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수에 대통령 대행 탄핵' 민주당에 무소불위 권력 준 헌재, '아노미 정부' 길 만들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 마은혁 임명 않으면 국무위원 전체 탄핵 겁박
尹 탄핵 인용 정족수 채우기 위해 마은혁 임명 압박
국무위원 6명 줄탄핵하면 행정부 마비
헌재,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정족수 151석 이상으로 규정'의회독재' 허용해 준 헌재…
"탄핵 남용 아니다" 판 깔아줘
▲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 의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비상시국대응 긴급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비롯해 그 뒤를 잇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등 국무위원 전체를 탄핵시키겠다고 겁박하고 나섰다.
언뜻 가능한 얘기일까 싶지마 민주당 의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가능하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 이후 마치 '무소불위' 권력을 손에 쥔 모습이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은 마 후보자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에 참여시켜 탄핵 인용 정족수인 6표를 확보하기 위한 것밖에 볼 수 없다. 또 국무회의를 마비시켜 법안 공포나 거부권 행사 등을 불가능하게 해 자신들 마음대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의회독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상 이런 무소불위 권한을 안겨준 건 다름아닌 헌법재판소다. 헌재가 앞서 한 총리나 최재해 감사원장 등에 탄핵을 기각하면서 '무리한 탄핵소추가 아니다'고 '줄탄핵'을 허용해 줬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대통령 기준(200석 이상 찬성)이 아닌 국무위원에 적용되는 151석 이상 찬성으로 정해줬기 때문에 민주당 의원만으로도 탄핵소추가 가능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극단적 여소야대로 인해 '제왕적 의회'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법부도 의회가 예산심의결권과 임명동의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거대 야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덕수→최상목→이주호 등 줄탄핵하면 국무회의 마비…'의회독재' 시나리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지난 28일 긴급 성명서를 통해 한 대행에게 "일요일(30일)까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재탄핵 절차에 들어가겠다"며 "모든 국무위원에게도 똑같이 경고한다. 이후 권한대행으로 승계될 경우 마은혁 재판관을 즉시 임명하시라.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국회는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즉시 탄핵하겠다"고 했다.
마 후보자가 임명될 때까지 한덕수→최상목→이주호 등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승계하는 모든 국무위원들을 차례로 탄핵하겠다며 '내각 총탄핵'을 시사한 것이다. 이들은 구체적일 일정까지 제시해 놓고 있다.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31일 본회의에 한 대행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24시간 후인 내달 1일 본회의에서 의결하겠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이미 이런 일정을 요구해 놓고 있다.
이는 지난달 25일 변론이 종결되고 한 달이 넘도록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 지정이 이뤄지지 않자 마 후보자를 탄핵심판에 합류시켜 인용 정족수인 6명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무죄 선고를 받고 대권가도에 청신호가 켜지자 하루 빨리 조기 대선을 위해 윤 대통령 파면을 몰아부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무회의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11명)가 출석하면 법적으로 유효하며 출석 구성원 2/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는데 현재 국무위원 6명을 연쇄 탄핵소추하면 국무회의 안건 심의가 불가능해진다.
국무회의가 안 열리면 법안 공포나 거부권 행사 등도 불가능해진다. 민주당의 '줄탄핵 위협'은 국무위원을 다 탄핵시켜 행정부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키는 '의회 독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 한 인사는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 발표를 미루는 건 재판관들 사이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현 상황에서 5대 3 정도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어떻게든 좌파 성향의 마 후보자를 임명시켜 6대 3으로 인용 결정을 내려야 윤 대통령 파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경찰들이 차벽과 바리케이트를 설치해 통제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한덕수 복귀 일주일만에 재탄핵 겁박…과제 산적한데 헌재가 '줄탄핵 무기' 준 셈
특히 한 총리의 경우 지난 24일 헌재의 탄핵 '기각'으로 87일 만에 업무에 복구한지 일주일만에 또다시 탄핵 위기에 몰려있다. 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산불 재난' 현장을 챙기고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대응하는 등 혼란한 국정수습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논란이 있는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고 민주당은 '재탄핵'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처음 탄핵소추를 당했을 때도 직무 시작 열흘 만에 탄핵돼 직무를 정지당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민주당 혼자서도 가능하다. 지난 24일 헌재가 한 총리에 대한 탄핵을 기각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소추 요건을 151석 이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6명의 재판관이 기각 또는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대행은 대통령과 비교해) 상당히 축소된 간접적 정당성만 보유한다", "권한대행 지위가 새로 창설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본래 신분상 지위(총리)에 따른 의결 정족수를 적용해야 한다"며 대행의 권한을 제한적이라고 봤다. 한 총리는 대통령 탄핵의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2/3, 즉 200명이 아닌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적용한 것이다.
다만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내고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들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궐위·사고라는 비상상황에서 직무의 공백 및 국가적 기능장애상태 방지를 위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하여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이므로, 권한대행자의 지위는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헌법 제65조 제2항 단서에 따른 탄핵소추 의결정족수(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를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각하 의견을 냈다.
특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국가적 혼란 발생의 방지 등을 위해 탄핵제도의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만큼이나 신중하게 행사되도록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다. 거대 야당이 다수결을 앞세워 무리하게 탄핵을 남발하는 것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헌법재판관들이 151석 이상이면 탄핵소추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민주당에 '줄탄핵 무기'를 쥐여준 셈이다.
◆"탄핵소추 남용 아니다" 선 그어준 헌재…"6명만 탄핵시키면 민주당 세상"
지금까지 거대 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 30건 중 중복된 인원을 제외하면 국회는 24명의 공직자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이 중 13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13건 중 9건(한덕수·이상민·안동완·이정섭·이진숙·최재해·이창수·조상원·최재훈)의 탄핵소추안이 기각됐다. 윤 대통령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손준성 검사 등 4명에 대한 탄핵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다만 헌재는 지난 13일 이창수 지검장 등 검사 3명의 국회 탄핵소추를 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하면서도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비상계엄의 원인이 된 '탄핵 남발'에 대해 어느 정도 합당하다고 선을 그어 준 것이다.
당시 헌재는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 필요한 법정 절차가 준수되고 피소추자의 헌법 내지 법률 위반행위가 일정한 수준 이상 소명되었다. 이 사건 탄핵소추 주요 목적은 헌법 위반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동종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 사유가 윤 대통령 측 주장처럼 아무 근거 없는 정치 공세가 아니며 일부 그런 성격이 있더라도 탄핵소추를 할 만한 위법 행위가 확인됐기 때문에 '탄핵 남발'은 아니라는 것이다. 야당의 '줄탄핵'을 어느 정도 허용해 준 셈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헌재가 탄핵심판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지 않았다고 야당 손을 들어주면서 오히려 탄핵이 더 남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앞으로 6명만 탄핵시키면 민주당 세상이 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을 잡기 직전, 더불어민주당은 '황당 입법'을 추진했다.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나도 후임자가 임명되지 못하면 기존 재판관 임기를 자동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추진한 것이다.
'좌파 사법 카르텔'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자리를 유지해 어떻게든 탄핵 심판 구도를 유리하게 하려는 시도로 헌법을 어겼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국헌 문란' 행위다. 헌법에 명시된 임기 규정을 위배한 것이다.
법사위 소위까지 통과한 법안은 헌재가 선고 기일을 4일로 발표하면서 입법 절차가 중단됐지만, 이번 '사태'는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이재명 대표 특유의 독선적 행태가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이재명 대표가 유튜브에 나와 "저는 권력행사를 잔인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했던 발언이 떠오르게 하는 순간이다.
헌재는 삼권분립의 핵심축으로, 헌법재판관의 6년 임기는 재판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장치로 설계됐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임기 연장 시도는 삼권분립 원칙마저 짓밟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문형배·이미선 임기 연장 추진…대통령 파면 위한 꼼수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소위원회를 열어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권향엽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헌법재판관 임기가 만료되면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재판관 임기를 자동으로 연장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당장 이달 18일 임기가 끝나는 문 권한대행과 이 재판관는 임기가 자동 연장된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두 재판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며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두 재판관의 임기를 억지로 연장해서라도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 한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두고 헌재가 '5(인용)대 3(기각 또는 각하)'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자 인용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큰 두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려 했던 셈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원하는 헌재는 나치 판사들처럼 이재명 단 한 사람을 위한 사법 흥신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우선 행정부를 마비시켜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탈취하고 이후 대통령 파면을 강요하겠다는 것이 명백한 내란"이라고 비판했던 것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
민주당은 헌재가 지난 1일 윤 대통령 사건 선고 기일을 공지하자 법사위 전체회의, 본회의 처리 절차를 멈췄다. 법안이 정략적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본인들 스스로 실토한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자기들 뜻대로 헌재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헌법에 임기와 구성 방식이 규정된 헌법재판관 인사 문제도 좌지우지하려는 정략적 행태가 확인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에서 정한 임기…재판관 독립성과 중립성 훼손 우려
사실 우리나라 헌법 제112조 제1항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다" 이 조항은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6년으로 제한됨을 분명히 하고 있고 연임은 가능하지만 임기 자체를 연장하는 것은 규정하지 않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법과 같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 명시된 임기를 연장하는 것은 헌법의 상위법적 지위를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헌법재판관의 6년 임기는 재판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장치로 설계됐다. 임기를 연장하면 재판관이 특정 정치적 상황이나 권력의 영향 아래 더 오래 머물 수 있게 되어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계속 자리에 남아 민주당에 유리한 판결만 하도록 종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거 유사한 논란이 있었던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 이춘석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을 때 국회사무처 법제사법위원회는 "헌법에서 보장한 임기 규정(6년)에 위배되고 임기 제도의 취지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검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헌재의 심판을 거치면 위헌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헌법이 의도한 삼권분립 원칙에도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한 헌법학 전문가는 "임기 연장은 헌법재판소의 설계 취지를 훼손하며 재판관의 중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며 "헌재 공백 문제를 해결하려면 헌법 개정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데 하위 법률로 헌법을 변경하려는 시도는 헌법의 기본 정신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현실은 '제왕적 의회'…헌재 마저 장악하려는 민주당
권력분립이란 분리된 권력이 정당한 권한 행사에 대해 상호 존중하고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행정·입법·사법부를 독립시키는 '삼권분립' 원칙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 이후 여소야대 국면이 펼치지면서 이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대통령이 임기 중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해 손발이 묶이고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죄인 취급 당하는 것을 보면 의회 권한이 대통령보다 앞서 있다고 할 만하다.
오히려 지금은 '제왕적 의회'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이 의회를 견제할 카드가 소극적 거부권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법부도 의회가 예산심의결권과 임명동의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거대 정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민주당이 30회에 걸쳐 탄핵소추를 거듭할 수 있었던 것도 다수당에 주어진 제왕적 권력 덕분이다. 대통령과 행정부 각료들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어도 탄핵심판만으로 파면될 수 있는 반면 국회의원은 형사 비리를 저지른 경우 구속돼 감옥에 있더라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의원직을 유지한다.
게다가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까지 부여받는다. 사실상 국회의원이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신분상 보호를 받는 셈이다. 더구나 탄핵심판에서 피소추인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은 변호 비용을 사비로 부담하는 데 반해, 국회의원은 국회 예산으로 지불한다. 헌재가 기각결정을 내린 경우에도 탄핵소추권 남용에 대한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는다.
법조계 한 인사는 "만일 헌재마저 민주당 손아귀에 들어가면 우리나라 행정·입법·사법부는 모두 민주당 발 아래 놓이게 된다"면서 "국민발안제 도입, 국민투표 대상 확대, 국회의원의 권한 남용과 헌재 결정, 대법원 판결까지 포함한 국민소환 대상 확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이재명의 '과거 발언들' 재조명…"권력 행사를 잔인하게 해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재명 대표의 발언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6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김어준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저는 권력 행사를 잔인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고 말했다.
또한 2022년 대선을 앞두고는 "세상에 어떤 대통령 후보가 정치 보복을 공언하느냐. 하고 싶어도 꼭 숨겨 놓았다가 나중에 몰래 하지"라고 발언했다.
최근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 당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최 대행에게 "몸조심하기를 바란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대표의 이러한 발언들이 현재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그의 행보가 과거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정권을 잡으면 정치인과 국민에게 어떤 보복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중국 공산당은 권력분립을 부정하고 입법부와 행정부가 통일된 의행합일을 강조하는데 거대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그대로 의행합일이 된다"면서 "특정인이 권력을 독점하고 정부 내 견제와 균형을 허물 때 민주주의도 무너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송학주 기자 202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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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망친 '제왕적' 입법·사법부③
尹 대통령 복귀해야 하는 이유 … '개헌 이니셔티브' 쥐고 '의회 독재·좌파 카르텔' 깨야
국회 추천 몫 통해 사법부까지 장악한 '의회 독재'
탄핵남발로 마비되는 행정부…한국만 직무정지
선관위 마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며 무소불위 절대적 권력 가져
윤 대통령 복귀해 개헌 논의해야…국민소환제 시급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8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정을 내리면, 윤 대통령은 직무 정지 111일 만에 업무에 복귀하거나 물러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의회독재' 정국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야당의 폭주를 넘어선 '폭거' 상태를 해소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려면 '개헌(改憲)' 논의와 정치적 개혁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도 이미 탄핵 심판 최종 변론을 통해 "잔여 임기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며 "개헌과 정치 개혁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도 지금껏 드러난 문제점을 고치지 않는다면 극단적인 정쟁 속 국정 마비 사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방법은 윤 대통령이 기각 또는 각하를 통해 하루빨리 복귀하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대선전이 시작되고 차기 대통령에 개헌을 맡겨야 하는데 새로 시작하는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단축하면서 개헌을 하려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놓고 개헌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1987년 이후 변화한 정국과 현실, 민심을 반영해 개헌 논의의 중심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 국힘 "尹 직무복귀시 서둘러 개헌 추진"…87체제는 '제왕적 의회 헌법'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내일(4일)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직무 복귀가 결정되면 우리 당도 서둘러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이)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국민의 뜻을 모아 시대 정신에 맞는 헌법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 87체제의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생각했던 우리 헌법이 의회 독재를 견제할 최소한의 수단조차 사실상 전무한 제왕적 의회 헌법이란 사실도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비대위원장은 "행정·입법·사법부 어떤 곳도 특정 개인이나 상황에 장악되지 않고 다양화·다원화된 국민들의 요구를 담아내는 더 큰 헌법을 만들겠다"며 "이번 위기를 디딤돌로 대한민국 개혁과 대변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내일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87체제 극복을 위한 개헌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7주년 제주4·3 추념식 참배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개헌 이후 대통령 3명이 탄핵소추…인사권도 떠밀려
1987년 개정된 헌법 체제는 대통령의 제왕적 통치를 가능하게 하던 규정을 삭제해 대통령의 권한을 상당히 약화시켰다. 실제 1987년 개헌 이후 직선제로 뽑힌 대통령은 지금까지 총 8명인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할 때부터 대통령이 입법부와 검찰을 포함한 사법부를 통제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노 대통령이 집권 당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못 해 먹겠다"고 한 말은 더이상 대통령의 권한이 제왕적이지 않음을 방증한다. 이때부터 정권을 잡은 역대 대통령 5명 중 3명이 탄핵소추됐고 그 가운데 1명이 탄핵을 당해 옥고를 치른 것이 그 증거다.
오히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임기 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3분의 반론권 요청조차 무시당한 전례를 보면 지금의 대통령제가 사법부를 통제할 만큼 제왕적인 상황도 아니다.
심지어 대통령이 행정부 내 수많은 자리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하려 해도 국회는 청문회를 통해 어떻게든 자신들이 원하는 인사를 앉혔다.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관 등 국회 추천 몫을 통해 사법부를 장악한 것도 마찬가지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을 '영장쇼핑'을 통해 체포·구속한 오동운 공수처장이다. 그는 과거 좌파 성향의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로, 경찰 고위직 부패 범죄를 변호한 것과 '배우자 법무법인 운전기사 채용' 등 도덕성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여야 모두 반대하던 인사였지만 지난해 4월 22대 총선 패배로 민주당에 떠밀려 임명할 수밖에 없었다.
◆30회 탄핵남발한 제왕적 의회…한국만 직무정지
이처럼 통제할 수 없는 입법부는 말 그대로 제왕적 힘을 갖는다. 현 정부 들어 민주당이 30회에 걸쳐 탄핵소추를 거듭할 수 있었던 것도 다수당에 주어진 제왕적 권력 덕분이다.
특히 한국의 국회의원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보좌관을 둘 수 있으며 세계 유일의 국정감사권을 갖고 있다. 법률 제정과 관련해서도 특별한 제한이 없다.
심지어 대통령과 공직자 등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어도 탄핵소추만으로 직무정지된다. '탄핵 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이 정지된다'는 헌법 65조 3항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를 악용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공직자를 일정 기간 '직무 정지'시키는 용도로 활용했다. 소추부터 심판까지 직무 정지 기간은 한덕수 권한대행이 87일로 짧았고, 이재명 대표 수사를 담당하던 이정섭 검사가 복귀하기까지는 270일이나 걸렸다.
또 탄핵 직무 정지로 방통위를 무력화했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방통위원장 이동관, 김홍일, 이진숙 3명 모두에, 이상인 직무대행까지 탄핵안을 발의했다. 방통위가 친야 MBC 지휘부를 교체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였다.
미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후 상원에서 기각된 클린턴, 트럼프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된 적이 없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탄핵심판 중에도 직무가 정지되지 않는다.
▲ 세이브코리아가 지난달 22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강원춘천=정상윤 기자
◆87체제는 '맞지 않는 옷'…개헌 통해 국민소환제도 도입
탄핵으로 대통령이 파면됐을 때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는 헌법 68조도 극단적 정치 충돌을 부추긴다. 대통령이 쫓겨났다는 후폭풍 속에서 두 달 만에 치르는 대선에선 야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마련이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사망이나 탄핵으로 궐위될 때 부통령부터 헌법이 정한 순서에 따라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이를테면 포드 대통령은 애그뉴 부통령이 부패 혐의로 사임하자 후임 부통령으로 임명됐다가 닉슨 대통령 사임에 따라 승계했다.
심지어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마저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돼 버렸다. 최근 선관위 고위직 자녀들의 불법 채용 비리가 알려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는데 더 놀라운 것은 부정부패가 심각한 선관위를 상대로 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헌법을 침해한다고 '위헌'으로 판단한 헌재의 권한쟁의 결정이다.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이기에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헌재 결정의 요지다.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무소불위의 절대적 권력으로 합리화시켜 준 것이다.
이는 선관위의 최고책임자인 위원장을 법관들이 맡다보니 '제식구 감싸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지금 헌법재판관 6인이 지역선관위원장을 재임한 적이 있으나 스스로 회피하거나 제척되지 않고 선관위 사건을 판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헌법재판관들 역시 국민을 위해 공정한 판단을 내려야함에도 자신의 임명권자와 동료 법관을 우선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 법관은 선거로 인한 통제도 받지 않고 독일처럼 법모독죄로 처벌받는 일도 없기 때문에 감시하고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따로 없다.
이 때문에 개헌을 통해 국민발안제 도입, 국민투표 대상 확대, 국회의원의 권한 남용과 헌재 결정, 대법원 판결까지 포함한 국민소환 대상 확대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법조계 한 인사는 "38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87체제는 국민의 정치적 성숙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한국 사회가 억지로 입고 있는 '맞지 않는 옷'으로 전락했다"면서 "하루빨리 윤 대통령이 복귀해 국회를 상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서 국민소환제도를 도입하는 등 개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