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달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중국 송나라 때 선사(禪師) 오조 법연(五祖法演, 1024∼1104년)에게는 삼불(三佛)이라고 불리는 뛰어난 제자 세 명이 있었다.
어느날 법연이 제자들과 함께 밤길을 걷다 바람이 세게 불어 손에 들고 있던 등불이 꺼졌다.
앞이 칠흑처럼 캄캄해져 걸음을 걷기 힘들어지자 법연이 제자들에게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를 물었다.
이에 불감 혜근(佛鑑慧懃)은 "오색찬란한 봉황이 붉은 노을 아래에 춤춘다(彩鳳舞丹宵)", 불안 청원(佛眼淸遠)은 "쇠 뱀이 옛길을 건넌다(鐵蛇橫古路)", 불과 극근(圓悟克勤)은 "발밑을 조심히 살피라(照顧脚下)"고 말했다.
법연의 칭찬을 받은 제자는 훗날 벽암록(碧巖錄)을 지은 극근이었다.
'삼불야화(三佛夜話)' 혹은 '조고각하(照顧脚下)'로 알려진 이 이야기의 교훈은 참다운 선(禪)은 허망한 이상을 좇는 게 아니라 현실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고, 진정한 구도자는 남을 비판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지기들과 나라 정세를 논할 때 '앞이 안 보인다'는 탄식이 많이 나왔다. 급변하는 여론의 추이를 거론하며 '이제야 서광이 보인다'는 낙관론자도 있었으나, 바람 앞의 등불(風前燈火)이 아니라 법연과 제자들처럼 '아예 등불이 꺼진 형국'이라는 염세적 견해를 보인 이들이 더 많았다.
분명한 건 평안이나 희망 같은 긍정의 언어보다 불안, 우려, 절망 같은 부정의 언어가 밥상머리에 더 많이 오르내리는 시대가 됐다는 점이다.
등불이 꺼진 칠흑 같은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발밑'을 조심하는 것이다. 바로 앞에 낭떠러지가 놓여 있을 수 있고, 한 번 빠지면 나오기 힘든 늪지대가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다.
등불을 꺼뜨린 스승이나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을 원망할 겨를이 없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먼저 고개를 숙이고 발밑을 살펴야 한다. 내가 아닌 타인에게 눈이 돌아가는 순간 넘어지고 부딪혀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요즘 방송이나 신문을 보면 '네 탓이오'를 외치는 정치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잘못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기보다 남을 탓하고 헐뜯어 자신만 돋보이려는 이기적인 인간들이 수두룩하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은 결과를 위해 과정을 생략하는 우(愚)를 범했다. 비록 국무회의를 거쳤다고는 하나 대다수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계엄 선포는 아무리 취지가 좋았다 하더라도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를 기화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정의의 사도처럼 들고 일어나 여권과 지지층을 맹폭하는 건 더 기막힌 일이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들어 발의한 탄핵소추안은 총 29건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기록이다. 이 중 민주당 주도로 13건이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에 접수됐다.
야당의 '줄탄핵'으로 공직자들의 손발이 묶이면서 국정이 마비되고 행정에 큰 공백이 생겼다. 민주당이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수준을 떠나 사실상 지배하는 '갑'의 횡포를 부리면서 삼권분립의 대원칙, 헌법정신이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거대 야당이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위원장 탄핵, 국방 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고 통탄했다.
야당의 '줄탄핵'으로 행정부가 마비되고 사법부가 유린당했다면서 '국헌문란', '국정농단'을 일으킨 세력을 단죄하고자 극약 처방을 내리게 됐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해명'을 듣고, 방법은 틀렸으나 취지엔 공감한다는 이들이 많아졌다. 사상 초유의 계엄·탄핵 사태로 전 국민의 이목이 정치권에 쏠리면서 △행정부를 무력화시키고 △방송과 공권력을 장악한 뒤 △국방·안보·경제에 절실한 예산까지 삭감해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한 민주당의 만행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죽하면 대통령의 계엄령을 두고 '계몽령(啓蒙令)'이었다는 말까지 나올까.
그러나 민주당은 지금도 '남 탓'만 하고 있다. 대통령이 극약 처방을 내리게 된 배경은 살피지 않은 채 나라가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진 책임을 온전히 대통령과 여당에 돌리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당연히 사과나 반성하는 모습도 찾아 보기 어렵다. 특히 윤 정부 출범 후 헌재에 접수된 공직자 탄핵안 13건 중 8건이 줄줄이 기각됐음에도 민주당은 '탄핵할 만했다'며 자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되레 법원의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을 겨냥해 "범인 도피를 도운 심우정 검찰총장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라며 "염치가 있다면 스스로 사퇴하라"는 목소리까지 냈다.
도대체 누가 염치(廉恥)가 없다는 건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줄탄핵으로 민생과 직결된 행정기능이 마비된 것은 물론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제대로 대응도 못하는 신세가 됐는데,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민주당은 사과는커녕 여전히 '묻지마 탄핵'을 강행하며 정부를 무시하고 짓밟는 폭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사상가 관중(管仲)은 '예의염치(禮義廉恥)'를 나라를 버티게 하는 네 가지 덕목, 즉 '사유(四維)'로 꼽았다. 그는 이 중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둘이 끊어지면 위태롭게 되며, 셋이 끊어지면 뒤집어지고, 다 끊어지면 그 나라는 멸망한다고 강조했다.
예의가 없고 의리도 없으며 청렴하지 못한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반성한다면 '갱생'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마지막 '부끄러움'마저 느끼지 못한다면 남은 미래는 '파멸'뿐이라고 관중은 경고한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지적하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사람은 사리분별을 못하는 무지한 사람이거나, 갱생불가 존재인 파렴치한(破廉恥漢)일 것이다.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 편을 보면 "군자는 모든 잘못을 자기에게서 찾고, 소인은 모든 잘못을 남에게 돌린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는 말이 나온다.
굳이 공자의 격언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자신이 잘못해 남에게 피해를 끼쳤으면 즉시 반성하고 사과하는 게 인지상정이요, 상식이다.
등불이 꺼져 암흑 같은 세상이 됐는데 민주당은 여전히 자신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등불을 꺼뜨린 스승과 바람만 원망하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으면 겸손히 고개를 숙이고 한발 한발 조심히 살펴 걷는 게 상책이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남 탓만 하는 자가 한길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건 한 순간이다.
조광형 기자 202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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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탄핵 앞장 선 우원식… 국정마비의 ‘주범’
한덕수 탄핵, 마은혁 권한쟁의 과정서 직권남용 대두 국회의장 정치적 중립성 확보 위한 법 개정 시급 과제
▲ 우원식 국회의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헌법 질서 수호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최상목 권한대행에 대한 헌법재판관 즉시 임명 요구 등 현 시국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장은 헌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닌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22대 국회의장 우원식은 국가 의전 서열2위의 위치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의 사법적 방어를 위해 탄핵을 남발하며 국정을 마비시킨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그는 법률 해석을 자의적으로 변경하고,헌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한 채 입법부 권력을 남용해 국정 운영에 중대한 혼란을 초래했다.
우원식 의장과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들은 헌법과 국회법을 무시하며 입법권을 남용하여 행정부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헌법 제65조에 따르면 탄핵소추는 중대한 법률 위반의 경우에만 해당하지만,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는 충분한 법적 근거 없이 추진되었다.
특히12월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부결되자,그는12월14일 이를 사실상 재상정해 탄핵을 강행했다.이는 국회법의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탄핵의 남용이자 위헌적 행위라 할 수 있다.또한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리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성을 판단하지 않고 사안을 검토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하게 됐다.그러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안 가결에는 국회법상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우원식 의장은 이를150명 찬성으로도 가능하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탄핵안을 통과시켰다.이는 명백한 직권남용이며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이다.헌재는 이와 관련한 결론을 미루고 있지만 대다수 법조인은 기각 내지는 각하를 전망하고 있다.
또,우원식 의장은 마은혁 재판관 임명 문제와 관련해 국회의원 개개인이 합의 없이 단독으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개인 자격으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신청했다.이는 국회의장의 직무 범위를 넘어선 위법 행위이며,헌법재판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이와 관련해 헌재는 단순 임명 권고 수준의 판결을 내렸지만,절차적 하자에 대한 지적을 첨언한 바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운동권 출신으로서 깊은 연계를 맺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내5.18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등록된 인사들이 상당수 존재하며,우원식 역시 당시 활동 이력을 고려할 때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공개된5.18유공자 명단에 국회부의장 이학영,이용선,정태호,이건태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1,000명 이상의 비공개 유공자 중에도 우원식과 함께 활동했던 인사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국회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할 우원식이 특정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우원식 의장은 국회의장으로서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오히려 국정을 마비시키고 국가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를 반복했다.탄핵 절차의 남용과 헌법 위반 행위로 인해 국정 운영이 사실상 마비되었으며,이는 내란죄에 해당하는 심각한 국헌문란 행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는 국회의장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하며,법적 책임 또한 면밀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견제하고,헌법 절차에 따른 국정 운영이 정상화되어야 한다.향후 국회의장의 권한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입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