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수출 성공사
윤석열 정부의 원전 산업 복원과 수출 도전

2025년 6월 4일,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체코 원전’ 계약이 체결되었다. 지난한 과정과 ‘계약 중지 가처분’ 결정 등 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실을 맺은 성공이었다. 특히 한국의 정권이 교체되는 당일에 알려진 계약 체결, 원전 수주의 최종적 성공을 알리는 소식이라 한국 사회 내에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왔다.
원자력 발전소, 원전 정책은 방위 산업(방산) 정책과 함께 윤석열 정부를 대표하는 주요 정책 분야 중 하나였다. 특히 그 이전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천명하였던 만큼, 최근 8년간 원전은 좌우를 가르는 정치적 이슈가 된 측면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원전의 해외 수주가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재창출되어 출발하는 당일에 최종적으로 체결된 것은 한국 사회에는 묘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한수원이 수주에 성공한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대한 원전 2기 건설 사업은 2022년 3월 체코전력공사의 국제 공개경쟁 입찰 공고로 시작이 되었다. 해당 사업은 당초에는 우리 한수원 외에 프랑스의 EDF(Électricité de France, 프랑스전력회사),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까지 3사의 경쟁이었다.
당시 한수원의 상황은 매우 어려웠다.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장기간 원전 수주 실적이 없었다. 또한 한국 원전 산업계는 체코 정부의 국제 공개경쟁 입찰이 발표되기 직전까지 문재인 정부 5년의 탈원전 정책을 겪은 상태였다. 자연히 원전 건설 관련 능력을 의심받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더해 경쟁사 중 하나인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에 대해 소송전을 개시하였다.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에 한국이 자사의 기술로 원전 기술을 발전하였으며, 한국형 신형 가압경수로 APR1400에는 웨스팅하우스의 원천 기술이 포함되었다며, 지적재산권을 침해 주장하였다.
이는 한국 원자력 발전의 역사에 근거한다. ‘원자력 발전’이라는 개념은 1953년 12월,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UN총회에서 ‘평화적 원자력 사용’을 선언하면서 시작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원자로의 핵분열을 통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었다. 미국의 경우 1951년 아이다호주에서 실험용 원자로 EBR-1을 이용한 원자력 발전이 이미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는 실험적 수준이었고, 원자력 기술 자체도 군용 기술로 취급되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선언 이후에야 공식적으로 평화적 원자력 발전의 개념이 세계에 통용되었으며, 원자력 발전은 민간 전력 공급을 위한 기술 중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 1950년대에 미국에서 웨스팅하우스는 상업용 원전 기업이 되면서 중요한 원자력 발전 기업이 된다.

한국은 이승만 정부 시기인 1956년, 발 빠르게 미국과 원자력 협정(원자력의 비군사적 사용에 대한 대한민국정부와 아메리카합중국정부간의 협력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고 ‘비군사적 사용’만을 목적으로 한다는 전제하에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협력을 받아내었다.
이 협정 이후 웨스팅하우스는 20세기 한국의 원자력 기술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다. 한국의 첫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도 웨스팅하우스가 건설한 것이다. 2022년 10월에 제기된 소송에서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이 과거 전수받은 자신들의 원천기술로 자신들과 경쟁한다며, 지적재산권 침해 등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지방법원이 2023년 9월 18일(미국 현지 시간 기준)에 웨스팅하우스에게 소송 제기 권한이 없다고 판단, 소송을 각하하면서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의 법적 분쟁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상황은 2024년 1월 31일(체코 현지 시간 기준)에 체코 정부가 한수원과 EDF에만 입찰 참여를 요청,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하면서 극적으로 전환되었다. 체코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에 있어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입찰을 원하고 있으나 웨스팅하우스는 이에 충족되지 못해서 제외하였다고 설명하였다.
2024년 7월 17일(체코 현지 시간 기준)에는 EDF까지 이기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한수원 및 한국의 원자력 산업계는 성공을 자축하였다. 당초, 프랑스가 유럽원자력동맹을 주도하기 때문에 체코에서의 원전 수주에는 EDF가 더 유리할 것으로 관측되었으나 보기 좋게 한국이 성공한 것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에서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 원전 산업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인정받게 됐다. 팀코리아 정신으로 최종 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하였다.
한수원의 상위 정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원전 생태계 복원이 더욱 가속화될 것. 체코 원전수출 계약이 최종 성사될 경우 양질의 수출일감이 대량으로 공급되며 국내 원전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도 최종 계약 체결로 이어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나타난 복병은 국내에서의 복병이었다.
국내 비판부터 체코 법원의 제동, 그리고...

2024년 7월 19일, 국내 언론사 〈한겨레〉는 “프랑스 반값, 중국보다 낮은 단가...체코 원전 ‘밑지는 장사’ 될 수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에 대해 비판하였다.
〈한겨레〉는 “프랑스보다 건설 단가가 절반 이상 낮고 중국보다도 단가가 낮다는 건, 가격 경쟁력보다 싼 값에 지어 돌아오는 이익이 적다는 걸로 보는 게 맞다”는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하여,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주에 대해 실익이 크지 않다는 주장을 전달하였다.
이외에도, 해당 기사는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등의 말을 인용하여 체코 원전 수주에 대한 비판적 주장들을 대중에게 전달하였다.
〈한겨레〉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한수원은 동년 7월 22일에 “[설명] 한겨레, 「프랑스 반값, 중국보다 낮은 단가...체코원전 ‘밑지는 장사’될 수도」 관련 설명”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반박하였다.
박종운 동국대 교수의 발언에 대해서 한수원은 “건설단가가 낮다는 것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의미이며, 수익성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이를 돌아오는 이익이 적다거나 시장을 교란시키는 덤핑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설명입니다.”라고 정면으로 반박하였다.
이어서 “아울러, 금융권에서는 체코 측이 발표한 예상 사업비 ‘24조원은 당초 예상한 15조원과 비교하여 서프라이즈이며, 저가 수주 우려는 완전히 해소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외에도, 한수원의 보도자료는 〈한겨레〉의 기사에서 소개된 체코 원전 수주를 비판하는 전문가 의견들에 대해 반박 설명을 이어갔다. 한수원 보도자료의 마지막 문구는 “※ 사실과 다르게 오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보도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로 끝났다.
물론 국내 언론사 모두가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주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지닌 것은 아니었다. 또 다른 언론사인 〈한국경제〉는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의 칼럼과 체코 원전 수주 호평 기사 등을 게재하며 체코 원전 수주가 가지는 의미를 긍정적으로 논하였다.
그러나 이후 국외에서 또 다른 복병이 나타났다. 웨스팅하우스가 체코에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우선협상권 확보에 탈락한 EDF까지 진정에 합류하면서 한수원은 탈락자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럼에도 체코 반독점사무소는 2024년 10월 31일(체코 현지 시간 기준)웨스팅하우스와 EDF의 이의제기 진정을 기각하였고, 체코 전력 당국은 2025년 3월까지 최종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2024년 11월에 실무 협상을 위해 한국에 60여 명의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하였다.
결국 2025년 1월 16일(미국 현지 시간 기준)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과의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하고 국제 원전 시장에서 양사 간 협력을 하는 것으로 전략을 변경하였다.
반면, EDF는 체코 반독점사무소의 기각 결정에 항소하였다. 결국 체코 원전 수주는 2025년 3월 내에는 최종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EDF의 항소조차 2025년 4월 24일(체코 현지 시간 기준),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의해 최종적으로 기각되었다(체코 반독점사무소는 2심제를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EDF는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는 체코 내의 브루노 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었다. 브루노 지방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원전 수주의 최종 계약은 다시 지연되었다.
한수원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수원은 2025년 5월 20일(체코 현지 시간 기준)에 체코 최고행정법원에 EDF가 신청한 가처분을 기각해달라는 항고장을 제출하였다. 결국 2025년 6월 4일(체코 현지 시간 기준)에 최고행정법원이 한수원의 요청을 들어주면서 한수원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의 최종 계약이 체결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시간이 바로 한국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첫날이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정국으로 반년 동안 국내 정치가 혼란스러웠던 기간 동안 체코에서는 원전 수주를 위한 입찰 전쟁이 지속되고 있었다. 두 개의 사건이, 같은 날 끝맺음으로써 이재명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한 입장은 더욱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의 원전 산업 재건 및 발전 정책 기조를 이어받을 것인지, 아니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로 회귀하려 할 것인지는 앞으로 한국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를 되돌리고 한국 원전 산업계를 재건하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노력이 늦었지만 결실을 맺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산업에서 중국에게 추격당하고,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위협받고 있는 한국경제에 있어서 원전 산업은 앞으로 중요한 수출산업이 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국제 원전 수주 시장에서의 협력을 약속한 지금, 그 의미는 더욱 중요해졌다. 한미동맹을 군사동맹 이상의 경제·에너지 안보 동맹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한길뉴스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