 지난 20개월간 이스라엘의 공습과 암살로 인해 대부분 약화되거나 제거됐다.

    이란이 미국의 분노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반격을 했다고 체면을 세울 수 있는 적정 수위가 존재하는지는 불확실하다. 양측 모두가 파국 직전에서 물러설 수 있도록 적정 수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복잡한 관계는 과거에도 이미 시험대에 오른 바 있다. 5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바그다드 드론 공격으로 혁명수비대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 암살을 명령했을 때도, 잔혹한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이란은 이라크 당국을 통해 반격 계획을 미리 전달했고, 미국에 인명을 비롯해 중대한 피해가 없도록 조정한 뒤 미군 기지를 타격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그보다 훨씬 중대한 국면이다.

    '외교 노력을 무산시킨 것은 이란이 아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이란을 폭격하는 것보다 협상을 선호한다"라고 거듭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는 이스라엘 편에 서 있음을 확고히 한 듯하다. 트럼프는 이란을 "중동의 깡패"로 묘사하고, 핵폭탄을 만들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는 과거 미 정보당국이 내린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미 정보기관은 국방부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B-2 작전"이라고 밝힌 이번 공습의 결과를 면밀히 분석 중이다. 이번 공습은 나탄즈, 이스파한, 포르도 등 이란의 주요 핵시설에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특히 산 아래 깊숙이 묻혀 있던 포르도 시설은 '벙커버스터' 폭탄으로만 타격이 가능했다.

    사진 출처,Reuters

    사진 설명,미국 공습 이후 포르도 핵시설 위성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평화를 되찾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은 이제 미국의 외교적 접근을 항복 요구로 보고 있다.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유럽 외무장관들과 만났을 때, 미국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도를 제로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강경한 요구를 전달했다.

    이란은 이 요구가 민간 사용을 위해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주권적 권리에 대한 침해라며 응하지 않았다.

    또한,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주도한 5차례의 간접 협상을 비롯해 트럼프 정부의 외교적 노력 자체가 정교한 기만 전략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출처,Shutterstock

    사진 설명,미국이 이란의 주요 핵시설 세 곳을 공습한 뒤 아락치 외무장관이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오만 무스카트에서 예정된 6차 협상 이틀 전, 군사 작전을 개시했다. 미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기회를 주겠다며 2주 유예를 제안한 지 이틀 만에 전쟁에 뛰어들었다.

    현재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폭격이 이어지는 한 협상장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락치 장관은 이스탄불 기자회견에서 "외교 노력을 무산시킨 것은 이란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말했다. 아락치는 이 과정에서 이슬람협력기구(OIC) 소속 57개국 외무장관들과 회동했으며, 이들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규탄하고 "위험한 확전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이란은 자국 영토에 대한 이번 공습이 유엔 헌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경고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IAEA는 "어떤 상황에서도 핵시설이 공격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 출처,Getty Images

    사진 설명,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부터 압박받는 한편, 자국 내에서도 다양한 압력에 직면해 있다

    유럽 각국 정상들은 미사일이 아닌 중재를 통해 이란 핵 프로그램을 억제할 수 있도록 신속한 긴장 완화와 해법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도가 60%에 달해 무기급인 90% 수준까지 쉽게 도달할 수 있다는 상황을 이란의 의도가 반영된 위험 신호로 간주하는 것이다.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엘리 게란마예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부국장은 "이란은 핵시설 피해 규모를 축소하고, 이번의 전례 없는 공습에도 불구하고 자국 핵 프로그램이 건재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은 이란의 피해 규모를 과장하여, 추가 공습 없이도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승리를 주장하도록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출처,Shutterstock

    사진 설명,이란과의 분쟁 속에서 트럼프에게 감사를 전하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광고판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부터 압박을 받을 것이다. 네타냐후는 강경한 공세를 이어가며 이란에 더 큰 피해를 입히려 하고 있으며, 이는 또다시 이란의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에서도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의회는 트럼프가 승인 없이 군사행동에 나섰다는 점에 반발하고 있고, 지지층은 장기전을 피하겠다던 대선 공약이 지켜지지 않아 실망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이란의 강경 지도부는 다음 표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어떻게 대응 억지력을 복원할지, 이를 위해 어떤 결정이 필요할지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게란마예는 "여기에 큰 아이러니가 있다"고 경고한다. "트럼프는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하려 했지만, 오히려 이란이 진짜 핵무장에 가까워질 가능성을 더 키운 셈입니다."

    상단 이미지: 시위대가 이란 최고지도자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사진 제공: 로이터)기자,리즈 두세트

    • 기자,BBC 국제수석 특파원 2025년 6월 23일 오후 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