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4명이 헌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헌재의 '졸속 심판'과 '공정성' 논란이 계속될 경우 국민 다수가 향후 헌재 결정을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헌법학자의 지적이 나왔다.
헌법학자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15일 "계엄 직후 윤 대통령에게 비판적이던 국민들이 헌재의 졸속 심판과 불공정성에 공감하면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헌재가 위법한 탄핵 심판을 이어나가면 많은 국민이 헌재 결정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영 교수는 한국의 저명한 헌법학자로 꼽힌다. 경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대에서 헌법학 박사학위를 받은 허 교수는 대통령 탄핵, 위헌법률 심판 등에 대해 분석하며 '한국헌법론' 등 국내 다수 저서를 집필했다.
앞서 허 교수는 지난 13일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국 탄핵 반대 집회 인원 규모를 보라.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구는 물론 2030 젊은이들까지 가세하고 있다"며 "헌재 졸속 재판에 대한 비판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 헌재가 충분한 변론 기회도 주지 않고 대통령을 파면한다면 헌재는 완전히 가루가 돼서 없어질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허 교수의 이러한 비판은 최근 헌재를 둘러싼 여론조사 결과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에게 '헌재를 신뢰하느냐'고 물은 결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0%로 한 달 새 9%포인트 올랐다. 반면 '신뢰한다'는 응답은 52%로 같은 기간 5%포인트 줄었다.
▲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본인 제공
◆ '한국 헌법학계 태두' 허영 교수 "헌재 위법 사례 10가지"
허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의 위법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탄핵 심판을 신속하게만 진행하려다 보니 법 절차를 지키지 않거나 설명 혹은 보완이 필요한 것들을 지나치는 '졸속 심판' 논란을 빚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허 교수는 다음 10가지 사례를 들었다.
위법 1. 7일 답변서 제출 기한 보장 않고 '수신 간주'
'헌재가 현행법이 규정한 7일의 답변 기한을 보장하지 않은 점'은 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허 교수는 "국회에서 탄핵을 의결하면 소추 서류를 피소추인인 대통령 변호인단에 보내야 한다"며 "헌재법 29조, 형소법 266조 2에 따르면 헌재는 피소추인 측에 7일간 답변 기일을 보장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답변 기일에 답변서를 받은 후 공판기일을 정하는 게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바로 '수신 간주한다'면서 공판 기일을 정해 버렸다는 것이다.
위법 2. 피소추인 측과 협의 없이 8차까지 변론기일 지정
허 교수는 '헌재가 피소추인 변호인단과 협의해서 변론 기일을 정하지 않은 점'도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가 윤 대통령 측과 협의 없이 일주일에 두 번, 8차까지 변론 기일을 일방적으로 정했다"며 "이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위법 3. '재판 중인 사건 서류 송부 촉탁 금지' 헌재법 위반
허 교수는 '헌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수사 기록 등본을 확보했다는 전례를 근거로 법 절차를 어긴 점'이 법에 어긋난다고 했다.
헌재법 32조는 '재판부는 결정으로 다른 국가기관 또는 공공단체의 기관에 심판에 필요한 사실을 조회하거나, 기록의 송부나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하여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허 교수는 "그런데 헌재는 청구인 측(국회 법사위원장)이 요청한 '수사 서류 송부 촉탁'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헌재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실제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앞서 청구인(국회 측)의 인증등본 송부 촉탁을 채택해 검찰에서 윤 대통령의 수사 기록을 확보한 바 있다.
위법 4. 탄핵 핵심 '내란죄' 철회 요구 수용
'헌재가 탄핵 심판에서 내란죄를 제외한 것'은 위법하다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형사소송법 298조 제1항을 보면 '소추서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추 사유를 철회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탄핵소추의 핵심 내용인 내란죄를 제외한다는 것은 소추서의 동일성을 명백하게 해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재가 탄핵심판에 내란죄를 철회한다고 하니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사기 탄핵’이라고 반발했다"며 "탄핵소추 처음부터 '내란죄'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 리 없었다"고 덧붙였다.
위법 5. 증인신문 때 피소추인 참여 권리 보장 안 해
'5차 변론부터 증인신문 때 피소추인 참여 권리가 보장되고 있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허 교수는 "헌재 증인신문 때 피소추인(대통령)이 참여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형소법 163조는 피고인에게 증인신문 참여권을 보장하는데, 헌재는 5차 때부터 '나중에 발언할 이유가 있으면 발언하게 해주겠다'면서 '신문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위법 6. "원본 없앴다"는 홍장원 메모, 증거 채택 가능성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메모가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허 교수는 "헌재에 이진우 수방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김현태 707특임단장, 홍장원 국정원 1차장 이런 사람들이 나와서 증언하지 않았나. 그중에 홍 전 차장은 수사기관에 제출했다는 (체포 대상자 명단이 담긴) 메모 내용이 친필인지 가필인지 메모의 진정성이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경우 증거로 채택해서는 안 된다"며 "홍 전 차장의 메모를 필적 감정 하지 않고 (헌재가) 그냥 증거로 채택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밝혔다.
위법 7. '공정성 논란' 마은혁 후보자 임명 서두르는 것
허 교수는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위해 서두르고 있는 점'도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논란을 무릅쓰고 마 후보를 임명하려는 것은 그가 '우리법연구회' 소속이어서 문 권한대행이 생각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일 시급한 것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심판"이라며 "그것을 빨리 해서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위법 8. 헌재 주석서대로 한덕수 탄핵안 '각하' 안 해
허 교수는 '헌재 주석서대로 한덕수 탄핵안이 각하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헌재가 발간한 주석서에 따르면 '대통령 권한대행의 경우에는 재적의원 3분의 2인 200석 이상 찬성으로 탄핵해야 된다"며 "자기들이 쓴 주석서를 어기고 한덕수 탄핵심판을 미루면서 마은혁 임명만 밀어붙이고 있는 헌재 행태가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위법 9. 우리법연구회 출신 헌법재판관들의 부적절 언행
'우리법연구회 출신 헌법재판관들의 부적절한 언행'도 지적됐다. 허 교수는 "문 권한대행이 과거 '자신은 우리법연구회에서도 가장 좌측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미선·정계선 두 재판관 가족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운동의 선봉에 서서 활동한 것도 헌재 공정성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개탄했다.
위법 10. 尹 8차 변론으로 마무리 … '졸속 심판'
마지막으로 허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8차 변론으로 끝나는 건 졸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헌재의 탄핵심판이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됐나. 홍장원 메모의 필적 감정이라든지, 피소추인 측에서 신청한 증인들을 다 불러서 내란 혐의가 있었는지 국헌문란 행위가 있었는지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뉴데일리 DB
◆ 국민의힘 "마은혁 임명촉구 결의안은 날치기" 비판
정치권에서도 야권이 독단적으로 통과시킨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촉구 결의안'에 대한 쓴소리가 터져 나왔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4일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은 마은혁의 'ㅁ'자도 합의한 바가 없다. 오늘 국회에서 민주당이 자기들 마음대로 처리한 '마은혁 임명촉구 결의안'은 국민의힘과 아무런 합의도 없는 사실상의 날치기 안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등 야권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재석 168명에 찬성 168명으로 가결했다.
해당 결의안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마 후보자를 지체 없이 임명할 것 ▲헌재의 마은혁 임명부작위 권한쟁의 심판사건 신속 결정 촉구 ▲마은혁 임명부작위 권한쟁의심판 인용 결정 불복 시 최상목 대행 엄중 경고 ▲헌법재판소를 흔드는 망동에 필요한 모든 조치 등이 담겼다.
신 수석대변인은 "마 후보자 임명 시도 자체가 여당 1명·야당 1명·여야 합의 1명을 추천해야 하는 헌법 정신에 따른 국회 관례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헌법학자들과 법조인들이 지적하듯 우원식 국회의장이 위법적으로 청구한 불법 권한쟁의심판은 헌재가 심리할 가치도 없다. 즉각 각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이어 "헌재는 '이런 식이라면 헌재는 가루가 돼 없어질 수도 있다'는 헌법학계 거두인 허영 경희대 명예교수의 경고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