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서석천 2023. 9. 27. 08:32

法 793자 사유엔 "증거인멸 단정 못해"

중앙일보, 입력 2023.09.27 02:3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청사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치보다 더 정치스러워진 판사의 재판행위

벼랑 끝에 몰렸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사회생했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유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2시23분 793자(띄어쓰기 포함)에 이르는 장문의 기각 사유를 담은 메시지를 공보관을 통해 기자단에 전달했다. 유 부장판사는 검찰이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의 필요성으로 강조한 위증교사 혐의와 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판단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그는 “(검사사칭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의)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공사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한편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 부장판사는 또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대북송금의 경우,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해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한 점,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인 점,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및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이례적으로 장문의 입장을 내 유감을 표시했다. 영장 기각 1시간 여 뒤인 3시57분 서울중앙지검 명의의 문자풀을 통해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되었다고 인정하고, 백현동 개발비리에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있다고 하면서도, 대북송금 관련 피의자의 개입을 인정한 이화영 진술을 근거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한 판단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이어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되었다는 것은 증거인멸을 현실적으로 했다는 것임에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 판단하고, 주변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을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불구속 기소 가닥…재판 공방 치열 전망

 이날 영장 기각으로 지난해 10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1년 가까이 계속된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막판에 강한 난기류를 맞게 됐다. 검찰은 일단 구속영장 재청구는 안 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재청구를 하면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또 거쳐야 하는 등 한두 달 정도 또 시간이 소요된다”며 “영장 재청구 없이 기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를 기소한다면 추석 연휴 이후가 유력하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실체진실을 규명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향후 수사와 재판에선 난항이 예상된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대북송금 사건 등 주요 혐의들에 대한 입증 정도를 문제삼았다는 것은 향후 재판에서도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부장판사는 ▶이 대표가 로비스트 김인섭 씨의 청탁을 받고 백현동 개발 과정에 비정상적인 특혜를 제공했고 ▶이 대표 방북 등의 목적으로 쌍방울이 800만 달러를 북한에 건넸다는 주요 혐의 모두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개발의 경우 연구개발(R&D) 용지 기부채납을 통해 1000억원대의 개발이익을 환수했고, 쌍방울 측과 이 대표가 접촉한 적이 없다는 이 대표 측 해명에 일리가 있다고 본 셈이다.

26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후 대기 장소인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 이 대표 지지자가 LED로 만든 '이재명 무죄' 피켓을 들고 있다. 손성배 기자

 

영장심사 경험이 있는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증거인멸의 우려보다는 야당 대표라는 존재에 비중을 둔 판단”이라며 “피의자가 스스로 성실하게 재판을 받겠다는 야당 대표를 굳이 구속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작용했을 것”고 해석했다. 검찰은 ‘사법방해’라는 프레임으로 증거인멸 우려를 부각하려 애썼지만 유 부장판사는 이 대표가 직접 증거인멸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검찰이 기소하면 이 대표는 이미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재판과 지난 대선 당시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한 재판과 함께 총 3건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 별개의 재판이지만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등 공범과 증인이 다수 겹치는 사건들이다. 이 대표 구속이 불발되면서 각 사건 기소에 근거를 제공한 관련자들이 법정에서 일관된 진술을 이어갈지 여부 등이 작지 않은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수원지검 등이 계속중인 이 대표 관련 잔여 의혹 수사의 동력도 상실될 위기에 놓였다. ▶쌍방울그룹의 이 대표에 대한 쪼개기 후원금 의혹 ▶증거인멸 등 사법방해 의혹 ▶대장동 의혹 중 천화동인 1호 428억원 약정 의혹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불거진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안 할 수는 없다”며 “이 대표가 구속되지 않아 증인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등 수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9시간 17분 사투…‘변호사’ 이재명 직접 반박

 이 대표는 이날 지팡이를 짚고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단식으로 기력이 쇠한 듯한 얼굴이었지만 오전 10시 7분부터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선 유창훈 부장판사의 질문에 직접 발언권을 얻어 검찰 수사를 강하게 성토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 논리의 허점을 이 대표가 파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는 9시간 17분만인 이날 오후 7시24분에 끝났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영장실질심사에 8시간 40분,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10시간 5분이 걸렸다. 이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성남시장이 된 이후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공적 개발을 추진한 이후 세상의 공적이 돼 버린 것 같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영장실질심사결과

1. 피의자명 : 이재명
2. 피의죄명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3. 결과: 기각
① 혐의 소명에 관하여 본다.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공사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한편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② 증거인멸의 염려에 관하여 본다.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북송금의 경우,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하여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한 점,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인 점,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및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③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하여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담당법관 :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박현준ㆍ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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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의 영장을 절대 발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의 배경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서울 서초동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및 기각 여부에 따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현직 판사들은 물론, 오랫동안 판사로 법복(法服)을 입었던 판사출신 변호사들이 이 대표의 영장처리 결과에 따라 몰아닥칠 사법부에 대한 엄창난 외풍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우리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사법부와 판사의 재판행위의 독립을 규정하고 있지만, 정치권력에 의해  사법부의 독립은 형해화(形骸化)된지 오래다.

대통령과 통치권력에 의한 사법부 침탈은 그나마 지금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벌어졌던 판사들의 집단행동, 사법파동에 의해 극복됐다. 하지만 정치권이 정파적 유불리에 따라 판사의 재판과 영장발부 등 심판행위에 대해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선동을 계속하고, 문재인 정권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세웠던 것처럼, 사법부를 좌경화하려는 시도에 따라 사법부의 존재이유이자 최고의 가치인 공정성과 독립성은 크게 훼손됐다.

얼마전에 있었던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의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노사모 출신 판사의 비상식적 중형(重刑)선고는 판사의 판결이 아니라 정당의 정치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 장모에 대한 항소심의 법정구속 또한 피고인의 전과(前科)나 비슷한 행위에 대한 판결등을 감안할 때 판사의 정치적 성향이 개입된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서울 서초동 법원 주변에서는 “절대로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우려된다.

이번 구속영장에 적시된 이재명 대표의 범죄사실, 자신의 방북을 위해 쌍방울그룹을 시켜 북한에 800만 달러의 뇌물을 제공하게 하고,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로 성남시에 2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행위는 최대 무기징역과 100억원의 추징금 선고가 가능한 중대 범죄다. 역대로 이 정도의 범죄혐의를 받는 피의자의 구속영장이 기각돼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재용 정몽구 최태원 등 재계 인사들은 물론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절대 발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인 것은 그가 지난 대통령선서에서 국민들의 절반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압도적 국회 과반수 정당의 대표라는 점 때문이다.
그냥 “증거인멸 및 도주의 가능성이 없다”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될 것을, 사법부를 향해 쏟아질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 영장을 발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백현동 개발에 따른 배임혐의는 이것이 과연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것인지 법리다툼의 소지가 높고, 북한에 대한 뇌물제공 또한 수뢰의 직접 당사자가 북한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덧붙이면 그만이다.  게다가 우리 사법부가 유지해온 불구속재판의 원칙 또한 좋은 핑곗거리다.

북한이나 중국 같은 독재국가를 빼고, 자유 민주주의가 정착된 대부분의 나라에서 무죄추정칙에 따른 인권보장,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재판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는 총기난동이나 연쇄 살인범이 아닌 한, 거의 대부분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는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법부가 천명해온 불구속재판의 원칙은 그동안의 실태를 보면, ‘위선(僞善)’에 가까웠다.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유지돼온 형사처벌 전통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일단 구속영장을 발부해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뒤 1심이나 항고심에서 집행유예나 감형을 받고 풀려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한국식 형사처벌은 “구속영장 발부돼 수갑을 차고 구치소로 호송되면서 카메라 세례를 받는 것”이 하이라이트로 여겨져왔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사법제도, 형사처벌 관행이 미국식으로 불구속 재판 후 판결로 받은 형량만큼 그대로 감옥살이를 하는 식으로 완전히 전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구속 재판, 즉 구속영장 기각이 남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기각이 되는 혜택을 받는 대상은 이재명 대표처럼 권력이 있거나, 수십억원의 변호사비를 내고 호화 변호인단을 꾸릴 수 있는 재력가로 국한돼 “유권(有權), 유전(有錢)무죄‘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그렇듯이, 어느덧 대한민국에서 판사의 재판행위가 정치보다 더 정치적인 행위가 되고 말았다. 지금 이 대표의 영장담당 판사의 머릿속은 구속영장에 청구된 범죄행위 못지않게 기각과 발부라는 선택에 따른 후폭풍에 대한 걱정으로 복집할 수 밖에 없다.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런 상황을 두고 ”나쁜 정치가 사법부와 판사들을 정당과 정치인 보다 더 정치적인 존재로 만들었다“면서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심사를 계기로 사법부가 마치 여의도에 있는 정당 중 하나와 같은 존재로 취급받게 될 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입력 2023.09.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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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판사의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는 물론 형사사법 원칙을 흔들고, 결정 자체에 자가당착도 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유 판사는 27일 새벽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 정도 등을 종합하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속영장에 적시된 3가지 혐의 중 위증교사에 대해선 “소명된다”고 했지만, 백현동 및 대북 송금 혐의에 대해선 검찰의 여러 증거 제시에도 불구하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유 판사가 내놓은 기각 사유에는 법 상식에 어긋나는 해괴한 논리까지 동원됐다.

첫째, 유 판사는 이 대표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본말전도 궤변이고, 현실은 정반대로 증거인멸 여지가 더 많음을 시사한다. 공천과 당 운영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이 대표가 구속되면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총선은 물론 국정 운영과 국가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생긴다고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측근인 박찬대 최고위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측근을 만나고 부인과 통화하면서 “당이 도와주겠다”고 했고, 이 전 부지사는 이날 재판 도중에 이 대표에게 편지를 전달하려는 시도까지 했다. 유 판사 논리를 연장하면, 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제3자를 동원해 증거인멸을 시도해도 처벌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둘째,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고, 백현동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하면서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한 것은 모순이다. 이 대표 스스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증거인멸의 우려만 있어도 구속하는 것”이라고 했다. 위증교사가 인정된다는 것은 동종 범죄를 더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유 판사는 백현동 개발 사업자인 정바울 씨를 구속한 바 있고, 증거인멸 의심 정황을 알면서도 구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욱이 이 대표는 우월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함에도 직접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한다면 ‘유권무죄(有權無罪)’를 용인하는 셈이다.

셋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했던 법원 결정과도 충돌한다. 출마 예정자를 변호인으로 선임할 만큼 이 대표가 행사하는 정치적 권한은 막강하기 때문에 이번 기각 결정으로 다른 증인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