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尹 ‘비상계엄’ 이진우·여인형 “위헌·위법 여부 생각 안해”

서석천 2025. 2. 6. 03:09
 
5차 尹 탄핵심판 5차 변론 기일 ‘여인형·이진우’ 출석
尹 ‘정치인 체포'’ 지시·‘정치인 명단’ 관련 증언 거부
“형사재판 피고인 상황, 답변 제한” 진술 거부
▲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과 증인들이 각각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헌법재판소 제공]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을 지휘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지시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인 증언을 거부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에 “형사소송과 관련 있다” “형사재판에서 다투겠다”며 답하지 않았으며 계엄령 두고는 “위법·위헌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5일 정치권과 법조계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헌법재판소 윤 대통령 이들 전직 사령관은 탄핵심판 제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 공소장에서 두 사람 모두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날 “형사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한 채 입을 다물거나, 혐의를 부인했다.
 
두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 윤 대통령이 TV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을 거론하며 “위헌·위법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시선을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가림막을 요청하면 이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으나 두 전 사령관은 이를 요청하지 않았다.
 
이 전 사령관은 증인 선서를 마치고 곧바로 답변이 제한된다는 말부터 했다. 자신의 형사 소송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그는 국회 측의 ‘대통령이 4명이 1명씩 들고나오라는 말을 하면서 체포라는 단어를 사용했냐’ ‘세 번째 통화에서 대통령의 문을 부수고서라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답변드리기 제한된다”고 답했다.
 
계엄령 선포에 대해선 위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전 사령관은 “법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전문가 아니신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전 국민에게 방송을 통해서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게 위법이라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며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선 적법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에 대한 체포 지시가 없었고,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란 지시도 없었다고 밝혔다.
 
증인으로 출석한 여 전 사령관도 정치인 체포 시도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대답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국회 측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이 임박한 지난해 12월4일 오전 0시38분쯤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부터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는가’에 대해서도 확인을 거절했다.
 
여 전 사령관은 “증거 기록을 보면 변호사(국회 측)가 이야기한 이런 진술과 전혀 반대되는 진술도 정말 많다”고 반박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체포할 정치인의 명단을 불러준 사실에 대해서도 “피고인이니 형사재판에서 말해야 한다. 굉장히 다른 진술들이 많다”고 부인했다.
 
다만, 계엄 당일 조지호 경찰청장과 통화로 ‘특정 명단’의 위치 파악을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국회 측의 ‘정치인 15명 체포 위해 경찰에 위치 파악을 해 달라 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합수본 경찰 인력 지원과 더불어 “‘특정 명단 위치를 알 방법이 없으니 위치를 알려달라’는 점을 협조 요청했다”고 밝혔다.
장혜원기자  2025-02-05 14: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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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기각 5부능선 넘었다” 헌법재판소 5차변론

‘정치인 체포, 국회봉쇄 등 윤 대통령 직접지시’ 주장 사실과 멀어져

 

윤석열 대통령이 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5차변론에서 발언하는 모습/연합뉴스

4일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변론이 윤 대통령 탄핵여부에 중대 갈림길이 된 모습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등 그 누구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나 국회 봉쇄에 대해 직접 명확한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특히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와 함께 명단을 구술 받았다고 했던 홍정원 전 차장의 그동안 주장이 상당부분 과장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탄핵심판의 주심을 맡고있는 정형식 재판관으로부터 질책을 당하기도 했다.

국회봉쇄와 정치인 체포, 선관위 출동은 12·3 비상계엄이 헌법위반 및 내란행위에 해당하는지와 더불어 윤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할 핵심 쟁점이다.

첫 증인으로 나온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계엄군을 투입해 국회를 봉쇄하고, 윤 대통령의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듣고 이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진술조서와 공소장을 바탕으로 이를 확인하려는 국회 소추인측의 질문에 “답변이 어렵다”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진술을 거부했다.

“제가 지금 (기소돼) 형사 소송과 관련돼 있고 조서에 대한 동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비상계엄 해제 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두 번, 세 번 계엄하면 되니 계속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공소장 내용도 부인했다. “제3자의 이야기가 제 기억에 없는 것이 많다. 공소장 내용은 대부분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 측이 “계엄 당시 대통령, 국방장관에게 누군가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진술했다.

“국회 출동시 대통령 등에게 의원들의 본관 출입을 막고 계엄해제 의결을 못 하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물음에도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증인인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정치인 체포 지시 등에 대한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여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으로부터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10여 명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여 전 사령관은 “장관에게 지시받은 것이 있지만, 제가 부하들에게 이야기한 것과 부하들이 각각 지시·전파한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고 진술했다.

계엄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관련 명단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조 청장에게 특정 명단에 대한 위치 파악을 요청했다”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이 “체포명단이 맞느냐”고 묻자, 여 전 사령관은 “체포명단, 검거 명단 등 습관적으로 나오는 말이 많다”고 했다.

이와관련, 김용현 전 장관은 지난 23일 헌법재판소 증인으로 나와 “윤 대통령에게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며 “포고령 위반 우려 대상자의 동정을 살피라고 했을 뿐”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세 번째로 나온 홍장원 전 차장은 이날 헌재 심판정에서 그동안 진술이 가장 크게 무너진 증인으로 꼽힌다.

 

홍 전 차장은 12·3 비상계엄 직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방첩사를 지원해”란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함으로써 12·3을 내란으로 기정사실화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5차변론에서도 기존의 주장을 유지했다.

그는 12·3 계엄 당일 오후 10시53분쯤 “(대통령이) 대상자인 목적어를 규정 안 해서 뭔가 잡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누구를 잡아야 한다곤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초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체포대상자를 들었다는 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정됐다.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전화로 들었다는 것인데 주장을 번복하고, 명단이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정형식 주심재판관으로부터 질책을 당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직접 발언기회를 얻어 홍 전 차장과의 통화가 “격려 차원의 전화일 뿐 계엄과 무관한 얘기”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어 위치추적을 할 수 없다. 조태용 국정원장이 미국 출장을 간다는 보고를 받아 ‘원장 부재중이니 잘 챙겨라’라고 격려 차원에서 전화를 한번 해야겠다고 생각해 한 것”이라며 “방첩사 도와주란 이야기도 조 원장에게 늘 하는 얘기”라고 했다.

또 “만약 계엄과 관련해 지시할 일이 있으면 기관장인 원장에게 직접 하지 차장에겐 안 한다”며 거듭 체포 지시 의혹을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함께 “조태용 국정원장의 건의로 홍 전 차장을 해임한 이틀 뒤인 12월6일에 홍 차장의 메모가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한테 넘어가면서 시비가 된 것”이라며 정치적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따라 6일로 예정된 6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할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과 윤 대통령 및 대리인단의 공방이 주목된다.

곽 전 사령관은 4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 출석해 “대통령이 (계엄 선포 후) 제게 직접 비화폰으로 전화해서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두 분(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다 말씀하셨고, 작전 요원들이 철수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끌어내라고 했다는 대상자가 의원인지 요원(군병력)인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는데, 의원이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날 국정조사에서는 곽 전 사령관이 김병주 의원 등 민주당으로 회유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곽 전 사령관은 특히 민주당 박범계 의원으로부터 공익신고자 처리에 따른 처벌면제 제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5일 헌재 모습을 두고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그동안 내란이 당연시되던 12·3 비상계엄의 실체가 불분명해지는 양상이 됐는데 정형식 재판관의 모습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이날 변론에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수사와 재판, 탄핵심판을 “호수에 비친 달 그림자를 건지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우리법연구회 출신 재판관들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와 더불어 비상계엄의 핵심 관련자들의 이같은 증언들로 “해보나 마나”, 일방적으로 예측됐던 탄핵심판의 판도가 크게 달라졌다.

차명진 전 국회의원은 “한달 전 까지만 해도 탱크가 출동했느니,실탄이 장착됐느니,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원을 구금하느니 하는 말로 여론이 들끓었는데 이런 가짜뉴스가 확 잦아들었다”면서 “민주당의 점령군 행보와 국회 청문회에서 장군들이 택도 없는 소리라며 강하게 부정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차 전 의원은 “그러다 보니 이슈가 확 쪼그라 들어서 이제 대통령이 정치인을 체포하라 했느냐만 남았는데 이건 내란이 아니라 기껏해야 직권남용에 불과하다”면서 “탄핵기각이 최소 5부능선을 넘어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2025.02.05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