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여의도공원 마지막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2025년 6월 3일 치러진 대선에서 이 당선인은 4일 오전 2시 30분 현재 218만여표를 남긴 상황에서 48.8%(1천601만2천300여표)의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파면 이후 치러진 헌정사상 두 번째 조기 대선으로, 3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
이 당선인은 당선 확정 후 "국민들의 위대한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며 "큰 책임과 사명을 국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
김문수 후보도 오전 1시 30분께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재명 당선인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역임한 바 있으며, 법조인 출신으로는 네 번째 대통령이다.
이 당선인의 승리는 전국적으로 계엄에 대한 심판 여론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되며, 특히 광주·전남 지역에서 각각 84.81%, 85.83%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대선 결과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과반 의석(171석)을 확보한 상태에서 여대야소 정국을 맞이하게 되었으며, 이 당선인은 국민 통합과 민생 경제 회복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
신성대 기자 2025.06.04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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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시대, '민생 회복·국민 통합' 실현 가능할까 … 공약집 톺아보니
사법부 개혁에 대한 의지 명확
대법관 증원·검찰 개혁 공식화
특별감찰관 즉시 임명도 공약
지역화폐 확대 및 의무화 약속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 개표방송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4일 6·3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과 민주당은 입법과 행정을 모두 장악하게 된 만큼 각종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이 당선인은 공약집을 통해 '회복' '성장' '행복'이라는 3대 비전을 제시하며 247개의 공약을 제시했다.
수락연설에서 국민 통합을 강조한 이 당선인이 정치·사회 분야에서 내놓은 공약을 살펴보면,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감시하기 위한 대통령실 특별감찰관 즉시 임명을 공약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과 주민소환 요건 개선 등을 통해 직접민주주의 강화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방탄조끼를 착용한 채 방탄 유리 안에서 연설을 이어간 이 후보는 대통령 경호처 축소를 약속했다. "군과 경찰 본연의 임무인 국방과 민생 치안에 환원하겠다"면서 대통령 경호 지원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했다.
또 경호처에 대한 통제 강화를 위해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경호처장을 포함하고 경호처장의 국정감사 출석도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그간 논란이 됐던 '대법관 증원'과 관련된 공약도 포함됐다.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공식화했다. 법관에 대한 근무평정, 중간평가를 관리하기 위한 법관평가위원회도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찰개혁 완성을 위해선 "수사·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검찰청 폐지나 공소청 전환 등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검사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 실질화, 검사 징계·파면 제도 도입 등으로 검찰권 행사 견제 장치 도입을 약속했다.
정권 말기마다 불거지는 '알박기 인사' 논란과 관련한 대책도 제시했다. 그는 "주요 공공기관 기관장과 임원의 임기를 임명 대통령의 임기와 일치시키겠다"고 했다.
개헌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4년 연임제,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및 재의요구권(거부권) 요권 강화,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등을 제안했다.
정부 조직개편 방침도 공약집에 명시됐다. 먼저 기획재정부 예산 기능 분리를 위해 예산 편성 시 정부 개별 부처의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하고, 예산안 증액 심의를 할 때 정부 동의 범위와 요건을 명확히 하겠다고 했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예고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 목소리로 경제 위기를 우려하고 있는 만큼 '확장 재정'을 골자로 한 경기 부양책도 다수 제시했다.
공약집에서 확장 재정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후보의 대표 브랜드인 지역화폐 확대 등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정을 풀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 후보는 "지역화폐 발행 및 운영에 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국가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겠다"며 지역화폐 발행 지원 의무화와 함께 발행 규모 대폭 확대를 약속했다. 또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노동, 주거, 보건의료, 돌봄, 여가문화, 교육, 교통, 통신, 에너지 등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반도체 산업 지원 관련 공약도 다수 내놨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이 반도체를 경제, 안보의 근간으로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만큼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 개발 및 산업생태계 육성, 종합 반도체 생태계 허브 구축을 위한 시스템반도체 및 첨단패키징 지원 강화, RE100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으로 수출·산업 경쟁력 제고 등을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재건축, 재개발 완화와 유휴지 개발 등을 통한 주택 공급을 중심으로 부동산 정책을 펼치겠다는 방침이다.
이 당선인은 "초고가 아파트 가격 상승 억제 중심에서 중산층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공급 중심의 주거 정책에 집중하겠다"며 "공공성 강화의 원칙하에 재개발·재건축 절차 및 용적률·건폐율 등의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으로 가로막힌 '상법 개정안' 재추진 의사도 내비쳤다. 이 후보는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을 통해 일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며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문화하여 주주 전체의 이익이 고려될 수 있도록 원칙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이 외에도 주 4.5일제 실시 등 노동시간 단축 추진 법정 정년 65세 단계적 연장, 쌀값 안정과 농민 소득 상향을 위한 양곡관리법 재추진, 가상자산 산업 육성 등을 공약했다.
김희선 기자 2025-06-04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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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적 판단 하나가 만든 긴 여정의 출발점
서울법원종합청사의 입구 위 법원 표식, 사진출처: 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
대한민국이 현재 겪고 있는 정치적 혼란과 사법 신뢰 위기의 단초는, 의외로 지난 몇 년 전의 한 대법원 판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법과 정의는 때로는 조용히, 그러나 거스를 수 없는 방식으로 역사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특히, 2020년 7월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 이후 전개된 일련의 사건들의 사실상 출발점이었다.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과 권순일 대법관의 판단이 포함된 7:5 결정은, 단 한 표 차이로 정치적 운명을 갈랐다. 만약 그 판결이 반대의 5:7이었더라면, 한 야당 유력 정치인은 긴 정치적 곡절을 겪지 않고, 법률가로서의 삶을 조용히 마무리했을지도 모른다.
사법적 판단 하나가 특정인의 정치적 행로뿐 아니라, 국가의 거버넌스 구도에 이토록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사법 책임의 엄중함을 일깨운다.
이후 유창훈 판사의 구속영장 기각은 중대한 분기점이 되었다. 검찰은 다량의 물적 증거와 진술을 바탕으로 신병 확보를 요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함으로써 정치권과 여론에 신호를 보냈고, 이는 수사 동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국민들은 이 판단이 온전히 법리적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또 다른 고려가 있었는지를 여전히 궁금해한다.
결정적으로, 서울고등법원의 무죄 선고는 이 일련의 흐름에 마침표를 찍었다.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실관계, 정치적 함의가 농후한 사건에서 내려진 무죄 판결은,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더욱 증폭시켰다.
법은 정치와 거리를 둔다고 하지만, 현실의 사법은 종종 정치의 그림자와 맞닿아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은 사법 신뢰를 잠식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물론 법관의 독립과 사법의 자율성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그러나 동시에, 그 독립은 오직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이라는 전제 위에 서야 한다. 국민은 판단의 결과보다, 그 판단이 도출되는 과정의 정직함과 일관성을 신뢰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 정무적 고려나 해석의 편차가 과도하게 개입되면, 신뢰는 흔들리고 회복은 더욱 어려워진다.
최근 사법부가 정치권으로부터 해체적 압박을 받는 현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법부가 스스로 신뢰를 구축하고 유지하지 못한다면, 외부의 견제는 거세지고 자율성은 점차 축소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법관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를 따지기 이전에, 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를 따지는 일이야말로 우리 사법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사법부가 다시금 원칙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다. 판결은 때론 고독하고, 때론 외롭다. 그러나 그 고독한 결정이 오히려 공동체 전체의 신뢰를 지키는 기반이 된다.
과거의 한 판결이 오늘의 혼란을 낳았다면, 앞으로의 판결은 다시금 질서와 균형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